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소소한 수다 2010. 10. 15. 10:48

스스로 스스로를 보건대,
완고함은 반드시 고쳐야할 부분이다.

인생은 계산이 아닌데 자꾸만 딱 떨어지는 답을 구한다.
그걸 스스로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들이민다. 

유연한 사고.
긍정의 힘.
말랑한 삶.

그런게 가능해질 날이 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군밤

소소한 수다 2010. 10. 10. 23:25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뾰족한 가시속에 단단한 알밤.
단단한 알밤 속에 또 한번 몸을 숨긴 알맹이.
나뭇껍질마냥 메마른 꺼풀 안에 이런 알토랑 같은 살결이 숨겨져 있을꺼라 생각했을까?

그리고 가끔 그 속으로 파고든 애벌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단단한 가시껍질을 바르고, 거칠은 나무껍질을 뚫는 동안
단 한번도 포기하고 싶은적 없었냐 묻고 싶다.
어떤 견고한 믿음이 너를 여기까지 이끌었느냐 묻고 싶어진다. 


엄마가 구워준 군밤 까먹다가 부질없이 생각해 봤다.




우울과 슬픔

20세기 소녀 2010. 10. 7. 11:04


우울은 장기간에 걸친 얕게 깔린 감정이라면
슬픔은 촘촘히 밀집 된 감정이라고 하겠다.

엊저녁엔 버스를 타는데 크고 높은 감정이 진짜 빵! 하고 터졌다.
몹시 슬펐다. 다행히 길게 가진 않았다. 

마포대교 혹은 서강대교를 지나 신촌을 지나 동네에 도착.
나는 언제까지고 이 풍경을 반복해야 할까.  
무수히 많은 반복을 한다 해서 그것이 반드시 궤도로 남는 것은 아닌데-
반복되는 일상이 숨통을 막고,
그러다 어느날 부질없이 사라질 것에 또 서글퍼지고.  

소모 될 수 밖에 없는 진실이 속상했고
이 바닥을 아무리 난다 긴다 하지만, 결국엔 모두 퇴물이 될 것이 비참했고
다른 길은 있겠지만 결과 또한 모두 비슷할 것 같아서 슬펐다.

어제는 슬펐지만 다행히 오늘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던 나는,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인생의 화두를 찾는데 골몰하겠다.



혼자 놀기

소소한 수다 2010. 10. 6. 12:09


일단 애가 싫다.
나 하나 책임지며 사는것도 힘든데, 남까지 책임지는건 힘들것 같다.
알게 모르게 여자에게 부여되는 집안일은 생각만해도 부아가 치민다.

혼자 살기로 점차 마음이 굳어져 가는 가운데,
초라한 비혼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떠올렸다.
비혼인데 초라하면 선택이 아니라 어쩔수 없는 결과인거 같잖아.

1. 간단하게 망치질이나 못질 이런 걸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친구 불러서 못 질 좀 시키고 미안해서 탕수육 쏘면 그 돈이 그 돈이잖아.

2. 컴퓨터 박사가 되어야겠다.
컴퓨터 에러나도 무심하고 시크하게 백업하고 포맷하고 뚝딱 고쳐내는 컴퓨터 박사가 되고 싶다. 오밤중에 결혼한 남자애에게 전화해서 불러내서 두세시간 붙잡아두는 진상 되고 싶지 않다. 

3. 혼자 노는 법을 익혀야겠다.
주변 친구들이야 남아 있겠지만, 결혼과 출산 이런걸 거치면 깔때기에 여과되듯 당연히 걸러지겠지. 선택군이 지금처럼 널려 있을때야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음. 아마도 그럴거 같아. 혼자 커피숍도 갈 수 있고 밥먹기도 잘한다. 근데 아직 혼자서 술먹어 보기는 못했는데 혼자 술마셔도 괜찮을만한데가 어디있을래나. 바(bar) 이런데서 우아떨고 싶을거 같진 않고 대포집같은데 없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차피 내 인생. 외로움 따위 껌처럼 질겅이며 고고하고 우아하게 나 홀로 걸어가보련다.




  • 대길오빠 스케치중(me2mms me2photo) #

    me2photo

  • 다모토리 서른즈음에나온다(me2mms me2photo) #

    me2photo

  • 팔찌 선물받음(me2mms me2photo) #

    me2photo

  • 빵빵터지고 배를 부여잡고 돌아온 영화. 전단지부터 웃겼지만, 생의 참된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이 깃들여진 영화임. ㅋㅋ(me2movie 불청객) #
    불청객
    불청객
  • 안나푸르나에서 손수 양모털목도리를 선물로사오신 나의아이돌김피디님 엉엉 나평생 팬클럽할테야 평생KFC할테야 ㅜㅜ(me2mms me2photo) #

    me2photo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이해

소소한 수다 2010. 10. 5. 13:04

어떤 것에 대해선, 세상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받아줄 포용력이 있으며
또 어떤것에 대해선 터럭 하나만큼의 어긋남도 용서치 못한다. 

오늘 나는
스스로 정의 내린 것에서 비껴나가면 얼마나 쉽게 혼란스러워 하는지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어렵구나.


