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소소한 수다 2016. 9. 30. 15:11

카페인으로 지탱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놀아도 너무 놀았다. 올해 일한 기간이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아마도 10월말까지만 달릴 예정이고 그 뒤는 불투명이라 꼴랑 4개월 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중이다. 당연히 벌이도 시원찮아서 투잡도 아니고 쓰리잡을 진 행중에 있다. 본래부터 쓰리잡을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파일럿 들어가는 프로그램의 녹화가 늘어지면서 하루 일당 5만원은 넘기자고 마음 먹은게 이런 결과를 낳았다. 

 

돈을 버는 건 좋은데, 몸이 녹아나네. 눅진눅진.

출근해서 일하고 택시타고 목동으로 넘어가서 밤 11시 12시 시차 맞춰서 전화 통화하고 집으로 택시타고 돌아온 날도 있고, 택시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달리는 택시에서 김밥을 우적우적 씹으며 박근혜 욕을 들었던 날도 있고. 그토록 사랑하는 피터팬 샌드위치를 책상에 앉아 먹으며 무슨 맛인지 못느끼고 지나칠 때도 있다.

 

현재 몸과 정신상태의 직격탄은 추석 다음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린 나의 스케쥴에 있는 거 같다. 밤샘을 하거나 새벽에 들어가는 건 아닌데 쉬는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 자꾸 한계에 부치는 느낌. 그런데도 녹화가 끝나는 14일까지 하루 푹 쉬는 날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건 명백한 사실.이라 조금 더 좌절.

 

늙은 몸뚱이를 부여 잡고 채찍질해가며  

 

원고를 고쳐쓰고 고쳐쓰고 고쳐쓰고 새로 쓰고.

미팅 회이 미팅 회의 또다시 회의를 거치고,

부장님 ver을 만들었다가

호스트 ver을 만들었다가

너무 분량이 늘어나서 쳐내는 ver을 만들었다가....

후토크를 넣었다가 프리젠팅 내용에 따라서 또 거의 새로 쓰다가...

 

납득은 가는데 몸이 힘드니까, 수정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 정신이 피로한 와중에도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일한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매번 감탄할 때도 있고 배우는 면도 있고.

다만 이 좋은 프로그램이 레귤러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징후가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어서 씁쓸할.. 뿐 

 

 

그래도 달린다. 즐겁다.

 


무제

20세기 소녀 2016. 9. 3. 11:20

생각해 보니, 프랑스 요리가 그랬다. 낸둥 구워나온 커다란 대파, 흰 크림에 뿌려진 후추, 핑크색으로 물든 육회... 겉보기에 이상한 조합이라, 이질감이 잔뜩 드는데, 한 스푼 뜨고 나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주방에 있는 요리사에게 너는 마법사야 기적을 창조해. 트리비앙! 세봉! 델리셔! 아는 단어를 다동원해 감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그애랑 만남도 이질감에 연속이었다. 그리곤 만나고 나면 곱씹고 곱씹을 만큼 황홀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꺠닫게 된다.

36도를 넘나들고 체감온도는 40도를 오고가며 그런 지옥불구덩이가 20여일 가까이 지속되며, 전국민이 건드려만 봐라 불쾌지수에 쩔었던 그 여름. 그애는 나랑 전시회를 가겠다며 긴팔 흰셔츠를 갖춰입고 26인치 캐리어와 60리터 배낭을 들고 나타났다. 신도림에서 한참을 헤맸지만 마닐라 교통체증보다는 나았다며, 사람으로 터져나갈듯 붐비는 홍대전철역에서 땀범벅에 활짝 웃고 있었다. 언덕을 오를 때 노래라도 부를 것처럼 크게 웃으며 뛰어오르는 모습은 얼마나 생소했던가. 그 즈음 대한민국 사람들 전체는 누구라도 하나 걸려봐라 가슴속에 화염방사기를 하나씩 품은 상태였었다.

그 말도 안되는 상황이 너무 낯설어서, 나는 그냥 너털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세월호 노란 천막이 나부끼는 광화문 광장에서도, 세종문화회관 안 네스카페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틈에서도, 미세먼지가 잔뜩 껴 노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한강 강변에서도, 사람들이 바글대는 망원시장 안에서도, 모두 똑같은 메이크업을 한 20대들이 바글대는 삼거리 포차에서도 그 애는 항상 낯설고 실감 안나는 상대였다. 내 옆에 혹은 마주 앉은 긴 갈색 고수머리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의 하나였으니까.

 

나는 너에게 뽀뽀하고 싶은데, 버스에서는 그러면 안돼? 

왜 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야?

 

일요일엔 안된다고 타일렀는데, 화요일엔 그냥 웃고 말았다.

우리가 앉은 버스출입문 바로 뒷자석엔 가림막이 있었고, 가림막이 없었더라도 나는 웃었을 것이다. 이게 마지막일 걸 알았으니까. 그 애는 졸립다면서 부둥켜 안은 채로 잠이 들었는데, 달게 자는게 괘씸해서 '나는 사라질거야'라고 말했더니 '안돼!'라며 도망못가게 나를 옭아매 안았다.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데, 곧 떠날 것은 이 애고, 이 비현실이란 것을. 그럼에도 이 애가 알려주는 구나. 순간에 충실한 애정이란 게 이런 거란걸, 그것이 이만큼의 충만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단 걸. 떄론 찰나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되어 영원에 가까워 질 정도로 빛날 수 있단 걸.

 

홍대로 향하던 버스 밖 풍경은 곧 비를 뿌릴 것 같이 어두워졌다. 내 생애 이런 순간을 앞으로 몇번이나 더 가질 수 있을까. 사라질 것은 내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낯설고 이질적인 순간들이었다. 사실은, '사라지면 안돼.' 라고 말해야 하는 건 그 애가 아니라, 나였다.

그럼에도 그애가 안된다고 말해줘서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길고, 깊었던 여름이었다.

진저리 날 만큼.

 

그리고, 그렇게 쌩- 하니 가버렸다.

 

금요일엔 K사 본관에서 주스를 사들고 야외 벤치에 앉았다.

여의도 공원을 바라보며 땡땡이를 쳤다.  

동료와 수다를 떨던 도중, 깊어진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딸려온 내음이 5년 전 줄창 듣던 어느 노래를 실어 보냈다. 

 

 

잠이 들 때엔 여름이 한창이었으나,

눈을 떠보니 싸늘한 겨울이 와있더라.

 

5년 전. 남미 여행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생각의 여름> 앨범 전곡을 열심히 들었다.

한번 재생시키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듣곤해

나에겐 앨범 속 열두곡이 한곡처럼 느껴졌다. 

 

하늘을 바라보다 주스를 빨고 수다를 떨다

중간중간 눈을 감고 맴도는 노래에 귀기울였다.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어디 있을까?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지금 보다

아름다울까, 어떤 색으로 짙어질까.

푸르러질까 붉어질까 창백해질까

 

 

5년전 이 노래들을 듣던 그때를 떠올렸다.

시간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많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꺼내 놓는다.

 

다섯 여름 전, 당시 나는 완전! 귀여웠지만 ㅎㅎ

평생 커트 머리를 할거라 결심했었고, 내 인생의 몸매는 아마도 영원히 오동통하지 않을까 속단했었다. 사는데 불편 없으면 된거 아닌가? 라고 스스로를 규정었다. 그 생각이 틀렸단 것은 아니지만 결론 지을 필요는 없었다. 한국사회에서 쓰잘데기 없이 제시한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폄하하던 쩌리같은 면이 있기도 했었다.

엉겁결에 다이어트를 하고 머리를 길렀다. 절대 하지 않을거란 화장도 이젠 제법 능숙하다. 덜 여성스러운 '나'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데는 무리 없단 걸 알게 됐고, 오랫동안 꿈꿨던 장소들을 경험하며 겁은 덜어내고, 용기는 더해가며 살아보고 있다.

 

 

그래.

다섯여름이 지나고 나니 그렇다.

그날의 나는, 감히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어째서 상상해 볼 수 없었을까?

나의 존재가. 이처럼 다채롭게 채색 될 수 있음을.  

끝없이 도전하고 무언가를 향해 변화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반짝 반짝 빛날 수 있음을.

 

 

<다섯 여름이 지나고>를 속으로 따라부르며,

나는 불과 보름전에 시작됐던 놀라운 일들을 기억한다.

그 난자리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겠지만

그때의 생채기가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끝없이 변화하고 멈추지 않을것이다. 

다양한 색으로 가득 물들었다 바래지기를 반복하며

삶이 얼마나 누릴 것으로 가득한지, 그 풍성함을 만끽할 차례다.

 


프랑크 푸르트 공항이다.

이제 인천으로 가는 비행편만 남았다.

내게 남겨진 비행 열두시간.

북킹닷컴을 뒤지며 시트가 멀쩡한 숙소를 알아보고 구글맵을 열어서 길 최단거리 길을 확인하고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맛집과 오늘 하루 배를 채울 곳을 알아보며 메모장에 하루 쓴 돈을 정리하던 생활이여!

안녕.


몰타 마지막은 여행객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다들 휴양지로 오는 나라니까. 어학연수 겸 학원 도미토리에서 머무르던 11주, 나는 일주일에 생활비로 백유로를 쓰던 가난한 어학연수생이었다. 하지만 돌아와선 하루 예산 백유로짜리로 탈바꿈해 돈을 펑펑 써보았다. 히히.


무엇보다 삼일간 혼자라는 사실이 무척 맘에 들었다.

여튼 나는 이 섬에서 부산한 마음 다잡고 안녕잘있어요. 인사 나눌 곳이 많았으니까.

엊그제는 두시간 짜리 승마를 신청했는데

말위에서 보는 몰타 전경엔 봄이 한 가득.

흩뿌려진듯 가득한 꽃과 푸른 하늘. 몰타 대리석을 닮은 상아색 햇살이 채워져 있었다.

아 봄이구나.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들으면서 안녕안녕 곳곳에 작별인사를 남겼다.

 

어제는 다섯 시간. 매일 같이 산책을 다니던 세인트 쥴리안의 모든 길을 걸었다.

뜨거운 햇살. 시원한 바람. 대리석 위에 고운 햇살이 덧입혀져 더욱 아름다운 건물들.

낮엔 해수욕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 나는 이 섬의 길고긴 여름을 너무나 사랑했었다.  

마지막까지 엄청난 광경을 보여주는 이 작은 섬이 너무나 고마웠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기간.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맛있었고 (파하하)

나는 차마 다 담지 못할 거대하고 경이로운 풍경 속에 서있었으며
나는 나의 많은 부분이 깨트리고 새로운 경험들로 다시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언젠가 나를 모르는 타지에서 생활해 보는 것과 아프리카를 탐험 해보는 것.

스무살 초반 꾸던 꿈이었다.

그땐 간신히 비행기만 타 봤을, 배낭여행 조차 해본 적 없던 시절이었다.


어느덧 서른다섯 먹은 나는 오래 묵은 꿈을 이뤘고,

 꿈같이 즐거웠던 다섯달을 내려 놓고,

대신 전과 달라진 나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나의 경험과 기억이 그리고 사유의 기준이 나를 이루는 부분이라면,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간절하게 고백할 수 있다.

지난 150여일은 나를 뜨겁게 사랑하던 시간이었다.

대단했고 놀라웠으며 행복했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지금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같은 시간이

"내"가 되어 너무나 기쁘다.

안녕 안녕 고마웠어요.

나에게서 멀어져 갈 160여일의 시간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2016.02.28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이대로는

소소한 수다 2016. 8. 10. 13:56

이대로는 안되겠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음먹었다.
올해 안에 어떻게 해서든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놓겠다.
내년엔 아이엘츠나 비스무레한 영어시험을 치르던가, 아니면 자격증이나 기술을 배워두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안그래도 한군데 누르기라도 하면 자판기 처럼 욕이 튀어나가는 계절이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찌뿌둥한 몸과 정신머리로 어제, 정부에서 누진세 철폐하지 않겠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합리한 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99프로가 고통받건 말건 융통성 따위는 무시하고 구린 제도를 반백년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그 괘씸한 발상에 쌍욕을 뱉었다.

