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앙증'에 해당되는 글 763건

  1. 2016.01.21 트럭투어에서 만난 친구들 2
  2. 2016.01.20 몇가지 푸념 5
  3. 2016.01.14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루사카 이동중에 만난 대테러
  4. 2016.01.13 (기억도모를위한) 트럭투어 간단 메모 6
  5. 2015.12.30 트럭투어 도중 쓰는 짬짤일기
  6. 2015.12.01 보졸레누보 투어 2
  7. 2015.11.28 프랑스 여행 소소한 단상들
  8. 2015.11.28 리옹여행을 포함한 작별의 한주 돌아온 한주의 근황
  9. 2015.11.27 리옹 구시가지
  10. 2015.11.27 짧은 안시 여행 Annecy
  11. 2015.11.24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Perouges 페르쥬
  12. 2015.11.24 Place Bellecour
  13. 2015.11.23 맛있다 맛있다 프랑스는 다 맛있다! 2
  14. 2015.11.10 자잘한 근황추가 1
  15. 2015.10.29 몇가지 단상
  16. 2015.10.19 10월10일부터 10월18일 몇가지 단상
  17. 2015.10.19 두번째 스무살
  18. 2015.10.10 10월 4일-10월 9일 2
  19. 2015.09.28 나 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 9월 26일 27일 일기
  20. 2015.09.27 동일한 DNA의 힘-9월25일 2
  21. 2015.09.27 그때왜나는그런선택을했었나, 몰타바다에서뼈져린후회-9월24일
  22. 2015.09.27 몰타 첫날 - 9월 23일 3
  23. 2015.09.27 9월22일 몰타까지 멀고 먼길, 시트콤을 두편 찍어도 도착하지 않을길 2
  24. 2015.09.22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25. 2015.09.20 여정을 준비하며 (부제 : 누가 판판히 논다고 했나)
  26. 2015.08.26 K본부 8층을 떠나며..
  27. 2015.08.05 호흡이 가쁘다.
  28. 2015.07.03 연희동 불란서 미니2층집의 어느날
  29. 2015.06.18 몇가지 결정
  30. 2015.06.09 자신이 없다

 

케이스와 헤르트

지팡이를 쥔 채 잔뜩 찌푸린 얼굴. 

백발이 성성한데도 한참을 올려다 봐야 하는 큰 키의 

네덜란드 할아버지.

처음 케이스를 보았을 땐 조금 괴팍한 인상의 얼굴만 남아 있었다.
왠지 무섭기도 하고,
친해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케이스와 본격적으로 말을 트기 시작한건
언덕을 내려갈 때 내가 팔을 빌려주면서 부터다.


그리고 그날 우린 같은 식사준비설거지팩킹조 지브라 인걸 확인했고
그 덕에 함께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케이스는 헤르트에 관해
39년이나 된 오랜 친구 사이 라고 소개했는데
둘이 함께 집이 몇채 있다는 말에 '으응..??'하고 뭔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헤르트의 다리엔 한자로 男男 문신이 있었다.

아 그렇구나...

재밌는건 일본 남자애들이었는데,

이들은 1주일만 트럭투어를 하고 돌아갔는데
마지막까지 이들이 커플 파트너 사이란걸 몰랐던거 같다.
마지막날 식사할때까지

-결혼은 안했냐? 아이는 없느냐?

-우리도 당신들 처럼 39년 우정을 잘 간직하고 

39년 뒤에 아프리카에 또 같이 오기로 약속했다.

 

등등의 말을 이 커플에게 던진 걸 보면 말이다.

 

케이스 나이가 우리 아빠와 똑같다는 말을 했더니,
그럼 자신의 딸을 하라고 했다.

그 말에 난 참 슬펐는데.. ㅠㅠㅠㅠㅠ
케이스는 농담이었겠지만,

나는 진심이었기 때문에....
이딴 나라 국적포기 원사우전드타임즈도 할 수 있다.
퓨퓨퓨퓨퓨퓨퓨퓨퓨ㅠㅠㅠㅠㅠㅠ

(엄마아빠 미안ㅠㅠㅠㅠㅠㅠ ㅋㅋㅋ)

 

케이스는 무대 설치 기사였고,
헤르트는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션들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가

둘다 은퇴한 모양이다.
현재 헤르트는 남아공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을 하느라고

남아공에 오고가다가 이곳에 집을 한 채 마련했다고 한다.
케이스는 늘 말끝마다 돈은 헤르트가 쥐고 있지 라며 껄껄 웃곤 했다.

2015년 마지막날도 캠핑장 바에서 헤르트와 케이스와 수다를 떨었는데
얼마전 헤르트 마저 은퇴했고 연금도 있긴 하지만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집을 사고 되팔면서 남는 이득으로 생활할 계획인 것 같았다.

아무도 안사는 빈집을 사서 말끔하게 개조하고
(케이스는 무대 설치 기술자였으니까 가능한듯)
헤르트가 고른 물건들로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해서
몇개월 혹은 몇년 사용하다가 팔 예정인 것 같았는데..;;;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어"

 

헤르트가 심각하게 말한다.

 

"우린 이번에 프랑스 집을 팔아야만 하거든.
헤르트도 은퇴를 했으니까 수입도 예전같지 않고..."

 

케이스도 심각한 얼굴이다.

 

이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고쳐 놓은 집이 팔기엔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
자기 취향대로 꾸며놨을 테니 당연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이번에 꾸며 놓은 남아공 집을 보여주는데 아오 ㅠㅠㅠㅠㅠㅠㅠ
나같아도 못판다.
너무 이뻐! 너무 잘꾸몄어!!! 모던하면서도 심플한게 너무 괜찮아!!!
나도 이들의 심정을 알것만 같았다.
그래 내가 예뻐서 사고 내 취향대로 꾸민걸 누굴 준단 말인가...;;;;

누구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케이스는 호방하니 농담의 천재였다. 

"그거 아나? 내가 헤르트보다 키가 큰데,
헤르트는 나보다 다리가 짧지 허리가 한참 아래 있다고. 아하하하
나는 다리가 길어서 의자 공간이 언제나 부족한데 헤르트는 넘쳐. 아하하하하"

"한 번은 헤트르가 다시 담배 피우는 걸 알았는데
그때 내가 스파게티 요리 중이었어.
공중으로 스파게티 한냄비를 던져버렸지. 아하하하"
"밀가루 얼룩을 지우는데 1주일이 넘게 걸렸어"

 

케이스는 내가 옆에 앉기만 하면 언제나 재밌는 얘기를 해서
빵빵 웃음 터지게 해줬다.
나는 심심할 때마다 케이스 근처에 가서 수다를 떨곤 했는데

 

한번은 맥주를 사주길래 '왜 니가 사?'라는 말을 했다가
헤르트에게 '남자가 술을 사는데 거절하다니 끔찍한 아가씨군.'이란 핀잔을 사야했다.
네덜란드 더치문화 엄청 신경써서 괜찮다는 사양의 말이었는데
그 두 사람한테 상처를 준 모양이다.

 

아이패드로 사는 집도 구경하고 별장 사진이며 염소들 검정 강아지 이야기도 하고
보트 사진도 보여주면서 네덜란드 놀러오면 태워준다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가고싶지 않아서 안가는게 아니라 솅겐 협정 때문에 몰타에서 한국 간 뒤로

3개월간 유럽에 갈 수 없는데다가

그 전에 돈이 없어 갈 수 없는 이 절박한 심정을
그들이 알아줬음 싶다 정녕!!!

 

 

그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고,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된다는 건 굉장한 일이며 한번쯤 경험하고 싶은데
내 아이가 한국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했더니

 

"뭐 너무 걱정하지마 요즘엔 시험관 아기도 있고"
"음... 우리 이웃집에 정말 뷰우티풀한 청년이 있는데 말이지"

 

헐.. 무려, 정자 중매에 들어간다..;;;;;

 

"도서관 사서야. 인텔리틱 하고 아주 예의바른 청년이지."
"네가 우리 집에 오면 소개시켜줄게"

 

나는 괜찮다며 관심 없는 척 손사레를 치다가
끝내 한마디를 물었다.

 

"그분... 키는 큰가요?"


 

 

 


욜란다와 파스칼

욜란다와 파스칼은 일찍부터 트럭 앞자리에 앉았던데다가
딱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어서

초반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욜란다와 파스칼과 친해진 것은 소수스 블레 사막에서부터 였다.

사진 찍겠다고 죽은 나무에 올라갔다가

손바닥 한가득 나무 가시가 박혀서 좀처럼 빠지질 않았다.
트럭으로 돌아와 핀셋이랑 옷핀으로 하나하나 벌려가면서 가시를 뽑는데
욜란다가 일일이 옆에서 지켜봐주며 약까지 발라줬다.

나 진짜 대 감동 ㅠㅠㅠㅠㅠㅠㅠ

 

-둘은 어떻게 만났어?

 

커플끼리 온 친구들에게 의레 하는 질문에 파스칼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욜란다가 무려 10번이나 내 데이트신청을 거절했어

-뭐? 10번이나?

 

물론 욜란다는 지금도 가슴 빵빵 미녀지만

파스칼 너도 못나진 않았는데...;;;


-근데 계속 물어봤던거야?

-파스칼은 내 친구의 친구였는데 내 친구들이 파스칼을 좋아하지 않았어.
결국 열번째에 내가 오케이를 했고  영화를 보러갔고 우린 사귀기로 했지.

나는 이 얘기가 스무살을 훨씬 넘었을 때의 일인줄 알았다.

 

-17살 때 일자리를 얻으면서 난 파스칼과 살겠다고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그때부터 21년간 같이 살고 있지.

 

나는 여기서 일자리를 얻으면 바로 독립하는 네덜란드 고딩문화와
더불어 파스칼의 집요함을 배울 수 있었다. ㅋㅋ

 

욜란다와 파스칼은 지독한 헤비스모커 였는데,
다행히 나는 담배를 싫어하지 않아서 쉬는 시간마다 그들 옆에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막판 스웨덴 젼(JD)가 앞자리를 비우면서

그들과 마주보는 냉장고 좌석 옆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도 파스칼의 도움을 받았는데 파스칼이 아침 일찍 자기 침낭을 젼의 자리에

놔두어서 내 자리를 맡아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정말 신기한게 그들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쥬스 환타 콜라로 부족한 수분을 보충했는데
어떻게 전혀 살이 찌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의문이야 ㅠㅠㅠㅠㅠㅠ

 

 


폴 앤 팸
요즘 힙하다는 모자를 (챙을 접지 않은 채) 쓰고
아프리카 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줄창 입어대는 폴은
63세 할아아버지 였다.

작은 동물 귀여운 집이나 꼬마를 볼 때마다
"러블리~!!"라는 찬사를 입버릇 처럼 말하는 팸은 61세 할머니.

영국 동쪽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팸이 19살 때 펍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하루에 한번 텐트를 펴고 접는 일이 정말 큰 일이었는데
팸은 폴이 텐트 치는데 고생을 하건 말건
늘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ㅋㅋㅋㅋㅋㅋ

그럼 둘이서 접어야하는 텐트를 혼자 정리하는건 언제나 폴 몫 ㅋㅋㅋ
서양엔 레이디 퍼스트가 있는지 몰라도
동양에는 노인경로 사상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우리 아버지뻘 되는 폴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몇번 텐트 접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뒤로 내가 무슨 일을 할때마다 폴은 늘 내 옆으로 달려와
짐을 들어준다던가, 손수 물건을 날라주곤 했다.

 

"신 너는 팸 다음으로 내 두번째 레이디니까"

 

그 말이 참 기뻤다.

 

둘 사이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얼마전 남아공에서 손자를 하나 봤다고...

 

-아들은 언제 결혼했나요?
-모른다!

-그냥 손자가 나와 있었어.

 

라는 시크한 대답에 다시 한 번 빵.
여기서 나는 또 한번 결혼을 하고도
부모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는 영국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남미며 북아프리카며 세계 곳곳 여행을 안해본 곳이 없는

젼이 나를 아주 의아하게 봤을 때
나는 나의 계획이 왜 의아한지에 대해서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여튼 아프리카는 백팩킹으로는 쉽지 않은 곳임이 분명하다.
(백팩킹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여행지지만...)

 

다시 배낭을 싸면서 하나의 바람 중에 하나는

남미 여행을 당시, 버스를 이동할때마다 만나는 거대한 백팩커스의 무리를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거였는데...


그건 정말 나의 오산이었다.

남아공의 경우 케이프타운을 제외하면 안전한 장소가 거의 없다.
포트엘리자베스나 희망봉같은델 가려면 투어를 이용하던지,
차를 대절해야하니까 이것도 쉽지 않은 (비용+)일정이다.

 

그래서 트럭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별 여행을 시작하면서야
나는 왜 다들 트럭투어를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덜 더럽고 덜 위험하려면 돈 밖에 방법이 없는 곳이다.

(트럭투어 역시 더럽게 지내지만 비교적 위험하진 않으니까

물론, 트럭투어 트럭이 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ㅜㅜㅜㅜㅜ)

 

그리하여, 남미를 잘도 40시간 50시간 버스 타고 다니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애들도

이곳에서는 죄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짧게 왔다 몇군데 포인트만 찍고 돌아가는 일정을 잡는다.

그래 유럽이랑 여긴 가까운 축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오면 된다 이거냐?!?!?!?!

 

 

***
본래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30시간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이미 남미에서 40시간 가까운 버스를 두어번 타봤고
그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놀라운 장관,

버스에서 자리 짝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사귀고 수다도 떨 수 있었기에

30시간 버스는 별 부담 없는 선택지였다. 

그런데 루사카로 떠나기 전 리빙스턴에서 찾아본

루사카-다르에스살람 버스 생생 후기는 처참했다.

30시간 버스가 54시간 (타자라 열차 수준)이 되기 쉽고,
무엇보다도 바퀴벌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바퀴벌레 빈대가 출몰하며, 버스 이용 후 호텔에 가서 짐을 풀면
자신의 가방 안에서도 버스에 동행했던

바퀴들을 십여마리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무시무시무시한 정보 흑흑흑흑...ㅠㅠㅠㅠ
버스 30시간 (아마도 50시간을 넘기겠지 흑흑) 더러운건 참을 수 있는데

그 이 후에도 '더러울'거란 예고는 나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고민하는 나를 두고 마침 루사카 백팩커스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이 나에게 권했다.

비행기 타세요. 그 수 밖에 없어요.

그리하여 나는 30만원돈 비행기 티켓을 결재하고 말았다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돈이면 여기서 잔지바르에서 다이빙을 4-6번을 할 수 있는 돈인데 흑흑흑

 (그리고 이제사 하는 말인데 비행기도 결코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버스 타고 내리듯이 중간중간 타고 내리고

좌석 가죽은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데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를 대는 부분의 부직포는 어찌나 보풀이 일었는지 ㅠㅠㅠㅠ) 

 


***
잠비아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강도택시 (택시기사와 강도가 한패가 되서 낯선곳으로 끌고 가서

다 털어가는 수법)를 걱정한 터라,
잠비아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 그렇게 삐끼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삐끼들을 물리치고 택시정류장까지 가서 내가 직접 골랐다.
(내가 고르면 아무래도 확률상으로 강도택시를 만날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싶어서)

 

여튼 그렇게 알게 된 택시 기사 덕분에 숙소까지 한번
숙소에서 공항까지 한 번

총 두 번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아저씨 마음씨가 좋은지 돈도 여행책자보다 덜 받는 행운도 만나고.

(물론 택시가 중간에 고장날까봐 걱정은 됐다.

막 길한복판에 차를 세운다음에 헤드라이트를 손으로 고정시키고

테이프로 붙이는 장면을 목격 ㅠㅠㅠㅠㅠㅠ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쫄아있던 상황)

 


***
문제는 다르에스 살람이었다.

탄자니아 오기 전에 만난 한국인들에게 들은 정보로는

바자지 (3륜오토바이)는 한시간을 달려도

10000실링 이상 받지않는다고 한다.

공항 근처에서 잡아탄 바자지는 20000실링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 한마디 하니 옆에서 현지인들 열댓명이 끼어든다.

그 정도면 적당하다 여기서 시내는 진짜 멀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2만실링을 내고 바자지를 탔다.

(택시도 그 돈 정도면 가는 비용이다.)

안그래도 바가지 쓰는게 분명한 상황인데 내릴때 돈을 더달라고 한다.
ㅠㅠㅠㅠㅠㅠ


좀 먼 곳까지 핸드폰을 고쳐야 하니 쇼퍼스를 가기 위해 

바자지를 타겠다고 했다.

호텔에서 불러줬으니 믿을만 하겠지 싶었는데

왠걸 3만실링을 부른다.
갈때 만실링 올때 만실링 기다리는 비용 만실링이라고.

안타겠다고 하니까 호텔직원 몇명이 나와서
왜 그러냐며 이 정도가 정상이라고 다들 거든다.
이 가격이면 한국 택시보다 더 비싼데

택시보다 위험한 바자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을 머금고 바자지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바자지 기사가 또 말을 바꾼다. 돈을 더줘야겠다고.

나는 슬슬 남아공에서 흑인 아저씨랑 삿대질을 하며 싸움을 했다던

내 친구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한국인 위주로 바가지 안씌우고 친절하게 영업하는

택시를 소개 받았다.
내일 먼거리를 이동하길래

호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내일 약속 시간이랑 호텔이름까지 통화 한다음
호텔 직원한테 여기 위치 좀 설명해 달라니까
갑자기 전화를 끊는다.

택시 기사가 안온다고 했단다.
근데 이상하다.

호텔직원은 택시기사랑 말을 거의 주고 받지 않은 채로  전화를 끊었다.
너 방금 그냥 대충 설명하더니 기사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잖아..;;
호텔 직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래도 방금 통화했던 택시 기사 같은데 울리는 전화를 안받는다.
그러더니 자기가 택시 기사를 소개해주겠단다.

이 거리는 얼마 나오냐 물었다. 15000실링이면 간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기사랑 통화 한 뒤 호텔 직원이 말을 바꾼다.

25000실링에서 30000실링이라고

(호텔은 콘웨이 호텔이다.

혹시나 다르에스살람에서 콘웨이 호텔 이용하시는 분들은

택시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유념하시라 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사람 거짓말에 질리고 질렸다.
택시 기사만 거짓말 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옆에서 그게 맞다고 맞장구 치는 현지인들이다.
나를 너무 돈쓰는 외국인으로만 보고

사람 취급을 안해주니까 진이 빠진다.


