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피디수첩 결방에 분노를 삼키며 책장에서 집어든 만화책이 <프린세스>였다.

프린세스가 연재된 게 <이슈>창간호부터니까 15년이나 흘렀구나. 이 만화는 작가의 손목부상으로 아직 완결이 안나고 있다. 흑! (작가님! 레오랑 에스힐드는 다시 만나긴 하나염?)

어릴 적에는 국왕 비욘이 나라 다 버리고 유모 딸 비이를 선택하는게 이상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 만화책 보니까 왜이렇게 얼척없냐;;; 순정이야 네 순정이고 유모딸 정비로 앉히자고  멀쩡한 전 약혼녀 다른 나라 차비로 보내, 내분일어나, 전쟁 일어나, 번듯하게 잘살던 나라 식민지 속국이 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아직도 비욘 표도르바 국왕을 지지하다니;;; 라미라 만백성은 등신 중에 상등신. 혹시 라미라에도 조중동 같은 언론이 맨날 비욘의 옛치적을 들먹이기라도 하나요?
(아 맞다, 비욘은 남주였지....)

니 사랑이 그렇게 중요하니? 니가 왕이어서 니사랑만 특별하다고 여기는거 같은데, 니 사랑이 중요한만큼 다른 사람의 사랑도 중요해!
인간아! 후궁으로 들이는 법도 있잖아!!!!!!!
(라고 만화 속으로 들어가 외쳐주고 싶었다...)


이런 이기적인 인간같으니,
이래서 신분제는 안된다. 날때부터 나 잘랐다 나잘랐다 소리를 들으니 전 우주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제단이란 자아도취적 생각에 빠져서 사는 거겠지.
대학 시절 <역사란 무엇인가?>가지고 스터디할때도 그랬다.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두시간 넘게 토론했는데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순신이 어디서 훅 튀어나온 영웅이냐? 조선사회가 만들고 유교사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워낙 인물이 출중하시긴 하지만 그것도 시대를 타고 난거다. 난세가 영웅을 만들었지, 평평한 땅에서는 혼자 독야청청하기도 힘든 법이다.  

여튼 오늘의 결론: 니 사랑만 특별하다 생각하지마. 또 하나의 결론 비욘! 넌 안돼! 그리고 이래서 신분제는 안돼!
그리고 작가님 완결좀 내주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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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주말. 갑자기 귓가에서 80년대 90년대 가요가 땡겼다.
이것저것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듣다가

엄정화의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을 골라 들었다.
가사 곱씹으면서 심슨타일 하는데,
듣다 듣다 보니 아! 화딱지가 나서;;;

감정을 애정을 '죄다, 죄가 아니다' 라고 평가할 순 없는 문제겠지만,
그건 그럴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화가 난건 화자의 뻔뻔한 태도다.

친구애인이랑 사랑하는건 좋은데, 착한척 불쌍한 척은 안했으면 좋겠다.
너야 친구를 잃었겠지만 친구는 사랑도 뺏기고 친구도 잃었다.  
착한척 불쌍한 척 그리고 그 척을 통해 얻게 되는 주변의 동정 정도는
그 사람을 위해 남겨야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늘만이 허락하긴 뭘 하늘만이 허락하냐?
너도 허락하고 놈도 허락한 거 아닌가?
제목 고쳐라.
하늘도 허락한 사랑이라고.

연애고 사랑이고 나발이고 다 좋은데,
그 친구도 그동안 아끼고 사랑해으니까 친구로 만났던거 아닌가,
그게 운명적인 사랑보다 뒤쳐진다면 그 사랑을 택한 대가는 본인이 치뤄야할 몫이다.
간절한 눈빛을 쏘아올리던 '친구의 애인'이었던 놈도 그렇다. 아무리 '애인의 절친'에게 빠졌다고 하지만 '원래 애인'에게 느꼈던 좋아하는 일말의 감정이 있었으면, 주변사람들에게 '나쁜놈 개자식'소리 정도는 들어주면서 분풀이 대상정도는 돼줘야 한다고 본다.

제발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주게 될지 모르는 상처는 최소한으로 좁혀가며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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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린다.
만원가량 하는 하드커버 책 <시크릿>의 비밀은 긍정의 힘이라지만
(목차만 읽어도 알 수 있는걸 왜 만원주고 사는지 그게 '시크릿'이긴 하지만;;;)
나는 긍정을 바라고 애태우고 목말라했었을 때 정작 긍정의 결과가 나온적이 별로 없다.

차라리 사고의 방향을 부정의 부정의 극한으로 몰고가,
극한 상황보다 내가 처해진 상황이 낫지 않는가를 비교해보는 일이 더 마음 편하다.

오늘 낮에 대표님께 원고 검사 받을 때도 이렇게 많이 고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웃으며 버틸 수 있었던 건 대표님과 원고를 고치는 상황보다
더욱 극한 상황을 상상해뒀기에 구원받을 수 있었던 거다.

지금 나는 몹시 떨고 있다. 
내가 포기 하는 건 간지나는데, (이러이러 해서 도저히 못참겠다 라는 변명거리라도 있는데) 남들이 나를 포기하는건 정말 쭈그리다. 답이 없다. 진짜 비참하다.

일단 호들갑스럽게 수다 대신 자판이라도 두들기고 고통을 토로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해서 일단 열심히 두들겨 본다.

글은, 구성은
안다 싶을 수록 어려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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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커트머리 사진을 본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그걸 인터넷에서 보는 순간, 욕을 하면 안되는데, 욕이 나왔다.
'더럽게'란 단어랑 '이쁘다'라는 단어가 상반되는 의미인건 알고 있는데, 더럽게 이뻤다.
머리 짧아도 이뻐! 이쁘면 다 이뻐! 뭘해도 이뻐! 머리에 꽃을 달고 몸빼를 입어도 이뻐!
아래 글은, 전지현이 이쁘고 청순하고 졸라 섹시한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커트머리까지 졸라 어울린단걸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속에 새겨 넣은 날 든 생각이다.