더워 죽겠는 생존의 문제 앞에, 부자 감세 따위를 지껄이는 그 공무원의 발언을 보며 천계를 불싸지르던 아수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폭염 경보 문자는 매일 꼬박꼬박 보내면서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출근은 꼬박꼬박 하게 만들어 놓는 이 나라, 이 사회, 그리고 이 시스템...  
가능 하다면 폭풍의자녀 용들의어머니 은색여왕 불타지않는자 사슬을 끊는 용애미 칼리시가 되어 드라카리스! 라고  어딘가에! 저딴 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어딘가에!! 세마리 용 끌고 가서 드라카리스! 라고 외쳐주고 싶다. 다시 지금 쓰고 있는 말은 오늘 아침 내 마음을 담은 '진심'이다.  

 

다시 출근하고 있는 이곳은 공사다. 오후 즈음 너무 덥다는 항의가 들어오면 아저씨가 내려와서 온도를 직접 재준다. 26도 적정온도니까 덥더라도 더 세게 틀어 댈 수 없다고 합리적으로 대꾸 한다. 주말에 아예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적도 많다. 쉬는날 나온 것도 열통터지는데 편집실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편집실에서 프린트한 용지를 찾으러 왔다갔다 할 때의 분노를 떠올리면.. 그만하자. 그건 작년 일이니까. 게다가 회사는 내가 겪고 있는 어느 곳보다 시원한 축에 속한다. 지금은 다른 일에 화내기도 바쁘다.

 

오늘따라 유달리 분노한 이유를 찾자면 그게 있겠다. 오늘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엄청났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계절에 마스크를 써야하는 대기 상태.... 아아.. 다시 말하겠다. 나는 분노를 참지 않겠다. 이 화를 누군가를 향해 쏟아놓지 않고서는 못배기겠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앞으로 육십여년 매해 여름마다 미세먼지를 온 내장기관으로 들이마셔주고, 여름마다 온 몸의 땀구멍으로 수분을 쏟아낼 고통들을 계산해 보면 생각한다면 지옥이 멀지 않다. 지금 겪는 게 바로 현실 지옥용암.
난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상 기혼인 올라갈 때마다 백성들의 폭동과 혁명의 깃발이 높게 흔들린건 모두 다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법이다.

 

참지 않겠다. 국가와 사회가 이 정도도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너 따윈 필요 없어. 뻥하고 차버린 다음 다른 좋은 사회 만나 호강하며 살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하여, 함께 이민가실 친구분을 모집합니다. 한 집 같이 사는 건 좀 그렇고, 한 동네에 살면서 적적할때 고스톱이나 같이 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인생은 거짓말

다시 출근을 했다.
 
작년 8월 막방을 끝내고 아프리카를 간다며 작별인사를 나눴을 때, 외쳤었다.
K본부 신관8층만큼은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이곳은 내인생에서 밤샘의 기억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6주마다 일주일씩, 지독하게 길었다.
파블로프 개의 효과로, 편집실로 턴하는 입구의 형광등만 봐도 멀미가 날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의 풍경은 유쾌하던 기분도 답답갑갑하게 만드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언니들이 몇번이나 이곳 일자리를 권해줬었는데 그때마다 거절해왔던건, 이런 이유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어쩌다 보니 거치고 고쳐서 다시 돌아온 곳이 이곳..

아아.. ㅠㅠ

 

익숙한 K본부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그때봤던 얼굴들이 고대로 남아 있다. 
바뀐 것은 팀의 위치. 책상의 방향 정도?
커피까지 여전히 맛없어! 어쩜 이렇게 한결같은지.

퇴근시간 광흥창행 버스 15*번 지옥까지 똑같음. 꼭 같음.

 

여튼 모든 것이 그대로인 곳에 앉아 있다보니  보니 모든것이 아득한 꿈, 거짓말 같다. 몰타의 대리석 건물들, 프랑스 리옹의 요리, 남아공의 오렌지리버, 거대한 달의 향연, 나이먹은 숫코끼리, 집채만한 독수리떼. 빅토리아 폴의 무지개, 트럭투어의 캠핑장, 세렝게티 투어...
지난 1년 나의 여행이 모두다 거짓말 같다. 

아이돌 피디님이 인생은 속고 사는 거라며 말해줬는데,
거짓말로 치부하기엔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잖아?
여튼 모든 허탈함을 뒤로 한채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다.

가진 재주 중에 그나마 그 재주를 쓸만한 팀에 들어와서 다행이다.

간절히 바래왔던 스타일의  프로그램이라 그나마 위안이 된다. ㅠㅠ

 

 

 


*존나 부러움의 회전

작년에 아프리카 간다고 작별인사를 했을때, 팀장님 한 분이 진심을 다해 나에게 말했다

 

"*희야 '존나' 부럽다"  라고.


모험과 여행을 사랑하는 팀장님은 아이가 셋이다. 막내는 늦둥이다. 다 크려면 아직 멀었다. 평소 비속어를 절대 쓰지 않는, 과묵 점잖은 신사적인 어른이었기에,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팀장님이 정말로, 나를 '존나' 부러워 하시는 중이라는 걸...

 

그런데, 돌아와보니 왠걸, 이번에 팀장님이 특파원으로 해외에 2년 나간다고.
그것도 내가 꼽은 인류 최고 맛있고 아름다운 나라로 ㅠㅠㅠㅠㅠ 흑흑.

작년, 의기양양하게 작별인사를 나누던 K본부 8층에서 근1년 만에,

나는 팀장님과 다시 마주쳤다.

 

"놀러와라 *희야. 밥사줄게."

 

만연한 미소.

흑흑 알고 있다.

내가 2년간 바게트국에 나타날 가능성 따윈 한참 바닥이라는 걸 알고 건네는 인사라는 걸 ㅠㅠㅠㅠㅠㅠ 
다시 만난 팀장님한테 차마, '팀장님 존나 부러워요.' 라고 말하진 못했다.

정말 부러워서 입 밖에 내 뱉는 순간 눈물이 날것만 같아서.

 

 

 

 

*덥다
그리고 습하다.

이대로 한반도에서 진화하다간 한민족 후손에겐 아가미가 생길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땀에 푹 절어서 눈을 뜬다.
얼마나 더우냐면, 블루레이로 산 <배트맨과 슈퍼멘>확장판을 못볼만큼 덥다.
근육근육한 주인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서

차마 아직도 블루레이를 돌리지 못했다. 


 

토요일엔 오뉴블을 보는데, 교도소에 있는 주인공들이 나보다 더 쾌적해 보였다.
습도란 이런 것이다.

분노를 자아내고 짜증을 쥐어짜고 인간다움을 잃게 만든다.
미드나 영화는 나의 더위에 분노만 자아내 것 같아서, 어제는 카페로 도망을 갔다.

쩔어주는 습도와 온도를 위로하기 위해 오랜만에 <버마시절>을 들고 나갔다.
벽지에 핀 곰팡이랑 비오는 계절과 습한 밀림에 대한 묘사를 보니, 일단 조금은 위안이 됐다. 내가 나을거야. 암 20세기 초 식민지 공관의 영국인들보단, 내가 나은걸거야. 중얼중얼 주문을 되뇌였다.

그러다 문득 미얀마가 보고 싶어졌는데 이번 방송 녹화를 털고 나면 나름 또 비는 시간이 생길텐데, 여행을 다시 떠날지 나를 위한 공부를 해야할지 살짝 고민이 된다.


일단 올해 수입금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금액이라서 돈을 아끼긴 해야할텐데 임애인 보러 삿뽀로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성게알 덮밥도 먹고 싶고 미얀마가 11월부터 계절이 괜찮다고 하니 이 책들고 떠나볼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이 다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찰제'의 여부로... 삼고.

올해는 적게 버는 만큼 인생을 채워야겠단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날. 

이 먹방의 향연에도 마지막은 존재했다. 

흙흙.... 흙흙흑  



오늘은 대만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찾아간 가게에는 총좌빙을 비롯하여 규만이랑 내가 간절히 원하던 콩국수(?) 두유까지 구비한 식당. 두유는 얼마나 열심히 마셨던지, 사진이 없다. 당면 가득한 만두도 참 괜찮았더랬지.


여튼 만두 두개 총좌빙하나 두유 두개 전병하나까지 해서 5000원 가량이 나온

아름답고 맛있는 아침.


<숙소 근처 어느 음식점>









어제 마망 혼자만 그 유명하다는 85도씨 소금커피(쏠트라떼(를 마셔서

우리도 먹어보았다. ㅋㅋ





<KIKI>

11시 오픈시간에 딱 맞춰서 간 KiKi레스토랑

동네에서도 사천 요리는 잘먹지만 역시 화끈 매운데다가 고기까지 더한건 진짜 내 취향이다. 




그리고 왠만한 커스터드보다 더 부드러웠던 연두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우리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 


맛있는데 짜서, 밥을 한공기 추가했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트립어드바이저 1위의 빙수집을 가보았다.

인당 110 대만달러를 이상은 주문해야하는 터라

두개를 주문했는데 탁월한 선택

망고 빙수보다 밀크티쩐주 빙수를 잘 먹었음





돈 채우느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스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먹는데 돈을 써보았다. 



기내식이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외면한채 먹어댔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먹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은 진실이다. 


먼 훗날 다시 대만에 갈때는 최선을 다해 먹는 동무들과 함께 하길 기도하며 돌아왔다. 



















 

셋째날에는 택시 투어에 도전했다. 

태풍도 무사히 지나갔고, 투어는 아침 10시 약속이라 

아침부터 부지런히 먹어보았다. 


눈을 뜨자마자 금댕마망의 방에 가서 두개 남은 컵라면을 과자와 흡입 했고

레토르트는 제대로 된 식사가 될 수 없단 생각에,

젊은 대만인들처럼 샌드위치에 커피를 먹으러 나가보았다. 




 

메이메이 토스트.

나는 마지막 양심으로 반쪽만 먹었다.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던 용문산 온천. ㅠㅠ (시간만 있었다면 1박 하고 싶었음)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당여하게 배가 고팠다.

예류공원에 도착하자 마자 식당으로 달려가는데, 삐끼에게 걸려 넘어갔다.

매운탕 및 제대로 된 해산물 요리를 먹으려면 돈이 꽤 들것 같은 집이었는데

그냥 과감하게 무시하고 해물면과 굴스프, 볶음밥, 해물볶음밥을 시켰다.

큰기대는 없었는데도 대 만족 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번잡한 관광지인데도 바가지도 없었음.

 

<예류공원 Yehriu 근처 음식점 해산물 철판 볶음밥, 굴스프, 해산물라면, 계란볶음밥>

 


 


 

 

 

 

 

적은 편은 절대 아니었는데,

결국 우리는 볶음밥을 하나 더 시켰다.

 

 

 

 

 

예류공원을 다 보고 서둘러 나오다 보니 이런 시장통이 보였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여기서 한상 푸짐하게 먹었을텐데 아쉬움이 컸다.

이 아쉬움을 위로하고자 오징어 포를 사보았다.

석쇠에 구워주고 짠단짠단이  제대로 밴 양념... 

너무나 간절히 맥주가 생각났다.

 

<예류공원 Yehriu 시장통 석쇠 오징어포>

 

 

 

 

 

시펜<shifen> 상점에서 사먹은 땅콩엿 아이스크림.

본래는 마망이 찾아놓은 닭날개 볶음밥을 찾으러 떠난 길이었지만,

닭날개 볶음밥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땅콩엿아이스크림.

땅콩 엿을 갈아서 바닥에 깔았으니,

밀전병이 단맛과 만나 맛있는 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한손에 쏙잡히고 이렇게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끈끈한 더단맛이 조화된 얇은 전병은 프랑스 디저트 크랩만큼 훌륭했다.

아 ㅠㅠㅠㅠㅠㅠㅠㅠ 쓰면서도 침이 고인다.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된 <Jiufen 지우펜>에서 먹어본 경단.

관광지에서 웃돈을 더주고 엽서와 자석을 사느라 츄이와 금댕이가 사라져버렸다. ㅋ

빈 시간 마망은 어묵볼을 고르고 있었다.

잽싸게 옆에 서서 한 어묵 해보았다.

달짝지근한 데리야끼 소스 짱!

멋진 나라야 대만은.  

