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며 뻘글로 정리해보는 이공일일 년!
이제사 고백하지만
이제야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2011년 가장 큰 수확이다.
내가 나한테 사랑에 빠지게 된 시간은 정확하게 2011년 2월 16일.
또레스 델파이네의 만년설과 빙하녹은 물과 눈앞에 펼쳐진 연녹색의 동산을보면서...
한번에 차마 담기도 아까울만치의 광경 앞에서
비로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
사소한 것이 작은 차이를 만든다.
만일 내가 부자였더라면, 남미 여행을 팩키지로 떠났을 것이고
만일 내가 가난했더라면 차마 그곳까지의 경비를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고
결혼을 했거나, 애인이 있었더라면 그곳까지 단신으로 떠나기 어려웠을 것이고,
안정된 직장이 있었더라면 두달이라는 시간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불투명함과 불확실함 보증되지 않는 것들이 언제나 단점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게 아니란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비로서 나를 매우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남들과 다른 찰나의 차이. 그 차이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세상 유일한 '나'라는 존재. 한동한 용납할 수 없었던 나에 대한 긍정과 애정.
그런것들이 작용을 해서 꽤 괜찮은 상승작용들을 만들어 낸 해가 아닌가 싶다.
정착하지 못하고 무작정 부유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 해왔던가. 그리고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나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 '불안함'이야 말로 언제든 주저 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의 다른말이란 걸 깨달았던 한 해.
거기다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왔을 때에 '여전'하던 고향이 있었기에 더욱더 감사한 한해였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내게 일생 중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한 해'를 꼽으라면
나는 정말 한치의 주저 없이 '반짝 반짝 빛나던' 나의 서른을 꼽겠다.
나의 서른은 '반짝 반짝 빛나던 나'와 사랑에 빠진 멋진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