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스스로를 보건대,
완고함은 반드시 고쳐야할 부분이다.
인생은 계산이 아닌데 자꾸만 딱 떨어지는 답을 구한다.
그걸 스스로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들이민다.
유연한 사고.
긍정의 힘.
말랑한 삶.
그런게 가능해질 날이 올까?
한 편당 약 70분에 달하는 24회를 2-3일에 걸쳐본다는 것은 커다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난 해냈다! 파하하.
대길이 보는 맛으로 우직하게 버텼다.
나는 내가 나쁜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친구가 대길이보고 나쁜 남자란다.
아닌데... 오빤 비뚤어진 남자지, 나쁜 남자는 아니란 말이지.
(그러고 보니 설화한테 대길이가 나 좋아하지 말라고 말했던거 같다. 나쁜남자 맞는듯...)
남들이 다 대작이다 대작이야 소란할 때는 혼자 안보다가
이제와서 뒷북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몰아서 봐야 감정이입이 더 잘된다.
내가 일하는 직군에서 드라마 꼬박꼬박 챙겨 보는것도 하늘의 별따기이고.
작년 이맘 때였던가? 푹 빠져있었던게 쾌도홍길동 길동이었는데, 주변에서 버림받고 의지할데 없고 그런 놈이 혼자서 나름 (비뚤어질 지언정) 굳세게 살아가는걸 보면 맘이 간다. 난 길동이 등짝만 보면 어찌나 외로워보이던지, 한동안 '만약에'노래만 들리면 눈물이 울컥 콧물이 훌쩍 나는걸 막아야 했었다.
사실 추석 때 원래 목표는 한성별곡을 보는거였다.
이제 곧 하게 될 프로그램이 정조 관련이었단 말이지.
내가 꾹참고 4편까지 봤는데, 영상화려하고 색감 죽여주고 조연들 연기 끝내주는데 빠진게 있어....
난 내가 그렇게 이쁜 얼굴을 밝힌다고 생각 못했는데 여주인공의 얼굴이 거슬리더라. 대체 왜 남주 둘이서 여주에게 푹 빠졌는지 느낌이 안와;;; 다급해도 왜 다급한지 감정 이입이 안돼;;;
그리고 주연 셋다 못해. 결국 4편까지 보다 말고 창을 꺼버렸다.
그러고 도전한게 <추노>.
그리고 대길 오빠를 만났다. (푸하하)
근데 추노 1편 보고 소리를 지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 놔 뭐 이래? 뭐 이렇게 대단해? 뭐 이렇게 스펙터클해? 노래만 들어도 말타고 텨나가야할거 같아!!!
근데 3회부터 나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있었으니... 한성별곡을 그만보게 만든 여주인공이 추노에 나온다;;; (그것도 3편부터 24편까지. ㅜ..ㅜ)
추노꾼 남자 셋이 맛깔나게 대사 주고 받는데 첫등장 발성부터 튀더라. 그것도 거슬리는데 연기도 못해.(한성별곡서 정적으로 참하게 나올 땐 봐줄만 했는데 통통 튀는 연기는 못견디겠음) 상큼발랄한 역할 같은데 귀여운척하면 내 손발이 오그라들어. 게다가 캐릭터까지 시망이야.
추노 방송 당시 언년이 욕은 들어먹어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설화가 더 싫다.
언년이는 그냥 답답한 수동적인 여성상인거고, 설화는 다르다.
개념은 어디다 팔아먹었으며 (언년이는 개념이라도 있었지), 뻔뻔하기가 하늘을 지르고...
내가 절대 대길이 오빠랑 같이 말타고 다녀서 그러는거 아님. 진짜 아님!
언년이는 욕이라도 먹었지, 설화는 보아하니 욕도 안먹은거 같던데. 정녕, 설화에 대해선 나만 분노한 것인가?
아이라인 눈썹라인 다그리고 나와 입술 찍어발라 분쳐발라 손톱손질해. 말타고 돌아다니는 와중에 분홍 치마 꼬까옷 입고 다녀. 게다가 중간에 대길이네 말 팔아, 말판 돈 지 돈 마냥 주막에 뿌려. 그래놓곤 사과 한마디 안해. 자기 버렸다고 징징대. 또 눈치코치는 어찌나 없는지, 언년이 결혼해서 총 맞은 것처럼 아픈 대길이 심장에 소금 뿌리기 대장이다. 언년이 결혼으로 울부짖는 대길이 앞에서 왜 자꾸 언년이 얘기는 해싸?!?!?!? (나랑 싸울래?)
대길 오빠가 온산에 대고 가라고 쩌렁쩌렁 소리 지를때 내가 다 후련했다. (근데 24편까지 계속 나오다니...) 모든걸 다 참을수 있었지만, 진짜 못참았던건 타령 부르는거;;;; 적막강산 어찌나 산통을 깨던지.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갈수록 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팔월을 견딜 수 없네
구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 作 <견딜 수 없네>
인환! 너는 왜 이런, 신문기사만큼도 못한 것을 시라고 쓰고갔지?그 유명한 문인도 '열폭'이란 감정을 알고 있으며,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싸우고 절교한다. 질투에 지치다 못해 때론 누군가를 험담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천재와 범인, 다를바 하나 없는 인간사 매한가지라며 나같은 이도 살아갈 희망을 주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성경이라 하겠다.
이 유치한, 말발도 서지 않는 후기.
어떤 사람들은 너의 <목마와 숙녀>를 너의 가장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눈에는 '목마'도 '숙녀'도 낡은 말이다. 네가 이것을 쓰기 20년 전에 벌써 무수히 써먹은 낡은 말들이다. '원정(圓丁)'이 다 뭐냐? '배코니아가' 다 뭣이며, '아포롱'이 다 뭐냐?
김수영 전집 2권 <박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