아이폰 5

소소한 수다 2010. 10. 3. 22:32

소문으로만 듣던
아이폰 5를 손에 넣었다며 동생에게 자랑 좀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껒여..."







예상했던 대답이니까..
난 외롭지 않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사랑에 빠지면 그림을 그린다. (푸하하)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교회 오빠의 얼굴을 그려놓은 그림이
몇 달전 책장정리하다 튀어나왔을 때
나. 죽을 때 태우고 가야할 게 꽤 많은 인간임을 깨달았다.


여튼 실은 추석때부터 그리고 싶었다.
(이런저런 일정이 많았던 관계로 오늘에야...)

스케치때부터 인체 뎃생이 안맞는단 생각은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오빠의 드넓은 어깨와 가슴팍을 그리고 싶었쒀..)




고작 먹칠 좀 한다고 책상위는 난장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들을 올리는 와중에도 아직 치우지 못했다.


나름, 머리카락 선도 붓질로 살았고 디테일 있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로 찍어놓으니 시망...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디테일하게 찍어봤다.
10호짜리 붓(그것도 서양화 붓)으로 얇은선 긋는거 쉬운 일 아니거덩요?
진짜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둘째 서랍(화구넣어둔 서랍)을 열어봤더니 재료가 죄다 썩고 있다.
포스터 칼라는 죄 말라 붙어 있고,
펜이랑 펜촉은 있는데 제도용 잉크가 안보여;;;
고백하건데 선물 받아 놓고 한번도 안쓴 파스텔이랑 렘브란트 색연필도 있음...

야심차게 빠레트에 짜놓고 말렸던 솔거 물감 48색은 곰팡이 피기 일보직전이네.
이거야 원. 돈이 아까워서라도 자주 사랑에 빠지고, 자주 그려야겠다.

이따위 그림으로 대길오빠의 대쪽같은 이미지를 훼손한 것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오빠 (실력이 부족해서) 미안해요 ;ㅁ;


약속의 무게

소소한 수다 2010. 10. 1. 22:42

요즘들어 스테레오가 그립다.
만두 왈, 그래도 개청춘에 담겨져 있는게 어디냐고 했다.
도도 왈, 거기 나오니까 더 그립다고 했다.

스테레오가 그리운 까닭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커피에 대한 탁월한 미각을 자랑할만큼 내 입맛이 잘란것도 아니고
핸드드립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요즘도 싸구려 홍차라떼가 주는 가루거품의 단맛을 못 이겨 노란손수건을 찾는다.

그러다 얼마전 깨달았다.
스테레오가 줬던건 '약속없는 만남'이었다.

퇴근 후, 혹은 주말. 터덜터덜 쓰레빠를 끌고 나가
죽치고 앉아,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반가운 얼굴이 모여든다.
혼자라고 말했다 둘이 셋이 모여든다.

때론 약속이 주는 무게가 갑갑하다.
맞춰가야하고, 늦어선 안되고, 그래서 때론 미안하다. 
그런 강박은 밥벌이로 족하다.

정해진 것 만큼 재미 없는 것도 없다.  
문자를 통해, 전화를 통해 갖는 만남은 너무 건조하고 딱딱하다.
'우연'을 덧대면 훨씬더 말랑한 자리가 될텐데. 

예정된 약속 없이, 통보 없이, 가지게 되는 만남이 그립다. 
근데 그걸 잃었다.

동네엔 참 많은 커피집이 생겼다.  
그래도 혼자 우두커니 있다보면 눈치 안볼만한 집이 없고,
앉아 있다 보면 한놈 두놈 모여드는 단골집도 없다.
그래서 스테레오 낡은 테이블이, 짝짝이 의자가 아직도 그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왔다

소소한 수다 2010. 9. 30. 14:01

누구는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빠진다는데
나는 이 계절만 되면 있어본적도 없는 낭만에 사로잡히는거 같다.
(진짜임 ㅎㅎㅎ)

여튼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왔다.
아침마다 코를 벌름거리면서 숨쉬는 게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되는 계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윤형주씨가 <놀러와>에서 부른 CM송이 가슴에 남았다.
언어가 가진 놀라운 힘이다. 불확실한 것들이 명확해진다.
그게 의미가 되고 정의가 된다.

지나고 나면 '지금'도 분명 웃음나고 돌아가고싶고 어여쁜 기억의 조각들일텐데
나는 왜 자꾸 조급하고 재촉하고 서두르는가.

스물 아홉.
지금도 분명, 나는 아름다운 날들 속에 있다.  

진짜임. ㅎ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노 감상문

소소한 수다 2010. 9. 27. 17:48

한 편당 약 70분에 달하는 24회를 2-3일에 걸쳐본다는 것은 커다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난 해냈다! 파하하.
대길이 보는 맛으로 우직하게 버텼다.

나는 내가 나쁜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친구가 대길이보고 나쁜 남자란다.
아닌데... 오빤 비뚤어진 남자지, 나쁜 남자는 아니란 말이지.
(그러고 보니 설화한테 대길이가 나 좋아하지 말라고 말했던거 같다. 나쁜남자 맞는듯...)

남들이 다 대작이다 대작이야 소란할 때는 혼자 안보다가
이제와서 뒷북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몰아서 봐야 감정이입이 더 잘된다.
내가 일하는 직군에서 드라마 꼬박꼬박 챙겨 보는것도 하늘의 별따기이고.