다르에스 살람 두번째 날은 바자지 기사들이

또 너무 말도 안되는 돈을 마구불러대서
시내 중심까지 한시간을 걸어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 길에서 아무 일도 안당한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ㅠㅠㅠㅠㅠ

(일례로 얼마전 한국인 한 명이 총을 몇방 맞았는데 사람들이 막 달려오더란다.
아 살았다 나를 구해주려나 보다 라고 했는데
자신이 피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손에 찬 시계며 지갑이며 벨트 구두를 훔쳐갔다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강도 안당하려고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데
택시 기사들이 날강도가 되어 나의 돈을 뜯어먹고 ㅠㅠㅠㅠㅠㅠ...
분통은 터지는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나 이렇게 체념을 배워가나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남미랑 자꾸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성희롱도 비스무레한 말들을 하는것 같아서 슬슬 빡이치는 상황.
남미는 돌아다닐 때

'아가씨 아가씨. 너 예쁘다. 하얗다. 귀엽다.'

이러고 내가 빵하고 터지면
윙크를 날리면서 끝이나기 마련이었다.

근데 여긴
'치나치나 (중국인중국인)!! 라고 외친 다음

자기들끼리 뭐라고 대화 주고받고 웃는데

뭐랄까 스와힐리어를 아는건 아니지만

이게 기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란걸 느낌적으로 알겠다.
성별 비중도 중요하다.

남미에서 돌아다닐 땐
현지 여자들도 호감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말을 걸면 100% 남자.

여자랑 말을 해본건 호텔직원 리셉션 스텝이 전부임 ㅠㅠㅠㅠ

 

빅폴에서 리빙스턴 넘어올 땐 한사코 괜찮다는데
같이 택시 타자더니
(아 택시 안에서 나랑 같이 있던 베이크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구글맵으로 맞게 이동하는지 안하는지를 계속 체크하면서 ㅠㅠㅠㅠㅠㅠ)
자기가 택시비를 내겠다며 우리돈을 안받더니
결국 그날 밤 중에 한잔하자며 호스텔로 찾아온 인간도 있었고
(다행히 호스텔 경비가 그 아가씨들 가버렸다고 쫒아냄)

나중에 현지 한국인에게 들어봤더니

치나치나 외친 다음 잠보 맘보 하고 대꾸해주면
이런 경우 '너 내 동거녀 해라. 우리 밤을 같이 보낼까?' 등등의

말이 연이어 붙는다고...;;;
아 난 이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그것도 특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굳혀버리나 ㅠㅠㅠㅠㅠㅠㅠ

 

 

 

***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몰타에서부터 이상하게 새벽에 자꾸 깬다 싶었는데
트럭투어에선 새벽에 일어나 일출 보는 애로 유명해질만큼 일찍 깬다.
새벽 두시에서 네시 경에 꼭 일어나는데 두시엔 어떡해서든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해보다가
네시엔 아예포기하고 일출이나 보잔 셈으로 눈을 뜨게 된다.

 

 

 

***
여튼 수 많은 위험들을 피해피해 가며, 거쳐가며

지금은 잔지바르 인도양 능귀해변이다.
이곳에서 11일이란 엄청난 숫자가 남았다.
무얼 할 수 있을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인도양 에메랄드색 바다를 두고

공놀이 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는 것만해도 일단은 만족스러우니까.


 

 


 

 

샬롬버스의 대테러....

 

오늘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넘어왔다.

트럭투어 친구 베이크랑도 헤어졌으니

이제 진짜 혼자하는 아프리카 여행이다!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내 인생에 대해 정의하고
이번 여행에 대한 감상도 결정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테러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또다시 날려버렸으니......

 
그러니까 이건 예기치 못한 공격이다.

 

버스 안에 바퀴벌레가 우글댄다던가

냄새가 난다던가 6시간짜리 버스가 9시간 걸려 도착한다든가
이런것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일들이다.

아프리카니까 그렇다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범위다.

이건 테러가 아니지.

 

어제 버스예약하러 가서 가장 깨끗하고 비싼 버스를 말했더니

샤롱 버스를 추천... 그때 스펠링을 잘 읽었어야 했는데
현지 발음은 샤롱이지만 샬롬이다.

 

하지만 블로그나 여행책자엔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가는데는
가장 좋은 버스 중 하나라고만 소개해 있었지

가장 중요한 정보는 남겨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내 짐을 차 트렁크에 실을 때 흘러나오던 찬송가에 나는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
오전 8시 출발 시간이지만 버스는 떠날 생각을 않는다.

8시 10분....
그때 반듯한 분홍 셔츠를 갖춰 입은 남성이 성경책을 들고 나타났다.
그때부터 마이티 네임 오브 지저스를 외쳐대면서

고린도 전후서의 며구절을 읊기 시작한다.
그래 버스 시간 다 됐겠다.

아마도 이건 기독교 회사 버스 같으니 잠깐 설교하고

안전 운전을 위해 주님께 기도나 잠깐 하려나보다..
는 나의 방심.

 

남자의 설교가 40분을 넘겼다는건 중요치 않다.
복음을 전하는데

악다구니를 쓰면서 박수를 치면서 거의 화를 내는 톤으로 설교 시작.
예수님이 성전 장사치들 가게를 뒤엎을 때도 저정도로 박력 넘쳤을 것 같진 않은데...

 

귀를 막아도 복도를 오가며 외쳐대는 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나중엔 한국말로 나도 모르게 '그만좀해'란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정도..

 

출발 시간이 훨씬 지난 8시40분...
버스가 출발했다.

드디어 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했는데도 남자는 계속 서서 설교 중....

워딩을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성경책 부여잡고 악다구니 쓰는 중 ㅠㅠㅠㅠㅠㅠ

동영상을 한번 실행해 보시라.

저건 막판 기도 중인데 정말로 저 사운드보다 더 큰 소리로

50여분간 화를 내며 복음을 전했다.


셔츠 겨드랑이 부분이 다 젖을때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한지 십여분 후에야 남자는 자리로 돌아갔다.

아! 이제야 잠비아 풍경을 보면서 이번 아프리카 여행 중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
는 개뿔

 

그때부터 버스 TV에서는 아프리카 CCM뮤직비디오가
내 좌석 위의 버스스피커에서 아프리카 CCM이 흘러나오기 시작 ㅠㅠㅠㅠㅠ 

재미난 것은 노래는 모두 다른데 모두 비슷한 춤을 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하드코어 편집이 있었는데...
예수님이 겨드랑이에 창찔리고 가시면류관 쓰고 십자가못박히는데 그 영상이랑
흥에 겨워 춤추는 사람들 영상을 교차 편집...

이건 대체 뭘 의미하는거지????
예수님의 고통을 개의치 말고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라 이건가?!?!!?!? 응?!?!

 

내 심미안은 지독하게 까다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취향이 절대 아닌 영상을 8시간 30분이나(그렇다 버스 예정시간은 6시간이었다.
도착시간 두시간은 훌쩍 넘겨버리는 아프리카 고속버스 ST) 볼 정도로 너그럽진 않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아프리카와서 최고의 대 테러였음

트럭투어 도중 오카방고 델타에서 46도에서 워킹사파리로 3시간 걸었을때보다
샬롬버스에서 십분 이십분이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나는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겠다.
나같이 아무 준비 없이 버스를 탔다가 8시간 내리 테러를 당하느니
마음의 방어막을 치고 샬롬버스를 탈 수 있도록...

부디
아프리카 CCM과 뮤직비디오가 음악적 영상적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귀마개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같은 가격에 다른 회사 버스도 있답니다.

 

 

북킹닷컴에서 예약해서 오게 된 Natwange Backpackers 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람 사는 집 같고 ㅠㅠㅠ 도미토리 12달러에

무엇보다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푹신푹신..

물론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야했지만

루사카 숙박 업체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20일간 트럭투어 간단 요약
From Cape town To Victoria Fall

회사 이름 노매드


12월 23일 (수) 첫째날
아침 8시까지 케이프타운에 우치한 회사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에

택시타고 7시 45분까지 도착
일찍 가면 사물함 자리를 일찍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당연히 사물함은 열기 쉽고 짐 넣기 편한 곳으로 재빨리 찜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구탱이 제일 윗칸에 있으면 185가 넘는 네덜란드 성인 남성이라 할지라도

짐 찾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


몇개의 서명을 마친 뒤에 소파에 앉았는데 처음으로 타티아나랑 아투르와

말을 트게 됐다. 근데 수다를 떨다가 트럭 좌석을 맨 꼴찌로 맡게 됐음.

맨 뒷 창가 자리인데 뭐 좋다. 내릴때 빨리 내릴 수 있고 좋지.  
(간단한 서류 작성 다음에 트럭 탑승은 되도록 빨리 하는게 좋은듯)
트럭 맨 앞에는 바닥 냉장고를 테이블 삼아 8칸짜리

이른바 비지니스 석이 있는데 그걸 몰랐음 ㅋㅋ

 

간단하게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과 넬슨만델라 감옥을 먼 발치에서 사진찍고

첫번째 캠핑장으로 이동.
등산을 할 수 있을거라고 기프트가 귀띔을 해줬는데

야심차게 실행에 옮겻으나 날이 무지하게 더워서 중도 하차.

도요타삼형제, 나딘, 타티아나는 정상 정복하고 내려 온듯.
그래도 중도에 내려오길 잘했던 것 같음.

끝까지 다녀왔으면 더위를 먹었을지도.

트럭투어 출발 직전날 걸린 목감기가 심해지고 있다. 
저녁에는 Cederberg Region에서 와인테스팅이랑 전통 요리로 치킨을 먹었다.
와이파이가 터지고 샤워를 할만한(?) 구조의 이 캠핑장이
앞으로 있을 캠핑장 중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곳이었다는 걸 이땐 몰랐다.
이날 샤워 생략.

 조금 더럽고 못생겨지기 시작

 


12월 24일 (목) 두번째날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Namaqualand Gariep (Orange) River
드라이브가 주를 이뤘다 .

조금씩 타티아나가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건 행복이라고 하면서

남의 행복은 신경쓰지 않은 채 너무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댄다..;;;

기프트(가이드)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도 많다..;;;

얘 왜 이러지?!?!?!

 

더럽고 못생긴 관계로 캠핑장 도착하자마자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샤워장 시설은 어제보다 나빠졌으나 그런걸 고려할 처지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살만했는데

샤워를 하고 오렌지 강에 가보니
애들이 오렌지 강에서 수영하고 있었는데 

강이 너무 근사해! 제기럴!! 속상함. ㅠ
하지만 두 번 샤워할 염두가 나지 않았기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걸로 족함

 


12월 25일 (금) 크리스마스
남아공-나미비아 국경을 넘어온날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인생 최고로 하드트레이닝한 크리스마스!!

우린 루돌프가 아니다!!

 

오전에는 옵션투어로 오렌지 리버에서 카누잉을했다.
카누잉을 하면 꼴딱 젖게 되는 관계로 사진기는 들고가지 않았는데 
진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선물 다 못 전한 루돌프 마냥 친듯이 노를 저었다는데 있다.

문제는 물의 양이 충분치 않아서 유속이 전혀 나지 않았고

7킬로미터를!

걷는것도 쉽지 않은 7킬로 미터를!
그야말로 '인간 팔'의 힘으로 노를 저어서 강을 타고 왔던 것.
나는 스웨덴 엑스레이사진사 젼과 파트너였는데  
'신 그렇게 저으면 안돼. 면적을 많이 닿게 해야지!'

잔소리잔소리 ㅜㅜ
덕분에 풍경은 기억 안나고 카누잉 하느라 거칠어진 내 숨소리와

젼의 목소리만 기억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중간중간 바위라도 만나면 어떠했나.

카누 노로 바위를 밀치느라 있는 근육 없는 근육 다 써가면서 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상상한 카누잉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풍광을 바라보며 가끔씩 방향 틀때마다 노 좀 저어주는 거였는데
놀고 있으면 카누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ㅠㅠㅠㅠㅠ

다들 왜 대체 안끝나는거지?!!?!? 라는 말을 한 서른번 쯤 외친것 같다. 

카누잉이 끝나고 오후, 나미비아 국경을 가로지르고 나서부터는
매드맥스 4편 OST를 들었다.
사막 바람을 맞으면서 질주하는 트럭 위에서
엔돌핀이 돌면서 그래 내가 이러려고 왔지란 생각이 ㅠㅠㅠㅠㅠ

오후에는 빅피쉬리버로 이동해 석양이 지는 것과 달이 뜨는 걸 봤다.
투어 사람들은 지는 석양에 집중하고 있을때

나 혼자 반대편으로 걸어나와 보름달을 바라봤다.
지구에서 홀로 나만 달을 바라보고 있고

달도 나만을 바라보는
말그대로 독대하고 있는 느낌.
가방에 있던 엠피쓰리를 꺼내서 드뷔시의 <달빛>을 들었다.
바람이 악곡에서 묘사한 물결 같이 불었고  
잔잔한 달빛이 운율처럼 눈앞에 흘러내렸다.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길에 올가를 만났는데
이어폰 반쪽을 넘겨주고 함께 드뷔시 <달빛>을 한 번 그리고 <플라이투더문>을 들었다.

 

밤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뽑기를 했는데

나는 선물로 보드카를 뽑았다


 

 

12월 26일 (토) 넷째날
너무 더웠다.
처음으로 작은 협곡을 봤는데 너무 더워서 움직이지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왜 아프리카를 택했을까

와이 디드 아이 초이쓰 아프리카? 라과 볼멘소리를 냈더니,
다들 공감하는지 빵빵 터졌다

하지만 캠핑장(Seriem campsite)에 가서 끝없는 초원 지는 해을 보고 바로 후회를 접었다.

사방이 뚫린 캠핑장은 한참을 걷고 걸어도 평원.

이곳에서 지는 해를 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 밤에도  거대한 보름달을 만났다.

 

 

12월 27일 (일) 다섯째날
듄(언덕)45에 해 뜨는 걸 보기 위해서 4시기상했다.
모래 사이로 발이 빠져 한걸음 내딛기 힘들고
턱이 숨까지 찼지만
밤사이 차가워진 모래가 발에 닿고 그 모래를 내리 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걷던 기억을 잊지 못하겠다.

마침내 듄 꼭대기에 올랐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고
그때 펼쳐진 색색의 향연.
해의 가시광선을 받아 더욱 짙어진 오렌지 색 사막. 새파란 하늘.

 

죽은 나무에서 사진 찍는다고 올라갔다가 손에 나무 가시가 마흔개쯤 박혔다.

그냥 놔두면 덧날거서 같길래 그걸 다 뽑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오후에는 부시맨 투어를 했는데 스프링 벅 한마리가 석양 사이로 걸어가는 걸 봤다.
너무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고독해서 울컥 울고 말았다.

밤에는 캠핑장에서 근처로 물 마시러 오는 얼룩말과 스프링벅을 만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얼룩말 대 스프링벅의 조직싸움을 재미나게 구경. 


로드리고, 아투르, 나딘과 함께 텐트 없이 야외 취침을 시도했다.
눈을 뜨면 거대한 달이 나를 바라보고 살풋 잠에 들었다가

다시 눈에 떠도 달이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엄청난 잠자리.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자던 밤.

 

하지만...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
부랴부랴 1인용이었던 나딘의 텐트 안으로 들어갔으나
텐트 뚜껑이 안덮혀 있었다. 다시 잠을 청햇으나 비가 새기 시작.
결국 일어나서 레인커버를 덮었는데 이번엔 비가 그침.
이 덥고 좁은 텐트에서 네명이 후덥지근하게 잠이 들었는데

이번엔 바람에 레인커버가 날아가더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
"왜 죄다 반대지? 와이 얼띵 이즈 오파짓?"
내 의문에 그때부터 빵터져서 한 십분 남짓을 웃기 시작했다.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잤던
그리고 유쾌했던 밤의 기억

 


12월 28일 (월) 여섯째날
스와코프문트로 향하던 길에 플라멩고의 바다 Walvis Bay Lagoon에 도착
호텔에서 첫 취침.

오래간만에 깨끗하고 못생겨짐
아투르와 도요타 삼형제와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식사였기에
다같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사 후 몇명은 클럽으로 이동했으나 잠이 너무나 부족했던 나는

숙소로 일찍 돌아와 취침에 임했다.

 


12월 29일 (화) 일곱째날
스와코프문트의 두번째 날
옵션투어로 쿼터바이킹을 했다.
쿼터바이크는 팸, 나, 도요타삼형제가 신청했는데
간단한 운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처럼 능수해지지 않아서 초반에 몇번 사고를 낼뻔 하다가
결국 가이드 등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는걸로 결정했다.
근데 이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줄이야.
가이드는 경사면도 능숙하게 탈줄 아는데다가 가이드가 운전을 하니까
나는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능선도 곡예 못지 않게 묘기 부려가면서 탈 수 있었고...

 
쿼터바이킹이 끝난 뒤 스와코프문트에서 트립어드바이저 1등인

빌리지카페에 가서 거대한 토스트를 점심으로 먹고 저녁은 포기했다
그룹투어에 좀 질리는 감이 있고 좀 조용하고 조촐하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숙소로 일찍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12월 30일 (수) 여덟번째 날
Spitzkoppe

거대한 바위가 이상야릇한 형상을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옵션투어를 안갔는데 안가길 잘한듯. ㅋㅋㅋ

트럭 안에 앉아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투어안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ㅋㅋㅋㅋㅋㅋ 우린 행운아라고...
나딘과 호드리고가 밤 7시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잠시 소동이 일어났으나 둘은 무사 귀환. 
모두다 야설을 쓰며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길 바랬으나
아무일도 없었고 단지 석양을 보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숩.. ㅋㅋㅋㅋ 

자면서 사고가 많았는데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고 텐트벽이 기울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레인커버 끈이 두개 밖에 없던 우리 텐트는 레인커버가 날아갔다. 
그 와중에 전갈을 봤는데 전갈이 우리 텐트 안으로 들어갔을까봐 걱정 또 걱정.
그런데 타티아나가 짜증이 났는지  
가이드 기프트를 깨워 커버를 씌우라고 화를 냈다.

그냥 우리 텐트 레인커버에 끈이 두개 모자랐고

내가 준비해간 운동화 끈으로 충분히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이었다.  

 

몰타 아프리카 여행 전에 호빗 빌보 사진를 페이스북에 올려놨던게 기억났다. 빌보의 엄청난 여정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빌보 같은 개고생을 원한건 아니었는데 ,,,,

그리고 역시 오늘도 나는 빌보만큼 더럽다.

 


12월 31일 (목) 아홉번째 날
힘바부족 Outjo

새벽같이 떠나야 한다고 해서 다같이 아침 거르고 브런치로 대신했다
아점을 위해 중간에 들른 캠핑장은 근사했다.
힘바부족 만나러 갔는데 사람을 동물원 동물 보듯 구경하는것 같아서 느낌이 좋진 않았다.
나딘이 냉장고 옆 비지니스 석을 싫어하길래, 자리 바꿔서 맨 앞자리로 왔다.