 

 

 

 

 

<지우펀 Jiufen 총좌빙>

지우펀 홍등가 끝에선 애들이 그렇게 노래하던 총좌빙을 팔고 있었다.

치즈와 햄을 넣어서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맛이 나왔다.

격한 내 취향은 아니라, 한 입만 먹고 양보해주었다.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 상점가 2층 잇푸도>

지우펀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엔 내내 비가 오길래,

라멘 같은 국물 있는 음식을 떠올렸다.

마망이 검색해서 찾아낸 맛집인데, 대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듯.

나는 이 와중에도 고기가 먹고 싶어서 고기를 시켰다. 겁나 맛있음.

 

 

 

 

 

<스린 야시장>

 

택시 투어도 늦었고 저녁도 먹고 맛사지까지 받느라 더더욱 늦게 갔다.

12시에 문을 닫는데 11시에 도착해 보니 이곳저곳 문을 닫고 있었음.

그래도 먹는걸 포기할 순 없었다.

집에 맥주도 남아 있기에, 야시장을 포기한 은지 몫까지 이것저것 싸가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스린야시장을 묻는다면,

이 작은 꽃게 튀김으 맛으로 대답 할 터이다.

아 진짜 짧잘하니 향신료랑 소금의 간이 완벽.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음

 

 

 

 

남자 팔뚝만한 소세지가 곳곳에 보였는데 ㅠㅠㅠㅠㅠ

솔직히 저거 하나 다 먹기 도전해 보고 싶었음.

 

 

그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지를 치면서도 가슴 아픈 이 고백을 써야만 한다.

 

우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가 그토록 먹고 싶어했던 대왕치킨가스를 사서 돌아가는 길에

그만 대왕치킨가스를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발견 ㅠㅠㅠㅠㅠㅠ

 

나로 말하자면, 대왕치킨가스를 먹기 위해 야시장에 간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흑흑 흐극흑흑흑

부디 그 대왕치킨가스가 택시기사 아저씨의 요긴한 밤참이 되었길 빈다.

 

더불어.. 다시 대만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기다려라 대왕치킨가스!

다음번엔 꼭 먹어줄테야~

 


 




대만의 막밤. 마지막 야식...

태풍이 거세게 불면 호텔에서 취할 작정으로 사둔, 

각종 수입맥주로 야무지게 마무리했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친다는 둘째날

우리는 쫒기고있었다. 

태풍이 제대로 몰아치면 더 이상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공포에 ... 



맛사지 샵에선 아무리 태풍이 와도 101 빌딩은 정상 영업할 거란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첫끼니로 컵라면 두개를 바로 깠다.

고기가 듬뿍 든 컵라면은 어매이징 했음. 

 

그리고 메인스테이션으로 향했다가 텅 빈걸 눈으로 확인하고, 

101 빌딩으로 향했다. 



<101 푸드코트>

101 빌딩 지하1층 푸드코트에서 만난 보석들... 

얼음 콩국을 제외하고 이 세 접시에 한국돈 4000원이 안됐던 걸로기억. 



마파두부 양념이랑 약간 비슷한데 나는 고기를 더 좋아하니까 ㅎㅎ 



중국 음식의 진리는 기름짐이죠 ㅍㅎㅎㅎ 





우육탕은 도전했으나, 비닐이 나오는 바람에 반환.

교환이 안되서 환불받음 ㅠㅠ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좀 맛이라도 봐보는건데 




그리고 101 빌딩에서 만난 대망의!!!!!!!!!!!!

두부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대박 외에는 할 말이 없었음.

왜 우리 앞 아저씨가 큰 통을 사갔는지 알것 갓같았음 ㅠㅠㅠㅠ 엉엉. 




어제 야시장에서도 느낀거지만, 우리가 한 걸음을 떼기가 어렵다는걸 알았다.

101 빌딩에서 나오는 순간에 또 그걸 못참고 질러버린 1973 치킨... 인데 

우린 멋모르고 오징어 튀김을 시켰음. 

그래도 내가 먹어본 오징어 튀김 중에 최고였어!! ㅠㅠ








중산 역에 들려서, 일본 체인 고급스런 롤케익 집에서 무려 24000원짜리인

롤케잌을 사보았다.  



룰케잌을 샀으니 커피가 필요한거 같아서 

85도씨 체인점에서 커피도 먹어보았다. 




커피만 먹으면 배가 고플것 같아서 

만두와 전병튀김도 시켜보았다. 

 

 

 

 



생강과 간장까지 뿌려주는 아저씨의 센스.... 

 

여튼 만두와 전병, 롤케잌 한롤과 각종 커피, 화장품통 밀크티까지 꺼내어

태풍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먹방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후 호텔에서 태풍을 대비하며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태풍이 타이페이만 쏙 빼놓고! 

진짜로 타이페이만 쏙 뺴놓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가게가 열지 않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중산역으로 맛사지를 받으러 고고. 



맛사지 받고나면 늘 배가 고프다.

각 혈이 쥐어 짜이는 고통을 당하는데 당연한 이치다.  

배는부르지만 당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중산역 맛사지샵 바로 옆 건물에서 

개당 한국돈 800원짜리 과자를 사보았다. 두개 다 먹어봤는데 오리지널보다 크림이다 단연코 크림! 








그리고 대망의 <닝샤야시장> 

이곳은 꿈의 공간!

마음만 먹으면 다 먹어볼 수 있는 값싼 음식점이 가득한 ㅠㅠㅠㅠㅠ 

나으 로망의 공간!!!!! 






제일처음으로 고기고기! 

큐브스테이크를 먹어보았다. 





다양한 꼬치를 도전했는데 비와서 사진은 남지 않았다. 

사진찍는 시간을 야무지게 아껴 싸게 많이 먹어보았다. 

저 꼬치 하나가 1000원이 안한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도 믿지 못하겠다. 




멋모르고 스파이시를 외쳤다가 입안이 타는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타는듯한 고통이 여전히 혀를 엄습하고 있었지만, 

지글지글 타고 있는 오징어 구이를 피할 순 없었다. 





오징어는 데리야끼 소스인데도 불구하고 겁나 매워서 

다시금 우리의 혀를 활활 불태웠다. 






타고 있는 혀라 할지라도, 뜨거운 소세지랑 꼬치를 외면할 순 없었다. 

이번엔 소스 뿌리는걸 자제하고 더 뜨거워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시식했다가 혀천장이 홀랑 타버렸다. 

물집이 잡혔다 터졌지만 다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 외면했다. 











뜨거움을 식혀줄 후식이 필요했다

끓는 물에 데친 모찌를 빙수와 파는 멋진 가게를 만났다. 

넷이 작은거 하나 시켜서 숟가락 네개를 쓰는 민폐를 끼쳐보았다.





고기는 생명의 선물이라는 꺠달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ㅠㅠ 

이래서 서양애들이 생선에 머리 나온 접시를 보면 기겁을 하는구나 

고통 없이 갔기를... 








대만 야시장이 아름다운건 

가게마다 엄청나고 다채로운 음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큰 꺠달음을 가지고 

대만의 또 하루를 보내주었다. ㅠㅠㅠㅠ
























 

 

 

 

 

 

 

 

 

 

 

 

 

 

 

 

 

 


상상 이상의 맛있음
누가 대만은 어때? 라고 묻는다면, 나는 맛있어.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을 멋어나 퐌타스틱, 어메이징의 연속이었다.  

실패를 한 걸 도무자 찾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먹방의 향연. 그것도 3박4일간. 

인류의 위는 왜 하나 인가? 예비용 위가 하나 정도 더 있어서 너무 긴급할 때 소나 낙타 같은 동물 처럼 되새김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여튼 다시 대만에 갈때까지 이 맛을 재경험 할 수 없다는 뼈 아픔을 두고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맛있음을 사진으로 갈무리 해본다. 

벌써 배고파온다. 쩝쩝. ㅎㅎ



 

케세이 퍼시픽에서 준 아침밥. 티켓팅 당시에 콜드 푸드가 나온다고 말해서 롯데리아에서 치킨가스를 먹은 나새끼를 원망한다. 흑흑.  




 


 

<딘타이펑 본점>

역대급 태풍이 오고 가게가 죄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예보에 잔뜩 긴장해서 긴급하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부터 먹으러 나섰다. 딘타이펑 본점. 25분 기다린다고 쓰여 있었는데 3-4인용 자리는 금방금방 나는듯 했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서 먹었던 소룡포가...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같은 소룡포인지 모르겠다. 아예 다른 음식인 것. 너무나 황홀한 만두피랑 육즙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고기가 취향인 나는 숯불맛 나는 이 떡갈비같은 음식을 잊지 못하겠음. 국수랑 볶음밥 두개 시키길 잘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이서 오길 잘했어!! 속으로 백만번 외쳤음. 



 

 


 

용캉제에 카페 <리브로>를 향해 가면서 먹었던 주전부리. 

개수별로 하나씩 먹어봤는데 만두인 것도 있었고 단팥이 들은 달달한 먹거리인것도 있었고. 향신료가 들은 만두 하나는 그 옛날 중국 상해거리에서 속을 다 흘려 버렸던 길거리 만두를 생각나게 했으나 무난히 다 시식했다.   




 

 

 

 


 

용캉제 <리베로>
너무 더워서. 정말이지 너무 더워서

용캉제 거리를 후딱 보고 목표했던 커피숍 <Libero>도착. 



나는 위스키가 들은 커피 with아이스크림을 시켜보았다. 

날 더울 것이 걱정되었으나 나는 단게 좋다. 거기다 일단 오늘 저녁 내일 화장실을 확실히 다녀올 수 있는 방법 같았다. 



마망이 시켰던 아이스 카푸치노. 

인당 한국돈으로 만원정도를 썼는데 

훗날 우리가 상당히 비싼 커피숍에 방문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고순위에 꼽힌다는 용캉제의 빙수집은 

한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것 같았다. 

태풍이 와서 내일부턴 호텔에 갇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멘딩에 있는 빙수집 고고 고고! 

 

 

 

 

 

시먼딩 <삼형제 빙수집>

한국 이대에 있는 분식집 처럼.... 온 벽면에 한글이 빼곡한걸 확인하면서 ;;;;

지하로 들어가서 야무지게 시켜봤습니다. 

그래 나도 한국인인데 한국인 입맛엔 맞겠지 최소. 란 결심으로.

아니다 달라 아르바이트 숫자가 이 집이 얼마나 잘나가는 집인지를 과시하고 있었음.



역시 연유는 많이 뿌려서 느끼하게 먹어야 맛이죠. 


 


 

 

시먼딩 <오래된 식당가>

전신 맛사지를 받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 

맛사지집 찾다가 우연히 읽게 된 50년 넘은 식당이 즐비한 가게들. 

맛사지 받고 나와서 바로 향했다. 입구엔 취두부의 찌린내가 심각했지만 좌석이 비지 않고 꽉꽉차는걸 보고 맛집임을 확신. 



 

연두부 ㅠㅠㅠㅠ 이 당시에는 감탄하면서 넘나 맛있는것.외쳤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키키레스토랑에서 더한 연두부를 만나고야 맘. 


 

면이 무지하게 얇았던 국수. 국물 맛이 다 괜춘한편이었다.

 

고기를 선호하는 나는 고기 계란후라이 양념밥을 잊지 못하겠다 



이외에도 무례를 마구 저지르면서 ㅋㅋ  

옆자리 사람의 접시를 가리켜, 저거 저거 저 어묵볼 국! 을 외쳤는데 ...

너무나 맛있어서 놀랐는데, 먹느라 급해 사진은 안찍었군. 





배가 터져도 

넷이나 되니, 쩐주나이 차 큰 사이즈는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해외 여행은 죄다 혼자만 다녀봤던 나에게

네 명의 친구와 함께 가면 배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줬다.

 

 

 

체인점 <팔방운 만두>


비상식량 목적으로 산 만두 두접시. 

분명 목적은 비상용인데 첫날 저녁 맥주와 함께 끝내버리고 말았다. 푸하하.

 


 

<까르푸>로 고고.

