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었다. 내 옆으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둘이 섰다. 유심히 들으려고 했던건 아닌데, 이어폰이라는 장애물은 가볍게 건너뛸정도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으려고 해서 들은건 아니었다. 들려오니까 어쩔 수 없이 들은거지.
군대에서는 내 대화는 끝났다를 표기하기 위해서 '오바'란 단어를 쓴다.
그 친고들은 내 대화가 끝났다를 표기하기 위해서 'ㅆㅂ'이란 단어를 쓰더라.
그렇게 'ㅆㅂ'이란 단어를 약 사만천오백쉰일곱번쯤 들었을 때 였을까??
그 다음부터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죽여'였다. 무슨말만 끝나면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뭐 그리 세상에 죽일 사람 천지인지...
말그대로 죽였다간, 그야말로 전세게 인구 6분의 1은 줄었을 태세;;;;
여튼 요 며칠전에도 회사에서 연극성성격장애의 한 단면을 보았는데, 어제 집에 가는 길에도 구경하게 됐네~. 연극 대사처럼 들리는 과잉 발언과 어색하기 짝이 없는 과잉행동...
그들은 언제쯤 철이 들까. 따위의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말하는데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을 때쯤이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게 말이란걸 알고, 말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걸, 그 힘은 실천에서야 나온다는 걸 저절로 깨닫겠지.
말은 아무런 힘이 없다지만 나는 오늘도 말한다.
새벽 출근 좀 그만하고 싶다.
야근도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