아니 이렇게 좋은 자리를 싫어하다니...;;;;

아마 나딘은 단순히 독일어를 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캠핑장 사장님이 쏘는 아마룰라를 안마시는 사람이 있길래 혼자서 세잔을 마셨다.
저녁에는 제법 근사한 스테이크가 저녁으로 나왔다.
케이스가 마지막 밤인데 그냥 잘거냐고 같이 바에 가자고 해서 헤르트와 셋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둘이 나에게 정자 중매를 섰기에 진짜 빵 터졌다.
 


1월 1일 (금) 열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새해 첫 해 뜨는 걸 오래도록 바라봤다
나딘과 자리를 바꿨는데 이번엔 타티아나가 필립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응?!?!?!? 응?1?!!?!?
모르겠다 일단 오늘 부터 타티아나 옆자리를 벗어나다니!! 새해출발만만세!!
거대한 개미집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벨탑 느낌?
오늘 처음으로 기린을 봤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는데 서울에서 삼십사년 사느라 잊었던,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오래간만에 깨달았다

올가가 나에게 오더니 앞으로 나와 텐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

타티아나와 필립이 텐트를 쓸 예정이라고

응?!!?! 응?!!?!?!?!?!
덕분에 나는 올가와 텐트를 쓰기 시작했다 예쓰!!!! 만세만세만만세!!

 

 

1월 2일 (토) 열한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흰꽃이 핀 들판을 코끼리가 가로지르는 걸 보고
기린 무리가 유유히 초원을 거니는 걸 봤다
하얀 조약돌은 들판에 흐드러진 꽃처럼 보이는 구나.
뜨겨운 볕을 피해 그늘에 누운 사자
뿔이 부러진 코뿔소
들판을 달리는 햄스벅 새끼
무리지어가는 코끼리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해서 조금 피곤했지만 즐거운 게임 드라이브였다.

Bar에서 케이스,헤르트 폴앤팸, 파스칼 욜리나, 로드리고 젼과 수다를

떨었는데 한국 남자들은 다 싸이나 김정은 처럼 생겼느냐,

그들은 한국 여자에게 다정하느냐가 주된 주제였다.

ㅋㅋㅋㅋ 호드리고가 굉장히 고무돼서 그렇다면 자기가 한국에 꼭 가서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되새길거라고

굳게 결심한듯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수영과 샤워를 둘 다 한 덕분에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겼다.

 

 

1월 3일 (일) 열두번째 날
빈트후크

아침 일찍 일어나 캠핑장에 앉아 있는데
자칼 두 마리가 서로 장난치고 놀고 있었다.

트럭투어 참가자 대부분이 짝궁과 함께 왔고

아프리카 동물들까지도 짝궁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들이 많다...;;;

망할.. ㅋㅋㅋ 
밤새 비가 적당히 와서 시원하고 좋은 날들.
헤트르와 케이스에게 부채를 선물했더니 너무 기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 해 뜨는 사이로 음악을 들었다.
지구에서 가장 긴 아프리카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나 개인 하나의 시간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 없는지 깨달았다.
그럼에도 열망하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
바라는 것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막 눈물이 줄줄 나는걸 애써 참고 또 참고...

오랜만에 호텔에서 숙박했다.
혼자 방을 쓰고 샤워하고 나니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겨졌다.
케이스 헤르트 나딘 젼 호드리고의 마지막날이라 저녁에 다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는데
재빠르게 케이스와 헤르트 옆자리에 앉아서

케이스의 개그를 들으며 빵빵 터졌다.

 

사진기까지 가져가놓고 같이 사진 찍는걸 깜빡한게 아쉽다 ㅠ

 

 

1월4일 (월) 열세번째 날
빈트후크의 풍광도 좋고 크기도 거대한 로지였기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1등으로 밥먹었다.
기프트도 우리에게 새로운 팀원은 없을거라고 말했기 땜누에

13명이 빅폴까지 가게 되는 건 줄 알았건만
오늘 호주에서 다섯명의 걸들이..;;;

그리고 독일 친구 베이크가 우리의 새 멤버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스웨덴 젼, 제이디의 비지니스 석을 내가 차지 파하하.

하루종일 차를 타고 달렸더니 덥고 또 더웠다.
오늘은 보츠와나로 넘어왔고 밤에 보는 샘족의 댄스를 봤는데
이걸 전통문화 체험으로 봐야할지 인간 전시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오늘 캠핑장에는 샤워장과 화장실에 문이 없었고 전등도 없다.
이닦기를 제외한 모든 걸 생략하고 취침하기로. ㅠㅠㅠㅠㅠ
오늘은 더욱 더럽고 못생겼지만 불이 없으므로 참.....는다.


1월5일 (화) 열네번째 날
한 3-4일간 밤마다 너무 더워서 침낭이 필요 없기에
트럭 안에 두고 텐트에서 잤는데 새벽에 추워서 깨고 말았다.
타티아나라면 기프트를 깨웠겠지만 ㅠㅠㅠㅠㅠ 

내 잘못으로 기프트를 괴롭히고 싶진 않았다.
오늘 나의 상태는 여전히 더럽고 못생긴데다 냄새까지 났기 때문에

꼭 샤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저녁으론 파스칼 욜리나가해주는 볼라냐 파스타를 먹음.
온 종일 드라이브로 심신이 지친 상황.
트럭투어 42일 짜리를 신청 하지 않길 잘했다고 백번천번만번 생각했다. 

 


1월6일 (수) 열다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

델타 보트타고 두시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하마 악어 구경.
덥다. 한캔에 2달러짜리 환타를 몇캔째 먹는지 모르겠다.
타는듯한 더위와 초원에서 3시간짜리 워킹사파리를 하고 오니
오늘 46도였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 이상하게 눈썹그리는 것 마저 포기하고 싶더니만...

46도!!!!!!

 

게다가 우리가 본건 코끼리똥 사자발자국 소..;;; 가 전부였는데

캠핑장에서 사파리 안간 팸과 폴은 코끼리를 두번이나 봤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을 기점으로 눈썹그리는 걸 포기하게 됐다!!

못생겼지만 더 못생긴 채로 살기로!!!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마당에 눈썹 하나는 중요하지 않ㄷ.

메탈 섞인 검은 흙이 흩날리는 곳에서 세시간을 걸었더니

신체 안 더러운 부분을 찾을 순 없지만 ㅠㅠㅠㅠㅠㅠ

그중에서 나의 발은 최악 of the 최악

 


1월7일 (목) 열여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에 언제 내가 또 오겠는가,
아침에 해뜨는 걸 보려고 앉아 있다가
숙소로 박쥐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얘들아 방가방가, 아니? '대체불가능한 다섯종 중에 하나' 지식채널 만든게 나야 ㅋ 


낮에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감상은 단 한마디.
덥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덥다.
이 근사한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오직 얼음컵에 환타를 마실때 뿐. ㅜㅜ

원래 일정은 선셋크루즈였는데

캠프장 측에서 수량이 적어 보트가 갈 수 없다면서 트럭타고 라군 구경을 가자고 했다.
욘과 쌔미가 싸우다시피 요구해서 결국 모코로 타고 하마구경으로 변경됐다.

초원 풍광을 좀 보고 싶었는데 가는 길에 호주 애들이
너무 셀카 찍고 난리를 치는 데다가
타티이나까지 우하핳 하고 떠들어대서 피곤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코로를 타고 정말 가까이에서,
이보다 더 가까울순 없다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하마구경을 했다.

(아프리카 손꼽히는 맹수 하마의 경계소리를 두어시간 들으며..;;;)

 


1월8일 (금) 열일곱번째 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준비하고 밥을 먹었더니 시간이 남아
해먹에 누워 오카방고의 초원을, 하늘과 구름을 봤다 
내 인생 중 초원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 가는구나.

아침 보트만 두시간을 탔는데 이보다 더 오래 오카방고 델타를 볼 순 없겠지.

호스텔 도착해선 돈주고 와이파이 샀는데
다음메일이 열리지 않는다. ㅠ

케이스에게 보낼 말이 많았는데 결국 쥐메일 보냄.
트럭투어 이후 여행 숙박업체나 등등을 알아야 할게 많아서

수영장도 못들어가고 내내 바에서 이것저것 예약 결재하며 보냈다.

 

 

1월9일 (토) 열여덟번째 날
초베강 투어
아 하루 한번 트럭팩킹 식사 준비 설거지... ㅠㅠㅠㅠㅠ

가끔 훈련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술을 가득 싣고
유람선을 타고 동물 구경을 시작하는 날이 오다니 ㅠㅠㅠㅠ
다들 이제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 같다며 수근수근댔다.


무리지은 코끼리,
엄마 보폭에 맞추기 위해 엄마 한걸음에 다섯걸음씩 뛰어야 하는 3주된 코끼리
목욕하는 코끼리
진흙 썬탠하는 코끼리
혼자 이동하는 수컷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진짜 질리도록 본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 텐트치고 밤.

하지만 오늘 밤도 비가 왔다 ㅠㅠ

이제 내일이면 덜 더러울 수 있을것이다!!

 

 

1월10일 (일) 열아홉번째 날
게임사파리-빅토리아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게임사파리를 갔는데
오늘 최고로 많은 동물을 봄
사냥하는 와일드 독,
도망가는 스프링벅들.
죽은 코끼리 주변에 모인 독수리데와 쟈칼 무리.
그리고 아침 잠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자 무리.

많은 걸 보고 또 봤다.  

짐바브웨 국경으로 들어오는데 직업란에 방송작가라고 적었더니
주의해야할 여행자란 판정 받아서 기분이 안좋다.

다들 20일 여행일정에 지쳐가는것 같다.
점심 팩킹 중엔 살짝 말다툼이 있기까지 했다...

 
사실 나 역시 언제나 붐비는 트럭복도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애들이 짐을 무조건 사물함에 쑤셔 박을 게 아니라 나중에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봉투에 분류해 놓으면 안되겠!?!?!?!?! 뉘?ㅃ?ㅃ?ㅃ?ㅃ?ㅃ?ㅁ?ㅇ

 

그래도!! 도착한 레인보우 호텔 방은 아프리카 여행 중에 가장 근사했다
아아 무려 에이컨디셔너가 있는 삶이란 ㅠㅠㅠㅠㅠㅠ

 

저녁식사 전에 쟈니와 쌔미에겐 결혼선물로,
폴앤 팸과 파스칼 욜란다 커플에게도 부채를 선물했다.

너무나 기뻐해줘서 나까지 기뻤다.
올가에겐 짧은 카드와 뒷면에 달밤에 놓인 텐트 그림을 그려줫더니
고맙다면서 집에 붙여놓을거라며 울기 시작해서 급당황.. ㅎㅎ

샤워를 하고 오래간만에 눈썹을 그렸다.

여전히 못생겼지만 어제에 비하면 덜 더럽고 덜 못생겻다고 자부한다. ㅋ

 

 

1월 11일 (월) 스무번째 날. 안녕 트럭킹!
헬리콥터로 내려다본 빅토리아폴은 울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돈이 모자라는 까닭에 브릿지 슬라이딩을 했는 짧아서 아쉬웠다.
셸터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마주치는 투어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기프트를 두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기프트는 오지 않고
결국 베이크와 비를 뚫고 국경 이동 ㅠㅠㅠㅜㅜ

여튼 이렇게 끝이 났다.

 

잘가!

울고 웃고 짜증내고 기뻐하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던 광경들로

아프리카의 시간드로 가득찼던 나의 20일!!

 

 



*친구만들기는 성공적!

동생 승용이도 나미비아 비자를 만들러 대사관에 갔을 때 만났던 한국인도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죄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애들이라 도저히 어울리기가 힘들거라고
그들 대화를 알아듣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걸 깨고 친해지기란 어려울거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
현재 우리 트럭킹 멤버는 운전사 알폰소, 가이드 기프트,
오직 영국인 노부부 폴 앤 파멜라만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은 7명으로 네덜란드가 가장 많고
스위스 세명, 스페인 두 명, 독일인 두 명. 
심지어 친구들끼리 온 일본인 대학생도 세명이나 된다. (자칭 도요타 삼형제 라고 불리는 중)

그밖에는 브라질 한명 스웨덴 한명 그리고 나. 이렇게 구성이 됐다. 
여튼 영어권인원이 많지 않아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트럭투어에서 왕따 혹은 은따가 되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여튼 이번 친구 만들기는 성공적!!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다.

 

 

*첫날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날이었다.
텐트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 어떤 텐트에도 바깥에 신발이 놓여있지 않았다.
그 말은 다들 신고 들어갔다는 의미다. 덕분에 나도 과감하게 신을 신고 들어갔다.
이를 닦으러 수돗가로 가던 도중 나는 가지런히 놓인 신발 세개를 발견하는데
도요타 삼인방의 텐트였다.
그렇다. 문화적 동질성은 이렇게 서로를 가깝게 만든다.
텐트가 집인데 신을 신고 들어가서 더럽히고 싶지는 않지.

암 그렇고 말고.

 

 

*동생 승용이가 주의하라고 한 것 중엔
지나치가 밝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망나니같이 구는
북미 혹은 오세아니아권 남자애도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 그룹엔 그런 남자애가 없다... 라고 생각했으나,
있다. 그것도 내 옆자리에.
스위스에서 온 타티아나가 과하게 오바하고 언제나 큰 소리를 낸다. 
문제는 큰소리로 웃는건 참 듣기 좋은데 큰소리로 짜증과 화까지 내니까

언제나 이게 문제.
트럭에서 자다 말고 깜짝 놀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앞으론 귀를 제외한 얼굴에 구멍(피어싱)을 네 개 이상 낸 친구들과는 적당한 (위치상의)

거리를 두는 걸로 ㅋㅋ


*네덜란드 할아버지 두 분이 일행으로 같이 와 있다.
같은 조에 속해 있어서 설거지를 하면서 물었다.
30년 가까운 친구고 네덜란드 암스트레담 근교에 집이 있지만
케이프 타운에도 집이 같이 있다고...
그말에 으응? 아무리 가까워도 그럴수 있나 싶었는데...

다른 할아버지와 대화하다가 둘은 파트너란 이야기를 듣고
아... 이분들도 역시나... 싶었다.

문제는 이걸 아직까지 일본인 삼인방이 모른다는 거다.
눈치 없이 네덜란드 할아버지들한테 결혼은 한적 있느냐,
자식은 없느냐, 왜 없느냐 라고 꼬치꼬치 묻는다.
(야 임마 나오키 너 헤르트 다리에 男男이라고 새겨진 문신 못봤냐 ㅠㅠㅠ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상황.)

 

*네덜란드 파트너 중에 케이스와 많이 친해진 편이다.
특히 거침 없는 케이스의 입담은 너무나도 재미나다.
그러다가 케이스가 우리 아빠랑 동갑인걸 알게 됐고,
당신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에요 라고 알려줬다.
 
케이스는 이왕 이렇게 된거 자기가 날 입양하겠다고 입양딸하라고 권한다.

그는 권유는 가벼운 농담이었겠으나, 나의 대답은 무거운 진심이다.
진심이다.
이딴 나라 대한민국의 국적 따위 단 1초의 망설임 버릴 수 있다.
어느새 케이스는 잊었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입양의 법적절차를 묻고 싶은 것인
진솔한 나으 심정이다. 흑흑


*달밤에 스프링벅이랑 얼룩말이 물마시러 오는 광경까지 보고 난 뒤
기분이 업 된 몇몇이 아예 침낭만 가지고 밖에서 잘까란 결론을 냈다.

사막의 밤, 달과 함께 잠드는 근사한 기분이란.
살풋 잠에서 깨서 눈을 떠보면 달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느낌이 정말로 너무나 황홀했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날 새벽 세 시경.
갑작스레 비가... 사막에서 비가 ㅠㅠㅠ 내리기 시작했다는거다.
미처 텐트를 치지 않았던 세 명은 그나마 텐트를 마련했던
나딘의 텐트로 뛰어들어갔다.
좁아터진 1인용 텐트 안에 세 사람. (호드리게스, 나딘, 아투르, 나)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지?
비가 계속 내려...;;;

그렇다 천장이 뚫려 있었던거다.
간신히 레인커버를 씌우려고 보니 이번엔 레인커버에 있던 모래들이 비처럼
우두두두 떨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삽질을 거듭해가며 레인커버까지 씌우고 나니, 이번엔 비가 그쳤다.

 

잠시 후 강풍에 레인커버가 떨어졌다.
설마 비가 또오진 않겠지 그냥 자는데
또 오더라... 비가... ㅠㅠㅠㅠㅠ
결국 호드리게스랑 나딘이 다시 레인커버를 씌우고 묶고 고정시키고 나니
그래! 예상했던대로 비가 그쳤다... ㅠㅠㅠㅠㅠㅠ

 

"와이 오파짓!!(왜 죄다 반대지?)"
"그저 우린 밖에서 자고 싶을 뿐이었어"

 

나의 절규와 아투르의 절규에 갑자기 빵처진 우리들은 5분넘게 배를 잡고 웃었다.  

 

*배를 잡고 웃을일도 많고,
순간 순간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잃을 때도 많다.
몰타 3개월 끝에 약간 지친감도 있었는데
거대한 장관이 "이래도 감동 안할래? 이래도 놀라지 않을래?"
나를 채찍질 하는 느낌.

이곳에서 순간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가고 있다.

 

 

 


 

 

 

 

 

 

 

 

 

 

 

 

 

 

 

 

 

 


 

-75유로자리 보졸레누보 와인투어 뽕뽑겠단 일념으로

12잔을 한방울도 남김 없이 마셨다.

그 뒤로는 만취한 채로 바라본 남프랑스 포도밭의 몇장면만 드문드문 머리에 남아 있다.

 

 

 

 

春日醉起言志
봄날 취했다 일어나서

- 李太白

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
所以終日醉
頹然臥前楹


세상 처하기 마치 큰 꿈 같으니
어찌 그 삶을 수고롭게 여기는가
써한 바 종일 취하여
쓰러지는 듯 앞에 있는 기둥에 누웠노라

 

 

 


실은, 한국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간절히 생각을 멈추고

만취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

리옹의 공항은 우리가 아는 어린왕자의 저자의 이름을 딴 생텍쥐베리 공항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야 나는 알게 됐다. 생. 텍쥐 베리가 아니라, 그의 이름은 세인트-익취베리 세인트가 연음으로 표기되면서 헛갈리는거지, 실은 익취베리가 그의 본명이라는 걸.

여튼 만두와 리옹 기념품 가게에서 이거 저거 구경하다가 어린왕자 몇구절을 서로 읊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이.