일단 내일은 문닫을지 모르니까 내일부터 호텔에서 버틸 비상식량과 간단한 선물을 사보았지만 비상식량은 얼마 되지 않고, 자꾸 선물을 사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가게들이 문닫으면 펑리수와 화장품차로 버텨야할 상황이 돼버렸다.ㅋㅋ 






그리고 여행 첫날의 맥주파티!

 

팔방운 김치 만두가 상당히 맛있었고 튀김 만두도 맥주랑 잘어울렸음.

망고를 맥가이버칼로깎다 마망의 손 부상을 입었... ㅠㅅㅠ

거듭 미안한 마음으로 망고를 다 먹어치웠다. 


 

내일 태풍이 덥치더라도 오늘 식량을 다 먹어치우자는 마음가짐.
이렇게 우리는 하루 여섯끼를 채워봤다. ㅋ . 













 

 

단순한 실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존재가, 내 삶에서.

 

그녀가 영영 사라져 버린 지금, 나는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존재했던 것으로 착각했지만 실상은 비어 있었던, 그 난자리를 살펴본다.

 

사실 전혀 몰랐던 건 아니다. 다만 미묘한 수준의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6개월 근무를 9개월 근무라고 바꿔 말한다랄지, 자신이 말았던 프로그램에서 역할을 살짝 수정한다랄지. 그것은 1년 넘는 시간을 같이 일한 관계에서는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 사사로움을 따지기는 미묘했다. 어차피 주어진 VCR을 말거나 프로그램 하나를 각자 마는 일이 우리 업이고, 서로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미묘함을 꼬집어내 굳이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출신학교도 그랬다. 막연히 서울 본교는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방송 판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서울 본교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이까? 의문이 들었지만 디테일을 따져 묻지 않았다. 그녀가 보여준 졸업사진에서 K대 특유의 베레모 같은 학사모를 확인했고, K대이긴 한데 캠퍼슨가? 하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다.

 

그녀가 타 방송사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면서 가끔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그쪽에서도 여전히 경력을 약간 구라치는구나. 살짝 정정해주면서도 크게 의아해 하진 않았다. 여쨌든 일했던 프로그램이 맞고 그녀의 자의로 프로그램 제작기간이 늦춰진 것은 아니라, 억울한 면이 있긴 했으니까.

 

돌이켜보면, 사상활에 관해서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애인과 관련된 이야기나, 수상공모 경력 같은 것들. 팀에서는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데 나와 만나 밥먹을 때 그녀는 일절 그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다. 뭐, 많은 방송일 하는 사람들이 건강 또는 결혼같은걸 핑계대고 그만두곤 하니까, 그 핑계는 프로그램 그만둘 때 써먹으려는 구라카드인가보다 했다.

 

 

출근 2주만에 방송을 말게 되고 간신히 쉬고 있을 무렵,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경력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전화. 뭔가 일이 있나 싶었지만 굳이 그녀에게 물어보진 않았다.

그리고 그 주를 보내고, 그 다음주 목요일 금요일 그녀를 찾는 전화가 쉴새 없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일하던 팀에서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며칠 뒤,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학벌, 방송관련 경력, 사소한 취미와 습관, 사생활에 가까운 연인관계, 부모님에 관해 해주었던 모든 이야기들. 대다수가 거짓말이었다. 터무니 없는 뻥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녀가 나에게 말해준 자신에 관한 이야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에게 화가 난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슬픔이다.

 

S본부에서 K까지 그녀는 나와 옆자리에서 함께 일했다. 스브스앞 쇠고기 돈장찌개의 공짜 돈까스 반찬에 함께 환호하고 K본부 오후4시의 비빔국수 간식을 먹으러 함께 나섰다. 내가 종종 사다준 연희동 빵굼터 엘리게이터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시시콜콜한 프로그램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PD뒤땅을 같이 까주며 공감해주던 그녀. 그녀는 단순 동료라기 보다는 분명 나의 친구였다.

순박하지만 영민하다고 여겨왔던 그녀의 모든 것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지금.  내가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왔던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나.

알게 모르게 정주었던 그녀가 사실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허망함이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것이다.

 

여튼 그녀는 없다.


달과 함께

소소한 수다 2016. 5. 20. 17:31

찍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있다.

선명한 촛점, 구체적인 모형과 뚜렷한 색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냄새, 바람, 소리, 그 순간에 정취가  있으니까.

차라리 눈을 감고 떠올리면 그 순간 그곳으로 이동이 쉬워진다. 

 

아투르와 호드리고와 텐트 밖에서 잔 날이 그랬다.

매트리스 하나 깔고 누운 침낭 안은 포근했고 거대한 달과 독대한 그 밤. 

잠결에 눈을 뜨면 나를 향해 웃어주던 달. 달. 티끌 하나 없이 둥그런 달.

 

 

 

당분간 여행도 못가는 몸뚱아리.

물욕으로 대신하려고 하나 장만했다.

크기는 작은데 바라볼 때마다

그곳, 그 순간, 그때의 간질간질 살랑살랑 내 안으로 들어 차던 기분이 되살아나 

참 좋음.

응, 진짜 좋음.

 

 


 

프랑스 리옹을 거쳐 아프리카 찐 살은 지금도 빠지지 않고 있다.

여름옷 대부분이 맞지 않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걱정이다.

 

여튼 술마시고/안주먹고/밥먹고빵먹고/운동은 안하고 이 악순환을 해결하긴 힘든데 조금이라도 덜 쪄보고자 어제는 회사에서 걸어 왔다. 공복에 한시간을 걸었지만 옆건물 고디바 매장에서 혀가썩을것 같이 단 고디바 초콜렛을 먹었으니 큰 도움은 안됐을 거다.

 

정말 놀라운건 내가 몰타에 살았었다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단 거.

어제는 오래간만에 네이버 클라우드에 있는 사진들을 들여다 봤다.

야 나 여기 있었어. 장기기억 저장소 해마에 되새김질 해주기 위해서...

그러다가 케빈이 만들어 준 올리브유 파스타 사진을 봤는데,

아아...

넘넘 맛있어서 토할정도로 부른배를 잡고 한접시 더 먹었던 기억이 난다.

 

채식주의자였던 토마스를 위해 올리브유 파스타를 만들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을땐 반신 반의했었다. 면 따위가 어떻게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느냐 크게 항의했다.

만드는 과정에선 과연 이게?란 생각이 들었다. 면 삶고, 레몬 하나 으깨고 남미 향신료 몇개 넣고 토마토랑 아보카도 하나 넣은게 전부였던 파스타...  

 

아아...

과연 1리터에 100유로 짜리 올리브유는 아름다웠다.

어디다 걸쳐도 아름다운 맛이었지.

 

그때 열심히 구경한다고 구경했는데 막상 레시피가 기억이 안난다.

가물가물 ㅠㅠ

가장 중요한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100유로 하는 올리브 유를 한국에서 사려면

나름 괜찮은 파스타 면을 사서, 그걸 솜씨좋게 삶으려면...

질 좋은 아보카도랑 방울토마토를 사?

이왕 돈지랄 하는 김에 버팔로 젖으로 산 모찌렐라 치즈도 사?

결국 사먹는게 낫다는 결론에 또다시 도달하고..;;;

 

 

이렇게 자꾸 그리워하는 것들 투성이라.

과연 경험이 좋은것인지,

남은 인생 그리움의 쓰디씀만 곱씹게 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본다.  

 

 

 

여튼 케빈에게 물어 레시피는 알아두는 걸로


기나에게

20세기 소녀 2016. 4. 8. 10:57

우리 기나 잘지내니?

거기는 잘 적응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봄이라는데 미세먼지가 장난아냐. 우리 작년에 같이 세브란스 12층에서 이대부고도 안보인다 뭐라 했었잖아. 그 농도 그대로. 매일 건조하고 목 아파. 봄이라는데 하늘도 안 파래. 시야도 안나와. 여튼 여긴 여전하다. 니가 없는데도 말이지.


어제 너희 가족들로부터 네 사진을 받았어. "엄기나가 잠든 곳" 일곱글자가 써 있더라. 나 있지.., 또 주책맞게 또 펑펑 울었어. 지금 넌 훨씬 아프지 않고 기분 좋게 있을걸 아는데, 그냥 그렇게 써있는 그대로 니가 정의 되는게 싫었나봐. 이렇게 끝난 게 아니라 뭔가 할 수 있는 게 더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게 아닌 '끝'이어서 그랬나봐. 돌에 새겨진 그 글자가 깊고 단단해서 이젠 수정할 수도 없다 싶어서 막 자꾸 눈물이 났나봐.

기나 이번 이사간 새 집은 둘러 봤니? 그때 너도 지켜봤는지 모르겠다. 너 발인 끝나고 있다가 몇 명 착출돼서 니 이사짐이랑 물건 정리 했는데... 정리하면서 니 얘기 진짜 많이 했어. 다 들었니? 그때 우리 옆에 있었던 거 맞지? 재작년 태국서 사온 로레알 나이트 크림 박스채로 세개, 일년에 한 번 다 쓸까 말까 한 태국 코뻥 새걸로 여덟 개, 뜯지도 않은 락앤락 한 세트... 한 개에 스무번은 쓸 수 있는 빨아 쓰는 행주가 수백장 나왔을 때 우리 다같이 웃었어. 아오 엄기나! 이 기집애 백살까지 살려고 했나봐!!

포장도 뜯지 않은 새거가 너무 많아서 중고 나라에 팔자니까 니 애인겸남편이 그럼 기나가 진짜 화낼거라고 우리보고 가져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야무지게 챙겨왔어. 요즘 난 니가 주고 간 선물 중에 이니스프리 팩을 젤 열심히 쓰고 있어.
기나야.

니가 남겨두고 간게 진짜 진짜 많아. 두고가기 싫었을 것들도 참 많아. 다 니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이었잖니. 그리고 이젠 우리도 알아. 거기엔 니가 두고 간 '우리'가 있다는 거.
작년 일 년. 너는 나에게 경이로운 사람이었어. 쇼핑박사에 맛집박사. 평범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해 할 줄 알았던 니가, 그렇게 용감한 사람인지 진작 몰랐었어. 나는 지금도 니가 놀라워.
어떻게 그렇게 용감 할 수 있었니?
그렇게 외롭고 힘든데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어?

발인 끝나고 버스가 세브란스 돌아오는데 우리 고1때 아침마다 마주쳤던 버스정류장 있잖아. 그걸 찾을 수가 없더라고. 영진쌤 차 놓치게 되면 73번 135-2번 탔던데 말야. 꽃은 똑같이 피었는데 그 정류장은 없더라고. 생각해 보면 우린 열일곱부터 열여덟번의 봄을 같이 보냈는데. 내가 앞으로 살아갈 봄엔 니가 없구나. 그제서야 실감이 났어.


있잖아, 기나야. 난 너한테 고마운게 참 많아.
병문안이랍시고 가서 시시콜콜 세상사 욕하면 다 들어줬지. 그때마다 내 편이 되어 줬어. 맛집이며 가봐야할 음식점이랑 사야할 물건도 빠삭하게 알려줬었지. 니 덕분에 섭외가 수월하게 풀렸던 적도 많았어. 선거도 그랬네. 내가 민노당 진보신당. 힘들다 투정부리면 고생많다면서 별 설명 없이도 한표 찍어주겠다고 약속해줬잖아.
나 몰타아프리카 다녀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약속도 지켜줬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 덜렁 남겨 두지 않으려고 지난 일년. 숨막히게 길고 아픈시간 열심히 싸워줘서 고마워. 넌 정말 용감하고 멋진 여자였어. 아프고 힘들었던 기나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용기 있는 기나로 기억할 수 있게해줘서 고마워.

다음달이면 외국 나가 있는 애들 몇 돌아오는 거 알지? 우리 모여서 기나 너 만나러 갈게. 우리 오래간만에 '이빨까는' 거다? 기다려줘. 나도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기나 너무너무 사랑해.

 

 


Bilbo:Can you promise that I will come back?
Gandalf:No.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늘 그랬다.

여행 사진을 뽑을 때면 늘 눈물이 날것처럼 코가 찌릿찌릿해졌다. 
그 시간들을 영영 '과거'에 정리해 두는 것 같아서.