옛날에 최고 미인은 기껏해야 윗동네 순이였는데 요즘엔 전지현 김태희 송혜교다.
넘을래야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이다. 어디 우리나라 여자들 뿐이겠느냐.
동서양의 벽을 넘어서 스칼렛 요한슨, 졸리, 앤서니 등등 양것까지도 판을 치는 더러운 세상!

김수영의 시 <보그야>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마룻바닥에 깐 비니루 장판에 구공탄을 떨어뜨려
밑바닥만을 보아온, 빈곤에 마비된 눈에
하늘을 가르켜주는 이 거대매스미디어야!

*원문은 '이 Vogue'야! 이다.


그리고 철철 울었다.
거대매스미디어로 인해 박탈당한 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윗동네 순이 하나만 이쁘다면 윗동네 순이만 시집가면 다음 순번이 나에게도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자꾸만 하늘을 가리킨다.
하늘은 또 높기도 우라지게 높아서 한 하늘 품절되면 다음 하늘, 또 다음 하늘, 이번엔 더 어린 하늘이 대기중이시다. 우리 사는 곳은 진흙탕 사바세계인데. 하늘만 보니 목 디스크 온다. 이러고는 못살겠다.


그러고 보면 나의 첫사랑도 거대 매스미디어가 낳아준 산실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의 왕자님은 187의 키에 건들건들 출까말까 춤추면서 '나는 너의 맘속으로 딴딴딴딴딴!'을 외치던 오렌지족 구본승이었다.


그들은 나를 추녀로 구분지었고, 연애와 결혼의 기회를 박탈시켰으며, 이루지 못할 꿈만 꾸게 한다. 대신 하늘을 보여주사 나에게 종이남자, 모니터남자, 스크린 남자를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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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20세기 소녀 2010. 8. 9. 11:35


10년전 그 애는 머리를 빡빡 밀었다.
400점 만점의 수학능력시험.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 때 그애는 모의고사 점수는 200을 넘지 못했다. 고2에서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 그애는 공부를 시작했다.
머리를 밀었다. 치열한 1년의 시작이었다. 다행히 굳센 의지만큼 결과는 놀라왔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믿을 수 있었다.
노력한만큼의 댓가를, 치열함의 보상을.

작년 이맘 때 나는 그애를 만났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며 멋쩍게 웃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대학 4년, 사립대학에 높은 등록금은 넘기 어려운 산이었던듯 했다.
그애의 머리는 10년전 그대로 빡빡머리였다.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것들이 생겼다.
10년전 그애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애는 아직도 좀더 치열해져야만 했다.
나는 울고 싶어졌다.
누구든 붙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애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안타까울정도로 꾸준하고 묵묵했는지.
그 모든걸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 가난을 본적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작년 이맘 때 느꼈던 나의 참담함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내가 본, 내가 느낀 가난의 단면은 그것이었다.

십수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치열해야하는 것.
살기 위해 끝없이 싸워야 하는 것.
한발 뒤로 물러설 곳 없다는 것.

그 비정함이 몸서리 칠 만큼 지긋지긋하고 서러웠다.



  • 자전거 뒷바퀴가 너무 닳아서 갈아야한단다. 3년을 탔으니 뽕을 뽑긴한거 같다. ㅎㅎㅎ #
  • 막내동생이 자전거 타이어 펑크를 냈길래 땜빵해 오라고 했다. 자전거가게 아저씨 왈 뒷바퀴가 많이 달아서 갈아야한다고 했다며 땜빵하는 김에 바퀴 갈까라고 동생이 물었다. 내 자전거 앞바퀴는 노란색인데 뒷바퀴가 흰색으로 달려 올 줄은 몰랐다. 정녕 몰랐다 -_- #
  • 내일 출근만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 하다. #
  • 자막부분 오타와 번역오류만 없었더라도 5배는 더 즐겁게 봤을텐데 ;ㅁ;(me2movie 츠바키 산주로) #
    츠바키 산주로
    츠바키 산주로
  • 구성부분에서는 무릎을 칠수 밖에 없었음. 미후네도시로 산적 역에 왜이렇게 잘어울리냐;;; 진짜 빵터졌음.(me2movie 라쇼몽) #
    라쇼몽
    라쇼몽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 일은 오늘 아침 우리집에서 직장으로 향하는 15*번 버스에서 일어난 일임을 밝혀둡니다.


첫번째, 존재 알리기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그는 버스기사 앞에 섰다.
13분, 아니 15분만에 한대가 왔다면서 운전대를 잡은 기사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틀렸다.
기다리는 시간을 13분이라고 말했다가 갑자기 2분을 뻥튀기하는 바람에 신용도는 바닥을 쳤다. 시시각각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그 어떤 사실도 왜곡하는 인간임을 드러냈을 뿐이다.

두번째, 존재 드러내기
기사가 받아주지 않자 그는 화제를 바꿨다. 아니, 분노 표출 대상을 바꿨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대상은 버스 안의 존재로 옮겨졌다. 버스를 채우고 있는 전 승객을 향해 성질을 냈다. 9시 30분이 지났는데 사람이 왜그렇게 많냐며 청년 실업과 사회 불안을 탓했다.
모든 직장인들이 9시에 출근한다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간이었다.
나는 백수가 사회낙오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수를 사회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존재하기에 졸지에 사회낙오자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나는 과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무실의 농노란 말이다!