 

결국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였구나!

 

"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보낸 시간이란다."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이다."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테니까."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러나...  만일 네가...  무턱대고 아무 때나 찾아오면 난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지 모르니까"


"사막은 아름다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난   나의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였습니다.

 

아 놔....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라는걸 생각한 순간 왤케 웃긴지. ㅋㅋㅋ

어린왕자 대사 몇개만 곱씹어도 새침떼기 연인에게 버림받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차인) 프랑스 남자가 눈에 선명하게 그려져서 왜이렇게 빵터지는지.

이런 감수성을 가진 민족이니까, '너 어디 출신이니 Where are you from?' 이란 질문에

능숙하게 "In your dreams" 이란 대답이 나오는 것이며,

(이것은 친구의 증언) 밤에 산책하면서 별이 쏟아지길래 '너는 매일 이런 별을 보잖아'란 질문에 '그래도 너랑 보는 별은 오늘이 처음이잖아'란 대답을 할 수 있는거 아니겠음?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였어. 어린왕자 쓰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이 옴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란 존재를 무시하는 프랑스인들에 관해.

몰타에선 모두다 영어만 쓰는데 이곳에 와보니 죄다 프랑스어로 말을 거는게 당연지사라 난감했다. 게다가 게르만 민족이나 스칸디나비아 쪽 처럼 남 일에 심드렁한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니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이를테면 밤 11시 30분에 리옹공항에 떨어져서 론익스프레스 타려고 하는데 티켓이 구입이 안되는거다. 곤란해 하는 나를 귀여운 베레모와 예쁜 목도리를 감은 프랑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둘러 싸더니 그때부터 참견 시작. 대충 뜻은 모르겠지만 '마드모아젤은 나만 따라와. 내가 차장한테 말해줄께'라는 뉘앙스 같았다. 그러더니 다른 할아버지가 내 카드로 뽑아주고 현금으로 받겠다며 실랑이. ㅋㅋㅋ 론익스프레스 타고 차장이 오고 나니, 할아버지가 흥분하면서 이 마드모아젤이 이 차를 못탈뻔 했다면서 강력하게 항의. 뉘앙스는 모르겠으나 자판기가 고장났다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는 뉘앙스인것 같았다.

결국 귀여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나보고 중앙역 택시 타는데까지 데려다 주라며 어떤 젊은 아가씨에게 나를 맡기며 신신당부...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오지랖 너무 웃겨서 그냥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뻬르쥬에서도 비슷한 일이 또 있었는데, 뻬르주 뻬르아쥬 페루쥬르 아무리 외쳐도 못알아 듣는거다. 프랑스어 표기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어34년 인생. 나의 발음을 알아듣는데는 큰 무리가 있다 판단하고 기차표를 꺼내서 페르쥬를 보여줬다. 나 여기 가고 싶어 여기 어디로 가야하니? 친절한 프랑스 아주머니는 방금 기차역에서 온 나를 끌고 다시 기차역까지 친히 가시더니, 여기가 CNCF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 너무 자랑스러워 하길래 실망을 안겨드릴수 없어서 메르씨메르씨보꾸.아우브아.하고는 기차역으로 다시 들어가서 기차역 인포를 찾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몇가지 웃긴 일들은 몇개 소소하게 더 있었다. 분명히 사용가능한 언어애 프랑스어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놓고 말을 걸곤하는 프랑스 사람들. 영어 번역기를 좀 돌려봤더니 '작고 귀여운 널 만난건 내 인생의 딜라이트야.' 정도로 번역 되는것 같다. 아 놔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처럼 영어란 존재는 싸그리 무시하고 이 지구에 프랑스어만 존재하는것 처럼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귀여우니까 됐다. 특히 혼자 다니면 불쑥불쑥 프랑스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뚝뚝한 인상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웃음지으며 눈을 빤히 들여다 보며 건네는 한마디가 그것 그대로 나에게 큰 웃음을 주니 그걸로 됐다.

 

 

 

 

성평등의 나라에서

프랑스에서 성평등을 느낀다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침 출근길 열중 대여섯은 아빠 손을 잡고 학교 가는 아이들. 우리나라 같았으면 미란다 커 같은 여자 모델이 온몸을 뒤틀고 섹시함을 뿜어내며 크리스마스 선물 광고판을 장식하고 있을텐데, 여기는 왕 섹시한 프랑스 남자가 웃통을 벗고 산타 모자를 쓰고 온몸을 뒤틀고 있다. 그런 광고판이 유독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 놀랐던 게 애들 사탕파는 가게 한켠에서 섹스토이를 파는것도 신기했는데 ㅋㅋ

남성고객것만 있는게 아니라 똑같은 버전의 여성고객 게 같이 전시돼 있어서 인상적이었음. 이를테면 여성 곡선을 강조한 컵이 있으면 같은 버전에 남자어깨와허리선을 강조한 컵이 있음. 게다가 주나 종류로 봤을때 남성 성기나 남성의 것을 묘사한 게 더 많아서 큰 웃음을..;;;;;

 

 



11월 8일  일  시칠리아 여행 5시 기상 고든 케빈 안토니아 소피아 두명의 줄리아
11월 9일  월  아시안마켓 갔다가 KFC에서 치킨에 대한 허기를 달램
11월 10일 화
11월 11일 수  프랑스 짐싸기 장보고 불고기 재우기
11월 12일 목  안토니아 엘리사를 위한 저녁대접, 수키니아 케빈 두명의 줄리아 피터 고든

                   케빈 등 대 인원 참석!
11월 13일 금  루프트 한자 파업으로 공항에 새벽 5시에 도착했으나 8시 반까지

                   아무도 없다가 아침 9시에 오늘은 비행기가 없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음.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날린 돈이 얼마야 안타가운 마음에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가서 하룻밤 묵고 진작가님과 점심 저녁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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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토  간신히 리옹도착 밤11시
11월 15일 일  리옹에서 안시 이동 간단하게 베이커리에서 점심 구시가지 구경 호수

                   유람선 관광 저녁 먹음
11월 16일 월  아침 안시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커리에서 해결 점심즈음 리옹 이동,

                   리옹 호텔에 짐풀고 리옹 벨쿠르 광장에 인포에 가서
                   보졸레누보 투어 예약, 벨쿠르 근처에서 리요네즈 식당에서 식사
11월 17일 화  혼자서 리옹산책. 구시가지 가서 리옹노트르담 봄 구시가지 식당에서

                   스케이크 주문
                   오후 즈음 벨쿠르 광장에서 촛불켜고 추모하는 공간에 좀 오래 머뭄.
                   잠시 카페에 들렀다가 다시 광장으로 나가서 몇마디 글 귀 적음.
                   프랑스 청년이 내가 쓴 한국말을 궁금해 달라기에 번역해주고 그 청년에게도

                   궁금했던 말 몇마디 번역 부탁
                    저녁은 어제 추천받은 리요네즈 식당에서 해결. 송아지 머리와 혀 스튜가

                    충격적이게 맛있어서 충격에 휩쌓임
11월 18일 수  유랑에서 본대로 기요르떼다리에서 한두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 기달렸다가

                   놓치는 낭패. 마르세유 중앙역으로 이동해서 간신히 기차타고 다녀옴 영어

                   못하는 프랑스인들 때문에 고생이 좀 많았으나 페르쥬가 너무 예쁜 바람에

                   다 상쇄됨. 
                   저녁엔 만두랑 숙소 근처 ICEO식당 다녀옴
11월 19일 목  아침에 르 키친카페 갔다가 문화 충격 보졸레누보 투어 가서 12잔 마심

                   저녁엔 만두 공연 저녁을 못먹었으나 괜찮다
11월 20일 금  만두와 리옹 투어 아침으로 근처 맛있다는 공장빵집에서 아침 해결 
                   점심으로 중국집에 갔다가 맛있어서 3년간 중국음식 못먹어본 중국사람처럼

                   중국밥먹음. 
                   저녁으로 프랑스 남부 음식이라는 고기 퐁듀를 먹으러 갔다가 무리해서 주문.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미친듯이 녹아내리는 치즈를 퍼담는 걸 보고

                   샐러드를 추가 주문
                    하지만 우리가 주문한건 샐러드가 아니었음. 결국 해당 메뉴를 다시 추가 주문
                    평생 먹을 치즈를 다 먹은 느낌적인 느낌이나 진짜 맛있어서

                    따뜻한 꼬리꼬리한 치즈 누룽지가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먹고 싶음 
                    결국 둘이서 4인분 75유로를 쓰는 기함을 토함
11월 21일 토   만두 떠나는 날. 만두랑 헤어지고 르 키친 카페에 가서 아침 먹고, 점심예약

                    SLO호스텔에 가서 짐 맡김 호스텔이 예쁘고 따뜻해서 충격먹음
                    하루1 유로라는 벨로브 자전거 타보고 싶었는데 날이 오지게 춥고 비가

                    오기 시작 ㅠㅠ
                    호스텔서 비 그치길 기다렸다 르키친 가서 점심 해결. 영국아저씨랑 요리사를

                    향해 당신은 매지션이야! 당신은 기적을 만들어!
                    칭찬 몇마디에 공짜 디저트 접시를 두접시나 더 얻어먹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녁으론 인포에서 추천해준 또다른 리요네즈 집에 갔다가 충격적인

                     소세지를 경험. ㅠㅠㅠㅠㅠ 이게 어떻게 같은 소세지인가 눈물이 남.
11월 22일 일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왔다가 21인치로 바꾸는 바람에 터질것 같은 가방을

                    끌어안고 다시 몰타로 고고!!
                    돌아와보니 엘리사의 편지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고 쥴리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몰타 컴백! 맛있었던 프랑스 리옹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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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월 영화 러쉬 라이벌 봄 케빈 고든
11월 24일 화 영화 콜롬비아나 같이봄 케빈 고든 수키아나
11월 23일 수  J언니와 삼겹살. 아주 오랜시간 쇼핑해서 시슬리 가죽잠바 건짐 마음에 듬 ㅎㅎ
11월 24일 목  시험공부. 아프리카 여행준비. 케냐 비자 잘못입력한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11월 25일 금 하우스 파티. 13명이라는 대 인원 등장
11월 16일 토  쥴리아 마지막 하루

 

 

 

 

 


 

 


 

 

 

 

 

 

 

 

 

 

 

 

 

 

 

 

 

 

 

 

 

 

 

 

 

 

 

 

 

 

 

 

 

 

 

 

 

 

 

 

 

 

 

 

 

 

 

 

 

 

 

 

 

 

 

 

 

 

 

 

 

 

 

 

 

 

 

 

 

 

 


 

 

 

 

 

 

 

 

 

 

 

 

 

 

 

 

 

 

 

 

 

 

 

 

 

 

 

 

 

 

 

 

 

 

 

 

 

 

 

 

 

 

 

 

 

 

 

 

 

 

 

 

 

 

 

 

 

 

 

 

 

 

 

 

 

 

 

 

 

 

 

 

 

 

 

 

 

 

 

 

 

 

 

 


 일단 이곳에 찾아가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는 말을 전한다.
 
유랑이랑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대로
10시 30분까지 기요띠에 다리 Hotel Dieu 에서 132번과 129번을 기다렸고
노파심에 30분전에 도착해서
매연마셔가며 서성였는데
이럴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2번이 그냥지나치는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 버스? 오후 2시에나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본래 콜마르나 스트라스부르크를 갈까 하다가
페르쥬로 마음을 굳힌건데...;;;
그러다 불현듯 라 빠르디유에서 기차를 탈 수 있단 정보를 읽은 게 기억이 나서
라 빠르디유로 이동!

무려 왕복 15유로 (버스탔다면 왕복 3유로) 짜리 기차표를 샀지만
게이트 넘버가 안나와 있었다.
여기서 고생 하나 추가!
11시 20분 기차는 두대.
A게이트에 가서 물었다. 이 기차 뻬르쥬 가니?
아니래, 다시 E게이트에 가서 물었다. 이 기차 뻬르쥬 가니?
또다시 아니래.
시간은 3분가량 남았는데 결국 다시 인포까지 뛰어가서
기차 출발 2분전에 E게이트인걸 확인하고 기차를 집어탔다

그걸로도 나의 고생은 끝나지 않았으니
막상 페르쥬 역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영어를 못해 ㅠㅠㅠㅠ
마을 중앙에 위치한 인포를 갔는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점심시간...;;;
그때 시간이 12시 20분이었다. ㅠㅠㅠㅠ
결국 인포 안내는 포기하고 마을을 헤메다가 아주머니에게 페르쥬 페르쥬 기차 티켓을 보여주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나를 다시 기차역에 데려다 주는게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여기야 SCNF!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
내가 기차역을 물은게 아닌데 ㅠㅠㅠ

결국 기차 인포에서 정보를 구걸하고 까르프 근처로 걷기 시작하는데
뭔가 이 길이 아니란 느낌이 스멀스멀 들면서

다시 마을로 30여분 걸어가서 길을 물어 물었다.
근데 다들 영어를 못...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짓발짓으로 알려주는데 뭔가 길이 복잡하단 생각만큼은 확실

그러다 간신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중년 남자분이
뻬르쥬 가는 표지판까지 나를 안내해줬다.

혹시나 누군가 페르쥬를 간다면 반드시 기차역 인포에서 지도를 받고
틀린 방향이 아닌지,
표지판에서 페르쥬 표시를 확인하면서 샛길로 빠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시길!!!


여튼 이 모든 고생을 만회하고도
이곳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길을 알려준 아저씨의 말대로 관광객이 없는 시즌이라 너에게 더 좋을거야.
200미터 남짓한 마을 안에 관광객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고
돌길을 걸으면서 수백년 천년가까이 손때 묻은 공간을 바라보며
오래된 것들에게 위로 받았다.

 

 

 

 

 

 

 

 

 

 

 

 

 

 

 

 

 

 

 

 

 

 

 

 

 

 

 

 

 

 

 

 

 

 

 

 

 

 

 

 

 

 

 

 

 

 

 

 

 

 

 

 

 

 

 

 

 

 

 

 

ou

 


Place Bellecour

두번째스무살 2015. 11. 24. 01:18

 

 

 

리옹 벨쿠르 광장에서 멋쩍게 한참을 서성였다.

차마 너희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알량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간신히, 그리고 간절히 바래 온 한마디를 적었다.

얼마 후 다시 돌아와보니,
누군가 다정하게 초를 켜주었다.

 

 

 

I had written some sentences, there are my earnest wishes.

In Place bellecour Lyon. ...
Before long I came back,
Someone lighted candles tenderly.

 

I know that who is...

 

 

 

 

 

 

 

 

 

 

 

 

 

 

 

 

 

 

 

 

 

 

 

 

 

 

열심히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는 꽁지머리 청년은

해가 저물기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날이 저물기도 전에 혼자서 묵묵하게 촛불을 붙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사뭇인상적이었다.

카페 다시 나와 광장을 찾았을 때도 그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바닥에 한글로 글을 남기자,

뜻이 궁금하다고 물어왔고

간단한 영어 번역을 듣고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내친김에 바닥 곳곳에 남은 글귀들을 영어로 번역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선뜻 이 단어 저 단어들을 번역해줬다. 

뜻을 해석해주는 중간중간 마음이 아픈지 머뭇머뭇 거리기도 했다.

나도 잘 알것 같았다.

소리내어 읽다 보면, 그것은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간절히 이루어고 싶은 미래일테니까.

 

한참을 산책하다 다른 길목에서 다시금 이 청년과 마주쳤다.

집에 돌아가는 길같아 보이는 그와 안녕!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15일 리옹에서 안시 도착.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제대로 먹기 시작한 첫 끼니.

안시 기차역 인포메이션에서 (역시나 이곳은 영어소통 거의 불가능)

그냥 베이커리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역 입구에서 나와서 글리에흐가 쪽으로 가다가

Vinyl and coffee 란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은 만두에게 맡기고 햇받으며 안시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를 만끽!!

샌드위치는 바게트가 잘 돼있는 편이었고

만두가 주문한 프로마주 앤 과일잼(?)이 괜춘한편!

 

 

 

 

 

 

 

 

15일 저녁밥

안시 곳곳을 헤메이다가

여기 가격이 좀 있는데 괜찮은 곳이 아닐까 해서 들어간 곳!

스타터로 먹은 크로켓도 어마어마 하게 맛잇었는데

스테이크가 레어가 아니라 웰던 이상으로 구어져서 나왔다.

컴플레인  걸었는데 젊은 프랑스 아가씨가 몹시 얹짢아 하는 표정이 역력.

근데 문제는 저 타이거 새우가 무지하게 맛있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불만을 이야기 할 수 가 없이...

그러더니 다시 웰던으로 익혀서 나온 스테이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맛있어 흑흑흑흑흑흑

게다가 젊은 아가씨 말고 다른 중년의 웨이트리스는 또 너무 친절하네...

그러다 오마이갓! 후식으로 프로마쥬를 시켰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치즈 처음 먹어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분이 듬뿍 있질 않나 브리치즈 같은 모양인데 이게 브리치즈라면 그동안 나는 대체 무슨 브리치즈를 먹어왔던 것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안시는 성공적!!!

 

 

 

 

 

 

 

 

 

 

 

 

 

 

 

 

 

16일 아침

안시 호텔 리셉션 언니에게 맛있는 베이커리를 물으니 이곳을 추천하면서

베리베리 퐈~ 멀다고 했는데 사실 걸어서 10분정도 밖에 안걸렸다.

지금 다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확인해보는데 이곳이 맞다면

Boulangerie Patisserie 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들어가자 마자 김기절!!! 대체 이중에 뭘 먹어야 후회가 없을까 한탄이 서렸던 곳.

만두는 생강과 홍차가 어울어진 케이크를 시켰고

아 나는 해피밀 모양을 따라한 코코넛 케이크를 시켰는데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유럽인들에게 코코넛의 감칠맛과 단맛을 알려줘서 나를 이런 슬픔에(이곳에 다시 올 수 없다는) 빠트리나!!!!

 

 

 

 

 

 

 

 

 

 

16일 저녁

16일 저녁은 조금 바빴다. 안시에서 다시 리옹으로 돌아와 호텔에 짐을 풀었고

나는 벨쿠르 광장에있는 여행자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보졸레누보 투어를 예약했다.

인포메이션에서 리오네이즈 요리 집을 추천받았는데,

두곳 모두 7시부터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너무 허기진 만두와 나는 추천받은 골목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오늘 요리는 19유로자리 저렴이.

메인에 고치즈(염소치즈) 크랩 샐러드가 나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향긋한 유분의 맛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메인이 잘못나온게 아닌가??@?@?@? 비프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돼지고기가 나왔다.