작년 이맘 때였던가? 푹 빠져있었던게 쾌도홍길동 길동이었는데, 주변에서 버림받고 의지할데 없고 그런 놈이 혼자서 나름 (비뚤어질 지언정) 굳세게 살아가는걸 보면 맘이 간다. 난 길동이 등짝만 보면 어찌나 외로워보이던지, 한동안 '만약에'노래만 들리면 눈물이 울컥 콧물이 훌쩍 나는걸 막아야 했었다.

사실 추석 때 원래 목표는 한성별곡을 보는거였다.
이제 곧 하게 될 프로그램이 정조 관련이었단 말이지.
내가 꾹참고 4편까지 봤는데, 영상화려하고 색감 죽여주고 조연들 연기 끝내주는데 빠진게 있어....
난 내가 그렇게 이쁜 얼굴을 밝힌다고 생각 못했는데 여주인공의 얼굴이 거슬리더라. 대체 왜 남주 둘이서 여주에게 푹 빠졌는지 느낌이 안와;;; 다급해도 왜 다급한지 감정 이입이 안돼;;;
그리고 주연 셋다 못해. 결국 4편까지 보다 말고 창을 꺼버렸다.

그러고 도전한게 <추노>.
그리고 대길 오빠를 만났다. (푸하하)
근데 추노 1편 보고 소리를 지른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 놔 뭐 이래? 뭐 이렇게 대단해? 뭐 이렇게 스펙터클해? 노래만 들어도 말타고 텨나가야할거 같아!!!

근데 3회부터 나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있었으니... 한성별곡을 그만보게 만든 여주인공이 추노에 나온다;;; (그것도 3편부터 24편까지. ㅜ..ㅜ)
추노꾼 남자 셋이 맛깔나게 대사 주고 받는데 첫등장 발성부터 튀더라. 그것도 거슬리는데 연기도 못해.(한성별곡서 정적으로 참하게 나올 땐 봐줄만 했는데 통통 튀는 연기는 못견디겠음) 상큼발랄한 역할 같은데 귀여운척하면 내 손발이 오그라들어. 게다가 캐릭터까지 시망이야.

추노 방송 당시 언년이 욕은 들어먹어서 익히 알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설화가 더 싫다.
언년이는 그냥 답답한 수동적인 여성상인거고, 설화는 다르다.
개념은 어디다 팔아먹었으며 (언년이는 개념이라도 있었지), 뻔뻔하기가 하늘을 지르고...
내가 절대 대길이 오빠랑 같이 말타고 다녀서 그러는거 아님. 진짜 아님!

언년이는 욕이라도 먹었지, 설화는 보아하니 욕도 안먹은거 같던데. 정녕, 설화에 대해선 나만 분노한 것인가?
아이라인 눈썹라인 다그리고 나와 입술 찍어발라 분쳐발라 손톱손질해. 말타고 돌아다니는 와중에 분홍 치마 꼬까옷 입고 다녀. 게다가 중간에 대길이네 말 팔아, 말판 돈 지 돈 마냥 주막에 뿌려. 그래놓곤 사과 한마디 안해. 자기 버렸다고 징징대. 또 눈치코치는 어찌나 없는지, 언년이 결혼해서 총 맞은 것처럼 아픈 대길이 심장에 소금 뿌리기 대장이다. 언년이 결혼으로 울부짖는 대길이 앞에서 왜 자꾸 언년이 얘기는 해싸?!?!?!? (나랑 싸울래?)  
대길 오빠가 온산에 대고 가라고 쩌렁쩌렁 소리 지를때 내가 다 후련했다. (근데 24편까지 계속 나오다니...) 모든걸 다 참을수 있었지만, 진짜 못참았던건 타령 부르는거;;;; 적막강산 어찌나 산통을 깨던지.  






여튼 여자캐릭터는 초복이 빼고 다 시망이다. 남자들은 등장하는 사람마다 이렇게 우월하고 멋진데 이따위로 여자를 그려놓다니.... 이 정도면 여성비하다. (아이고)
나 좌의정이 출입하는 기방 기녀가 뭐 한건 할 줄 알았고, 명나라 옷 입고 다니는 언니가 대단한거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언년이는 큰 뜻이 있어서 나중에 혁명에라도 가담할 줄 알았지.-_- (솔직히 말해라 언년아. 그냥 신랑이 늙은게 싫었지?)
 
24편 내내 너무너무 잘봤는데,
모든 이야기와 인생에 로맨스를 추구하는 여성으로서 한가지 아쉬운 점을 덧붙이자면,
대길이랑 언년이 둘이 왜 사랑에 빠지는지가 안나온다;;;; (이건 한성별곡도 마찬가지)
어릴적 동무처럼 지냈는데 커서 고생하는 걸 보면서 대길이가 안쓰러워 했다든지,
어릴적 여동생처럼 지낸 사이인데 사춘기 지나니까 완죤 이뻐졌더랄지.
그리고 언년이도 좀 더 대길이한테 잘해야하는거 아닌감?
그냥 다소곳하고 이쁜 종 언년이만 나오니까 이해가 안된다. (남자애들은 그거면 됐지 뭘더 바라겠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힘든데 성격이 안억세진것도 이해 안돼. 언년이는 첫 등장부터 정승판서정실부인마냥 여성스럽고 착하고 그랬다.