지난 주엔 몰타와 프랑스 리옹, 아프리카와 아일랜드 사진을 출력했다. 
만장이 안되는 사진 중 800여장을 추려서 
인터넷 출력 사이트에 올리고 
소포를 받아 앨범에 정리하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여정. 
280장이 들어가는 앨범 세권이 가득 찼다. 
출력하지 못한 추억들도 눈감으면 바로 재생될만큼 아직 생생하다.


지난주말엔 아는 언니집에 가서 연례 행사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 1,2,3 과 호빗 확장판 1,2,3을 2박3일 보았다.


반지원정대가 아라고나스 석상을 향해 배를 타고 갔을 땐 뿜었다. 
그래. 나도 유속이 나지 않는 남아공 오렌지 리버에서

무려 7km를 카누잉 했던 적이 있었다. 

레골라스가 힘들었을거야. 김리를 태우고 가니까. 
노젓기를 잘 못하는 나 때문에 죤이 참 많이 고생했었다.


당나귀를 어색하게 탄 빌보의 모습에도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몰타 승마 첫날의 내 모습이었다.
바짝 긴장해서 고작 한시간을 말을 타고 그야말로 걸었던 주제에
다음날 어찌나 뻐근하던지. 한참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었다.


비를 피했다가 고블린 굴에 떨어지는 드워프들을 보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텐트 레인커버가 바람에 날아가 
자다 말고 비맞으면서 텐트를 다시 쳐야 했을 땐 
얼마나 짜증이 났던가.


트롤의 형상과 닮아 있던 스피츠코프의 바위들.
굽이굽이치던 모허절벽. 
아침에 뛰어놀던 귀여운 자칼 가족. 
강령술사가 튀어나올 것 같던 아일랜드의 풍경.


다행히 빌보와 프로도에 준하는 고생은 아니었고,
운 좋게 그들의 여정 못지 않은 굉장한 풍경과 만났다.


빌보와 소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엉엉 목놓아 울었다. 
나도, 나에게도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 배를 잡고 웃었던 시간, 

감탄하며 기뻐하던 시간 모두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들의 여정과 나의 여정이 만나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기억들이 생겼다.


Go back to your books. 
And your armchair. 
Plant your trees. 
Watch them grow.


약속한대로 계획한대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여행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만큼 변했는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생겼다. 
자신의 집 정원에 도토리를 심고 자라는 참나무를 바라보며
참나무 방패 소린과 친구들을 떠올릴 수 있는 처럼, 
이젠 과거로 남겨진 사진들을 볼때마다 
시공간을 넘어 '그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여행 끝에 주어진 소중한 '사례금'이다.

 

 


 

 

2016.02.24 발레타 

Sciacca Grill 

발레타에 위치한 바베큐 레스토랑 

스테이크 고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 

이때 치즈나 소시지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이것들도 같이 팬에 구워서 나온다 


 

 

두명이었지만 티본스테이크를 500g 시켜보았다. ㅋㅋ.. ㅋ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맛있으니까 (쪄도)괜찮아







2016.02.25 세인트줄리앙

Impasta 

두시간 승마 끝나고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생면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검색한 집. 

10유로 대 선에서 괜찮은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음. 

그리고 몰타에선 역시나 치스크 치스크 나의 친구 치스크!! 

 

 

 

 

 

 

 

 

2016.02.25 세인트줄리앙

Wigi's kitchen

내 이럴줄 알았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옹에서 돌아온 이후로,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세인트줄리안 근처 트립어드바이저 1등이

바로 이곳인 걸 알게 된 이후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쩐지 여길 이상하게 꼭 와보고 싶더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시쯤 도착해보니, 자리가 딱 한 테이블 남았는데 8시 30분까지 먹을 수 있느냐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빵찍어먹으라고 줬던 이 집 올리브 오일을 잊지 못하겠다 흑흑흑흑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대망의 스타터, 깔라마리 ㅠㅠㅠㅠㅠㅠ

이걸 한입먹자마자, 

씹은걸 차마 삼키기도 전에 

웨이터에게 신음하면서 물었다. 


"내일 한 자리 예약할 수 있니?"


웨이터는 빵하고 터졌는데 나는 웃음이 나질 않아 ㅠㅠㅠㅠㅠㅠ

이 레스토랑엘 앞으로 한 번 밖에 더 올 수 없다니 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학원 바로 앞이었는데 하루 밖에 더 있을 수 없다니 흑흑흑흑 ㅠㅠㅠㅠㅠ


메인으론 스테이크를 시켰다. 

리옹에서 먹던 스테이크들이 떠올랐다. 

그렇다! 겁나 맛있었다 ㅠㅠㅠㅠㅠ

작은 리옹이 여기 있었는데 ㅠㅠㅠㅠ 

내가 눈뜬 장님이오. 그게 바로 나요 흑흑흑 


 




 



2016.02.26 세인트줄리앙

Frensh-Fresh & French 


몰타에선 작별인사의 의미로 아침식사는 언제나 빵에 마스카포네 치즈, 잼을 발라 먹었다. 

그래서 이 베이커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낮에 디저트를 사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신, 저쪽 어딘가에 프랑스 베이커리가 있어. 위치를 못찾진 않을거야. 정말 달콤한 냄새가 나거든....이라고 말해준 수카이나의 말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들었어야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왜 이렇게 안타까운 선택을 했나. 왜 여길 한 번밖에 올 생각을 못하고 있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직원한테 추천받아서 밀푀유와 크림브륄레 

몰타 떠나기도 싫어 죽겠는데 잘하는 짓이다. 80일간 살았던 학원 근처 이런 맛집들을 이제야 발견하고 참 잘하는 짓이야 흑흑흑흑 ㅠㅠㅠㅠ 


 




2016.02.26 세인트줄리앙

Fresco's Cafe 

더 이상 미룰 수 없단 다짐으로 

내일 공항가는 순간까지 세끼 꼬박꼬박 사먹겠단 결심을 지키기 위해 간 곳

(결과적으론 네끼를 먹음 ㅋㅋ)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학원친구 안젤리나가 서빙 중이었다. 

아는 얼굴을 만난다는 기쁨이 쏠쏠.


 

저녁 생각하니까 많이는 못먹겠고 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치스크를 안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닭가슴살 파스타를 먹어보았음. 

 

 

 




2016.02.26 세인트줄리앙

Wigi's kitchen


어제 예약하고 

한숟가락 뜨고 바로 다시 예약한 그집! 

어찌나 예약이 꽉 차 있는지 밤 9시 30분 자리만 예약할 수 있었다. 

스타터는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어제 깔라마리로 다시 한번 gogo!! 


그리고 양갈비 스테이크 시켰는데, 지금껏 먹어본 양고기 중 최고였음 ㅠㅠㅠㅠㅠㅠ

몰타 있을 때 글룰루 세번 갈거 이 집 한 번 올것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식과 거리가 멀었던, 애써 맛집을 찾기보단 가봐서 무난했던 집을 주로 찾았던

독일 친구들이 미워지는 순간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6.02.27 세인트줄리앙

Frensh-Fresh & French 

 

공항으로 떠나기 전 부랴부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빵집 앞에 섰다.

유럽에서 이런 광경 보기 힘든데 ㅠㅠㅠㅠㅠ 

이 빵집엔 줄이 서 있다. 

대화를 들어보니 죄다 프랑스 사람들...

그리고 직원들도 죄다 프랑스 사람들...

그렇다 본토 프랑스 빵집을 눈앞에 두고 80여일간 빵먹으러 가지 않았던 

나랑 녀자 이렇게 한 없이 바보같은 여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텔에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마스카포네 치즈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아침밥으로 산, 염소치즈 시금치 빵.

지금껏 염소치즈가 들어간 음식 중에 실패한 게 단 하나도 없었음 ㅠㅠㅠ 


 

 

 

아... 캬라멜에 소금을 넣을 생각은 누가 한 걸까.

이런 획기적인 발상은 누가 생각해 내서, 오늘 한국 돌아가는 나를 슬픔에 빠트리나. 



여튼 이렇게 먹방은 끝났다. 

하루 100유로 예산으로 풍족하게 살던 생활이여 안녕~ 

푸른 몰타 풍경과 함께 만났던 맛있는 시간들. 

맛있어서 즐거웠고 즐거워서 풍요로운 시간들이었다. 

경험 할 수 있게 해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2016.02.20 코크-킨세일의 중간

Insiar B&B Irish breakfast 


 

 

이날을 끝으로 아이리시 블랙퍼스트와 안녕을 고했다. 

그리운 순대맛을 잊게 해주는 블랙푸딩이여 

각종 잼과 맛있는 우유로 만든 버터 치즈들이여 흑흑흑 

안녕 안녕 진짜 100퍼 내 타입의 기름진 아침식사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6.02.20 더블린 

Tomohachi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장욕이 왔다. 

장욕은 임신 12주 지옥의 입덧이 끝나는가 마는가의 고비에 서 있었다. 

레스토랑 가는 것도 반경 10분을 넘기가 어려운 상황. 

우리의 선택은 단순. 메뉴의 폭은 좁게! 그냥 가까운 일식집으로 ㅋㅋ


 

그리하여 오래간만에 스띠끼 라이스를 먹어본 식사. 

이날 저녁으론 동네 5유로짜리 피자와 맥주를 마셨으나 인증샷이 없다... 

값싼 음식을 홀대하는 것은 아닌데 숙소에서 놀다보니 까먹음 ㅠㅠㅠ 


 

 

 

2016.02.21 더블린 

HaiLan Korean Restaurant 

 

 

호스텔 아침식사로 토스트 시리얼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니, 

매운게 땡겼다.

그리고 용기내서 관광온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비바람과 맞서야 했다. 

역시나 매운게 땡겼다. 

애써 찾아간 퀸오브 타르트는 만석이었다. 

스트레스에 역시나 매운게 땡겼다. 


본래 외국에선 되도록 한국 음식을 안먹는다는게 나의 철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매운게 땡기는 관계로 쌀 고봉밥에 한식을 먹어보기로 했음. 

영국보다 훨싸고 훨맛있다고 친구가 좋아해서 기뻤다. 

 

 

 

 


2016.02.21 더블린 

Queen of Tarts

 

 

 

만석이라고 포기한게 아니다. 

테이크 아웃이 있으니까. ㅎㅎ

숙소에 돌아와 장욕은 몇입 먹고 잠들고, 남은건 내가 쓱싹쓱싹! 

 

 

 

 

 

 

 

2016.02.21 더블린 
La caverna

장욕이 이탈리안은 그나마 먹을 수 있을것 같다고 해서 트립어드바이저 가장 상위권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다. 그래 주말이지.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래서 급히 부랴부랴 찾아본 근처 템플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었으나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씬한 장욕은 파스타를 시켰지만  


 

나는 거침없이 찌기 위해서 티본스테이크를 주문.... 

겁나 맛있음 콘에 삶은 감자 으깨고 그 위에 치즈 얹어 준것까지 미치도록 맛있음

 

 

 

 

 

 

 

 

2016.02.22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가 


간단한 샌드위치나 식사 대용을 찾았는데, 

대학가라 비슷비슷한 베이커리들이 즐비했다. 

이 집을 갈것인가 옆집을 갈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하나가 윙크하면서 '저집 아니야. 이집이야'라고 수화 해줌

 

 


역시나 현지인 추천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아프리카의 56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진 모르지만,

아프리카 이후 마시는 모든 커피에 감탄과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ㅍㅎㅎ


 

 

 

 

2016.02.22 더블린

The Atrium Loudge, Westen Hotel

아일랜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무엇이 있을까.

크림티 세트에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 먹는 것 외에 

뭔가 더 누릴만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그리하여 결정한 애프터눈 티 세트. 

친구 장욕은 영국으로 떠났으나 혼자 남겨진 외로움 따위에 굴하지 않고

웨스턴 호텔로 달려나가 주문. 그리고 감격스런 세 접시를 받았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일랜드도 아름다웠다고 기억해줄게

 

 

 

 

 


부먹이냐 찍먹이냐, 

클로티드 크림이 먼저냐 딸기잼이 먼저냐. 

영국에서도 이 두개를 놓고 논란이 많다고 하던데 

저는 데본스타일로 먹어보았....  

 

 

 

 

 

 

 

 

2016.02.22 더블린

Arlington Hotel

더블린에서 남은 밤은 단 하룻밤. 

