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른쪽 이마 끝에서 두 가닥 흰머리를 발견했다.
새치인지 흰머리인지 의심할 여지가 다소 있긴 하지만,  
우리 아빠와 똑같은 위치에 난 것을 보아, 
흰머리일 확률이 높겠구나.

납득했다.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고, (좀 덜 재밌지만...ㅠㅠㅠ)
덕질도 정열적으로 하고, (이 하나만큼은 확실히 선언할 수 있다.

특히나 '얼마' 썼는지로 증명할 수 있다) 
주말엔 왠만하면 쉬면서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직 친구들이 이리도 많이 남은것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큰 축복이지)
가족들에겐 다정하게 대하려고 조금씩 있도록 노력하며 

나름 잘 늙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가닥의 흰머리가 별로 두렵지 않았다.

새치 많이나면 환경보호 차원 및 순응적인 자세로 염색 안하고 

흰머리로 살아볼까도 생각중

 


스카이캐슬로 불이 붙어서,

넷플을 다시 열심히 이용 중이다.
범죄 다큐가 너무 재밌음. 

하! (절대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진짜 꿀잼 ㅠㅠㅠ 

얼마전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시리즈를 정주행한 다음
테드번디 시리즈까지 손댔고,

그날 유투브 영상으로 각종 미국 살인마들을 좀 파보았다.

 

그리고 손 댄 것이 <아메리칸 반달리즘>

왜이렇게 모큐멘터리가 좋을까?
아직도 인생 미드는 <오피스>.  
일하는 분야가 그쪽이어서 그런지

이런쪽으로 신랄한 풍자가 훅 치고 들어오면
정신을 못차리겠음. 너무 좋아서... ㅎㅎ 빵터져서.

흔들리는 카메라의 시선, 덜 편집된 듯한 날그림.

맨질맨질하지 않은 거친 편집을
연출해서 집어 넣으면 사실성이 너무 극화되니까
그야말로 존잼 꼴잼...
아메리칸 반달리즘이 <살인자만들기>의 패러디인 걸 알게 됐으니,
아직 볼 시리즈가 남은 셈이다.
두근두근

 

 

 

 

 

 

 


그리고 나는
아... 아아.... 아아아아....

 

 

 

인생에서 가장 큰 지름이 끝났다.
잠시 우는 시간을 좀 갖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힘들었다. 무지하게 힘들었다. 미치도록 힘들었다.....  

살떨리며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끝났다는데 의미를 부여해 본다.


12월 말 합의를 보고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고 하나씩 해나가면서

지금까지 시간은 현미빵 보리밥 마냥 얼마나 팍팍했던가.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덕질을 하는데도 신이 나지 않아서

스스로 충격 받은 날도 있을정도..;;;

 

여튼 나름, 인생에서 큰 방점을 찍었다.

혹시 잠이 잘 와서, 늘 졸려서 고민이거든,
혹은 내 자신이 너무 잘난 거 같아서 

좀 낮은 평가를 받아 스스로에 대한 균형을 찾아야 하겠거든, 
"대.출.심.사"를 받을 것을 권하겠다.

사람이 스스로를 한 없이
작아지고 쪼그라들고 보잘것 없게 여길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몸은 피곤한데 쾡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나날..

얼마나 많았던가...


아... 지금도 눈물이 차오른다..
잠깐 울고 돌아와야겠다.

흐극 흐극 흐흐흐흐흐흐그그극 ㅠㅠㅠㅠㅠㅠ


여튼 프리랜서 삶에서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걸었고, 중간에 대패닉이었는데,

지인가족들이 흔쾌히 도와줘서 일단 막아냈다.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나새끼 칭찬해보자면
지구반대편 남미를 돌면서도
통장에 꼬박꼬박 80씩 적금부은거,
중간 중간 프로그램 적응 못했을 때도 
얼마 안되는 적금이지만 계속 부었던거 ...

그 시절. 나는 얼마나 가난했던가??

흐그그그극 ㅠㅠㅠㅠㅠ

이제 남은 것은 잔치잔치빚잔치

오늘 하루는 스스로를 칭찬하며 꿀잠 자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