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나 경제적 능력 소유한 물건을 가지고
(나 포함) 누군가를 재단하지 않으려고 바지런히 노력하는데
매번 쉽지가 않다. 

며칠전 정말 마음에 드는 백팩을 발견했는데
내가 사고 싶어 했던 책상보다도 비쌌다.  
그 가방이 막 명품이고 누구나 보고선 아 그건 그정도 나가는거지 라고 추측할만한 메이커면  하늘을찌르는 가격에 수긍이라도 하겠는데, 잔스포츠 뺵팩 주제에 단지 가죽이 붙어 있단 이유로 그 가격이 쓰여 있어서 너무 슬펐음.

부유함이 뭔지 안다고 할 처지도 아니지만,
부모님 덕에 감히 가난이란걸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감사한 인생이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욕심엔 상처가 난다.

5천만 모두가 내고 있다는 의료보험료가 한달 벌이에 비하면 숨막히도록 비싸게 느껴지는 것. 명품도 아닌 평이한 메이커의 백팩 하나를 사지 못해 스스로를 자조하고 마는 것.  그런게 아니란걸 알면서 내 인생 전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

이런 소소한 사연 하나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경제적 위치를 생각해 보고,
평생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없는 내 직업군을 떠올려 보고,
앞으로에 대한 미래에 어두운 색을 덧칠하는
자신을 돌아보면

아! 슬프다.
정말 슬프다.

남자를 사귀렴
이런 충고를 들었는데, 그 순간 친구와 그 친구가 반추하고 있는 이 사회에
너무 모멸감이 들어서 화를 낼뻔 했다. ㅜㅜ

내 물건인데 내가 벌어서 내가 사고 싶다고
내 인생인데 내가 살아보고 싶다고.
이토록 단순한 생각이 틀린건 아닐텐데
내 생각이 틀렸거나 세상이 틀렸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