펍크롤을 갈 것인가, 아이리쉬 댄스를 볼 것인가 

고민고민 하다가 아이리시 댄스와 음악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으로.. ㅋㅋㅋ 

 


따듯한 음악 귀여운 춤 맛있는 술 은 

이러려고 개처럼 돈 벌었던 나의 5년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눈물눈물이 ㅠㅠㅠㅠ 

 

 

 


2016.02.23 더블린

Guinness

남들 다가니까, 뭔가 있겠지 싶어, 

기네스 박물관에 가보았다. 


학생할인 16유로에 구경할 것도 많은데, 파인트 따르는 법을 알려줌.  


 

이 파인트를 들고 옥상에서 한잔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약간 만취 채로 바라보면 백배는 더 아름다운 더블린 시내!!! ㅋㅋㅋㅋㅋ

게다가 석별의 아쉬움까지... 



나는 작별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맥주가 많이 남아 있는데 ㅠㅠㅠㅠ

 

 



 

2016.02.23 더블린
The Brazen Head
더블린에서 마지막 식사는 뭘할까 하다가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펍을 검색. 
마침 기네스 하우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30여년 된 것으로 기억. 

 


사진을 찍으니, 역시나 오지랖 넓은 아일랜드 사람들은 펍 안에 들어가서 찍으라고 권유까지.

미안해요. 너무 관광객 같았죠. ㅎㅎ 


 

 

기네스 스튜를 주문. 

에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추천해준 하우스 맥주.

맥주 맛은 기억하지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함. ㅋㅋㅋㅋㅋ

 




 

2016.02.23 더블린

 

몰타 출발 전 이삭호스텔 근처 베이커리에 들어가

마지막으로 부랴부랴 홍차를 마셨음. 

케이크는 아르바이트 추천으로...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ㅠㅠㅠ

또 올거야 또 올거야 결심한 채로... 흑흑




 

2016.02.17 - 킬라니

Castle lodge B&B Irish Breakfast

아일랜드 B&B에서 묵는 건 인생 몇 안되는 좋은 경험 중 하나였다. 

십몇년전 하루 생활비 40유로로 버티던 대학 유럽 배낭여행도 생각나고, 

아일랜드 직전 들렸던 아프리카와 비교도 되면서...

여튼 만끽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숙소를 무난한 가격으로 즐겼단 생각이든다. 

한끼에 3000키로칼로리는 가뿐히 넘길 것 같은 아침밥도 그러했다. 

일단... 아침밥 구성은 물론이고 식당부터 겁나 예뻤으니깐요 ㅠㅠㅠㅠㅠㅠㅠ 

 

 

라디오가 너무 예뻤는데 안다. 이 라디오가 예쁜건 하얀 선반과 벽 옆에 놓여 있기 때문이란걸 흑흑흑... 내방은 지금 티비도 이고 사는 상태 ㅠㅠㅠㅠㅠㅠㅠ 


 

 

늘 너무나 배가 불렀기 때문에 이날은 과감하게(?) 세개 나오는 소세지를 두개만달라고 요청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만칼로리는 채운듯요 ㅎㅎㅎㅎ 








2016.02.17 코크

코크에서 첫날 밤을 보내기로 한 숙소는 코크대학 옆에 있었다. 연세대 하숙집 딸로서 삼십여년간 연대 근처에서 살아온 나로선 무척 궁금한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 학교 축제였는데 얼마나 대학 느낌이 물씬 나던지 ㅋㅋㅋㅋ 락동아리에선 소리 높여 노래하는데 아무도 안듣고 각자 게임하며 놀기 바쁘고 자기들끼리 떠들고.. 학교란 공간이 다 그렇죠. 집중하지 못하는 자유로움이 바로 대학이겠죠 푸하하. 

 


대학 식당에서 5유로 내고 밥을 샀다. 쵸리소 라는데 쵸리소 스튜란 표현이 맞을 듯. 식당 아주머니가 한껏 퍼담아 주어서 한껏 내 위장에 퍼담아보았다.  




2016.02.17 - 코크

The Oliver Plunkett 

이 다음날 부턴 산골짝 비앤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니,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들으면서 밥을 먹고 싶어서 숙소에다 물어본 곳.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도 같은 곳을 추천해준 덕에 믿고 가볼 수 있었다. 


기네스보단 덜 약한 흑맥주가 있는데 부드럽고 맛있다는 말에 시켜봄 



스타터는 오늘도 치킨 ㅋㅋㅋ 맥주를 시켰으니깐요. 



예전 영국에서 한 번 먹어보고, 정말 내 취향이 아니구나 싶어서 이날까지 먹지 않고 있었던 피쉬앤칩스. 그래도 아일랜드는 영국보단 맛있지여. ㅎㅎㅎ  



에일 먹고 싶어서 시켜본 프란시스콘웰. 

이번에도 흑맥주나 밀맥보단 에일이 취향이었다.  







2016.02.18 코크

Tara's Tea Room

이날 아침 따로 포스팅한 타라티룸에 가서 

새끼 손가락 들고 홍차를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8 코크

Fenn's Quay Restaurant 

깡시골로 넘어가기 전 점저를 먹어야 한다는 일념하에 들린 레스토랑. 


 

생선모둠크로켓류를 추천받아 먹고 

산사나이 에일을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8 코크와 킨세일의 중간계

Isiara B&B

비앤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슈퍼마켓에 들려 사온 2박3일치 연료들

보기만 해도 든든했음. ㅋㅋ

 

 




2016.02.19 코크-킨세일의 중간

Isiara B&B Irish Breakfast

 

여전히 만족스러운 이만칼로리의 아침밥. 

남김 없었고요. 과일도 따로 챙겼음돠. ㅎㅎ 





2016.02.19 킨세일

Poets Corner

벽과 테이블 곳곳에 시와 소설구절 작가들의 명언이 써 있는 찻집


 

킨세일 관광을 끝내고 홍차를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9 킨세일

The Spaniard 

점저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트립어드바이저 상위권 중에

영업 하는 곳으로 갔던 식당.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느무느무 좋은 것이다.... 아 놔 막 여기서 중간계 왕족이랑 요정이랑 호빗들이 만날 것 같아. 간달프랑 소린이랑 밀회 할 것 같이 오래 됐다. ㅠㅠㅠㅠㅠㅠㅠ 

감격에 감격하면서 물어봤다. 

-여기 몇년 됐니? -건물은 수백년 -이 펍은? -95년. 

아 예.. 십여년 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비슷한 세월을 보내셨군요. 


 

 

 

 

 

바텐더 아저씨가 엄청 친절해서 음식은 남기고 싶지 않았으나 

파스타가 너무나 산더미처럼 나왔던 것이다
배가 불러.. 라고 말했으나 고작 이거 먹고? 란 대답이 돌아왔음 

정말 맛있었는데 맛있었는데 ㅠㅠㅠ 

나의 위장 크기를 한탄했던 몇안 되는 경험이었음




 

더블린 첫날 2016.02.08

Le Bon Crubeen

더블린에서는 총 7박을 했는데, 

내가 묵었던 이삭 Isaacs Hostel 근처에 있던 프렌차+아일랜드 식당이었다. 

식당을 발견하자마자 2014년인가 트립어드바이저 위너라고 써 있는 글에 당장 저녁식사를 예약하고 매일 갈 것을 결심하였으나, 더블린은 넓고 가볼 식당이 너무 많아서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음. 흑흑



덜 익힌 소고기를 얇게 썰어 나온 스타터. 



오늘의 스테이크를 시켰더니 돼지고기가 나왔다. 

이슬람 인구가 꽤 되는 탄자니아부터 돼지고기를 거의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나로선 맛있게 채워 넣어 봤습니다. 



프랑스 디저트들만 떠올리면서 

디저트를 얕본 내가 실수.

어마무시하게 큰 삼단 아이스크림 슈가 나와서 걱정은 됐으나,

절대 남기지 않고 배가 찢어지도록 먹었음.  





 

2016.02.09

위클로우 투어 중에 들린 작은 카페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아일랜드에서 눈이 내리고 비바람이 불었다.

버스 타기 전까지 킬케니에서 두세시간의 충분한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잠시 카페에 들어가서 진저스콘이랑 라떼를 마셨다. ㅠㅠ 그래 이런 커피도 얼마만인지 카페에서 물씬 풍겨오는 문명의 향기와 인테리어 봐라 ㅠㅠㅠㅠㅠ

그리고 역시 ㅠㅠㅠㅠㅠ 스콘의 나라! 흑흑 자세한 설명은 생략






2016.02.09

Thai Spice 

하루종일 눈맞고 비맞고 바람맞고...

한국 음식은 생각 안나는데 뭔가 뜨끈한 무언갈 먹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 요리나 스프가 무지 떙겨서 The Vintage Kitchen을 갔는데 사람이 많다면서 

대기 조차 받지 않겠다고 했다. 

거절의 아픔과 배고픔. 굶주림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서러움에 이삭호스텔에 가서 나 매운거 먹고 싶어. 이 근처 괜찮은 중국집 없니 라고 물었더니 소개해준 태국 식당. 이삭호스텔에서 엄청 가까운 관계로 오고 가기 참 괜찮았다.  



운 좋게 아르바이트 생들이 한국분들이라 메뉴판에서 찾지 못한 똠얌꿍을 주문. 

밥을 말아먹을 수 있었다 ㅍㅎㅎ (얼마나 싹싹 먹었는지 빈접시를 치울때 창피했음..;;)

 

고기가 빠질 수 없지. 

서버들이 추천해준 쇠고기 후라이드를 주문했다.

그래서 이날 저녁은 맵고 따뜻하게 잠이 들었음. 







2016.02.10

더블린 시내 오코넬거리 어디쯤의 중국인 뷔페 식당. 


이 날은 말 그대로 더블린 시내 관광하는 날이었는데...;;; 

아 놔 ㅎㅎㅎㅎ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저녁을 맛있는 걸 먹겠다며 점심으로 간단히 크로아상과 사과까지 먹고

갈길을 가고 있는데 중국인 뷔페 식당이 보이는거다.

근데 그 뷔페 안에 놓인 김밥을 보자마자 정말 뭐에 홀린듯이 자리에 앉아서 1인을 주문했던 나..;;; 진짜 홀렸다는 표현 외엔 쓸말이 없다. 

12유로 밖에 안하는 식당인데 학생 할인까지 됐음.

결국 10유로 내고 김밥을 양껏 먹은것까진 좋았으나...

배가 불러서 저녁을 먹지 못했음. 유ㅅ유 






2016.02.11 골웨이 

아일랜드에선 비앤비에 자는 것이 내 목표 였기 때문에 더블린 외에 숙소는 대부분 B&B였다. 문제는 골웨이 B&B가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었단 거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점저를 먹고 들어가야 겠단 생각은 있었지만 어딜 가야 좋을지 감이 안왔다. 오후 2시를 넘기다 보니 문 여는 레스토랑도 손에 꼽고... 그러다 아란제도 페리를 예약하는 사무실에서 펍이나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하여 추천받은 

An Pucan Bar& Restaurant



아일랜드 스튜나 코스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저녁식사 때가 아니어서 거절받고,

대신 추천해달라고 한 파스타 인데

결과적으로 겁나 맛있었음. 

그리고 나는 이날부터 말라리아 약이 남긴 간의 피로를 개 무시하고 

1일 1맥주에 도전하기 시작하는데....;;; 

아 아름다운 기네스 ㅠㅠㅠㅠㅠ 


 

아일랜드 펍에선 핫윙을 쉽게 주문 할 수 있어서

한국치킨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그래! 내 나라는 치킨의 나라지만 맥주가 맛이 없으므로 ㅠㅠ 

다시 태어나 아일랜드 한국 중에 고른다면 나의 선택은 아일랜드!!!!






2016.02.12 골웨이 

모허 절벽 투어 였는데 이날 아침 날씨가 진짜 안좋았다.

오전 코스에 산행이 있는데 니들이 원한다면 가나마나인 산행을 뺴고 조금 늦게 출발하겠다는 권유에 골웨이 시내  오래 되보이는 베이커리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블루베리 스콘을 먹었다.  