세번째, 남을 공격한다고 해서 자신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은 아닐텐데.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버스에 타셨다. 맨 앞자리에 앉은 나는 흘낏 뒤를 돌아다 봤다. 아직 서계시는거 같기에 이 자리 앉으시라고 일어났는데, 할아버지 앞에는 버젓히 빈자리가 있었다.
"나 이제 곧 내려. 괜찮아."
양보와 사양의 미덕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흡사 도덕책이 뭐냐 바른생활을 넘겨본것 같았다.  어저쩡하게 다시 자리에 앉으니까 내리기 편한 자리에 앉아 있던 한 아가씨가 일어섰다.
"그럼 여기 앉아계세요."
할아버지는 내게 했던 대답을 그대로 옮겼다. 한학년 올라간 도덕책이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사나이는 자신의 등장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장면에서도 소외되기 싫었나보다.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기 시작했다. 삐딱한 정체성의 위용을 드러냈다.
노친네들이 경로석에 앉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이 앉지를 못한다는 둥. 지하철 경로석 두고 왜 일반석 쪽으로 오냐는 둥 거침 없는 공격을 시도했다.
우리야 아까부터 그 인간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타인을 공격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 막 버스를 타신 할아버님은 사전 정보가 없었을 것이다. 혹시 '그저 늙은 내가 공공대중교통 이용하는게 죄다.' 라고 생각하셨으면 어쩌지? 할아버지가 겪었을 당황스러움과 민구함에 내가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다. 여튼 할아버지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셨다.
'할아버지 저 인간 아까부터 저랬어요'라고 한마디 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그의 존재감 드러내기는 멈추지 않았다.
맞받아 쳐주는 이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그가 언제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지는 모르겠다. 그는 그토록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방향을 잘못 잡은 채 비뚫어진 분노는 자칫 잘못하면 저멀리 은하계를 건너 저먼 장미성운 말머리성운을 지나 안드로메다까지 향한다.

결론. 방향이 잘못됐으면 틀기라도 했어야지.
그는 어쩌면 소외되고 소외되어서 외로운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존재감은 오늘 만천하에 드러났을지 모르나, 버스 안의 수많은 사람들은 목소리와 욕설 따라 드러나는 그의 존재감을 철저히 무시했다.
드러낸다고 해서 모두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상쾌한 나의 아침을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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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존경해서 내 인생 아이돌로 모시고 있는 모 피디님을 출근길에 만났다.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면 경외하게 된다.
이 분에 대한 나의 넘치는 존경심은 이제 신앙이 되어갈 지경이다.
여튼, 모 피디님을 아침댓바람부터 만났으니 오늘 하루만은 일이 잘 풀릴꺼라 기복신앙을 덧대본다. 난, 기복신앙 아니면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니까.

나의 아이돌 피디님의 출근길 특징은 가방이 없다는 점인데,
퇴근 시간을 (사무실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가방을 모두 두고 퇴근하는 나의 얄팍한 술수와는 차원이 다른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출세라든지, 권력이라든지, 돈이라든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연연하는 모든 걸 놓고 있는 빈손은 참으로 멋있다.
진흙탕에 홀로 피어 있는 연꽃은 괜히 찬미의 대상이 아닌 법.

자꾸 움켜쥐고 바리바리 싸들고 욕심내면 안될텐데
보면 욕심나고 욕심나면 갖고 싶고 갖고 싶으면 가지려고 노력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다 욕망의 부산물.
모든 것을 놓을 때의 행복과 원하는것을 얻을 때의 행복.
그 비교 우위를 정하는게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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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동아리 짱인 친구를 두면 이런 점이 좋구나.

대학 4년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추억을 꼽으라면 농활을 빠트릴 수 없다.
학교에서 하루에 한번을 못 웃었다고 징징대던 나에게
웃음을 찾아준 것은 새내기 첫 농활이었다.
동기를 만들어줬고, 학교 나가는 재미를 더해줬고,
학생회관 4층에서 야기된 수많은 사건사고. 그 모든 근원지가 바로 농활이었다. 

농동아리짱 친구에게 마을 농민회 아저씨가 전화를 했단다.  
한번 놀러오라고.

니들 싫어하던 과메기.
술안마신다고 소금 팍팍 뿌려주던 솥뚜껑삼겹살.
가까운 바다도 나가기로 했다.
모두 모두 준비해두신단다.

친가도 서울 외가도 서울인 나에게
한적한 시골의 추억이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떠났던 4계절의 농활이 전부다.

8월 말쯤에는 9년전 별을 바라봤던 그곳에서 또다시 별을 볼 수 있을까?
그날을 기대하고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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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했다

소소한 수다 2010. 8. 3. 10:28

세상 천지 나처럼 쉬운 여자는 없겠지.
그럼에도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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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오셀로와 맥베스를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 활이 쏟아지는 명장면은 두고두고 남을듯.(me2movie 거미의 성) #
    거미의 성
    거미의 성
  • 내내 빵빵 터지면서 본 영화. 나는 공주랑 정분날 줄 알았는데, 결국 깔끔하게 주종관계로 돌아가서 놀랐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여러모로 로맨틱한 감성에는 인색한 듯. ㅎㅎㅎ 감독님! 그거 아세요? 로맨틱의 어원은 '기사도'에서 왔다구욜~!!(me2movie 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심슨 타일 끊어야겠다. 진짜로. #
  • 한명의 영웅이 나오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자주 보면 정든다고 미후네 도시로의 팬이 될지도..(me2movie 요짐보) #
    요짐보
    요짐보
  • 그만두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자료조사로 일했던 1년 반 전.
영화를 전공하던 친구에게 말했다.

"주발아, 그래도 너 정도 학벌이면 본사 방송국 카메라 감독은 될 수 있지 않냐? 그건 어때?"

당시 나는 프리랜서인 내 직업에 학을 떼고 있던 상태였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설움을 한몸으로 체험하고 있었고,
더불어 자아실현은 취미생활로도 가능한 법이라고 울부짖을 때였다.
공사직원이 갖는 혜택에 놀라움과 더불어, 초라하고 불투명한 나의 인생에 대한 한숨과 한탄이 제2롯대월드 건물만큼 치솟을 시기였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우문현답이었다.


요즘 제 7의 인간을 다시금 읽고 있다.
여름 시작무렵 곰다방에서 만나게 된 이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존 버거의 모든 책을 사모으기로 했다.
선물받고 사게 되고 읽게 된 책은 유저스토리북에도 꼭꼭 올리고,
존 버거에 관해서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지도 챙겨 봤다.