웨이트리스는 아무 잘못 없다면서 니네가 시킨대로 나왔다고 우기기 시작. 마음은 상했지만 솔직히 돼지 목살도 엄청 맛있어서 일단 참고 먹고 있는데....

잠시 후 스테이크 한접시를 가져다 주는게 아닌가!!!

비프도 남김없이 신나게 먹었고 솔직히 가격대비 맛잇어서 조금 놀람.

디저트는 솔직히 나쁘진 않았으나, 다른 식당 디저트들이 너무 훌륭했으므로

쏘쏘로 판정 땅땅땅!!!

 

 

 

 

 

 

 

 

 

 

 

17일 점심

구시가지 Le Laurencin 식당.

만두는 공연 연습가고 혼자 구시가지 돌다가 찾아간 집.

15유로에서 20유로까지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참 맛있는 곳이라며 인포 아저씨(지만 동생이었을테니) 추천한 집. 스테이크는 괜찮았는데 나는 리오네즈 샐러드는 취향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돼지고기 말고 저 찬 지방 같은 음식의 정체가 뭔지 너무 궁금궁금함.

 

 

 

 

 

 

 

 

 

 

 

 

 

 

 

 

17일 저녁

드디어 만두와 함께 어제 못가본 인포메이션 추천 식당에 가봤다.

중고딩으로 보이는 프랑스 남자애가 혼신의 힘을 다해 영어로 안내를 해주...ㅋㅋㅋㅋ

자긴 재패니즈를 좋아한다면서 이타다끼마스 를 외치는데

얘야, 이따다끼마스는 우리가 해야할 말이란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귀찮아서 지적하진 않았다

맛을 음미하기에도 모자랐기 때문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타터로 와인에 절여진 스프와 빵, 만두는 크림이 베이스로 절여진 파스타를 먹었고

메인으로는 송아지 혀와 머리 스튜!!!

소내장의 하나인 양 크로켓(?)!!!!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느끼한 부위가 맛있을 수 있다니 ㅠㅠㅠㅠㅠㅠㅠ

아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디저트는 또 왜 이렇게 맛있나요?

크림뷔릴뤠는 물론이고

내가시킨 저 크랩도 최선을 다해 먹었습니다!!

 

설거지가 필요 없게 싹싹 먹는 것이

리옹 음식에 대한 나의 리스펙트다!!! 이것들아!!!

 

 

 

 

 

 

 

 

 

 

 

 

 

 

 

 

리옹을 처음 돌아보는 날 걸어가면서 이 레스토랑을 봤을 때

코웃음을 쳤다.

아 놔 이름이 ICEO 나는 씨이오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흘낏 지나가다 보는데 2012년도 트립어드바이저 엑설런트...;;

여튼 나 초등학교 시절 코코스를 떠올리게 하는 과한 색감에 일단은 스킵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 만두가 말하는 거 아닌가,

우리 숙소 근처에 음식점이 하나 있는데 만족도가 높대. 그리고 호텔에서 쿠폰주는데 20퍼센트 할인이 된대.

설마... 나는 씨이오는 아니겠지... 라고 했지만 호텔 리셉션에서 준 쿠폰은 바로 이곳 아이 씨이오였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황당 무개한 색감의 접시가 나왔을때까지만 해도

그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우리가 만나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리는요 ㅠㅠㅠㅠㅠㅠㅠ

아 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스테이크는 리옹말고(다른데도 다 괜찮았으니까) 처음이야!!!

계란 반숙된 저 얇은 크랩하며

와인에 절여진 돼지고기 하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역시 만족도가 높은 채로 돌아왔습니다요!!

 

 

 

 

 

 

 

 

 

 

 

 

 

 

 

 

 

 

19일 아침

제발 리옹에 있으신 분이라면

Le Kitchen Cafe 에 가세요!

아무 생각 없이 커피 마시려고 트립어드바이져에서 베이커리 검색했다가

이거슨 로또 당첨!!!!과도 같은 행운!

 

하루 한번 가도 질리지 않습니다!!!!

 

잉글리쉬 메뉴판도 가지고 있고

점심은 일주일에 한번 요리사의 영감에 의해 요리 된다는 말에 끌려서

점심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본래 예약이 필요한데

오늘은 가능하단 말에 그 자리에서 점심까지 먹기 시작

그리고 등장한 점심........;;;;;;;;;;;;

 

 

 

 

 

 

 

 

 

19일 점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걸 먹고 보졸레누보 투어를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뛰어야 했음!!!

코스 요리는 스타터, 메인을 먹거나 (21유로) 메인 디저트(21유로)

아니면 스타터, 메인,디저트 29유로에 먹을 수 있는데

이날은 시간관계상 스타터, 메인만 먹었다.

하지만 이틀 뒤, Le Kitchen Cafe에 다시갔다가 디저트를 먹지 않은건

인생의 큰 실수라고 느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놔 ㅠㅠㅠㅠㅠㅠㅠ

 

 

 

 

 

 

 

 

 

 

19일 점저는 보졸레누보 와인으로

이날 12잔을 마셨.... 저녁이 생각나지 않을 와인의 양이었슴돠...

풍경은 또 얼마나 좋던지,

첫번째 집 와인농장 아저씨는 또 어찌나 미남이던지요 ㅎㅎㅎㅎㅎ

 

 

 

 

 

 

 

 

 

 

20일 아점으로 먹은 중국요리

만두와 둘다 매운게 땡겼는데

가게 입구에 들어서니 앞에 한 팀이 줄 서 있는걸 보고

맛있는 집이구나 확신!!!!

Place des Jacobins 근처라고 기억하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땀흘리며 마파두부까지 깨끗하게 해치웠다.

 

 

 

 

베지터블을 위한 베이커리에서 시켜먹은 콩케이크.

고소한 맛이 일품.

 

 

 

저녁 식사 가기 전에 도전해 본 리옹구시가지 꽃모양 아이스크림.

 

 

 

 

 

 

 

 

 

 

이집은 이야기하자면 길다,

고기퐁듀가 땡긴다는 만두의 말에 그거 참 좋다 나도 한번 먹고 싶다라고 해서

퐁듀집을 검색!

saxe gambeta 역 근처에 있는 Les marmottes 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아...;;; 이거 뭔가 치즈를 먹어줘야만 할것 같은 분위기가 불씬

치즈 냄새가 쩔어주는 집이었지만

우리는 약속한대로 고기 퐁듀를 주문...;;;

고기 퐁듀가 별로였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우린 발견하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이것!!!

바로 아래 그림!!!

 

 

이 기게로 말할것 같으면 수박보다 더 큰 반원 모양의 치즈를

기계가 녹이면

다른 사람들이 접시 위에 긁어서 가져가는 것으로 딱 봐도 너무 맛있게 생겼습...;;;;;

 

당시 우리의 상태는 치즈샐러드와 고기퐁듀까지 주문해서 포화 상태!

하지만 저걸 먹지 못한다면 이집에 온 의미가 없다는 결론 끝에

19유로짜리 저걸 또 시켰다!!!

 

게다가 저 집에는 우리의 라이벌 손님 아저씨가 하나 있었는데

치즈가 노릇노릇 누룽지가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쓱삭쓱삭 하고 긁어가버리는 아저씨 때문에

우리도 질 수 없단 마음가짐으로 백번 천번 긁어대고 말았음.

 

 

 

그 결과!!

삼년치 치즈는 다 먹은것 같은 기분같은 기분!!!!!

75유로라는 거금을 썼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잊지도 않으리 누룽지 치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벌써 다시 가고 싶.....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텔 근처 Place Jean jaures 근처에 있는 빵공장

바게트를 사오는 길에 못참고 꼬다리를 뜯어 먹을만큼

고소한 냄새가 일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바게트가 얼마나 맛있던지 ㅠㅠㅠㅠㅠㅠㅠ

씹으면 씹을수록 특유의 향이랑 맛이 잘 살아난다.

에끌레어랑 다른 디저트도 맛있엇는데 배터지는 상황에서

술과 함께 먹었던 터라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ㅠㅠㅠㅠㅠ

 

 

 

 

 

 

 

 

만두와 헤어진 다음 다시 찾아간

Le Kitchen Cafe!!!!

위에도 썼지만 다시 한번!

제발 리옹에 계신분들이라면 Le Kitchen Cafe 가세요

하루 한번 Le Kitchen Cafe가세요!!! ㅠㅠㅠㅠㅠ

 

오늘도 파운드 케이크는 겁나 맛있고요!

 

 

 

 

 

익히지 않은 소고기가 이렇게나 맛있습니다!

올리브유 같은데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려서 저렇게 맛있는건지

특히나 저 절인 양배추와의 조화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엊그제 먹어 본 메뉴인데 다시 먹어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후추까지 쓱싹!!!

 

혼자 온 김에 옆에 앉은 잉글랜드 출신 할아버지(데이빗)와 말을 트면서

(알고보니 같이 SLO 호스텔에 묵고 있었음)

덩달아 이 키친 주방식구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유 아 매지션! (넌 마법사야)

=유 메이크 베네핏(불어로 미라클) 너는 기적을 만들어!!

 

 

원래 코스에 디저트가 하나 있는걸로 기억하는데

세개가 나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적을 세번이나 경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크림에 후추 뿌린게 맛있을 줄이야!?1!?!?!

그냥 진저에 배갈아 넣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놔 내가 생강맛 따위에 눈물 흘려도 되는거야?!?!?!!??!?!

생크림에 후추에 울컥하고 울어도 되는거냐고요?!!?!?!?!

아 놔 살아 생전 이런 음식을 먹고 호강을 하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향긋한 크림하며 사이에 끼어진 캐러멜(캬라멜이라고 읽을 수 없다) 캐러멜의 조화

그리고 흩뿌려진 과자 부스러기는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걸 먹으면서 속으로 외쳤다.

트립어드바이저 만점 줄거다 이것둘아?!!!??!??

일본인으로 보이는 서빙하는 분이 계셨는데 영국 할아버지 역시

너 하루에 한 번 여기 음식 먹을 수 있니? 너는 정녕 행운아야!

그말에 나도 격하게 동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나온, 그리고 내가 선택한 초코렛

바닥에 있는 브스러기 하나까지 다 먹었단걸 말씀드리고요

저 설탕 녹인 과자와 초코부스러기가 얼마나 조화로운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여튼 눈물을 흘리며

내 다시 리옹을 찾으면 매일 같이 이 카페를 찾으리라 다시 결심한 날이었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도 내일 또 오겠다고 ㅋㅋㅋㅋㅋㅋ

 

 

 

 

 

 

 

 

 

 

 

 

 

 

 

 

 

인포에서 추천한 마지막집에 도착!

돼지가 사람같은 모습을 잔뜩하고 있는집이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소세지가 유명한 집이었다.

아 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맛잇는 소세지는 살아생전 처음 먹어보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막 나려고 하네요 흐극극극극극

리요네즈 샐러드는 저번보다 이집게 훨씬 맛있었는데 같이 나온 곡식(?) 조 불린것 같이 생긴게 한몫을 했다. 신맛도 저번보단 덜했고.

배가 터질것 같았지만 디저트가지 싹 비우고 나왔습니다.

 

 

여튼 맛있다맛있다는 여기까지!!

또 만나요 리옹-안시 맛집들!!!


독일인의 정확한 시간 위로 몰타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몰타의 시간은 자기 멋대로다. 한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가 25분 일찍 나타나질 않나, 30여분 늦게 나타나서는 버스 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리지 않나. 리셉션을 책임지고 있는 몰티즈 줄리앙 역시 스쿨 액티비티에 40분씩 늦는건 기본이다.

반면 학원 인구의 절반 이상, 그리고 내 생활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인의 시계는 언제나 정확하다. 어제 새벽 다섯시 시칠리아 데일리 투어를 가기 위해 여섯명의 독일인 친구들과 만났는데 정말 약속한 시간 4시 40분에 정확하게 한명도 빠짐없이 여권 티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걸로 독일인에 대한 편견은 더더욱 굳어져 가는 중.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건 몰타 택시. 택시는 5시 25분에, 케빈이 세번이나 전화한 끝에 나타났다.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어차피 여행다니면서 독일인들은 꽤나 만나게 되니까 간단하고 재밌는 독일어를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아우프 에쓴 (원샷의 의미인듯)

헙헙 (렛츠고 대신 쓰는데 토끼가 뜀뛰는 모양의 의성어 인듯)

아우프 길츠 (렛츠고 의미로 같이 쓸 수 있는듯)

헙헙의 경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헙헙 인츠 벳츠 면 침대로 가자 같은 응용인듯.

 

젊은 애들 쓰는 용어도 배우고 있다

쥬파(수퍼의 의미) 클라스 (액설런트의 의미다.)

 

당연히 욕까지 배우고 있는데

샤이슨(쉣의 의미인듯)

미스티(이것도 비슷한 의미인듯)

페담 (댐잇)

 

그리고 대망의 숫자를 배우고 있는데

아인스 쯔바이 드라이 풴 퓐

그리고 숫자 6은 섹스라고...;;;;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독일숫자일듯.

 

 

 

작은 꿈을 이뤘다.

우주 여왕 쉬라가 뿔달린 페가수스를 탈 수 있었을 때부터인가?

<작은 소녀 링> 비디오를 빌려봤을 때부터인가

어린시절 나의 꿈은 승마였다. 어린 시절 맨날 침대 위에서 뛰면서 승마하는 나를 상상했다. 다시 말하자면 승마 가상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면서 침대에서 뛴 셈이다. 그때마다 나는 능숙하게 말을 잘타는 소녀(?) 였어서. 막 안장 없이도 말을 탈 수 있었는데 말이다. ㅋㅋ 

커가면서 운동신경 그중에서도 중심 잡는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알았을 때 에감했다. 어쩌면 나는 말을 못탈지 몰라...

지난주 학원 액티비티로 승마가 나왔을 땐 그래도 학원 액티비티로 가면 나처럼 처음인 애들도 많고, 덜쪽팔리고, 아울러 말발굽에 밟혀서 어딘가 부러지는 일은 없겠지 하는 의도에서 도전해봤다.

처음 5분은 너무나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다.

거기다 내가탄 <올리>는 똑똑한 말이라서, 알아서 앞에 말이 싼 똥도 피해가고 진흙탕도 알아서 피해가줬다. ㅋㅋㅋㅋ

해질녁 저녁 말을 타고 골든베이 해변을 지나면서 저 멀리 해협과 화산이 만든 절벽을 보는 기분이란. 어린시절 꿈처럼 안장 없이 말을 타고 말과 하나가 되는 경험은 평생 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경험 하나 더한 셈이다!

 

 

 

사람이 유해졌다.

한국이었으면 빡쳤을 일도 웃으면서 허허실실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엔 하*은행 카드가 인출이 안돼서 인출기를 세군데나 다녔는데도 별로 화가나지 않았다. 당장 이번주 금요일에 이용할 루프트 한자가 파업을 시작했는데도 어떡해든 되겠지 유하게 넘어가게 된다.  

몰타 오기 전까지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 버럭버럭 하던 성격이 마무돼가고 여유롭고 느긋함이 싹트고 있다는 걸 느낀다.

떠나오기 전엔 재충전이 불가능할거라고 느꼈는데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의 잃어버렸던 삶을 사는 재미를 다시금 배워가고 있다.

삶은 잃어버렸다 되찾는 것의 반복인지 모른다.

 

 

 

 

 


몇가지 단상

두번째스무살 2015. 10. 29. 22:01

 

 

물 건너간 다이어트.

다이어트에 대한 큰 의지는 없었다. 여기서 먹는건 흔히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일단 첫주에 수퍼마켓에 가득 진열된 치즈를 본 순간 '아 틀렸구나'하는 결론을 내렸다. 첫주엔 리코타 치즈에 도전했다. 왠걸. 망할 코스트코에서 파는 리코타는 리코타에 리 도 꺼내선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체 이탈리아는 어떤 나라길래 같은 리코타 치즈인데 이렇게 더 맛있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마스카포테 치즈를 발견했다. 아침점심저녁 쉬지 않고 열심히 빵에 펴발라 먹고 있는데 이탈리아 친구가 말한다. '신, 잼을 발라'

그 순간 다이어트는 틀려도 단단히 틀렸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엊그제는 염소치즈에 도전했는데 이게 또 신세계다. 유분이 많고 촉촉해서 한입 먹으면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다 알아. 한국엔 없다. 그러니까 이곳에선 절제해선 안된다. 최대한 열심히 먹고 갈테다 흑흑흑

 

 

오피스 커플.

학원에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들이 있다. 수업 첫날 바로 깨달았는데 브라이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타입의 성소수자다. 가끔 보여주는 신경질 적인 대답, 속사포처럼 내뱉는 수다, 그리고 매일매일 근사하게 깔맞춤해오는 스카프가 그걸 반증한다.

 

스위스에서 온 브루스 윌리스를 닮은 다니엘이 의외의 경우였는데 말이다. 3주 머무는 동안 사업차 1박2일 스위스에 돌아오는 모습도 얼마나 근사 했던지.  아침 조깅 때 종종 마주치는 바람에 다니엘과 나는 제법 친해졌다고 자부한다. 학원에서 언제나 다정하게 웃어주고, 브레이크 타임 내가 수다스럽게 떠들어 대도 다 받아줬단 말이지.근데 제시가 어느날 말하는거다. '신, 다니엘도 토틀리...'

그제서야 나는 다니엘 귀의 피어싱과 조금은 남다른 목소리 톤을 떠올렸다.

 

크리스티나와 토니가 의외의 커플이었다. 물론 크리스티나의 파워풀한 모습이나 자애로운 성격에서 유추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대모 스타일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토니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동글동글한 인상 하트모양의 귀여운 입술 재잘재잘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학원에서 <오피스>를 주제로 대화하던 날이었다. 토니가 말했다. '나는 오피스 커플이에요. 결혼했어야' 한국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조합이다. 우리 사회는 묵인하고 눈 감아 버리는 사안이니까,

여튼 나는 유추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세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토니 역시 세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어제 새로 살 집의 타일을 고르러 갔고 토니 역시 오늘 아침 부엌을 꾸며야하는데 마음에 드는건 항상 비싸다고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크리스티나와 토니는 나름 커밍아웃(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미 대다수는 알고 있는 사안이니까)을 했는데 중장년 노년층이 절반이상으로  이루어진 학원에서도 다들 그런갑다. 둘이 결혼했다니 잘됐는갑다. 하고 시크하게 넘어간다.

한국이라면 뒤에서 수근수근 잘근잘근 토로하고 수다 떨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사는 나의 성소수자 친구들을 떠올린다.

부디 그들에게도, 남다를 것 없는 삶이 주어지길. 