 

 

돌 처럼 보이지만 현무암 이런거 아니고요. 스콘입니다. 먹는거에요. 



역시나 슬픈 것은 프랑스 빵을 몇달 전에 실컷 먹다 보니 ㅠㅠㅠㅠㅠ

어딜가도 비교를 하게 된다는 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스콘은 맛있었습니다. 






2016.02.12 골웨이 

The Latin Quarter Bistro

모허 절벽 투어가 끝나고 숙소 들어가기 전에 밥을 먹기 위해 들린 골웨이 프랑스 레스토랑

1인용 자리가 몇자리 돼서 마음 편히 식사 할 수 있었음. 

웨이터 아저씨가 음식 소개도 잘해줬고.  


 


스타터. 난 육류를 선호해 라고 말했더니 웨이터 아저씨가 추천해준 오리고기 샐러드

오리 가슴살이었는데 살짝 익혀서 나온 것과 주변 샐러드가 무척 잘 어울렸다. 


 

아.. 그리고 이거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안그래도 베이컨을 좋아하는데요 ㅠㅠㅠㅠ

스테이크에 크림소스에 베이컨이 얹어 나오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요리가 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싹싹 긁어 먹고 나왔음. 






2016.02.12 골웨이 

The King's Head

모허절벽 투어를 위해 숙소로 마중나온 버스 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펍. 

오 오늘이 금요일 저녁이니 넌 아마 킹스헤드에 가겠지 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추천을 해주어 가보고 나는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되는데 ㅎㅎㅎ

골웨이 후커 ㅠㅠㅠㅠㅠㅠ TADA-!!  

펍에 들어가서 기네스를 마실까 지역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이번에도 바텐더 아저씨에게 물었다. -골웨이 후커 맛있니? -엉 캡맛있어 

그렇게 한잔을 마시게 된 나는 다음날 또다시 골웨이 후커를 마시기 위해 킹스헤드를 찾았고 아일랜드 슈퍼에서도 내내 골웨이 후커만 찾았다.







2016.02.13 골웨이 

아란섬 투어 전에 들린 베이커리. 본래는 아이리쉬 블랙퍼스트를 먹으려고 했는데 

마땅히 문 연곳이 보이지 않아서 들렸다가 

소세지 샌드위치 맛에 넋을 잃고 말았다는...;;;

트립어드바이저로 한참 검색했는데도 잘 나오지 않아서 이름 검색은 포기 ㅠㅠㅠ


이래서 사람은 메모를 해놔야 한다 자고로 ㅠㅠㅠㅠ 

소세지 샌드위치 양이 제법 되는 터라서 반은 남겨서 아란섬 투어 도중에 먹었다. 

 




2016.02.13 골웨이

The Quay Street Kitchen

이 날은 발렌타인데이 이브 였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꽤 상위 목록인 레스토랑인데 과연 자리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서둘러 레스토랑에 도착한 결과 혼자서 2인용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음하하하.

주변을 둘러 보니 연령대를 불문한 연인들이 죄다 자리를 차지. 

남녀2인으로 구성되지 않은 테이블은 오직 나 하나...;;;

배경음악은 이즌쉬러블리, 쉬, 아이오유, 엔드리스러브 같은 

누가 들어도 '오늘 너는 이 상황과 좀 맞지 않아..;;;'란 배경음악이었는데 

사뿐히 무시하고 양고기를 시켜서 촵촵촵!!


 

메인코스 나오기 전에 스타터로 매운 핫윙을 시켜서 또다시 촵촵촵!!!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숙소 돌아가기 전에 the King's Head 들려서 

골웨이 후커 한잔을 꿀꺽꿀꺽!







2016.02.14 골웨이

The Skeff

사실 어제 베이커리 가기 전에 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아무도 없어요? 를외쳤는데 정말 아무도 없었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덕분에 베이커리 가서 맛있는 소세지 샌드위치를 먹었으니 위로가 됐었지... 

이날 킬라니로 이동하는 날이었는데, 주말이라 버스 시간표가 들쭉날쭉했다. 

한시간이 비는 관계로 재빠르게 나의 트렁크와 배낭두개를 이고 이 가게로 이동. 그리고 아이리시 블랙퍼스트 대자를 시켜서 2000칼로리는 가뿐히 넘기는 아침밥을 흡입. 


 

 

살은 쪄도 잘했어 나새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있어서 찐 살은 빼는 것도 아까워!!! 






2016.02.14 킬라니 

Cellar One

오늘은 대망의 발렌타인데이+주말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앤비 숙소 직원이 우려한대로 레스토랑 몇군데를 갔는데 죄다 만석 예약이었다. 그런데 구세주 같이 이 레스토랑에서 8시 전까지 식사를 끝낼 수 있느냐 물어줘서. 엉! 그건걱정마!! 라고 외치며 자리에 앉았다. 

빵이랑 버터가 진짜 맛있었는데 메인을 못먹을까봐 참았음 ㅠㅠㅠㅠ 흑흑


 스타터로 샐러드를 시켰으나 샐러드는 보이지 않고 육류 요리가 주를 차지한 상황. 

그래도 아름다운 맛이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메인요리로 시킨 대구. 크림소스랑 새우 시금치가 ㅠㅠㅠㅠㅠㅠ

괜찮아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 이 맛을 평생 기억하면 되니까 괜찮아 ㅠㅠㅠㅠㅠㅠ

본래 나는 육류를 즐기나, 생선 먹어본지 꽤 오래 됐다는 생각에 주문. 

생선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데다가 함께 나온 관자까지 겁나 맛있었음 ㅠㅠㅠ

그래 아일랜드는 섬나라지. 


아 놔 그리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날 레스토랑에 발렌다인 데이 특별 코스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는데, 

디저트는 무조건 한종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도 난 주문할래 라고 해서 나온 디저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웨이터도 웃고 나도 빵터지고.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진 하트가 왤케 웃긴지.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나한테 이런 디너를 사줄 자격은 충분! 하다고 생각하기로 함. 

 



2016.02.15 킬라니 - 링오브케리투어 

Red Fox

링오브케리투어 중에 들린 아일랜드 민속 농가 옆 펍에서 마신

아이리시 커피. 술이 들어가서 발이 땃땃해지고 좋았다. 


 아놔 ㅋㅋㅋㅋㅋ 

이 아이스크림은 사진을 찍자마자 두 덩이가 장렬하게 바닥으로 낙하해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3유로나 했는데 흑흑흑 결국 콘에 남아 있는것만 싹싹 먹었음. 



2016.02.15 킬라니

Hannigan's Bar and REstaurant

투어 마치고 와서 들린 레스토랑. 

 토마토 스프가 제법 매콤해서 좋았다. 빵을 버터에 찍어 먹어야할지 스프에 찍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ㅋㅋㅋㅋ


메인으로 먹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네네 기네스랑 먹어서 역시나 행복했고요. 




2016.02.16 킬라니

캐슬롯지 B&B 아이리시 블랙퍼스트 


 

숙소에서 주는 아침밥인데

보아라. 만칼로리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이 구성 ㅠㅠㅠㅠ

계란은 수란/후라이드/삶은달걀 중에 선택 가능

시리얼이랑 치즈 과일 은 종류도 많은데 뷔페처럼 먹을 수 있어서

나는 그야말로 이만칼로리를 매일 아침 섭취했드아...;;;;



 


2016.02.16 킬라니-딩글투어

대망의 딩글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이 어땠는지는 다른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람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비바람에 젖은 몸과 마음을 녹이고자 먹었던 것들.. 

 

 

 

 

 

 


 

 

 

 

 

 

 

 

 

 

 

 

 

 

 

 

 

 

 

 

 

 

 

 


오래도록

두번째스무살 2016. 2. 21. 19:48

간직하고 픈 풍경들

 

차갑고 청량한 공기, 

가지 사이로 별빛같이 빛나는 이슬, 

모든 것을 아득하게 만드는 아침 물안개 


마음 속에 잘 접어 두었다가 

복작복작한 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계획이 없던 방문이었다.

숙소가 워낙 외져 있는데다가,

본래 계획은 하루 쯤 아일랜드 시골에서 푹 쉬고 싶은게 목표 였으니까.

 

일단 아침 7시 동네 산책을 한시간 가량 하고 오니까

열두 가구 산다는 모든 동네 집을 다 구경한 셈이었다.

선물받은 제임스 조이스의 책이나 읽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자꾸만 킨세일을 적극 추천하는 거다.

 

한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지만, 종점이 킨세일이니까 돌아올 땐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있고. 언제나 망설일 땐 하는 게 남는거다란 생각이 있어서 이번에도 질렀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한 컷...;;;

인도 없는 도로에서 달리기를 5분

시속80키로로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조마조마 하며 걷기를 15분...;;;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40여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려야 했... ㅠㅠㅠ

 

 

버스를 기다리면서 MP3에 담아온 <프랭크 ost>를 들었다.

I LOVE ALL.

응. 나도 (아일랜드의) 모든 것을 사랑해.

버스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말이지...

 

226번 버스로 원웨이 티켓 5.6유로 나왔다.

 

 

킨세일 가는 길에 본 풍경들.

역시나 소품처럼 귀여운 집들 가득.

 

 

계획과 정보 없이 무작정 방문한 킨세일은 남서쪽 작은 항구 도시(?) 마을이었다.

 

 

 

 

 

 

 

저도 힘과 젊음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십니다. ㅎㅎ

 

 

Desmond castle

 

Carmelite Curch

 

 

Lower Catholic walk에서 만난 고양이

 

st Multose

 

이런 오래된 풍경 속에서 한 잔 하고 싶었다

 

 

Poets Corner

홍차 마시려고 잠시 머문 찻집

 

 

 

 

 

 

 

The Spaniard는 펍과 레스토랑을 겸용한 집이었는데

숙소 넘어가기 전에 밥을 먹어야 겠단 생각에 검색해서 들어간 집이었다.

오후3시에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거의 없었는데

들어가자 마자 여기 진짜진짜 오래된 펍이란 느낌이 들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건물과 동네는 수백년.

펍만 95년 됐다고 한다.

 

 

나 흑맥주보다 에일을 선호해란 말에 추천받은 맥주

 

 

 

지도를 잘못봐도

헤메고 헤메도 길을 잃을 염려 없는 아담한 동네였다.


킬라니를 떠나면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코크가 끝나면 다시 더블린으로 가는 건데,

아일랜드에 와서 해야할 걸 안하고 있단 불안감이 든거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아... 내가 제대로 된 홍차를 안마셨구나.

다행히(?) 코크 호스텔은 조식이 불포함이었다.

코크에서 첫날 밤. 나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홍차와 스콘을 먹어야겠단

일념에 급히 트립어드바이져를 검색.

베이커리 1등으로 돼 있는 코크 타라's 티룸을 찾아냈다. 

 

 

도미토리 8인실은 전원 취침 중이었지만

혼자 7시에 기상해 이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아침 8시 호스텔을 나섰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40분 넘는 베이커리까지 달려가는 상쾌한(?) 발걸음 

 

 

 

 

 

그리하여 도착한 타라's 티룸

뛰어들어가느라 바빠서 입구를 찍은 사진은 없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나는 진정 이런 인테리어 속에서 홍차 잔을 든 손의 새끼 손가락을 치켜 세워 들고

소녀소녀하길 원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메이플 시럽.

지금은 소녀지만 이따간 주정뱅이 아이리쉬 처럼 만취할 예정이므로

오늘 섭취할 열량을 계산하여 조금만 뿌리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

아 놔 깨끗이 비우고 말았음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작은 병에 담긴 이 아이보리색 크림의 정체...

먹기 전엔 왠 생크림을 스콘이랑 같이 줘? 라고 반문햇는데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클로티드 크림이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이러려고 왔지!!

이러려고 백여만원 더 투자하면서 아일랜드 여행을 끼우넣었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왔지 ㅠㅠㅠㅠㅠㅠㅠㅠ

 

 

 

2월 중순 지난 아일랜드는

하루 비오고 하루 흐리고 하루 맑은 날의 연속.

간만에 파란 하늘보니까 잔디도 더 반짝이는 것 같고

어제 못 다 본 코크 시내 곳곳에다가 공원은 한번 더 돌아다녔다.

