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는건 바보가 돼가는 과정인 것인가?
뎡이와 허세를 집까지 초청해서 비행기 표를 끊으려 했으나, 아직 새로 발급받은 여권을 찾아오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으면 여권번호가 바뀐다는 사실을 난 이제야 알았다. -_- 나 이 추운 날씨에 그것도 둘이나(한창 때 신혼부부를)을 왜 불렀니? 지난주에 급하다며 급하다며 여권 사진은 왜 새로 찍고 여권발급 새로 받은거니?

솔직히, 지능의 쇠퇴를 인정해야겠다.
인정하기 싫은데 스페인어 숫자는 몇날 며칠째 외우기를 반복하는데 세이스(6)와 씨에떼(7)을 헛갈리고 있다. 젊을 때에도 그닥 잘돌아가는 머리는 아니었지만 더더욱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뎡와 허세를 알았던건 두사람이 사귀고 있기 전부터였지만, 부부가 되어서 보여주는 둘의 모습은 예전과는 좀 다르다. 주변 부부들 중 단연 손에 꼽을 만큼 사이가 좋다. 보고 나면 만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희귀한) 둘. 결혼을 비롯한 가족조직에 별 관심 없는 나도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그 옛날 첫사랑 떄문에 불치병 걸려서 콱 죽고 싶다던 그 애들은 어디로 갔나요? 그네들의 인생을 보면서 연애로 상심한 사람들에게, 해줄말은 딱 하나다.

"괜찮아. 사랑 때문에 안죽어."



이집트에서 의료봉사를 가 있는 김*석이 네이트로 말을 걸었다.
안그래도 요즘 유럽 여행 일기장을 끼고 사는데, 런던과 캠브릿지에서 함께했던 김*석과의 4박5일 기억이 새록새록 나던 참이었다.(당시 그는 어학연수중이었다) 우린 정말 신이 내린 기회(금도끼 꺼내는 산신령처럼 나타난 할아버지의 양보)로 맘마미아 정중앙 좌석에서 뮤지컬을 함께 봤으며, 캠브릿지에서 펀팅하다가 주변의 비웃음을 함께 사고, 버킹검 궁전 근위병 교대식 안그래도 큰목청 웃음이 빵터져 전세계 관광객의 눈총을 받았다. 그리니치 천문대 개똥밭에서 굴러다녔던게 누구더라? 다행히 그때도 부끄러움과 수치를 알 때라 '오뚝이'는 안했다. 
'서른'으로 시작하는 초반인 만큼 서로의 나이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마치고 현재 한국 연희동의 정황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주변에서 '결혼'이라는 멍에를 스스로 뒤집어쓴 몇몇은 왜 그리 갑자기도 많이 생겼는지. 김*석이 카이로로 사라질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사라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 의외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나로선, 더욱더 사무치기에 더더욱 뜻깊은 대화였다.

본래 문화란 비하해선 안될 문제이지만, 김*석이 갑자기 터뜨린 불만이 하나 있었다. 평생토록 이를 닦은 적이 없다는 이집션들에 대한 불평. 다른건 다 참겠는데 그것만은 견딜수가 없다고.
가볍게 보기를 내봤다. 어렵지 말라고 4지 선다도 아니고 2지 선다로 내놨다.

"골라."
1. 평생토록 이닦지 않은 이집션 여성
2. 나.

한동안 네이트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뒤로 수십여분간 나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까지도 김*석은 답을 골라내지 않았다. 내가 교회에 아직까지 다녔다면 김*석에게 '독신의 은사'를 세숫대야만한 향유그릇 가득히 부어주라고 하나님께 기도할텐데. 아쉽다.



대길 오빠가 대상 타서 참 다행이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의 기도 제목은 단 하나였다. 기도가 이뤄져서 다행이다. 우리집 티비 죽이는데 이 화질로 <추노> 못본건 정녕 평생 한으로 남을것 같다.
 


여행 준비는 선택의 연속이다.
캐리어를 끌지 4.5리터 배낭을 새로 사서 이고 다닐지.
아이폰4로 그냥 드립다 사진을 찍을지, 디카를 새로 사야할지,
안그래도  강도당할지도 모를 상황, 총들이민 강도들에게 '선물'로 주고 덜 아깝기 위해 쓰던 디카 수리해서 쓸지. 수십개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튼 어떤 선택이든 무사 귀국으로 결론났음 싶다. 정녕.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