추노 칭찬하려고 쓴 글인데
죄다 욕이네.
아니에요. 솔직히 추노 진짜 재미지거든요. 오죽하면 오늘 OST 사러가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튼 결론 : 내 앞에서 대길이 까면 사살.
                  그리고 난 역시 쉬운 여자.





  • 나 요즘, '호젓하다'라는 단어를 알것 같다. #
  • 늦은지 한참이지만 이제사 추노를 보고 있다. 이 감독 뭐야;;; 놀랍기 그지 없는 영상구성. 빠져들지 않으면 이상할만큼 멋진 남자들. 그런데 여자캐릭터를 왜 다 이렇게 만들어놔!!!! 거의 여성비하수준이다… 언년이가 미워지기 전해 설화 입부터 틀어막고 싶다 ㅠㅠ(me2tv 추노) #
  • 아… 이다해가 긴다 기어…. 이거구나!(me2tv 추노) #
  • 한적한 연희동 더도말고 덜도말아라(me2mms me2photo) #

    me2photo

  • 소풍왔다 날씨 좋고(me2mms me2photo) #

    me2photo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혁' 이론

소소한 수다 2010. 9. 24. 16:35

'혁'이란 외자 이름은 멋있다.

여자들이 <독수리 오형제> 중, 건실한 건이 보다 혁이에게 빠지는 이유가 있다.
이를테면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광명처럼 굳건하고 한결같게 자라나는 건이 보다는,
쓰디쓴 운명에 부딪히며 세상을 냉소하고 비정한 세상 보기 싫다며 머리카락으로 한쪽 눈을 가린 채 거센 비가 몰아치는 밤 폭풍 바이크를 모는 둘째 혁에게는 분명 남다른 점이 있다.
남다르 다는 것은, 특별하다는 것.
어쩌면 독수리오형제 2호기 혁이가 여자들에게 매력 있는 이유는
젊음의 한때 질풍같은 사랑과 폭풍같은 낭만을 기대하기 때문이거나,
없어서 비뚤어진 놈은 뭔가 안됐다는 모성애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튼 <독수리 오형제>의 2호기 혁이는 '나쁜남자'로 강렬하게 내 머릿속에 남았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중간에 인조인간이 되어버린 아픔까지 있었던거 같다;;)
그런데 며칠전 나는 또 다른 혁이를 발견했다. (푸하하)
이름하여
(=추노 대길이)!
(이게 왠 또 뒤늦은 늦장단인가 싶지만 사랑에 선북 뒷북은 중요치 않고 외쳐보련다.)

아.. 장혁... 대길이 연기 잘해, 진짜 잘해 ㅠㅠㅠㅠㅠㅠbbbbbb
(혁 오빠, <내여자친구를소개합니다> 극장에서 보면서 바람개비 돌때 처 비웃었던거 미안)
대길이 오빠는 위인전기에 나올만큼 대쪽같지도, 올곧지도 않은데 또 그러면서 은근 마음 착하고 내 사람은 확실히 챙기고(오빠 사람만 되면 되는거니?), 욕하면서 잘해주고. (오빠 나쁜 남자니?) 게다가 추노질하면서 경기도에 2000평 넘게 논사두고 집사둔 부동산 부자.(퍼팩트! +_+)
빈정빈정 대면서 느끼하지 않게 적당히 지저분한게 너무 멋져.
그리고 한쪽 입꼬리 올라가면서 눈동자 삼백안 되면 완전 만화 주인공! 세상 누구랑 칼부림해도 지지 않을 악당같은 오빠 넘 좋아! ㅠㅠ

10화에서 언년이네 오빠 붙들고 쉰목소리로 '언년이 어딨냐?'할 땐 그 목소리 그 구절 핸드폰 벨소리로 만들까 하다가 참았다.
아아! 다시 생각해도 오빠는 정녕 멋있구나. ㅠㅠ 한여자 집착해서 조선팔도 유랑하며 10년을 따라다니는건 집착맞고 정신병 맞다. 하지만 장혁이 그렇게 해주만 땡큐베리머취 당케쉔 아리가또우고자이마스 그라시아스 메르시지.

지금 이틀 연이어 몰아치며 15부작째 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 9편 남았는데 한동안 대길앓이 할것 같다.

대길이 역이 장혁이 아닌 강지환한테 돌아갔더라면, 나는 한 남자에게 두번 반하는 수모(?)를 겪을뻔 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길이 역할을 장혁이 맡은 바람에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파하하.
연기라고는 고작 놀라는 표정 그윽한 표정이 전부인 언년이나 나옴과 동시에 짜증을 유발하는 설화(년)에 관해 글을 쓴다면 A4용지로 박사 학위 졸업논문을 쓸수 있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설명: 혁이오빠와 더불어 "사연많은 여자">


이 글을 한참 쓰다말고 불현듯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우리 고등학교 동창생 '*혁'. (헉... 안돼!)
그 혁이는 3학년 내내 얼굴을 마주한 채 대화한적이 없었으며 (주로 책상과 머리를 일치시키고 자고 있었다) 1년 내내 대화 한거라곤 '야 *혁! 지각비 내' '너 얼마 밀렸는줄 알아?' 정도가 전부였던거 같다.

