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길에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서로가 서로의 번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가 신기할 정도의 사이여서
통화를 하면서도 무지 신기해했다.
버스 창밖을 보면서 소소하게 한시간가량 수다를 떠는데
창밖 풍경 속에 수다가 스며드는 느낌이라 그게 참 좋았다.

너 그때 그랬잖아, 대체 왜 그랬어. 
난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이래.

때때로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평가해본다.
커다랗게 다가왔던 관계들이 소소하게 변질되고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관계들이 끊어져도 아쉬움 하나 없는 것이 놀랍다.

남산터널을 지나고, 한강다리를 건너고, 금화터널을 지나고 그 사이 전화가 끊기기도 하고
서로 전화 하느라 통화중이 되기도 하고 다시 목소리를 듣고
그러다 시야에 고등학교가 보였다. 
전화를 끊고 연대정문을 지날 때즈음 창밖을 내다봤다.  
이게 집착인지 변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화 속 잠시잠깐 등장했던 그 애가 무척 보고 싶었고
그냥 보고 싶은게 아니라 '무척' 보고 싶어서
그게 티날까봐 너무 겁나서 차마 자세히 묻지 못했다.
(나 아직도, 순정적인 여잔가봐 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