어제밤 두번째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감회가 새롭다.
먼 곳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 또한 악몽을 꿈꾸는 중이 아닌지 되돌아봤다.

나는 친구들과 가족이 사는 연희동에
흰색 진돗개를 키울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앞마당 딸린 작은 집을 원하지만
그 꿈의 가격은 자칫 나를 노예로 만든다.  

나는 손꼽히는 역사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고 싶지만,
그 꿈을 위해서 달리다 보면 분명 놓치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으리라.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질 것이다.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소모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갖춰야할 방어태세는 무엇일까.

책에는 답이 없었다.
그게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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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촌 다모토리 김현식 추억만들기 나온닷(me2mms me2photo) #

    me2photo

  • 주말마다 백번 생각한다. 밤마다 열두번은 생각한다. 회사 가면 빡세게 일하고 일찍 퇴근해야지. 근데, 회사만 나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
  • 일에 관해서 그 어떤 말보다도 '나를 못믿겠다'는 뉘앙스를 들을 때 그보다 우울한 순간이 없다. 나 오늘 화났다. #
  •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실망하면 나 자신을 자책하고 어쩔줄 몰라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한숨지으면 어이 없어서 화만 난다. #
  • 미친듯이 바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정신 없이 떠밀리는 중. 표류하지 않도록 정신차리자! #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척 게으른 아이였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게으르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전 동창생 하나가 나의 관찰일지를 읊어줬었는데, 그 증거가 명확했다.

"넌 일단 귀찮으면 안해. 학급 일지 낼 때 보면 알 수 있었는데, 넌 늘 교무실 가는게 귀찮아서 담임이 종례하러 올 때 슬쩍 교탁이 올려 놨어."

갓 도리질 배운 애처럼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였다.

또래집단이 강조 되는 사춘기 그 시절.
교문을 나서는 5분을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단짝친구의 청소시간 30분도 기다려주던 빛나는 우정을 거의 모든 전교생이 실천하던 그때. 나는 아침에 학교 같이 가자는 뎡이의 요청도 단칼에 자른 경력이 있는 인간이었다.

당시 뎡이는 우리반 지각여왕으로 등교할 때마다 '지각여왕 납신다 박수쳐라'란 소리까지 들었던 아이였다. 함께하는 등교길이 나쁠 것은 없으나 내가 귀찮았던 것은 그녀와 함께 등교하고 난 뒤 받게 되는 후폭풍, 즉 벌칙이었다. 지각비 500원은 매점에서 파는 통통배 하나 안사먹으면 될 돈이지만, 오리걸음을 한다던가 운동장 뛰기 등의 몸을 쓰는 일이 너무나 싫었다. 체벌이 없는 하교는 30분이고 1시간이고 늦춰져도 된다. 하지만 등교는 다르다. 나는 그녀와의 제안을 엣지있고 시크하게 거부했다.  

벌칙이 귀찮아서 마지못해 체제에 순응하는 습관은 귀찮음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왜?'라는 의문 대신, 순응하고 적응하는 버릇은 그냥 생긴게 아니었다.

요즘 나는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놓쳐버린 것들을 떠올린다.
학창시절 담배를 피운 적이 없으며, 음주도 하지 않았고, 당구장도 가지 않았다.
나이트는 지금까지도 가본적이 없다. 지각은 물론 결석 조차 없었다.
성적도 항상 어중간했다. 최선을 다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부모와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 선에서 공부를 마무리 지었다. 그 결과 어중간한 내가 탄생했다.

그때만 할 수 있던, 그 때가 아니면 안되던 것들은 무엇이 있나?
수업시간 땡땡이. (물론, 임원이었으니까 수업시작 전 인사할 때 바로 들통났을 확률이 높다)
음주 흡연의 추억(?) 혹시 재수없게 걸리게 되면 겪게 될 체벌의 추억까지.
가장 예민하고 날이 섰을 때 부딪혀 봐야했을 '왜?'라는 의문들,
그리고 얻게 될 답들.

지금에 와서 아쉽다고 하면 너무 뒤늦은 것일까?

점심시간 여의도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아저씨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서른이 되기 전 낮부터 술퍼마시는 작태를 한번 시도해볼 참이다.


 






광화문 연가

소소한 수다 2010. 7. 20. 18:21


급하게 한편을 더 구성하게 됐다.
다급한 마음 재촉해서 구성안을 써봐야하지만, 오늘 마음을 울린 글 몇편을 적어 놓고 싶어서 정리해둔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경복궁 근정전 앞에 세워지고 광화문이 총독부 건물을 가리게 됐다.
총독부 건물의 위용을 조금더 드러내고,
조선이 망했다는 가시적인 효과를 위해 일제는 광화문을 아예 헐 계획을 준비한다. 
광화문이 처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반대의 글을 기고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일본인 예술가 야나기 무네요시 였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웅대한 너의 모습.
지금부터 50여 년 전 너의 왕국의 강력한 섭정 대원군이 한치의 주저도 허용치 않는 의지를 보이며, 왕궁을 지키고자 남쪽으로 면한 명당자리에 너의 주춧돌을 굳게 다졌다.
여기에 조선이 있노라. 하고 외치는 듯 으리으리한 건축들이 전면 좌우에 이어지고 광대한 수도의 대로를 직선으로 한성을 지키는 숭례문과 호응하고 있었다. (중략)
현대의 동양, 특히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격변해가는 조선에서 저 광화문이야 말로 귀중한 유작이 아닌가.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광화문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이전하게 되자,
설의식이란 기자가 헐리는 광화문이란 글을 기고한다.