아.. 이거 잘하면 내 주장에 대한 <반론 1 >의 예시로 등장하겠는 걸;;;;
'혁'이란 이름에 대한 나의 굳건한 믿음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순간이다
안돼! 혁이에 대한 믿음을 흔들지 말아~!!



여튼 결론 :
1. 혁이 오빠를 보니, 절권도가 배우고 싶다. 손가락 통통해도 가능할까요? 잽싸게 챱 질하다가 손가락이 상대방 몸에 끼는 거 아닐까요?
2. 나의 로망 중 하나인 말 타면서 포니테일 머리를 혁이 오빠가 헐벗은채로 해줬다.
   사랑해요 장혁♥
3. 성동일씨 나오면 이빨이 닦고 싶어진다 스켈링도 하고 싶어진다.  
4. 남자들이 죄 헐벗고 나온 1편 잊지 못하겠다. 24회까지 다보면 다시 돌려봐야지~
    다시 한번 <추노> 제작진에 감사드린다.





어제 8시 넘어 시작된 술자리는 오늘 아침 6시가 되어서 끝났다.

뎡이 기집애 결혼식 뒷풀이 자리기도 했는데, 신랑 허세랑 빼꼼히 얼굴만 비추고 그냥 가버렸다. 아니다, 1차는 거하게 쏘고 가버렸다.
8시에 엉덩이 붙인 자리에서 12시가 다돼도록 앉아 있었고 다들 얼근해질 즈음 다모토리로 옮겼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을 같이 보낸 고딩들이 모여서 노래를 불렀다.  
어느새 십년이 지나서, 스물 아홉.
취하기도 취했고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 말 않고 노래만 불렀다.
그 중 한 곡은 정말 마음을 담아, 정말 간절하게 불렀다.

똥쟁이는 그 와중에 신명을 못이기고 춤을 추웠다. 그게 또 10년 전 펌프춤과는 달리 기름지고 느끼했다. 박장대소를 하다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시끄러워서 민폐였을텐데, 옆테이블서 우리들이 참 보기 좋다면서 술을 쏘기도 했다. 

나는 때때로 지나가 버린 것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근데,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두번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이겠지만
그 옛날이 있어서 오늘이 이토록 즐겁고 신나는 걸.


새벽 4시 반경 도저히 못견디는 놈들은 집으로 갔고, 그나마 버티는 놈들은 술집 소파에 널부러졌다. 쌩쌩 멀쩡했던 우리를 향해 졸린 눈꺼풀을 감으면서 누군가 한마디 했다.

"지독한 년들, 우리 오늘 마신거 물 아니야. 술이야."

이십대 초반 술독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서른을 삼개월 앞두고 오랜만에 별명하나가 더 생겼다.





  • 책장정리 간신히마치다 ㅜㅜ아직몇몇칸은 맘에 안듬 ㅡ‥ㅜ(me2mms me2photo) #

    me2photo

  • 가끔 이런류의 작품들을 만날 때가 있다. (시청률이) 맨땅에 헤딩. (감독을)죽이고 싶은. 지나친 사투씬이 5분가까이 계속됐는데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시놉시스는 무척 재밌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아쉬운 점이 참 많다.(me2movie 죽이고 싶은) #
    죽이고 싶은
    죽이고 싶은
  • 열다섯명에 이르는 얘들에게 문자돌리고 시간 확인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대체 왜 자기 시간이랑 안맞는다고 욕까지 먹어야하나 -_- 언제까지 반창회나 동창회 시간잡기는 나의 몫인가;;; #
  • 스물아홉 여섯이모여서 와인한병 라임넣은모히또한병비웠다 한명은신문지를덮고 누웠다ㅋㅋ(me2mms me2photo) #

    me2photo

  • 웃겨 죽음ㅋㅋ신촌다모토리(me2mms me2photo) #

    me2photo

  • 씬났다 동업이(me2mms me2photo) #

    me2photo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변해가네2

소소한 수다 2010. 9. 20. 16:47

다들 변해만 가는데,
그러다 언젠가 나 혼자 남게 될까 두렵다.

나는 제자리인데 다들 앞으로 나가면
결국은 나만 도태되겠지.

아! 견딜 수 없구나.



갈수록 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팔월을 견딜 수 없네
구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 作 <견딜 수 없네>


 



얼굴이 사연

소소한 수다 2010. 9. 14. 13:02

슈퍼스타 K덕분에 온 나라가 난리인건 알겠다.
김지수와 장재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한창하다가 내가 물었다.

"장재인은 사연 있는거 아는데, 김지수도 사연이 있나?"
"우리나라에서 걔는 얼굴이 곧 사연이야"

빵 터졌다.
한참 빵 터지고 금방 다같이 우울해졌다.
사연이라면 나도 어디가서 절대, 결단코 뒤지지 않는 29년의 기억을 쏟아낼 수 있다.

내 얼굴이, 내 몸무게가, 내 몸매가 사연일 수 밖에 없는 부조리한 세상.












풋사랑.

