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물었다. 느닷없이-
"일주일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평소 같으면 몇번의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할 대답이다. 죽음이라니. 앞으로 세상 기회와 시간이 차단되는 일이잖아. 신중을 기해야할 대답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저 없이 답을 달았다.
사실, 이 질문은 '나 혼자 문답놀이'를 할 때 이미 생각한 질문이었다.
'내가 언제 죽을지를 알게 되는 행운'이 생긴다면,
나는 제일 먼저 수첩을 열겠다. 그리고 스케쥴을 짜겠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꼭 만나겠다. 모두 열거하지 않겠다. 시간을 길게 보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시간의 길이' 보다는 '인상'의 깊이가 중요하다. 나는 함께하는 자리마다 카메라를 대동하겠다. 그리고 묻겠다.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니?'
그 자리가 '마지막이라는 단면' 그 날카로움에 아파하며 눈물 범벅이 될지,
즐거웠던 옛 추억을 회상하며 웃음바다가 될지 모르겠다.
여튼 나는 지난 날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다.
어차피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기억되는 존재다.
그 기억이 길든, 짧든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내부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는 외부가 일치할리는 없다.
가는 날을 선고 받은 마당에, 이왕이면 나의 '외부'모습까지 알고 죽고 싶다.
그리고 이건 솔직한 심정이지만, 나쁜 소리는 안하겠지. 아마 나와 관계가 좋았던 사람만 만날꺼니까 그럴거다.
문답놀이를 시작하면서 부질없이 했던 상상이다.
근데 정말 웃긴건 상상하면 할 수록,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이 되버렸다는 거다.
"편집은 내가 해줄께."
친구의 대답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