자신을 드러내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남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되길...

 

 

 

그래도 여기도 나름 학교,

엘리사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첫주엔 아민이 그렇게 한문제 하나에 눈에 불을 키고 선생님한테 묻더니, 아민이 반이 올라가니까 그 뒤로 엘리사가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고 있다. ㅋㅋ 나는 여기 쉬러 왔기 때문에 쪽팔리긴 싫으니까 꼴찌만 하지 않겠단 마음으로.. 적당히 공부하고 애들이랑 대화하고 있다.

이 학원이 다른 학원이랑 다른게 매주 금요일 시험을 치르긴 하는데, 그 시험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다. 목요일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숙제를 내준다. 옆에 앉은 친구와 답을 맞춰보게 한다. 답이 다를 경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본 뒤 서로 답을 맞춰본다. 뭘 틀렸는지 확인하고 토론한다. 대충 몇개를 틀렸는지 감이 잡힌다. 다음엔 선생님과 답을 맞춘다. 채점은 자기가 한다. 점수도 자기가 매긴다. 애들이 너무 다들 솔직하니까 나도 점수를 속일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다.

 

지난주 금요일 시험이 끝난 뒤 엘리사가 득달같이 나한테 오더니커스턴의 흉을 본다.

'나랑 개 답맞췄는데 개 거의 다 틀렷거든 근데 네개 틀렸다고 점수에 적더라'

 

엘리사는 광분해 있긴 했는데, 난 그 말마저 즐거웠다. 학교다. 내가 다시 학교에 왔구나.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받아 줄  수 있는 연습공간...

 

 

 

줄리앙은 역시나 프랑스 남자.

우리학원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독일에서 왔다. 아무 생각 없이 독일에서 왔니? 란 질문에 굉장히 싫은 기색을 내비췄다. 살사바 공짜 레슨장에서 한국인이라면 제일 먼저 배우는 그 영어 질문을 물었다.

 

'웰알유프럼? 너 어디서 왔니?'

 

줄리앙은 내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프럼인유얼드림... 너의 꿈속에서'

 

그 뒤로 버터리하면서도 재치 있는 그의 문답을 듣는건 큰 즐거움이다.

 

-넌 내 살사 파트너가 아닌데 왜 내 손을 잡니?

-널 놓칠까 무서워서...

 

-오늘 너는 학교 끝나고 뭐할거니?

-너와 함께라면 비가 와도 해변을 걷고 싶어.

 

마르세유 대학에서 엔지니어 교수를 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남프랑스 남자에 대한 편견을 이렇게 도 굳혀주고 있다.

 

 

첫번째 할로윈

어제는 학교 액티비티로 호박만들기에 도전했고 오늘은 싸구려 코스튬을 샀다.

그리고 내일은 할로윈파티 펍크롤을 갈 예정이다.

하루하루 맞바꿀 수 없을만큼 스무살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여튼 이렇게 한국말로 실컷 일기를 쓰고 나면

친구들이 언제나 궁금해 한다.

What did I wright?

Guess!! hahaha XD 

 

 


젠가에 대한 짧은 단상

 

최악을 상상한다. 덜최악을 만났을 때 위로하기 위해서다. 상상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디테일이 더해진다. 이를테면 오년전 남미 가기 전에는 싸파티스타 혁명군을 만나서(그렇다. 싸파티스타 혁명군은 멕시코에 있다는걸 당시엔 몰랐다.) 납치가 되다가 혁명군 동료가 되고 스페인어에 능통해지는 상상을 해봤다. (이걸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튼 최악을 상상하고 내린 결론이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아시안을 받아본 적 없다는 이 학원에서 몰타 어학원을 오기 전엔 줄곳 왕따가 되는 상상을 해봤다.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보려고 젠가를 사긴 했는데, 그러다 만들어낸 최악의 상상은 '내가 사온 젠가'로 나 빼놓고 나머지 애들끼라 젠가하는 상상(?)이었는데 말이다. 여튼 야심차게 사온 미니젠가는 쏠쏠하게 써먹고 있다. 미니 젠가보다 두배는 굵은 손가락으로 고심하는 외국 남자애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눈은 말한다.

눈은 유리창도 아닌데 말이다, 많은 것을 여과 없이 내보인다

엘리사의 눈은 말한다. 침착할 때와 서두를 때를 아는 현명함. 재빠르게 판단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영리함이 있다. 반면 서른여덟살 스위스 친구의 눈은 언제나 포커스 아웃이다. 무얼 담고 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무엇에 집중하는지 조차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도 멍하니 질문을 놓치는 걸 자주 보곤 했다.

 

 

독일에 대한 편견이 더해지고 있다.

여행자는 자신의 편견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어떤 편견은 증명되어 진리가 되고 어떤 편견은 수정되어 새로운 편견이 된다.

-후칭팡 <여행자>

 

루프트 한자를 탔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에서 짧지만 1박을 했다. 학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4일까지 도미토리 룸에이트는 독일인친구였다. 그리고 현재 학원생 절반이 독일인에,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친구들을 셈해보면 70퍼센트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생활하는 셈이다. 독일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생활 구조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46번 버스가 유스호스텔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한 청년에 구글맵으로 길을 검색해 줬다. 10분가량. 아마 10유로 가량이 나올 거라고 얘기해줬다. 차선책이 없었던 나로선 택시를 탔다. 요금은 10.5유로. 바가지 일절 없는 쌈빡한 금액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나섰다. 유스호스텔 아저씨가 적어준 버스시간은 5시 48분. 버스는 한치 오차도 없이 5시 48분에 해당 정류장에 서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인포메이션에 가서 공항 가는 길을 물었다. 나같은 사람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있겠지. 안내원은 대답한마디 없이 미리 인쇄해둔 종이를 내민다. 갈아타야하는 플랫폼 위치 타야하는 우반번호 나가야하는 공항 게이트 번호까지 적어서 그 뒤로 누구에게도 길을 물을 필요가 없었다.

 


두번째 스무살

 

4년전 서른살. 남미 여행을 갔을 때 생각한건 상실감이었다. 내가 누리지 못한 이십대. 누가 뺏어간것도 아니고 홀랑 집어가버린 것도 아닌데 분명 나의 이십대엔 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학과일 동아리일 학생회일 농활 전수 학생회선거 학술제 엠티로 점철 됐던 대학생 시절이 문제인가, 만화 해보겠다고 빈둥대다가 보낸 2년 그리고 그 뒤로 인간끝장 방송작가 막내시절과 입봉하고 아둥바둥 애먹은게 문제였나. 나의 20대는 주체적으로 무엇을 결정하기도 전에 휩쓸리듯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흔한 어학연수를 비롯한 외국 생활(여행과는 다르다)을 한 번 하지 못했으며,

뜨거운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어물쩍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니던 대학이 집에서 너무 가까워 남자셋여자셋 같이 부모에게 독립해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하숙집 생활, 기숙사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60리터자리 배낭과 침낭 에어매트를 척척 들어매고 겁없이 어디든 나서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아이들의 모습은 나를 큰 상실감에 빠트렸다. 그리고 든 생각이 그거였다. 나의 이십대는 아직 오지 않았단 생각이었다.

 

사십리터 배낭에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남들

며칠전 이웃 스쿨아파트에 살고 있는 케빈, 엘리사네 집에 소주한병과 젠가를 들고 벨을 누르는 순간 깨달았다.

 

왔다.

나의 두번째 스무살이.

 

 

 

 

 


지난주 일기는 너무 사생활이 많아서 비공개!

 


10월4일 일요일
쓴돈 : 장본것 12유로 맥주 3유로

오늘은 독일 커플 마이와 팀이 우리 플랫에 왔다. 너무 어려보여서 놀랐는데 예상대로 18살.

앞으로 2주간 있을 예정이고 다른 나라로 여행가겠다는데 아직도 장소를 안정했다고 ㅋㅋ
슈퍼마켓에 길도 알려줄 겸 해서 오전에 다같이 장보러 다녀왔다.
약속대로라면 우리는 수영을 해야하는 날이었다. 한시에 수영복까지 다 챙겨 입었는데 날이 흐려서 낮 수영을 못갔다. ㅠㅠ
마리나, 제시, 커스턴과 성당이 보이는 바다에 앉았고, 엘리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
좀 지경누거 같아서 마리나와 나 제시는 칵테일 마시러 갔다가 낮 술을 시전. 맥주 한잔만 했다. ㅋㅋ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집에서 좀 휴식을 길게 취하다가 저녁 때는 커스턴이랑 엘리사가 와서 젠가 하고, DVD를 연결해서 킹스맨을 봤다.

(극장서 두번, 세번째 보는거지만) 오오 아름다운 콜린퍼스시여~


10월5일 월요일
쓴 돈 ; J언니와 맥주 두잔 안주 먹은것 15유로 락커보증금 10유로

오늘은 바쁜 날이었음. 학교 수업 끝나고 집에와서 잠시 쉬고 월컴파티 갔다가
글룰루에 10명 자리 예약. 다시 집에 왔다가 엘리사와 둘이 수영을 갔다가
J언니와 맥도날드에서 만나서 저녁+맥주 해결 했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많아서 수다 폭발!!!
치스크는 금방 취하는지 맥주 두잔에도 알딸딸해진다.

 


10월6일 화요일
쓴 돈 : 글룰루 23유로
수업 끝나고 엘리사와 수영을 갔다.
현재 나는 생리중이기 때문에 발만 담그고 햇볕을 만끽.
후칭팡의 <여행자>를 오늘로서 다 읽었다.

 

아침에 마이와 팀이 레스토랑에 안가겠다고 말하더니 마리나도 안가겠다고 하고
글룰루에 예약을 10명이나 했는데 결국 엘리사 나 제시 커스턴만 갔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제시가 클럽에 가고 싶다고 해서 파체빌에 도전 ㅠㅠㅠ 그런데 춤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커스턴은 뚱하니 앉아 있고 결국 제시에게 칵테일 한 잔 얻어먹고 한시간 가량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사실 놀 상황이나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어찌보면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다.

 


10월 7일 수요일
쓴 돈 : 없다.

쓴돈이 전혀 없다. 왜냐면 1교시 수업 쯤 어지럽고 숨이 가빠오는거다.
울렁거리기도 하고 토하고 싶은거 같기도 하고 ㅠㅠㅠㅠ
2교시 수업을 들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집에와서 끙끙 앓았다 ㅠㅠ
다이빙도 취소했고 액티비티로 나와 있던 카누잉도 당연히 못갔다 흑흑...
제시에겐 왓츠앱으로 걱정하는 메세지고 도착해 있고

오늘 임디나에 간다고 같이 갈 수 있으면 가자고 하는데 야 임마 지금 다이빙도 취소했는데 그런게 가능할 리가... ㅜㅜㅜㅜㅜ
집에와서 1차로 낮잠 잔 다음 버나드 쇼의 책을 읽고 빈둥빈둥 있다가
저녁 여덟시부터 자리에 누웠다.
코가 막히고 갑갑하고 어지럽고 여튼 빨리 나았으면 한다 ㅠ

 


10월 8일 목요일
쓴 돈 : 장본것 22유로 (살라미와 마스카포네 치즈, 스테이크를 샀더니 이렇게 됨 ㅠ)+더블초콜렛케이크(맥도날드)

장보고 돌아와서 잠시 휴식,
오늘은 말 그대로 스터디 하드 ㅋㅋㅋ 학교 끝나고 엘리사 제시 다같이 모여서 숙제하고 영어 공부하고 그러다 저녁 산책 나가는 길에 제시가 단게 먹고 싶다고 해서 맥도날드에 갔다. 오마이갓 완전 취향인 케이크들이 천지 ㅠㅠㅠㅠㅠㅠ 설탕 함유량이 좀 많긴 하다만 ㅠㅠㅠㅠ

 
아 몰타는 그야말로 데이트하기 참 좋은 장소들 천국이라서 ㅠㅠㅠㅠㅠㅠㅠ

제시와 엘리사에게 다음엔 꼭 여기 남자랑 와서 같이 걸으라고 말해줬더니

항상 '커스턴이랑'을 붙여서 빵빵 터짐.
제시랑 엘리사랑 서로의 남자 타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제까진 우리 하교 최고 미남으로 게리를 꼽았는데 취소.

생각해 보니 절먼 독일 가이 에이에이쥐부터 친구였다던 그들 중에서

블론드 머리에 여자 이름이였던 그 친구가 단연 미남이다.

제시는 수줍게 피터도 미남이었어.

애들에게 직접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난 도미닉같이 크고 마른애가 좋더라..되뇌였다.

 

 

 

10월 9일 금요일
쓴 돈 : birgu 버스 왕복 4유로 피자값 4유로

오늘은 이탈리아 세명의 마지막 수업시간. 한주마다 썰물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니까

섭섭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사람들이랑 사진 찍고 싶었는데 깜빡하고 카메라를 두고 와서 아침에 학교 가자마자 카메라를 가지러 다시 떠났다.


첫시간엔 48문제 중에 네문제를 틀려서 선방.

올가, 다니엘, 쥬시가 떠났다. 마지막 수업시간엔 각 주제에 대해서 재미난 퀴즈를 내는거였는데,  나는 아민이 주장인 팀이었고, 상대편은 수다쟁이 다니엘 팀.
피카소의 부인은 몇명?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 날짜는?

작곡가 중에 살아 있다면 가장 부자였을 작곡가는?

말타 국견 개의 이름은?

 

같은 퀴즈를 냈다.
그래 영어 문법은 좀 딸리지만 나름 잡다한 상식으로 덕을 봤다.


역시나 각 분야마다 전공이 살아 있는데 아민, 다니엘, 커스턴 같은 경우는 이공계 지리 쪽에서 탁월한 문제들을 냈고마티어스는 방송 뉴스 팀에서 일한다더니 모르는 게 없는 아저씨였다.

이 와중에 캐릭터가 엄청 사는게 다니엘이 이탈이아식 영어로 미친듯이 퀴즈를 내니까 같은 팀인 잉그부룩 할머니가 "아이돈언더스텐드!"라고 팀킬해서 짱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사람들 어찌나 개성넘치고 캐릭터 스러운지. ㅋㅋㅋㅋㅋ

 

집에와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마이가 또 후라이팬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놔서 좀 짜증이 났다.
그냥 사소한건데 마이와 팀, 마리나는 휴지통 한번 비울줄을 모르고

음식도 하고 나면 늘 음식찌꺼기가 남아 있고 샤워실은 머리카락으로 난리도 아니다.

 
뭐 1-2주 있다갈 애들이니까 뾰족하게 이야기 안하고 그냥 참고 있는데
조반나나 지난주엔 전혀 없던 일이니까 좀 황당하긴 하다.

 

버그에 가는데 커스턴 잉그부룩 그리고 그녀의 친구도 같이 가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서둘러 나간 다음에 12번 버스는 정원이 차서 다음차 13번 버스를 타고 봄비에서 X7로 갈아탔는데 버그에 종점 도착인 버스라 온갖 말타 동네를 다 돌아다니는데 그것도 나름 스릴있었다.


버그 도착해서 동네 산책 좀 하는데 아무리봐도 캔들페스티벌에 캔들이 없는거다. 헐 ㅋㅋㅋㅋㅋㅋ 비도 내리고 제시가 배고프다길래 잠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생각해 보니 내가 행운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알지 못해던 행운이 있었다.


제시는 처음 숙소 왔을 때 나랑 아냐 대신 독일 친구들만 있었으면 그때부터 늘 독일말을 쓰지 않았을까 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한국말 쓰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영어를 쓰기 시작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도착하는 날이 모두 똑같았던 네명. 그리고 알게 된 엘리사.
독일어를 놔두고 늘 영어를 써준 아이들을 만난건 큰 행운이다.


지금 우리 숙소에 있는 팀, 마이, 마리나만 봐도 자기들끼리 있으면 늘 독일어를 쓰고 내가 영어로 묻지 않는 이상 굳이 영어로 대화하지 않는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버그에 캔들이 켜질일은 없는것 같고 제시가 아픈거 같다고 하길래 2번 버스를 타고 발레타에서 12번 버스로 갈아타고 돌아왔다. 에어컨을 켜주지 않아서 완전 찜통이었는데 외국애들은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듯 다들 엄청 못견뎌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사실 좀 피곤했는데 제시가 아프다고 클럽 가잔 이야길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ㅋㅋ

버그는 참 예쁜 동네였다. 지난주 화요일 액티비티 쓰리시티 포인트 가이드에서 가본 동네이기도 했다. 바닷가 요트 정착지에 비가 와서 사람이 없는 조용한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외관이 상당히 현대적이고 심플했다. 이런 곳에서 둘이 있으면 정말 세상에 단 둘인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9월 26일 토요일 일기
쓴 돈: J작가님이랑 밥먹으면서 낸 10유로 (피자 맥주값)

 

아침 기상 거하게 아침밥 먹고, 슬리에마까지 산책. 오후랑은 사뭇 다른 바다색. 청량한 바다라는 게 어떤건지 알거 같았다.
간단하게 빵으로 점심 떼우고 낮잠 자다가 수영장에서 수영 좀 함.
수영 끝나고 잠시 숙소에서 쉬다가 링구아 몰타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함.
세인트 줄리안스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동네도 조용하고 이국적에 예쁜집들이 가득가득.
걷는것만해도 너무 좋았는데
해변 따라 걷는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안나왔다.
이게 정녕 동네나 사람 사는 곳이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놀이동산인데 ㅠㅠㅠㅠ
커다란 돌성곽 위로 조명이 쏴지고 바닷물이 넘실대고 그리고 커다란 보름달까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동네다.
내일부터 이런 곳에서 살게 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월 26일 일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장보면서 든 7유로.
앞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냉장고에 유통기간 남은 버터랑 등등

죄다 오케이오케이외치면서 내가 챙겼음

 

나 운다 ㅠㅠㅠㅠ
오늘은 추석.
이역만리 타국에서 흐느껴 운다.
배낭여행 인생 12년.
매트리스 꺼진 침대 도미토리,

영국 남자애가 나는 아랑곳 않고 팬티까지 갈아 있던 남녀 믹스룸....
성수기 바닥에 매트리스 깔아주는 한인민박집 등

각종 호스텔 도미토리만 전전하던 나에게 말도 안되는 공간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 (집세를 낸다는 것만 빼면) 우리집 내방보다 더 좋은...,
학원기숙사.