소소한 수다 2010. 9. 12. 23:08

며칠간 쏟아지던 비가 그쳤고, 밤 공기는 맑았다. 달만 보는것도 지겹지 않게 때때로 구름이 가리기도 했다.
야밤에 연대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 2시가 아니더라도 감성돋는 얘기를 토로할 수 밖에 없다.

오늘 주제는 '교복 입던 시절에 연애를 했어야해'였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아니면 영영할 수 없는 연애들이 있다.

만약 지금 내 친구 중 누군가가 '불을 찾아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대책없는 연애에 빠져든다면 뜯어 말릴꺼다. '낭만은 가버렸다'고 되뇌이는 나라고 해도, 친구가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 모습은 딱 질색이다. '불보듯 뻔한 일인데, 연애로 끝낼 수는 없는 거니?'라며 회유를 하겠지. 다시 생각해보라, 정신차리라, 충고하겠지.

여튼 달밤에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비록 내가 겪지 못했지만, 주변의 누군가는 겪었을 법한 가슴 설레고 가슴 칠법한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중학교 시절 서로 마음만 확인하다가 연애못했는데, 결국 고딩때 다른 여자애랑 연애하는데 길가다 마주친 이야기.  
좋아하던 남자애가 용기내서 진지하게 '나 잡아.'라고 고백 했는데 평소 같이 옷잡고 개그치다 첫연애의 기회마저 날려버린 이야기.
3년간 짝사랑한 남자애를 7명 남겨 놓고 수학여행 포크댄스가 끝나버린 이야기.
내 인생 가장 설렜던 고백은 여고시절 우리학교 '오빠(주:보이쉬한 외모로 학교 내에 인기와 선물을 독점하던 여자애. 이런애들은 보통 삐지지 않고 가슴을 치며 화를 낸다. 인사도 손을 흔들며 귀엽게 안녕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터프하게 팔을 들어 경례를 한다.)'가 내 뒤에 앉았는데 속삭이듯 나직히 '나랑 사귈래?'라고  말했던 이야기.

누구는 신이 주신 그 기회를 기막히게 잡아내 첫연애를 했으며,
누군가는 신께서 넌 이때 연애를 해야만해 라고 등 떠밀었는데도 불구하고 어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기미조차 없는 구슬픈 십대를 보냈다.  

비록 지금의 나는 강팍하고 메마르기 이를데 없는 세상 속을 살고 있지만,
떠올리면 샘 솟듯 저릿하고 설레는 풋풋한 이야기들이 무엇이든 '처음' 투성이인 교복입고 여드름나는 애들 사이에선 계속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여튼, 그렇게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의 힘

소소한 수다 2010. 9. 10. 13: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위터에 올라온 라마단 축제 사진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절이란 참 아름다운 몸짓같다.
무언가를 염원하는 행위 기도에
몸을 숙여 스스로를 낮추는 행동을 덧붙이니 말이다.

대학시절 답사를 가서 유명한 절의 대웅전에만 들어가면
당시 나는 "주예수그리스도가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시고 삼일만에 깨어나심을 고백"하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절이 하고 싶어져서 견딜수가 없었고,
하고 싶은데로 했다.

지금은 뭐,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교회는 안나간다.
(나 죽기 전에 진보당이 집권하는 일은 있어도, 한국교회가 바뀔일은 없을 것 같으니 앞으로도 안나갈 것 같다.)

사진들을 보면서 라마단 축제가 이토록 아름다운 축제인지,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나 교회 다닐때는 라마단 기간이라고 사탄의 힘이 강성해 진다면서 특별기도도 하고 그랬었는데. 아아. 알아야 욕도 더 쉽다고 교회는 내가 아는 부분이 많으니까, 부당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교회 욕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여튼, 다른 사람을 사탄으로 규정짓고, 박해를 시작하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 사탄의 탈이 씌워지는건 아나 모르겠다.
만화책 보다 보면, 이런식의 그림 연출도 참 많더만.

그러고 보니 절방석을 사두고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가물하다.



로이터 통신의 라마단축제 사진
(출처: http://www.boston.com/bigpicture/2010/08/ramadan_2010.html)



친구들이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친구들이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그 당연한 수순을 내가 밟지 못해서인지, 그 도태가 두려워서인지,
혹은 나만은 튀고 싶어서 유달라보이고 싶어서 안달난건지 


결혼용 웨딩 미니홈피가 되었다가 2세 미니홈피가 되어가는 그 변천의 순간이 지겹다.
옛사진들은 왜 죄다 폴더에 닫아버리니? 예전의 너는(결혼 전의 너는, 아이 낳기 전의 너는) 더 이상 네가 아닌거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

소소한 수다 2010. 9. 8. 11:25



앞으로 추석까지 주구장창 바쁠 예정이다.
유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모서리로 사람을 내려친다면 살인미수 적용이 가능하다. 하루 30분씩 한팔로 들어올린다면 계란 알이 두개 들어간 팔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드커버 양장에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김수영 전집 (그 중 2권 산문편).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 읽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김수영이 얹혀 사는 처제를 욕할 때거나, 폭발적으로 갑자기 늘어난 수도요금을 알고 광폭무도해질 때였다.

그중 가장 최고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박인환 뒤땅까는 부분을 꼽겠다.