광화문, 원래 너는 물건이다.
울 줄도, 웃을 줄도, 노할 줄도 알고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이 아니다.
밟히면 꾸물거리고 죽이면 소리치는 생물이 아니라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너는 의식 없는 물건이요, 말 못하는 건물이라 헐고, 부수고, 옮기고 하되 반항도, 기뻐도, 서러워 아니한다. 다만 조선의 하늘과 땅을 같이 한 조선 백성들이 그를 위하여 아까워하고 못잊어 할 뿐이다.
오백년 동안 풍우를 같이 겪은 조선의 자손들이 너를 위하여 울어도 보고 서러워 할 뿐이다. 석공의 망치가 내 가슴을 두드리리라. 너는 알지 못하겠지만 역군의 지렛대가 네 허리를 들출 때에 너는 괴로움이 없으리라마는 우지끈 소리를 듣는 사람이 허리 잘려 할 것을 너는 과연 아느냐, 모르느냐.
 
너는 네 모양 그대로 있어야 생명이 있으며, 그 신세 그대로 무너져야 네 일생을 바치는 것이다. 풍우 오백 년 동안에 충신과 역적이 드나들며, 수구당과 개화당도 드나든 광화문아! 평화의 사자도, 살벌의 총검도, 일로의 사절도, 원청의 국빈도 지나든 광화문아!
너는 그 자리 그곳을 떠나지 말아야 네 생명이 있으며 그 방향 그 터전을 옮기지 말아야 네 일생을 마친 것이다. 너의 천명과 너의 천직은 이미 없어진 지가 오래였거니와, 너의 생명과 너의 일생은 지금 헐리는 순간에, 옮기는 찰나에 마지막으로 없어지려고 하는 구나.

급하게 할 일이 많지만 역시나 존재하는 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시대를 관통한다는 진리를 다시 떠올려 본다.




 


비님 오시네

소소한 수다 2010. 7. 17. 15:47

어제 잘 조절해서 마신 덕에 숙취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몇몇분들 덕에 내내 배를 붙잡고 웃었던 기억만 한가득인데, 얼굴이 좀 땡긴다.
어제는 꽤나 즐거운 밤이었다.

창문을 열고 잤는데, 창가 앞에 놓아둔 선풍기 바람에 뒤섞여 빗방울이 발끝에도 닿았다.
비는 사자처럼 몰아칠 때도 있었고, 알콜 분해로 인해 등장하는 열기를 씻어갈 때도 있었고.
잠결에 창문을 닫아주는 엄마가 기억난다.

정신 좀 차리고 나니 식탁에 육개장이 놓여 있었다.
역시 밥보다는 국물이 해장에 최고다.
밥은 딱 두숟가락 넣고 국물 위주로 떠마셨다.

간단하게 설겆이를 하고 얼음통에 더치 커피를 부었다.
트위터를 켜고 보니 비오는 날에 어울릴법한 노래를 사람들이 여러개 올려놨다.
오늘은 주말. 노트북을 싸온 덕에 크로슬리를 틀 필요도 없었다.
볼륨을 올리고 유투브를 들었다.
얼음 녹는걸 기다리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여백을 못참는 아이라서, 가벼운 아이라서.
내 대신 주절주절 떠들어 주는 비님 오시는 오늘 같은 날이 좋다.
내내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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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넘치는 토요일 점심 나의 흘러 넘치는 감수성을 대표해줄 갸륵한 짤방.

  • 떠나고 싶다. 어디로? 요즘 가장 가고싶은 곳은 남미의 도시. 쌈바춤을 출 수 있는 상파울로도 좋고, 탱고를 땡길 수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좋고. 요즘은 내내 떠나는 상상만 한다. #
  • 유저스토리북 서재에 책장이 생기면 구분해서 만화책을 꽂기 시작하려고 했건만, 도저히 못참고 꽂기 시작! #
  •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정결한 보컬이 너무 좋다. 군더더기 없는 반주도 일품. 비 올때 들으면 너무 좋을것 같은데 비가 안온다;;;;(me2music 1집 생각의 여름) #
    1집 생각의 여름
    1집 생각의 여름
  •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술마시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우울함의 농도가 더 짙어지는거 같다. #
  • 어제 엊그제 찾은 자료 악 잘못 덮어 썼다. ㅠㅠ #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대담

소소한 수다 2010. 7. 13. 12:29


친구를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난 것 같은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솔직히 남자들은 하나만 보거든? 외모."
나도 지지않고 대답했다.

"여자도 하나만 봐. 남자 능력."
나는 외모에 관해선 절대 자신감이 없고,
친구 역시 능력에서는 그다지 내세울 게 없다.


쭉쭉 빵빵 늘씬하고 어여쁜 아가씨들이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보면 나같은 애는 연애 한번 못해 본게 당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 역시 정장을 갖춰입고 비싼 외제차를 모는 청년들 사이에서 실패로 돌아간 연애의 원인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와 내 친구는 패배자 인가?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구분된 감정이다.
서로 다른 삶이 모여 있을 뿐.

인생은 답이 없다.
맞고 틀리고 채점을 매길 수 없다.
다양한 선택이 선택으로 인한 다른 삶들이 있다.

나는 이 얘기를 가사로 써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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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을 기다린다는 이밤.
나는 청승맞고 처량맞게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을 다운받아서 보고 있다. -_-;;;;

오래간만에 보니까 4년전 그때 기분 난다.
지단 퇴장당할 땐 내가 다 안타깝고, 가슴 쿵쾅거리고, 아주리들 수비 잘하는 거 보면 경이롭고 부폰 펀칭에 악소리가 난다.

하지만....
좋아하던, 존경하던,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선수가 네오파시즘 단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단 이야길 들었다.
아아아아아악악악악!!!

그 선수는 지난 시간, 나의 자랑이었다. ㅠㅅㅠ
간지 철철 나는 최고의 캡틴이었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상형의 리더였다.

정녕, 정녕! 진실이냐고 묻고 싶다.
이탈리아어 배워서 편지라도 쓰고 싶다.

파시스트면 대체 그 먼 중동엔 왜 가냐고,
인종차별 한다면서 다른 인종 동료들한테는 왜 그렇게 친절하고 잘해줬냐고,
따지고 묻고 싶다.

