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땅

카테고리 없음 2013. 5. 16. 10:56




 


발효시킨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 포도주.
퍽퍽하고 기름기 없는 건조한 빵.
너무 짠 감자스프로 대충 배를 채우고
먹을 물을 아껴서 양치를 해야 했다. 

해가 질 무렵 나는 숙소를 나와 무작정 걸어보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거칠어서 몇걸음 걷고 숨을 몰아쉬고
또 몇걸음 걷기를 계속 반복해야했다.

입을 다물면 이빨사이로 모래가 씹히고
눈을 떠서 풍경을 바라보기가 힘들었던 시간.

간신히 도착한 곳엔 친구 마사가 먼저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광경에
그저 작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아 이곳은 수천 수만년간 이어져 온
홍학의 강, 홍학의 산, 홍학의 땅 이구나.

그리고 나는 기도를 시작했는데,

백년 남짓 고작 살 뿐이고, 딱 한 번뿐인 내 삶에서,
이런 풍경을 경험하는 기회가 앞으로도 좀 더 주어지길.
'아주 오래된' 이 풍경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길...

그런 기도를 올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