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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생긴 인생의 큰 지름(?)을 친구들에게 말했다.

과연 이것이 기뻐해야 할 일일까 고민됐는데,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친구들 얼굴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기뻐해야할 일이구나. 신나해도 되겠구나. 

친구들이 진심으로 기뻐해줘서, 더 행복했다. 

친구들의 이런 훈내나는 첩첩쌓인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이런 친구들이 한 명 두 명도 아닌,

슈동 인원 꽉 채워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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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대화할 일이 많았다.

이래저래 각종 사무서를 같이 다니지 않으면 안될 일이 많다보니,

말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세 아이를 두었던 삼십대 청년 신**과

비혼의 삶을 살고 있는 내 인생의 시기가 비슷한 일이 많아 놀라고 있다.

 

기억 속에 치열하게 일하거나, 인생에 과감한 결정을 했을 때의 아빠의 모습은 없다.

결과물만 안고 안주하는 아빠의 모습이 이십년 넘게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새삼 깨닫는다.

나를 성인으로 키워낸 부모의 생 하나하나가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는 말...

 

사춘기와 이십대의 내 삶은 부모의 갈등으로 심적으로 불안했을 지언정

학자금 대출 한번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 한번 않아도 되었다. 

성적 장학금을 받는다면 용돈을 주겠다는 엄빠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총학생회며 과학생회며 동아리며 하고 싶은 일들 다 해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 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여섯학기 성적장학금에 7학기 졸업이 가능했다.

7학기 졸업이라는 시간을 번 덕분에

50여일 안되는 유럽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고,

그건 내 삶을 충만한 경험으로 채우겠다는 '방향'을 결정하는 일로 이어졌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물질적인 '안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들이었다.

 

그래서 때때로 세 아이를 두고 부모를 모시고 장사를 시작한

나와 동년배 가장 신**이 생각난다.  

그 청년에게 감사함을 표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안정'으로부터 비롯된 인생의 '경험'은 큰 축복이자 자산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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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는 단원고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엔딩 원고에 마음을 담아서 축하의 메세지를 적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얘들아.

 

미안함을 이야기한 적은 참 많았다.

그럼에도 미안함을 지울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언론계에 일부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그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겠지.

그건 아이들에게 미래를 앗아간 장본인으로써 평생 지고가야할 멍에라고 생각한다.  

 

미안하단 말은 평생 할 수 있다.

하지만 '졸업을 축하한다'는 인사는 지금밖에 할 수 없다.

단 한번의 기회에,

축하 인사를 건넬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3 항소기각 때 무죄선언을 한 것처럼,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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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선생님 책을 다시 꺼냈다.

십팔사략은 어느페이지 어디를 봐도 좋다.

연출이 화룡점정이다.

배우고싶다.

아니, 응용만이라도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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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휘력을 높이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야겠다.

좀 텅텅빈 것같은 머리책 잡다한 책으로 잡설을 잔뜩 이고 돌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