아니,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지?!?!?!?ㅠㅠㅠㅠㅠㅠ
아놔 소파랑 카페트도 이태리제야!!!?!?!!?(유럽이니까 당연한 걸지도..)
ㅜㅜㅜㅜㅜㅜㅜ지금 기분같아선 12월에 아프리카 가기 싫으뮤ㅠㅠㅠㅠㅠㅠㅜ


방금 독일에서 온 제시카가 오늘 새로 왔다면서 인사하더니 숙소 너무 좋다면서 방방 뛴다.
알아 알아, 세시간 전 나를 보는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
오늘 제시카랑 한국에서 싸간 아이유가 그려진 쏘주 한잔 콜 해야겠다!! ㅠㅠㅠㅠㅠ

제시카, 그리고 조금 더 늦게 온 아냐와 함께 학원이 어딨는지 위치도 파악하고
세인트줄리안스 근처를 배회하다가 일요일에 문여는 슈퍼마켓을 찾아 파체빌까지 다녀왔다.
부엌을 대충 정리하고 파스타 만들어 먹고 소주 콜을 외쳤는데
다들 소주를 안좋아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크흑
여튼 부엌에 남아 있는 흰 와인이랑 등등해서 좀 약하게 먹었다.
제시카는 같이 하고 싶은게 참 많은것 같은데 앞으로 당번정해서

 저녁도 같이 만들어 먹자고 하는데 나는 과감하게 거절했다. ㅋㅋㅋ
되도록이면 다이어트를 위해서 하루 세끼만 먹고
네다섯시에 저녁 일찍 먹은다음에 놀러다녀야겠다.
놀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늘 놀러다닐 것이다.

해는 저물고 나의 갈길은 길다!! 벌써 몰타에서 5일이나 지났다규~!

 

 


 

(9월26일에 쓰는) 9월25일 금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보트파티 20유로

J언니랑 커피 2유로

보트파티에서 5유로(빵값 지불 포함) 

 

<동일한 DNA의 힘>

동일한 DNA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한 것일까?
본래 인류의 몸속에는 흥과 신명이라는 공통분모가 녹아 있는 것일까?

 

대학 다닐 때 수업에서 신명은 신을 모시는 것이고 신을 모시기 위해서 손을 들고 태양빛을 반사하는 금속을 흔들어야 하고 그것은 곧 춤이 된다고 배웠다. 사실 나는 그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알고 보면 신명은 굳이 태양신을 모시지 않아도 주신(알콜)을 만난다면

인류 누구나 발현할 수 있는 성질인 것일까?

 

나는 오늘 베를린에서 왔다는 DJ의 테크노 선율에 맞춰
파도를 가르며 계속되는 보트의 흔들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위로 들고 휘청이는 보트파티에 참석한 각종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 고속버스에서 흥에 겨워 춤사위를 신명나게 시전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콜롬비아 보고타 소금성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일잔한 뒤 춤추는 아저씨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몰타에서는 여름시즌 매주 금요일 보트파티라고

보트를 타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세인트 폴 해변에 정착한다음
술이 오르고 흥에 겨워 춤을 추다가 바다에 점프하는 파티가 있다고 했다.

 

세상에!!! 뭐.라.고.요????!?!!

술도 좋고,
풍경도 좋은 밤에,
배를타고 나가서,
클럽음악에,
춤을 추다 말고, 
지중해 바다에 빠진다고?!?!?!?!?!?!

 

나 맨날 갈거야... ㅠㅠㅠㅠ 저 파티 맨날맨날 갈거야 ㅜㅜㅜㅜㅜㅜㅜ 하루 생활비로 1유로를 쓸지언정 저 보트파티 죽순이가 될거야... 라고 외쳤는데,
안타깝게도 시즌 끝나서 오늘 있을 보트파티가 마지막이라고 ㅠㅠㅠㅠㅠ

베를린에서 온 DJ가 테크노를 디제잉한다고 하는데

사실 테크노는 내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 뱃머리 앞에서 밤바다를 구경했다.
추석 되기 하루 전 덜찬 달이 두둥실 떠 있고 저멀라 몰타 성의 성곽이 보이는 야경.

잔잔한 파도소리
파도 위에 달빛이 떠다니는 풍광...
사실 유람선이라고 해도 20유로가 아깝지 않겠다 싶었다.

밤에 몰타를 도는 배는 흔하지 않으니까.

 

사실 보트에 올랐을 때 완전 두껍게 껴 입은 아이들을 보며, 쌀쌀한 밤바다 바람을 맞다 보니 과연 뛰어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몸을 덥혀야해. 20유로 낸 김에 야무지게 놀아주겠어.
흔들리는 고속버스 춤판과 매우 유사한 풍경 속에서 배의 흔들림에 맞춰 춤을 추며

바다에 뛰어들기 적합한 체온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럴수가!

보트가 정착한 뒤에 아무도 뛰어드는 애들이 없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오늘 수영복 입고 비치타올까지 한 짐 싸온여자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맥주 한캔을 더 들이킨 나는 서양여자애 하나를 붙잡고 중얼댔다.

나 다이빙 원해. 그것 때문에 여기 왔어...

 

근데 저쪽에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
아니나 달라. 여자애 바다에 두명이 두둥실 떠있는게 아닌가.
비틀비틀 대면서 나는 옷을 집어 던지고 바다로 입수 준비를 시작했다.

 

밤공기 보다 바닷물은 따뜻했고
어제 낮에 찾아갔던 바다보다 훨씬 잔잔했다.
에메랄드 색 수면 위로 달빛이 비치고 밤하늘 위로 별들이 떠 있고
비록 코랑 입에는 짠물이 가득하지만...

 

한번으로 아쉬웠던 나는 이왕 젖은 김에 다시 한번 입수!

 

몸을 어느정도 말리고 난 뒤에 보니,
뒤로 돌아 백덤블링으로 점프하는 독일애
친구랑 손잡고 떨어지는 놈들
떨어진 다음 여러명이서 원만들어 노는 아이들...
역시 친구 사귄 다음에 보트타러 왔어야 했구나...

 

하지만 보트파티 막배라도 탄 게 어딘가 싶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한껏젖은 옷과 더이상 춤출 의지를 잃은 채

배 앞머리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일 보름달이 뜨면 빌어야할 소원이 몇개 있다.
아픈 친구가 나았으면 좋겠고, 같이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여기서 인생에 젊음에 다시 없을 기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보름달님께서 치사하고 쪼잔하게 하나만 빌라고 하나만 들어준다고 하지 않겠지.

밤바람은 너무 싸늘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총총한 별들 얕게 퍼져 있는 구름.
또 다시 밤보트를 탈 수 있는 몰타의 밤이 있겠지만...
이 밤은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

혹시나 몰타에 여름 기간에 가게 된다면 무리해서라도 꼭꼭꼭 수영복을 챙겨 입고 위에 원피스를 걸치고 비치타올을 챙겨가야하는 보트파티를 추천한다!! 강추한다 진정으로!!!!

 


9월24일 목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J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 저녁 답례로 낸 돈 5.4유로. 비치타올 9유로.

 

오늘 한일은 딱히 없다. 아침 다섯시부터 눈이 떠졌으나 꾹 참으면서 일곱시까지 버텼고

여담이지만 NSTS호스텔 아침밥 짱!!! 토마토, 사과, 오렌지, 수박 과일이 네종류나 나오고 시리얼도 세종류 커피머신도 있어서 내려마실수도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7시 45분 아침식사가 시작된 시간에 일찍 아침을 먹으러 나가서 테이블 멤버가 두번 바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거트며 새로나온 과일까지 다 챙겨 먹는 과식을 해냈다.


수영장에 나가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좀 쉬다가

수영장으로 나가서 책을 읽었고(민지가 선물로 준 책 여행자)
점심으로 조식 때 챙겨온 사과를 먹엇으며 한시 정도에 J언니네 기숙사에가서 콜롬비아 아가씨들과 인사를 하고 J언니의 라면을 뺏어 먹었고

바다에 나갔다.

슬리에마 포인트몰 근처 해변이었는데.....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왜 나는 그런 선택을 했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자고 가방 하나만 더 들면 되는걸 스노쿨 안경과 오리발을 가져오지 않았나.

흑흑흑흑흑 아 놔 그 두개만 있었으면 절대 바다에서 안올라오고

두 시간이든 세시간이들 놀 수 있을것만 같은데 말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몰타에 여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스노쿨.. 아무리 가방이 터지더라도 스노쿨 안경만큼은 챙겨오시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톡으로 영진이한테 징징대니까 부쳐주리? 라고 했지만 그 스노쿨이 몰타에 도착하면 바다에 못들어갈 날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J언니가 보트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내일은 보트 투어에 가게 되는걸까? 재미 없으면 어떡하나. 쩌리 되면 어떡하나. 고민도 되지만 이왕 느끼는거 다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과감히 바다에 빠지겠다!! 고고

 

 


 

9월23일 수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S반 4.55유로
버스비 1.75유로
공항와서 몰타 호스텔 택시비 20유로 ㅠㅠ
남은 숙박비 정산 52.8유로 (10달러는 미리 지불- 약 7만5000원 가량 사용)
맥주 피자 (J작가님께 얻어먹음) 5유로
물사먹는거 0.7 유로(곧 여섯병에 1.5유로짜리 사먹어야겠다)

만난 사람. 수영장에서 스위스 남자애 친절하고 상냥한 루카스(와인을 권해줬기 때문에) 브라질여자애 사브리나. 길가다 말 건 마리우스 (from 노르웨이)


프랑크 푸르트에서는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다섯시반 기상이 스스로도 불안해서 결국엔 일찍 일어나는 걸 선택.

다섯시에 짐을 싸고 나와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볼일보고 다시 짐쌈
로비에 고딩으로 보이는 애들 스무명이 있엇다.

중앙 역으로 어떻게 가냐고 하니까 15분 뒤에 버스 온다며 여기서 10분 있다 나가라고 한다. 버스는 호스텔에서 적어준대로 5시 58분에 정확히 온다. 무서운 나라야 독일...;;;
중앙역에서 인포를 들려공항까지 어떻게 가냐고 하니까 조용히 가는 방법이 적힌 티켓을 내민다. 말한마디도 아끼겠다 이건가? ㅋㅋㅋㅋㅋ 무서운 나라야 독일.. 이렇게 일하는데 시간단축을 하다닠ㅋㅋㅋ

공항 넘어오면서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번아웃 우울증 그런게 다 뭐람??!??! 왜 이렇게 깁누이 급 나아졌나 했더니 아무래도 독일 애들의 친절함을 다시 한번 느껴서 그런거 같다. 


짐의 무게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NSTS 호스텔 숙소 도착해서 그토록 갈망하던 이를 닦고 (루프트 한자엔 칫솔 치약이 없더라..) 열두시간 비행에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고생이었다. 호스텔에선 영진이가 챙겨준 1회용 칫솔은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고 결국 30여 시간 가까이 이를 닦지 못하는 불상사가 ㅠㅠ

도착하자 마자 짐푸르고 네끼치 이를 박박 닦고 땀범벅이었으므로 샤워도 간단히 하고 J작가님을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화장도 하고 렌즈도 끼고. 호스텔 수영장에 앉아 있어야 겠단 결심으로 나가 있는데 수영장에서 왠 백인 남자애가 너무 좋은 음악을 틀고 있는거다.
말 걸길 잘했지. 와인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물어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상냥하고 좋은 친구야!! 암!!!


J작가님이랑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슬리에마를 따라 걸으며 바다를 보니 정말 끝내주더라. 다들 점핑하고 있고 말야. 내일은 필히 저기서 수영해야겠단 맘이 드는 바다였다.
그니까 여기 생활이 수영 수영 수영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거다 흑흑

 

숙소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려는데 컴퓨터가 말썽이다.

한글 오십글자만 입력해도 마우스까지 죄다 멈춰버리기를 여섯번...

결국 포맷하고 말았다. 그 수많은 프로그램은 무엇하려고 깔아왔나 ㅠㅠㅠㅠㅠ 흑흑흑 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지금은 컴퓨터가 안꺼지고 있다. 핸드폰 사진은 계속 올리고 일단 아이리버부터 연결해서 중요한 음악은 넣어놔야겟다. 이 컴퓨터가 살아 있는한 부지런히 공부해야겠음 아프리카 투어 말이다. ㅎㅎ

 



9월 22일 화요일

 

오늘 쓴돈 :
프랑크푸르트 s반 4.55유로
택시 11유로 (46번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저녁 8시부터 나이트 버스라 거길 안간댄다 ㅠㅠ)
호스텔 27유로

 

 

 

<비행기에서의 술주정>

 

비행기가 출발한지 한시간 반. 독일 맥주 WASTEINER를 (간식으로) 마시고 있다.
한글 자막이 있는 영화가 몇 없길래 자막이 별로 필요 없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아일랜드 행 티켓을 끊은 이상 볼 수 밖에 없는 원스를 틀어놨다.

아까 공항버스 탈때는 좀 울컥했는데

작아지고 늙어버린 엄마 아빠와 작별하는 일만큼 슬픈 건 없다.
돈이 벌고 싶은건 사랑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해줬던 부모님, 작은엄마 아빠들을 떠올리면서 뭔가 보답하고 싶은데
우리 사회엔 돈만큼 편안하고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튼 많이벌어서 나누고 싶다.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은 모름지기, 보답하고 싶다.

 

오늘 공항에서는 후배에게 선물받은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쓰지 못했다.
120번이 넘는 게이트를 지나선 스타벅스 매장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짐이 너무 무거워서 물이고 나발이고 뭔가 마실상태가 아니었다.
비록 트렁크는 맡겼지만, 등짐 12kg+노트북가방 4.5kg+핸드백을 가장한 2.5kg의 짐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이동하는건 큰 체력소모를 쓰게 된다.
면세점까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명근이가 말했던 너 이러려고 크로스핏 했냐 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하지 않았음 어쩔..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다 더는 못쓰겠다.

 

 

 

<실망이다, 원통하고 분하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겠다. 몹시 의기 소침해져 있는 상태다.
왜? 대체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2012년부터 꾸준히 헬스를 시작했고 지난 3개월 크로스핏의 고난이도 운동을 강행했으면서.
과거 몸무게에서 10킬로그램 이상을 감량해왔으면서 자신있었다.
내가 다른건 몰라도 이 하나만큼은 괜찮겠지 싶었다.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남들이 잘만하고 쉽게 하는걸 나는 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 난감함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

나는 술을 먹고 또 고산병이 온거다. (2012년 유럽여행 이후 두번째다)
대체 왜 이런일이 '나에게' 발생하는 것인가! 나의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안타깝게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고산병이 발병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하나다.
알콜 섭취의 유무.
흑흑

 

아마도 고치기는 힘들것 같은데 고칠 병도 아니고. 그냥 예방법이 술을 안마시는 거잖아?
절망감이 가득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 비행기를 타고다녀야 하는 모든 순간 마다,
아무리 기쁘고 행복하고 축하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세상 천지 맛좋은 와인과 좋은 술이 비행기에 준비돼 있는 퍼스트 클래스를 탄다 하더라도..
나는 비행기에선 술을 마실 수 없다. 네버!

 

가능성이 열려 있는것과 하지 못한다는 금기는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흑흑흑...
ㅠㅠㅠㅠㅠ 무와 유의 차이만큼 어마무시한 거다. 

 

실망이다. 슬프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아까 간식타임에 바이엔슈테판이란 아름다운 맥주를 탄생시킨 독일산 비행기이니만큼
여기서 맥주를 먹겠단 일념으로 호기롭게 '비어'를 외쳤는데,
기내식도 꼭꼭 씹어 챱챱챱 야무지게 먹었는데...,

아 그때까진 아름다운 여정의 시작이었지...


자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두시간즘 지났을 때 두통이 오기시작했다. 배가 더부룩하고 토하고 싶고 내장이 빵빵해진 느낌. 이것은 고산병의 시작이 됐다. 참으려고 참아봤지만 또 너무 참으면 일을 키우는 법. 인내의 한계가 왔고 더 이상 놔둬서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을 때
결국 승무원들 휴식장소로 휘청휘청 비틀대면서 걸어갔다.
(예전 유럽행 아시아나에서 -지금과 똑같이-고산병이 났을 때도 승무원에게 가니까 해결법을 알려줬던게 생각나서..)


비틀대면서 가서 브래지어 끈을 풀러놓고, 피가 통하도록 등산화를 벗고 기대어 쉬는데
아... 이 비행기는 루프트 한자였지? 독일인 언니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고산병을 외웠는데 뭐였지? 주절주절 영어로 설명하려고 하는데. 고산병이라 숨을 쉬기가 힘든거다. 눈앞이 캄캄하고 아득하고... 내 상태를 설명하는 영어도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이마운틴헤드에이크.. 중얼댔는데 다들 못알아 들어...
아이캔트브레쓰. 이 흔한 대화가 생각이 안나기 시작 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이 니드 코리안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부랴부랴 휴식에 들어간 승무원을 불러주었다. ㅠㅠ
고산병이라고 이야기하고 숨쉬기 어렵다 누워 있으면 금방 괜찮아 질거다.
예전에 남미 여행했을 때 고산병을 겪어 본적이 있다.
대화도중 독일인 언니의 날카로운 질문...
/너 술 마셨냐?/
이렇게 예리할 건 뭐람. 결국 예스라고 대답하고 나는 이제 앞으론 비행기에서
술은 '못'마시는 거라고 깨닫고 말았다.

여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 한국승무원언니가 통역해주고 있는 와중에,

급하게 뛰어온 한 독일 승무원 손에 들린건 산소호흡기. 흑
저 누워만 있어도 금방 나아지거든요. 지금도 많이 나아졌어요... 라고 사정했지만
항공사 규정 때문에 안된단다... 아흙...

이게 무슨 망신인가. 결국 산소마스크를 쓰고 담요를 깔고
항공사 캐비지(?)에 드러누워있는 신세가...

 

+) 여담인데 구겨지듯 좁은 이코노미석 창가에 찌그러져 있다가 드러누워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싶었다. 담요가 깔려 있고 비행기 본체가 워낙 따뜻해서 등이 뜨듯하니 체온이 돌고
피가 안통할까봐 두 다리는 의자 위에 올리고 누워 있는데 맑고 상쾌한 산소를 들이 마시고 있으니까...

 

여튼 이 모든 사건사고를 일으킨 뒤에 나는 시치미를 떼고 자리에 앉아 있다.
일단 저녁으로 나온 기내식은 패스하고. 등짐 20킬로를 지고 다니려면 배고파서 힘이 없으면 안되니까 간식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저녁 대신 먹었다. 소화를 위해서 평소 마시지도 않는 콜라까지 달라고 해서 마셨음.

 

실망이다. 원통하다.

비행기에서 기분내면서 술한잔 할 수 없는 비루한 몸뚱이! 너무 슬프다. 아아아아!!!

 몰타에서 다시 160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비행기에서 술한잔을 할 수 없다니?!?!?!!?!?

이 무슨 인생의 비극이란 말인가....