진심으로 응원했던 지난 시간을 송두리째 다 까먹는 기분.
ㅠㅅㅠ
차라리 오빠가 말할 때까지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는 팬이 되고 싶다. 
(오빠가 말해봤자 이탈리어로 말해서 못알아들을게 뻔하지만 말이다)
그들의 기분을 백번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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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하다말고 납치돼서 상암 디엠씨스튜디오 ㅠㅜ(me2mms me2photo) #

    me2photo

  • 친구 잔여액으로 본 영화. 전지현 나온 여친소 만큼 웃었습니다. 그냥 마냥 웃었어요.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me2movie 이클립스) #
    이클립스
    이클립스
  • 어제 6시에 스튜디오에서 빠져나가 영상자료원으로 달려가서 득관람했음. 구로사와가 왜 셰익스피어를 자주 연출한 감독인지 알 것 같았다. 인간을 끝없이 조롱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는 애정이 있다.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영화 중 하나.(me2movie 카게무샤) #
    카게무샤
    카게무샤
  • 선화에게 선물로 받았던 인자기 9번줄이 끊어졌다. 내 핸드폰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아쉽다. #
  • 자칫 관계를 잘못 '정의'하다간 관계가 '정리'되기 십상. 신선한 아이디어가 자주 등장하는 영화였다. 꼼꼼히 다시 보고 공부해야지.(me2movie 500일의 썸머) #
    500일의 썸머
    500일의 썸머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공부할 게 제법 많다.
주말 중 하루는 다부지게 공부해야겠다. 지금 맡고 있는 전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정말 갈 길이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아아~
연산군 대 조정에서는 현덕 왕후 복위로 인한 피바람이 일었고, 나에겐 그 내용을 뒷받침할 그림이 없어서 피눈물이 인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적어도 선배님들의 발끝에는 미치는'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멘션 하나 날리고 마냥 댓글을 기다리고 있는 바보같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건 무슨 미련이고 무슨 집착인가. 얘들아, 왜 이리 답이 없니? 나 씹힌거니? 초조하고 우울하다. 그러다가 스스로 바보를 자처하는 것 같아서 창을 닫아버렸다. 앞으로 며칠 봐서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트위터를 관둬야겠다.
 트위터를 시작한건 지난 총선, 자주 드나드는 다음 카페에서 내가 속한 당에 대한 공격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은 덕분이다. 나랑 비슷한 생각 하는 사람들을,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몇몇은 너무 말이 많다. 봐서 되도록 팔로잉은 100명을 넘기지 않을 생각이다. 누구는 첨가하고 누구는 삭제하고 꾸준히 주목해야겠다.

묘비명을 생각해봤다.
미국 극작가 버나드 쇼는 '내 우물 쭈물 하다가 이럴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묘비명은 '슬프다! 비상한 재주를 품고, 비상한 시대에 태어났으나, 비상한 공을 이루지도 못한 채, 비상한 죽음을 당했다'으로 김옥균의 묘비명이다. 요 며칠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나의 묘비명은
'나 이제 가니, 세상은 조금만 덜 재밌을 것.' 혹은 '지금부턴, 저 세상이 이 세상보다 재밌도록 노력하리라.'가 좋을것 같다.
저 세상에 간다 해도, 가장 속상한건 역시나 이 세상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의 묘비명이 유명해 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유명해지는게 급선무 인거 같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건 어제 회사에서 였는데,
급하게 제목을 단다고 가장 가까운 왼쪽 키보드를 두어개 두들겼다. 'ㅇㄷ'이라고 달아놨다. '야동'으로 읽힐 소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대충 제목을 달 때도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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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키의 저주고 나발이고 칸나 진짜 멋있지 않아요? +_+(하트 뿅뿅~) 정말 결혼하고 싶다! #
  • 감독님과 리스프로창립기념일(me2mms me2photo) #

    me2photo

  • 별 관심 안두고 있었는데 멕시코만 원유유출 비 사진을 보고 나니 잠이 안온다. 그저 인간이 죄다 인간이 죄야! #
  • 한국영상자료원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전에서 관람. 필름 포럼에서도 하는것 같으니 몇주 기다렸다 필름포럼에서 보겠다. 원래 고전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법이다. 그게 '길'이고, 그게 '정답'이니까.(me2movie 7인의 사무라이) #
    7인의 사무라이
    7인의 사무라이
  • 모든 이야기의 구조는 주인공이 다시 '평안'을 되찾기 위한 과정으로 이루어지죠. 스티븐의 사랑이 평탄할 수 없었기에 더 없이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진정 둘이 행복하길 바래요. (with 별일없당)(me2movie 필립 모리스) #
    필립 모리스
    필립 모리스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 아침부터 보면서 질질 울고 있다. 절반 조금 보고 말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me2tv 인간의 땅) #
  • 아아 예상대로 이것들 다늦었어ㅜㅜ 앞으로20분샐러드바에서냉수나빨고있겠군(me2sms) #
  • '기득권층에 들어갈만한 위치'에서 '비기득권'으로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그는 오늘도 비주류로, 비기득권층으로 살아간다. 통쾌한 그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지지하고 싶다.(me2movie 축구의 신: 마라도나) #
    축구의 신: 마라도나
    축구의 신: 마라도나
  • 영화를 보면서 텍스트본이 더 궁금해지는 건 이번이 처음. 오오 하며 감탄사를 넣은 장면이 몇개 있었고, 반면 섬세한 심리 묘사를 영상이 아닌 문장으로 읽고 싶다는 욕구는 영화 내내 지속됐다.(me2movie 싱글 맨) #
    싱글 맨
    싱글 맨
  • 저는요, 이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를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언급한 느낌이 물씬드네요.(me2movie 파주) #
    파주
    파주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어제 영화보러 이대를 가로지르다가 모교의 교복을 발견했다.

이럴수가.
우리 하복 바뀌었다;;;;
완전 심플해. 완전 편해보여. 완전 시원해.
회색과 흰색이 배합된 PK셔츠. 자주색이 포인트로 들어가서 간지까지 난다.

나는 억울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왜? 여름마다 하복 입는게 스트레스였으니까!
하복으로 인해 박해라면 박해요, 수난이라면 수난의 과정을 무수히 당해왔으니까!