인환! 너는 왜 이런, 신문기사만큼도 못한 것을 시라고 쓰고갔지?
이 유치한, 말발도 서지 않는 후기.
어떤 사람들은 너의 <목마와 숙녀>를 너의 가장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눈에는 '목마'도 '숙녀'도 낡은 말이다. 네가 이것을 쓰기 20년 전에 벌써 무수히 써먹은 낡은 말들이다. '원정(圓丁)'이 다 뭐냐? '배코니아가' 다 뭣이며, '아포롱'이 다 뭐냐?


김수영 전집 2권 <박인환>
그 유명한 문인도 '열폭'이란 감정을 알고 있으며,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싸우고 절교한다. 질투에 지치다 못해 때론 누군가를 험담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천재와 범인, 다를바 하나 없는 인간사 매한가지라며 나같은 이도 살아갈 희망을 주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성경이라 하겠다. 







사람 독(毒)

소소한 수다 2010. 8. 31. 18:13
오늘도 난 회사에서 친구랑 네이트온을 했다.



친구 님의 말 : 변개(*'새끼'의 준말, 친구의 직장상사로써 평소 별명에 합당한 행동과 사상을 가지고 내 친구와 주변인물들을 괴롭히고 있음.) 오늘 아예 회사 안들어오니깐 넘좋다

나 님의 말 : 자리를 치워버리고 싶지?

친구 님의 말 : 아니,불질러 버리고 싶어!!!!!!!!!!!!!!!!!!!!!!!

나 님의 말 : 넘 과격해! 무서워잉~ ㅠㅠ


예전에 피디들 편집 안한다고 회사에 있던 탁구대를 도끼로 찍어서 불싸질러버리고 싶다던 한 작가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나는 다시 한번 느낀다.
도끼로 찍어서 불싸지르고 싶은건 탁구대가 아니라 피디였겠지;;;;
내 친구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 * --------------- * -------------- * ---------------- * -------------

사람과 사람이 밀집돼 있다. 좁은 공간 빽빽히 서 있으니까 서로 부딪히고 상처나고. 그 와중에 내가 너보다 앞서겠다 위에 있겠다 아득바득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나의 독기에 다른 사람이 감염되고, 전이되고. 퍼지고 퍼진 독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온다. 나 또한 감염된다.
이곳엔 사람이,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너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미디이소풍엠티 강화도펜션 바다너머산너머갈매기소리들린다(me2mms me2photo) #

    me2photo

  • 그토록 벼르고 별렀던 책장을 사려고 했건만, 보안카드를 안가져왔구나… ㅠㅅㅠ #
  • 원고 파일을 받았는데 쓰기 싫다 ㅠㅠ #
  • 이토록 주인공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기는 또 오래간만. 결국 마지막에 나는 울고 말았쒀(me2movie 토이 스토리 3) #
    토이 스토리 3
    토이 스토리 3
  • 책장이 월요일또는화요일배송 예정인데 기다리질못하고싹다꺼냈다 원고쓰기가어지간히싫었던듯(me2mms me2photo) #

    me2photo

  • 저녁 먹고 컴퓨터 앞에 4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원고는 한줄도 안썼다;;;; 이것이 나의 진심….? #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낭만은 가고

소소한 수다 2010. 8. 29. 22:05
그때는 참 좋다 생각했는데, 지금보면 그만큼 좋지 않은 것들이 있다.
굳이 꼽자면 왕가위의 영화나 박희정의 만화. 부활의 노래. 몇몇것들이 그렇다.

시대가 지났기에 빛바래는 것은 어쩔수 없다 치지만
그건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좀 더 세련되고 화려한 것들이 등장해서도 아니다.  

나는 아직도 강경옥의 만화에 공감하고 감탄하며
십대시절 만났던 90년대 가요를 MP3에 빠트리지 않고
그때봤던 최고로 꼽던 영화들을 아직도 최고로 꼽는다.
그건 분명히 별개의 문제였다.

몇 년 전 왕가위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본 적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동양과 서양의 거리적 차이는 있었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코트자락을 휘날리고 고독했는데, 어린시절 '너무 멋있어, 너무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던 그 장면에 대해서 100분의 1, 아니 100만분의 1도 공감할 수 없었다.

20대를 꿈꾸고 기대할 때는 그것이 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다.
가능성은 포용의 문을 열었고 나는 이해하고 공감하고 한편으론 기다리고 희망했다.  

막상 내가 겪어본 '어른'은 그렇지 않았다.
사랑, 꿈과 같은 '낭만'이 자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곳에 '현실'이 서 있었다.

꿈에 대한 고민보다는 영어시험 하나 본 적 없는 내가 어디에 취직할 수 있을까에 머리를 쥐어 싸맸고, 어떻게 하면 무얼하면 쉽게 돈벌고 먹고 살까를 매일같이 궁리했으며, 출근하기 싫다는 고민은 누구나가 그렇다며 간신히 스스로를 다독였다.

현실은 너무나 또렷하고 구체적이었고, 구체적이고 확실할 수록 매력은 반감됐다.
꿈꾸고 상상할 자유마저 빼앗아 가니까. 낭만은 희망할 새도 없이 더더욱 멀어져갔다.