 

 

 


<여행객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 남미에서 일기를 썼을 때
현지인의 동정으로 살아간다고 일기를 쓴적이 있다. 이번에 나는 한단계 더 발전해 있다.
여행객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짐보관소를 찾지 못해 헤메기를 20여분...
결국 짐맡기는건 포기하고 그냥 유스호스텔이나 가야겠다 싶었는데

s반 타는 법을 도저히 모르겠는거다 흑흑...

정말 잘생기고 늘씬하고 친절하며 생글생글 웃어주는 독일인들의 도움을 받아 받아 동정을 주어주어  s반 타는 곳까진 갔는데
자판기에서 뽑는데 안뽑혀. 현지인인 베트남 사람이 아무리 자판기를 뽑아주고 자기 2유로짜리를 넣어주는데도 안먹혀. 카드도 안먹혀...

패닉이 돼버렸다. 결국엔 베트난 사람의 충고대로 다른 자판기를 찾아갔다. 베트남 친구강 ㅗ죽하면 6분 남앗다고 힘내라고 말해줌 흑흑.

그러다 자판기에서 티켓 뽑고 있는 중국인(프롬 텐진) 여행객 커플을 따라 졸졸 나가기 시작. 좀 따라가도 되겟니라고 물엇다. 그 와중에 오지랖을 참지 못하고
너 가방 쿠마몬이구나 중얼대주고 ㅋㅋㅋㅋㅋ 나 너를 따라갈거야. 니네 커플이 날 구했어 중얼대주며 셰셰를 연발해주고,
그렇게 프롬 텐진 여행객의 동정으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진 무사히 도착.
개네들은 나를 무척이나 걱정해줘서 자기네는 역 근처 호텔이라며 같이 가지 않겟냐고까지 권해줬으나 가난한 몸뚱이.. 그럴 돈의 여유는 없었다.


현지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비오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46번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길 20여분... 간신히 온 46번 버스가 밤에는 거길 안간다는 비극적인 말을 .. ㅠㅠㅠㅠㅠㅠ
거짓말! 거짓말!!! 이사람아 밤 9시가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뒤에서 그 이야기를 엿들은 늘씬하고 친절하고 잘쌩긴 독일인 젊은이가 구글로 후딱 검색을 해주더니 걸어가면 30여분이라고  같이 가줄 기세로 걸어나가는거다...
왜 하필 내 등에는 12킬로+4.5킬로+2,5킬로(+에짐 추가. 면세점에서 산 물품 부피는 작으나 포장이 대빵큰 물건들 흑흑흑)
거기까지 택시비는 얼마나 나오니? 라고 묻자 10유로 모어 라고 대답해주길래 그래 괜찮아 나 택시 탈게 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다행히 마음씨 좋고 인상좋은 흑인 택시아저씨가 택시 타겠냐고라고 물어서 11유로에 숙소까지 왔음

택시 타고 구경하는 프랑크푸르트 야경은 근사해서...
이곳을 낮에 못본다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그래도 이렇게 안전하게 여행하는게 어떤가 싶다

짐을 이고 다니고 고산병까지 겪은 몸뚱아리.

샤워하고 싶었지만 세수만 간신히 하고 눈을 붙였다.

 

 

 


Gandalf : You will have a tale or two you tell of your own

                when you come back.
Bilbo   :  Can you promise that I will come back?
Gandalf : No.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The Hobbit Unexpected Journey> 

간달프 : 돌아오면 분명 이야기 거리들이 생길거야.
빌보 : 돌아 올 수 있다고 약속하나요?
간달프 : 아니. 허나 돌아온다면, 전과 같진 않을거야. 

<호빗, 뜻밖의 여정>

 

 

Malta - Lyon France - Republic of South Africa - Namibia - Botswana - Zimbabwe - Zambia - Malawi - Tanzania - Kenya - Ireland - And Again Malta. 

 

지중해 고대문명이 펼쳐진 작은 섬에서 14세기 유럽 중세도시로,

남반구 땅끝으로 날아가 동아프리카에서 서아프리카로,

그리고 주먹불끈쥐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찬 나라에서 다시 시작점으로. 

 

 

우울과 관성에 쩔고 부정적인 '지금의 나'를 벗어나고 싶고,
지난 5년간 잃어버렸던 '명랑'을 되찾고 싶다.

 

(정열이란 연료를 장착하고 맹목이란 발화점에 불을 붙여 쾅하고 터뜨릴 만발의 준비를 장착하고)

내년 3월에 만나요. 우리.
그때 나는야, 쾌활한 서른다섯! 

 

 

 


4월 어느날

올해 안에 여행을 떠나야겠단 결심으로 그땐 유로가 이렇게 저렴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불안하니까 1000유로만 환전. 지금생각하면 신박한 결정이었으나 왜 더 환전하지 않았던거냐 자책이 덧대여지기도 함.

 

5월 어느날 

론니플래닛 몰타편을 헌책방에서 구입. 영문이라 목차포함 5페이지 읽고 설레여만 하다가 책장을 덮음

 

6월 12일

몰타 관련 유학원 방문, 별로 큰 도움을 받진 못함.

 

6월 16일

섯부른 몰타인아웃 비행기표 결재... 취소나 수정하려면 수수료가 어마어마한 노예계약이었음. 그리고 나는 솅겐 협약에 실질적인 피해자 A씨가 되는 운명에 처함. 아프리카 대륙에서 50여일간 떠도는데도 불구하고 합이 90일 무비자 솅겐 협약에 의해 몰타에 일찍 들어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함. 이 날부터 솅겐 협약 비가입국을 찾아 헤메기 시작.

 

6월 22일

비솅겐 협약국 결정. 비바람과 안개 섬나라의 우울이라는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몰타 라이언에어 티켓 결재

 

7월 1일 

한국학생 없다는 몰타 유학원 소개받고 방문. 주당 10만원 정도 더 나내야하는 시점에서 빈통장은 생각치 않고 그저 한국인을 마주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서 무모한 결정 시전

 

7월 2일 

몰타스토리 유학원 예약금 입금

 

7월 둘째주

아프리카 트럭킹 알아보기. 노매드로 갈것인가 트레블코로 갈것인가 고민 시전.

 

7월 둘째주

한국에선 불가능한 말라위비자 받기 위해 각종 정보를 뒤지고 유학원에 전화해대며 비자대행업체를 검색 혼신의 노력 끝에 필아프리카를 알아냄.

 

7월 18일

몰타 - 케이프타운/나이로비-더블린 비행기 티켓 결재

 

7월 넷째주

시티은행 방문 계좌 점거

 

9월 1일

유학생에게 좋다는 하나은행 계좌개설

 

9월 3일

트럭킹 권장사항 (필수사항아님) A형간염예방주사, 파상풍 주사 접종

 

9월 4일

신촌 알라딘, 신촌 홍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읽을 책들 모으기시작

 

9월 10일

혹시 몰라서 장티푸스 예방주사 접종

 

9월 11일

리옹행 비행기티켓 결재

 

9월 16일

하루에도 다섯번씩 유로가 떨어지길 기다리다 '북한 미사일'관련 검색어가 등장하자 마자 바로 유학원에 입금을 하였으나, 그날 저녁엔 입금시기보다 10원이 떨어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됨. 배쪽에 피지낭종이 생겨서 병원을 방문하였고, 상처를 짜고 한바늘을 꿰메는 당황스런 상황 발생. 크로스핏 1회권이 남아서 대좌절. 여행도중 읽고 버릴 문고판형 책을 청계천 헌책방거리 싹쓸이 시전하려고 했으나 아예 없어서 실패. 다시 신촌헌책방을돌고돌았음.

 

9월 19일

26인치 캐리어에 필요한 짐을 다 담았더니 30킬로그램이 나오는 불상사 발생. 하루 여섯번에 짐을 싸고 풀르고 다시 싸고 무게재고를 시전. 23키로가 한계인데 24키로까지 만드는 쾌거를 탄생시킴.  

 

9월 20일

캐리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너무 많은 짐을 뺀 나머지 배낭을 들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결론이 남. 이 불운에 굴하지 않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가방을 확장시켰음. 이 노력에 하늘이 보우하사 노트북 가방을 따로 들어도 된다는 정보를 발견. 노트북 가방에도 4권의 책을 구겨넣으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명언을 되새김.  

 

9월21일

인생사 새옹지마. 노트북 가방이 생각보다 작아서 (노트북이 큰것은 절대 아님) 책 네권을 넣었다간 노트북 가방이 아니라 노트북이 터질 지경이라는 상태를 발견. 결국 살을 썰고 뼈를 깎아내는 고통과도 비슷한 침통한 심정을 느끼며 그렇게 발품을 팔았던 책을 4권이나 더 뺐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어는 24kg 에어백과 침낭을 장착한 배낭은 12kg 노트북 가방은 4.5kg 카메라가방을 가장한 소지품가방은 2.5kg 임을 확인. 친구에게 이러려고 세달동안 크로스핏에서 강훈련을 시전한거였냐는 진지한 질문을 받음.

 

몸은 무겁고 마음은 떨리고 이것저것 대금치르느라 통장 잔고는 허전하고.

그래도. 간다. 드디어   

 

 

 

 

 


 

사뿐히 짐을 싸서 나가고 싶단 마음에

더빙 직전 여유시간에 그동안 취재했던 자료들을 파기했다.

 

자료를 파쇄하다 보니 1년간 있었던 일들이 눈에 보인다.

 

특별수사까지 들어간 자원외교는 왜그렇게 흐지부지 끝났을까?

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 출근을 하고,

오십시간 동안 두시간 반 잠을 자고,

하루에 두세번 국회의사당 의원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나랑 피디님은 정말이지 과로사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었는데..,

 

모 프랜차이즈 고발은 작으나마 유의미한 결과를 남겼다.

본사의 변화와 반성도 보였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고  

일을 마치고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속을 많이 썩인 에이즈 자료들이 보였다.

프리뷰 노트 위 인터뷰이의 얼굴이 캡쳐돼 남아 있었는데

이미 목숨을 끊어 돌아가신 분이었다.

방송이 끝나고도 보도자료에 고발에 소송장에 투덜대기 여념이 없느라,

곱씹을 여력이 없었다.

피디 대신 나간 인터뷰. 커피숍에서 카메라가 꺼졌을 때

'나같은거 살면 뭐해' 라고 되뇌이던 그 분께,

내가 만든 방송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었나,

왜 나는 진작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못했을까?

 

출근한 첫날 들이민 아이템을 반년 묵혀놓다가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더빙하는 날까지 납득하지 못하는 아이템을 방송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취재 하다보니 취재 대상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가까운 친척과 관련돼 있기도했다.

 

돌이켜보니, 지금 정리하는 내 자리는

방송을 막 시작했을 무렵, 언젠간 저곳에서 일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자리였다.

손에 잡히는 꿈이었던 셈이다.

그 예상가능했던 목표에 도달해서 보낸 시간 13개월.

방송은 총 7.3회.

이중 네개는 만족스럽게 제작했다.

 

박스로 한상자는 나올만한 분량의 자료들.

쉬지 않고 종이가 갈리는 소리를 들으며,

 

갈리는 것은 아쉬움이고

가져가는 것은 이곳에서 배웠던 것들이길.

그리고 이 자리를 비우는 나는 조금이나마 더 성장했길 ...

 


엊그제 오후에는 출연자랑 통화하는데 숨이 차는 경험을 했다.

호흡이 가빠오고 손발이 차고 식은땀이 나고...

헤아리고 가릴것 없이 그냥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없고 진저리가 난다.

 

간절하게 집에가서 눕고 싶었는데,

사례자랑 통화해야할 시간이 퇴근 시간 후 여덟시 반이었다.

 

갑갑하고 숨이 턱턱막히는 사무실에서 간신히 밤 아홉시까지 버팅기다가

결국 출연하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

맥빠진 채로 운동을 빠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버스로 갈아탈 힘이 없어서 153번을 타고 무기력하게 실려 왔다.

집에 와 침대 위 대나무자리에 드러누우니까 그제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

 

처음으로 '기대'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맹렬하게 사랑했는데 사는 것 자체가 막막하고 고되다.

 

9월에 출발하는 여행도 하나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여행을 가면 뭐하나,

다시 돌아와 어느 방송국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기를 붙들고 출연자와 스케쥴 조정을 하고 있을 텐데...라는 부질없는 생각에 하나도 기쁘지 않다.

언젠가는 그럴싸한 사례자를 섭외해 아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쁨이 있었는데

그런적이 있나 아득하다. 그런게 왜 신났었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사프로그램 2년.

아니라고 자신했는데, 예상 외로 많이 닳은 것 같다. 

여행 전에 상담을 좀 받아볼까.

치료를 하고 곪은 곳을 도려내야 새로은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을까. 

 

 


 

우리동네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불란서 미니 2층집’이라는,

프랑스에는 있지도 않은 전대미문의 2층 양옥집이

인적드문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풍경말이다.

 

열세살.

봄에는 장미가 피고 가을이 되면 향이 가득한 모과를 딸 수 있던 우리집이 허물리고

용도변경되어 하숙집이 되던 날부터

나는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금 불란서 미니집에 정원을 갖고 살게 될 날을.

 

하숙촌 원룸촌으로 바뀐 연희3동의 풍경대신

인적드물고 차량 드문 연희2동과 연대북문을 산책가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이따금 환기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불란서2층집 거리를 걷곤 했다.

 

탁트인 주택가를 산책하면서 특히나 마음에 들어하던 집이 있었는데,

2층집 두채가 좌우대칭으로 똑같이 생겼고 대문은 따로낸 집이었다.

 

동네 소문으론 사이좋은 친구 두 가족이 집을 계획해 지었고,

집안쪽으로 대문을 통하지 않아도 서로 오갈 수 있는 문이 나있다고 들었다,

 

함흥냉면 연희칼국수와 몇몇 중국집을 시작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는 사러가 쇼핑센터 안쪽으로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홍대 상권의 이동은 연남동을 거쳐 우리동네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전 두 집 중 한 집의 벽이 허물려 디저트 가게로 변한걸 눈으로 보고 말았다.

 

 

대체 이토록 정다운 삶을 놔두고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간걸까.

 

마음통하는 친구와 한집같은 쌍둥이 두 집을 나눠쓰며 삶보다

마카롱 900원 개이득 아메리카노 1000원.

인적드문 주택가에 당치도 않은 간판과 플랜카드를 커다랗게 걸고서 

매달 받게 될 임대료가 더 소중했던 걸까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나는 아직도 돈에 팔아치우지 못하는 가치를 확인한 적이 없다.

 

 

 


금요일엔 유학원에 다녀왔다.
세달 일정 대략적인 금액을 따져보기 위해서.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비행기표 끊는데 골몰했다.


어제 비행기표를 결재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3일간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던가.

이번 여행은 다섯달 장기간이라면 장기간이고,
그간 저금해놓은 모든 돈을 탈탈 털어 가는 여행이므로,
값 싼 대신 융통성이 없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덕분의 나의 9월 달과 내년 2월 말의 이동 경로는 빼박 확정이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세달 후, 여섯달 후, 나의 입장과 처지를 알 수 없을텐데
무언가를 미리 결정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를 어학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작별을 고하며 술잔을 높이 치켜들 것인가?
이역만리 남반구 남극과 붙어 있는 땅 케이프타운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쌩판 모르는 양놈들 사이에서 쭈구리로 앉아 있을지 모를 가능성 앞에
나를 던져 놓을 것인가?


그래도 어쩌면
호스텔 부엌에서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에 기대어
시차도 맞지 않는 카톡울림을 기다리고 있을 지언정,
그래서 90여일 새로 사귀고 정든 친구들이 떠오르고
익숙해진 땅 몰타가 그립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눈물콧물을 쏟을지 모를지언정,
결정했다.


그때 나는 시간은 넘쳐나고 돈은 없을것이 뻔하므로,
되도록 풍요로운 시간을 활용하기로.


아직 트럭킹 티켓은 끊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전 출발하는 트럭킹을 탄다면
어쩌면 아프리카 국립공원에서 트럭 옆에 앉은 친구들에게
'새해복 많이 받아'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기린이 지나가는 모습과 거대한 코끼리와 거대한 신의 형상들을
마주하며 특별한 서른 다섯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로.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방송은 오래전부터 공감해온 주제지만,

솔직히, 지금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로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

 

틈날때마다 피디에게 우리 프로그램으론 만들 수 없는 주제라고 말하다가

일요일에는 촬영장에까지 쫒아가봤다.

 

나에겐 그럴 싸한 이유가 필요했다.

 

도덕 교과서 같아서 허울은 좋지만 공감성은 훅 떨어지는 알량한 말 말고,

연민과 동정에 기대는 얄팍한 수법말고 길고 묵직하게 설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 

'개발 대신 보존이 득이 된다'라고 말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유가 필요했다,

그 이유를 찾지 못해서 촬영장까지 쫓아갔다.

 

일요일 답사. 서주연 회원분들이랑 서촌 걸었다.

골목마다 있던 오래된 풍경을 허물어 버리고 자리를 차지한 음식점과 찻집들.

소음을 쏟아내고 먼지를 흩뿌리며 가정집에서 영업소,
변화가 아니라 변신을 시작한 공간.

사실 이런 장면은 우리동네에서도 셀 수 없이 반복되고 있는데 말이다.

 

보안이란 이름 덕분에 개발 광풍에서 무사할 수 있던 자리,

오랜시간 멈춰있던 존재들을 미뤄버리고 투자란 이름으로 괴물이 들어섰다. 

도로와 인접한 큰 길가에 가득 들어서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가게.

알량하게 '스.타.벅.스'라고 한글로 쓰인 간판을 바라보면서 짜증이 나서 울고 싶어졌다.

 

사라지는 그 모습에 언제나 안타까워하면서

정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길 주저하는 나를 되돌아 봤다.

 

'자본'보다 큰 가치를 찾기 어려운 곳이 내 고향이고, 이곳 사람들이니까.

당장 나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임대료, 뛰는 부동산과 재개발 부지 선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외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가치를 보장해주던 세상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부디 이 땅에 수익과 이윤보다 소중한 무엇이 생겨나길.

자본이란 이름으로 허무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길.

더불어, 스물여덟해 동안 보고 사랑해왔던 우리동네 풍경들이 그만 사라지길.

 

시간이 멈춘듯이 여전하던 해인사 장경판전과 그 안에 여전히 담겨 있는 보물이 생각났다.
한 여름에도 손을 넣으면 서늘한 공기가 와닿던 팔백년 세월을 존재해왔고, 육백여년간 보물을 지켜왔던 그 공간. 지루할 정도로 여전한 공간.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한 가치를 빛내며, 그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들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해인사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