우리 당시 학교 하복은 와이셔츠와 스커트 외에 구성품이 더 있었다.
바로  앞치마와 멜빵.
상상하면 꽤 이쁜 하복구조 같은데, 그런건 날씬하고 늘씬한 애들한테만 해당사항이었다.
3년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여고생들의 똥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옷이었다.

나는 종종 우리반 남자아이들의 질타를 받아왔는데
(다행히 앞치마를 경험하고 있는 여자아이들은 '앞치마를 하고 있는 쪽'이 '앞치마 하는걸 지켜보는 쪽'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주변의 반응은 둘 중 하나였다.
신*희를 보기만 해도 덥다! 저리 꺼우져 라고 외치는 강경파와,
신*희를 보기만 해도 너무 더우니까 앞치마를 떼고 다니게 해달라 는 선생님께 요구하는 온건타협파.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으로 복장 검사를 안하던 학교였는데,
나 고1때부터 교풍이 바뀌더니, 2학년 때는 한달에 한번씩 학생부장 선생님이 반에 들어와서 애들 복장 검사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그 상황이 정말 가관이었다. 조금이라도 수업하기 싫은 애들 입장으로썬, 친구를 팔아 노는 시간을 더 벌려고 하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곧잘 지목받았다.
"선생님 신*희 날라리에요. 남자애중에 신승*만 3,2,1(남자아이들 머리 자르는 사이즈를 의미:앞머리3 옆머리2 뒷머리1) 아니래요."
같이 성별을 초월한 밀고와

또 다른 밀고가 있었다.
"선생님, 신*희 날라리에요. 교복 줄였어요!"
라는 억울한 밀고.

그럼 칠판 앞으로 불리워서 심문아닌 심문을 당하는 건 물론,
어디 줄였냐 살펴보게 한바퀴 돌아보란 소리까지 들었다;;;
나에 관한 심문이 한동안 이루어지고, 아무리 찾아봐도 줄인 곳을 발견하지 못하면
학생주임의 시선이 이동하는 곳은 나를 밀고한 아이다.  
그럼 곧이어 밀고자의 항변이 이어진다.
"정말이에요."

억울하다는 듯한 뉘앙스의 음성이 이어진다.
"교복 앞판 줄였대요."
"맞아요, 신*희 날라리예요!"


거드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또 다른 아이템을 내놓는 밀고자도 있다.

"하복 와이셔츠도 줄였대요"
"치마 허리도 줄였대요"
"급식도 많이 먹어요"


라는 상상도 못할 밀고가 (수업이 끝날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여튼 교복 앞치마 판은 나에게 작았다.
다른 아이들에게 딱 맞는 사이즈였지만,
다른 아이들 배의 체격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작았다.

허리사이즈가 다르면 앞치마 판도 사이즈가 다르게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세상은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더욱더 다양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겠다.

여튼, 나와 같이 하복 앞치마로 인하여 고민을 덜 후배들이 없어졌다니 다행이긴 하면서도 나같은 핍박을 경험해 봐야 다양성의 권리를 고민해볼 수 있을터인데 하는 아쉬움도 인다.





인간의 땅 2부 <철까마귀의 날들>을 보고 정말 펑펑 울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꼭 한번 보라고 꼭 봐야만 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영상에서 가장 신경 써서 담은 것은 '노동자들의 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역시, 같았다. 그들의 고되고 헐벗은 발.
그들의 발은 흔히 주먹이나 손으로 상징되는 노동성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연장을 쥘 기회조차 없는 제3국의 노동자이기 때문에.

맨발 맨발  여린 살갗이 쇠처럼 단단해지도록 갯벌을 헤치고 다니는 사람들.
그들의 삶은 그 발 아래 놓여 있었다.
그들이 끝없이 걸어야 하는 그 갯벌속에 있었다.

그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영상이,
장면과 장면마다 과하지 않은 채 가진 것 그 자체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내레이션이.
이 프로그램 하나에 모두 녹아 있었다.

구성 공부할 겸 필사도 해보았는데
구절 구절 참 아름답기도 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을 올려본다.


-한끼 밥을 해결할 수 없을 때, 이 아이에게 아동노동이 불법이란 사실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석면가루가 치명적이라는 사실도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가난은 힘이 세다.
따지고 보면 단명한 이치다. 사람이든 까마귀든, 자식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이별.
지금 고향을 떠나는 벨랄에게 가난은 앞못보는 아이이고, 사랑하는 아내다.

-벨랄과 라흐만은 야간조로 일하고 있다.
5만디카, 우리돈 80만원을 모아 고향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벨랄의 꿈은 오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땅 2부 <용광로 철까마귀의 날들> 中
글, 구성 문예원 연출 박봉남







  • 새벽경기보고 다시자는데 꿈을꿨다 정대세가골넣고인터뷰하더라 꿈말고 금요일저녁에직접보고싶다(me2mms) #
  • 생일은 며칠남았지만 고마운 엄양의 써프라이즈선물 고마우이 하트뿅뽕(me2mms me2photo) #

    me2photo

  • 칸나가 완장차는건 다시 못보겠군 ;ㅁ; 잘가요 주장님 흑흑 그래도 당신은 나의 영웅! 나의 이상형♥ #
  • 한양문고 갈 때가 왔구나. 이미 가진 책은 왠만하면 애장판으로 나와도 다시 사진 않는데, 보존가치를 생각해서 다시 구입해야겠다. #
  • 너무 가슴아파서 북한경기 그만볼까 하다가 마지막까지 지켜봤습니다. 그들도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는데, 응원도 멈춰선 안될것 같아서요. 리명국 골키퍼 절뚝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마음을 담아서 박수를 보냅니다. #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엄마의 울음

소소한 수다 2010. 6. 25. 11:22

그건 참 생소한 광경이었다.
만두랑 쩡아랑 맥주나 할까하고 나선 동네 놀이터. 후끈한 여름밤, 시려운 맥주캔을 붙잡고 노닥노닥 사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데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건너편 정자 가로등빛이 들어오지 않는 자리.
한 아주머니 한분이 울고 계셨다. 뒷쪽에는 따님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분이 같이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가 얼마나 서럽게 우셨냐면, 꺽꺽 터져나오는 신음을 입으로 막아가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울고 계셨다.
쏟아지는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서 건너편에 있는 나까지 찌릿찌릿 가슴 아플 정도였다.  

