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리러 마포도서관에 다녀왔다. 빌리려던 책이 아직 반납이 안돼서 허탕치고 마포도서관 옆에 트럭에서 파는 스크랩파일만 두권 사가지고 돌아왔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세상에 평소에 절반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그래도 작은 눈이 퉁퉁 부어서겠지. 어제 시사회로 본 다큐<어머니>때문도 있겠지만, 오늘 새벽에 프로그램 다시보기를 보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도 있겠다.

너무 낯부끄럽고 창피한 프로그램이 나와버려서, 내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는게 너무 잘 보여서 정말 넋나간 상태로 컴퓨터를 끄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침대 위에서 이불을 아주 두껍게 덮고 몸을 돌돌말았다. 온몸을 꼭 웅크리고 방어자세로 잠이 들었다. 누군가 욕하면 듣지 않으려고. 누군가 질책해도 모르는 척 하려고. 그래도 이불안에서 조우한 나 자신은 막을수 없었다. 피할 수도 없었다. 너 이따위야? 이거밖에 안돼? 고작 이게 다야? 너무 짜증나고 답답하고 멍청해서 스스로를 한바탕 질책한다음에 상처 받고 또다시 훌쩍 훌쩍.  

하루 아침에 나아질 실력이야 있을 턱이 없고, 한 없이 바닥을 드러내는 기분이다. 용기를 되찾은 듯도 싶었는데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네.

이렇게 찡찡대는 나를 받아주는 친구들이 너무 신기하다. 위로를 구하는 뻔하디 뻔한 말같은거 안하는게 낫지 않겠나 싶다가도, 삶이 남긴 자잘한 상처 위에 덧바를 연고같은것도 없으면 어찌 사나 싶다. 김도도가 문자를 보내줬는데 그게 또 너무 고맙고 서러워서 눈물이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