아무리 멋진 야경에 비싼 코트를 걸쳐 입고 돌아다닌들,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이 같이 일하는 동료가 밉다거나, 일만 죽도록 시키는 상사가 짜증난다거나 하는 고민이라면 그 고민은 결코 낭만적일 수 없다.
미치지 않고서야 내 사랑과 만난 순간 깨져버린 회중시계를 들고 아메리카 사막 한 가운데서 의자를 놓고 앉아서 내 키만한 해바라기를 드는 일은 없다.
한참동안 찾아가지 않던 죽어버린 옛애인의 무덤에 찾아가는 일도...있을 턱이 없다.

여튼 왕가위의 영화도, 박희정의 만화도, 부활의 노래도.
나에겐 모두 거짓말이 됐다.
그 감정들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은 묘지명에 이 한마디 남겼다는데,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것
나의 현실은 이렇다.
(십대때 꿈꾸던) 낭만은 가고, (엄혹한) 현실은 남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고 쓰는 날에는

원고를 쓰다말고 손톱을 자르고, 손톱을 자르다 말고 손톱 위 그슬음을 모두 끊어버리고  
찝찝하다며 세수를 하고 세수 한김에 스크럽을 하겠다며 모래를 얼굴에 문질러보고 그러면서 각질이 완전 청산 됐는지 확인 또 확인, 거울보기를 십여분.  
잠에서 좀 깨보겠답시고 이를 닦고, 이를 닦은 김에 치실로 치석 제거에 도전하며, 치실로도 안되는 치석들은 이쑤시개로 도전해 보고, 그러다 침이 새도록 차오르고 턱이 빠지는 듯한 고통에 당면하면 이번 주 내로 반드시 스켈링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방으로 돌아와 얼굴이 건조하면 안되니까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바르고 그러다 수분공급으로 인해 유달리 굵어진 입주면 솜털들을 발견 바로 제거에 돌입한다. 솜털이 한두털이 아니므로 삼사십개 뽑고 나면 남는 건 눈물자국 두줄기. 따가운 내 턱주변. 차라리 수염이 나는게 낫겠단 판단이 선다.

이제 좀 두 손 얌전히 키보드 위에 올려볼까 하면, 뒷머리가 뜬거 같아, 결국 빗을 들고 와선 키보드 위 제자리는 잊은 채 양손을 이용해 빗을 들고 머리를 만지는데 사용한다.

그리하여 외출할 일도 없는데 평소 외출때보다 차분하고 깔끔한 나를 만나게 된다.
원고 쓰는 날에는?
원고 쓰는 날에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그렇지

소소한 수다 2010. 8. 27. 21:15

나이를 먹을 수록 반복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다.
대게의 경우 '그럼 그렇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오늘 어떤분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는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염려되는 마음도 있지만, 일단은 그 소식을 자랑스러워 하기로 했다.
그럼 그렇지. 그러고도 남을 분이었다.

나이와 함께 먹어가는 눈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평가는 거의 일관된다.
특별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긍정 위에는 긍정이 부정 위에는 부정이 쌓인다. 그리고 두텁게 쌓인 퇴적층이 굳고 굳어서 단단한 하나의 개체를 형성한다. 단단하게 굳은 것은 쉽사리 말랑해지지 않는다. '예상 외의 일인'라는 역접을 사용하게 될일은 드물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나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사람들은 나의 어떤 모습에 '그럼 그렇지'라는 문장을 붙여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을 달아달란 말은 절대 아니다 -_-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해인사 촬영을 다녀왔다.
난생 처음 산사에서 잠을 자 보았고,
일반인은 감히 출입할 수 조차 없는 곳을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 짧은 2박 3일의 일정이, 마치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달이면, 한달같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몇시간이면 몇시간. 몇초처럼 짧게도 느껴져서
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 그토록 아쉬울 수 없었다.
아쉬움을 곱씹고 씹으면서, 절에서 내려오는 이 길이 그토록 길 수 밖에 없는가를 떠올렸다.

비오는 대적광전. 그 뒤로 피어오르던 가야산의 물안개.
나는 새도 피해간다는 장경판전.
장경판전 입구에 피어오른 오후의 연꽃.
비로자나불에 새겨진 천년의 사랑.
바위 위 희랑대의 외로운 목탁소리.

천이백년의 역사답게 해인사 곳곳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숨쉬고 있었다.
이번 가을, 다시 해인사에 갈 수 있을까?
2박 3일로는 너무 짧아.  
다음번엔 새벽예불 드리면서 백팔배와 더불어 버려야할 많은 것들을 두고 오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종묘제례는 답이없다 ㅠㅠ 우찌 구성하남요? #
  • 곰다방커피 이제좀살맛난다(me2mms me2photo) #

    me2photo

  • 해인사는 더 어렵다 흑흑 #
  • 가야산 해인사에서 하룻밤 달떠있는산사가참좋구나(me2mms me2photo) #

    me2photo

  • 해인사 주지스님 법전안에서본 가야산(me2mms me2photo) #

    me2photo

  • 비오는 해인사 대적광전(me2mms me2photo) #

    me2photo

  • 해인사 고양이 선재 아들호두와함께 살고있음 생쥐육회대신감자를좋아함(me2mms me2photo) #

    me2photo

이 글은 앙증님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