나는 그러면서도 그 광경이 참 낯설다 생각했다.

우나무노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은 이성보다는 감정이라고.
그런데 사람이 우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나는 그 장면을 그토록 낯설어 했던걸까?

TV도 드라마도 영화도 아무도 '어머니'가 소리내어 우는 장면을 담지 않는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거나 묵묵하게 버텨내는 모습만을 그린다.
'엄마'라고 해서 울고 싶은 때가 없는게 아닌데.

나는 짜증나면 목놓아 울고, 서러우면 눈물을 훔치고,
울거나 말하거나 둘 중에 하나만 할 것이지,
울는 도중에도 할말이 참 많아서, 목소리와 눈물을 뒤섞어 떨리는 목소리로 지껄이기도 참 많이 지껄인다. 짠눈물을 삼키면서 콧물을 들이마시고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도 그건 내게 주어진 감정소모의 기회다.더없는 발산 쌓았던 한을 해소하는 축제.  
내게 '울음'이란건 터뜨리는 즉시 그러한 긍정의 기능을 발휘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는 그런 감정의 발산과 소모를 '어머니'에게 허락하지 않았던건 아닐까? 내 스물아홉 기억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우리 엄마가 소리 내 엉엉 울었던 기억이 없다. 매체도 마찬가지다  (특수 상황에서 가족이 죽지 않는 한) 극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땅을 치며 우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문득 일상속에서 터뜨리지 못한 채 쌓여만 있을 수 많은 '어머니'들의 수많은 '감정'을 떠올려 봤다.

저 아주머니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 어두운 놀이터까지 찾아오셨듯이
왠지 우리 엄마가 울음을 터뜨릴 장소는 흔치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출근길에 전봇대에 붙어 있는 <강아지 찾습니다> 용지를 봤다.
가볍고 날렵한 흰색 마르티스.
포상금까지 걸려 있는 전단지에서는 주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물씬 느껴졌다.

나도 6년전 겨울 나도 우리집 강아지를 잃고
눈물과 흐느낌 속에 퉁퉁 부은채로 2박 3일 연대와 연희동 일대를 정신줄을 놓은 채 헤맸던 적이 있었다. 아련하게 흐릿했던 그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통에 조금 센치해졌다.
(아흑 난다야!!!)

난다를 잃어버리고 재빠른 기동력(->전단지 붙이기)과 인적자원구축(->동네친구들,교회친구들)으로 '난다를 봤다'는 전화를 대여섯통 받았다.
하지만 모두다 우리 '난다'는 아니었다.
그냥 할일 없이 동네를 쏘다니는 '백구'는 너무나 많았다.
아니, 동네에서 놓아 기르는 개의 종류는 백구 밖에 없는 듯 했다.

전화를 받고 만난 개들,
그 중에는 우리 난다보다 훨씬 잘빠지고 늠름한 개도 있었고
눈이 땡그랗고 까매서 더욱 사랑스럽게 생긴 개도 있었다.
전화로 난다를 봤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눈에는
그 개와 우리 난다가 모두 똑같이 보였을 것이다.

신촌까지 쓰레바 차림으로 뛰어갔다가 터덜터덜 돌아오는 나에게
엄마가 한마디 던졌다.
"그냥 난다 대신 데려오지 그랬어?"

그럴수 없었다.
그 어떤 개도 우리 난다를 대신할 수는 없다.

대체불가결한 무언가가 있다.
세상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뽑아낸 물건들이,
같은 종의 생물들이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대체 불가결한 무언가가 있다.

진부하게 '그런게 길들인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런 감정은 언젠간 물탄듯 뿌옇게 흐려지기도 하는거니까.

그 순간 이게 아니면 안된다, 이것 아니면 안된다. 모든걸 다 버리고서라도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있다. 그게 꼭 들어 맞는 순간 그런게 인생의 환희가 되는 것일까?

강아지를 잃은 주인의 애타는 심정이야
백번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반드시 이 시기에 만나라는건 아니지만,
그  강아지 없이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느낄 즈음, 반드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 난다도 나와 대체가능한 다른 주인 만나서 어딘가 잘살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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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소소한 수다 2010. 6. 23. 23:44

글을 쓰는게 어렵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배치, 구성의 순서.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나는 쓰고 싶은 말이, 떠들어 대고 싶은 글이 이토록 흘러 넘치는데
그 중 단 몇몇만 고르라니, 참 어려운 일이다.

 

꿈길

소소한 수다 2010. 6. 22. 18:48

좋아하는 노래 중에 김보령 꿈길 이라는 노래가 있다.



작년에 흠뻑 빠졌던 드라마 '탐나는 도다 OST'에 나온 노래인데,
이 노래에 반하게 된 건 단 한 장면 때문이었다.

달이 휘엉청 뜬 밤. 작은 보따리를 싸서 버진이는 달리고 있었다.
금발의 친구 윌리엄과 고향 제주도를 떠나기 위해서. 
그 갈대밭 속 버진이는 넘어져 다리를 삐어도 아랑곳 않았고 
향할 곳도 오직 하나였다. 

그리고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조선시대, 그것도 제주도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여성의 삶.
물질 하나로 정해진 일생. 벗어 날 수 없는 멍에.
그 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을 벗어던졌을 때 느꼈던 가벼움만큼은 탁트인 벌판 아래서
가득 펼쳐져 있었다.

여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이 노래를 꺼내 듣는다.
그 언젠가 지금 나의 모습을 다 버린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여행의 욕구가 차오를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지고, 주먹을 꼬옥 쥔 채로,
떠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