 

 

 

 

격하게 너의 의견에 동의한다!!

 

 

 

 

 

 

 

 

오후에 인시아라 비앤비로 떠나야 했지만

여튼 코크의 봄날은 아름다웠다.

 


 

 

킬라니에선 두가지 투어를 계획했었다.

링오브케리랑 딩글투어...
혹신 여행사가 문닫았을까봐 부랴부랴 도착한 숙소에 문의해보니

링오브케리 투어는 가능하지만 이 시즌엔 딩글투어는 없다고 한다.
헐... 대체 3박이나 하는 일정을 어떻게 보내라고 ㅠㅠㅠ


그날 저녁 킬라니 시내에 투어오피스를 돌아다니면서 딩글 투어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역시나 대답은 마찬가지.

이 시즌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대로 포기해야하나..;;;


그러다 월요일 링오브케리 투어를 하는 도중 중국인 친구가
가이드에게 내일 딩글 투어를 갈 순 없겠냐고 묻는다.
가이드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이때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는지 모른다.

왜 그가 난감해 했는지...;;

하지만 눈치 없는 나를 비롯한 우리는 (호주에서 온 아주머니, 독일친구까지)

총 네 명이 내일 딩글투어를 가고 싶다고 요청했고,

내일 10대 친구들을 데리고 딩글 근처에 갈 일정이 있는데

그 친구들을 아쿠아리움에 내려준 뒤에

그 사이 딩글 투어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겠다고 했다.
이때라도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만난 리얼 아일랜드 겨울 여행 ㅍㅎㅎ!
내가 아름다운 날의 링오브케리 투어는 잊을지언정
평생토록 잊지 못할 여행 추가다!!!

ㅠㅠㅠㅠㅠ

 

 

이 한장의 사진은

이 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을 표현해주는 아주 시기 적잘한 사진이었다..;;;

 

 

 

 

 

파도는 알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철 수십대의 45인승 관광차량으로 붐비는 절경이

왜 이렇게 한적한지를 유유

 

우리와 아쿠아리움까지 같이 이동한 학생들

한명명의 아이리쉬 고등학생고 프랑스 교환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연 구분되는 아이리쉬 고딩의 자태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뗼 수가 없었다

 

이 비바람 폭우가 몰아치는 날 양님들이 나오셔서 식사중이셨다.

그래 산다는 것은 버텨내는 것 ㅠㅠㅠㅠㅠㅠ

수고가 많습니다.

 

 

이쯤부터 나가서 사진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되새겨봤던 거 같다..;;;

카메라 렌즈를 열자마자 비에 젖어버리니까 ㅠㅠㅠ

 

 

 

아........ 아프리카 이후로 침수된 도로를 만나는 일은 없을거라 믿어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

 

 

 

보이는가?

폭포가 비바람에 역류하고 얼어붙어서 공중에 분사되는 절경을

그래 이것이 바로 리얼아일랜드의 겨울!!!!ㅠㅠㅠㅠㅠ

 

6세기에 지어진 아일랜드 고대 집을 보러 가는 길.

바지 전체가 젖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안에는 비가 새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6세기 아일랜드에서 겨울을 나셨을 모든 아일랜드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ㅠㅠ

 

 

몸이 춥단 이유로 주문한 아일랜드 전통 스튜와 기네스...

뭐 알콜은 체온 유지에 도움을 주니깐요!!!

 

술을 마시면 당이 땡긴단 이유로 시킨 아일랜드 치즈케이크..

 

그렇게 나의 딩글투어는 끝이 났다...;;;

2월에 아일랜드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크나큰 교훈을 심어준 채로.

하지만 나는 스튜를 먹으면서 한살 위 중국인 친구와 우리 엄마와 동갑 호주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고.

온 몸이 젖은 채로 아일랜드 전통스튜와 함께 마시는 기네스는 각별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도전하길 잘했다. 해보길 잘했다. 후후

 

 


영화 <프랭크>에서 나온 아일랜드 시골은 참으로 근사했다.
곳곳에 양들이 뛰놀고 어딜 둘러봐도 녹색으로 가득한...

나 저기 묵을래. 나도 저런데서 한달 두달 놀고 싶어!! 외칠만큼 말이다...

 

코크 3박 일정 중에 2박을

한시간 가량 걸려 한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가 있는 B&B를 예약한 건

아일랜드 시골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단 욕심에서였다.

 

게다가 숙소의 평점은 9.5...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숙소길래 이런게 가능한거지?

외딴 곳이라 걱정되는 건 단 하나였는데,

뭐 아침밥이야 주는거고 점심이나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였다.

설마 동네에 펍 아님 레스토랑 하나는 있겟지

 

구글맵을 검색해본 결과 숙소까지 대중교통이 가기는 간다는 걸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그건 못할 일은 아니니까

 

코크 시청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50여 분...
과연 버스가 오긴 오는 것일까 반신반의 했는데 버스가 왔다.
정류장을 보여주는데 기사가 잘 모른다..;;;

그래도 좋다.

가기만 가면 되니까... 그리고 무려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놔

 

 

ㅠㅠ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나의 짐은 10킬로그램이 넘는 40리터 배낭,

노트북과 각종 생활용품으로 5키로가 넘는 작은 배낭 하나.

그리고 캐리어와 캐리어에 거기에 붙어 꽤 큰 부피를 차지하는 침낭.....;;;

 

초반 길은 걸을만 했다.

그래도 도로 옆으로 인도가 있었 던 것!!!

 

 

 

그러다 시속 50이었던 길에 변화가 생겼다.

시속 80!!!!

그래 뭐 괜찮다. 차에 치이지만 않으면 살겠지....

 

 

 

 

네... 제가 깡시골을 언하긴 했지만

이렇게 숲만 가득한 걸 원했던 건 아니고요..;;;;

 

 

가도 가도 만날 수 있는건 나무와 새들뿐.. ㅠㅠㅠㅠㅠㅠㅠ

니들 여기서 인시아라비앤비는 얼마나 더 가야 나올지 혹시 아니?

 

 

그런데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지판들이 등장했다...

빨강.... 저거 이 앞으로 전진하지 말란 표시같은데...

 

 

그러더니 등장한 길이 좁아질거란 표시

 

 

 

 

헐?!?!?!?!?

인도!!! 끝났음!?!?!?!?!!?!?

차 다니는 도로 밖에 없어!?!?!?!?!!

사람은 날아가란 말인가/??!?!! ㅠㅠㅠㅠㅠ

구글 맵에선 아직 5분 넘게 걸어가라는데!?!?!?!?!

 

 

게다가 차도는 또 얼마나 좁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를 앞지르기 위해선 모든 차들이 

나를 피해 반대차선을 넘어가야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미안하니까 그만 빵빵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공포에 떨면서 가기를 5분여...;;;;;

 

 

 

우회전하고 만난  Insiara B&B로 가는 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옥끝에 본 천국의 풍경이라 그럴까?!?!!?

이뻐!!!!!!!!!!!!!!!!!!!!

너무 이뻐!!!!!!!!!

 

목숨 걸고 왔지만 일단 이뻐!!!!!!!!!!!!!!

 

 

그리하여 들어온 비앤비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내가 여섯살때부터 꿈꾸던 집이 이런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벽난로랑 큼직한 소파도 있어야 하고요

사시사철 꽃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정원도 있어야 하고요 ㅠㅠㅠㅠ

 

해나는 날

분위기 잡고 책읽으려면 유리창도 큼직해야하고요 ㅠㅠㅠ

 

일단 말을 잃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잘 수 있는 비앤비지만

오늘내일 흐린 날씨란 걸 알기에 ㅠㅠㅠㅠㅠ

 

 

목욕하면서 별을 보라 이건가!?!?! ㅋㅋㅋ

 

 

 

다 좋은데 이 비앤비의 단점이라면 일단 예상과 달리 너무 깡시골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두가구 오십여명이 사는 마을이고 ㅠㅠㅠ 레스토랑도 없고 펍도 없고 슈퍼도 없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심 저녁 주문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 내일 아침밥 먹고 나서부턴 뭘 먹지?라고 좌절하니까,

슈퍼까지 차타고 나가주겠다고 한 친절한 호스트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하여 쟁여놓은 비상식량

일단 에일 위주로 골라본 맥주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 산책 때 봐도 이쁘고

나무 사이로 봐도 이쁜 B&B!!! ㅜㅜㅜㅜㅜㅜㅜ

 

방 안에 작은 룸이 따로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식사를 위한 공간

 

 

 

서른다섯.

도전 해서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모험은 계속될 수 있다.

 


50여일간 시달린 피로에도 불구하고

무엇과도 안바꿀 내가 만난 세상.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됐다.

 

아프리카 56일 여행이 끝나가는 마당에 깨달은 점이라면 정찰제 강제성의 필요라고나 할까.
오천실링이면 갈 거리를 오만실링으로 불러놓고 삼만실링에서 쇼부보자는 택시기사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가는척 쇼하고 시스터시스터 소리 들으면서 팔 붙들리고 다시 흥정하고... 그 모든 과정이 지난하다. 지치고 피곤하다.

 

세렝게티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싼 회사는 국가 인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애초에 너무 싼걸 할 생각이 없었다.
700 USD에 신청하려고 했는데 호스텔 주인장이 600USD달러짜리를 신청해줬다.

여행책자에는 650에서 800정도가 정가라고 하는데
이거 괜찮을까?미심쩍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투어 당일 우리 사파리 투어차 문을 열자마자 알았다.

 

내가 600달러짜리 비지떡을 샀다는 걸..;;;
안전벨트는 폼으로 달려 있고 시트는 다 뜯겨 있고 청소는 언제 했을까 싶은 정도의 차량.

우리 차는 첫날 두번이나!!
당당하게 시동을 꺼트리는 바람에 전원이 내려 차를 밀어야 했다.
뭐 괜찮다. 아직 세렝게티 들어가기 전이니까.
굶주린 맹수 앞에서 맨몸으로 차를 밀일만 없으면 돼지 뭐 안그래?

캠핑장도 충격이었는데.

나는 이미 오버랜드 트럭투어 20일을 하면서 15박을 캠핑장에서 잤지만
이건 또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은 화장실과 샤워실 상태...;;;
샤워 하는데 물은 내려가지 않아서 발목까지 차오르고 ㅠㅠㅠㅠㅠㅠ

게다가 텐트 매트리스는 스폰지로 돼 있었는데 누르면 물이 나올만큼 젖어 있었다.
이 위에 침낭을 깔면 내 침낭이 다 젖고 그럼 내가 젖잖아 으응?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습기 찬기운 올라오지 말라고 까는거 아닌가!?!?!?
그나저나 왜왜왜왜 고무커버가 아닌 매트리스를 쓰는거지?!?!?!?

 

그래! 싼가격에 왔으니 할말이 없다 체념했다.
좀 안타까운건 이 투어에 동행하는 다섯명이 모두 다른 가격에 왔다는거다.
나는 600이었는데 중국친구 강시는 700, 인도계 미국인 패트릭은 750,
프랑스 이지도르는 600, 한국인 친구는 580...;;;;
이 비지떡을 비싼 값주고 온 패트릭과 강시... 쏘쏘리...ㅜㅜㅜㅜ 

사실 사파리에서 숙소가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게임드라이브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사파리를 하러 출발하면, 우리차는 양보를 시작한다.
한마리라도 더 보려고 질주해야 정상인데 모든 차가 우리를 앞서 나간다.

앞선 차량 스무대가 내뿜는 먼지를 먹어가면서 나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래 응당 있어야할 수신기가 우리 차에 없다..;;;
이 드넓은 벌판에서 어디에 표범이 있고 사자 프라이드가 있으며
사냥이 시작됐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 수신기가 없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하루 종일 가이드가 무전기를 드는 걸 본적이 없..네...;;
오버랜드 트럭투어 트럭도 갖추고 있는 무전기가 없...네...

게다가 설명도 없다.
동물을 만나면 암컷 수컷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고 끝.
그 뒤론 드넓은 풍경만 침묵으로 바라보는 게임드라이브!!

우리 차가 질주를 할 때는 오직 쉬러갈 때 뿐이다.
다른 차들은 한창 사파리 중인데
동물따위 필요 없다.
쉬겠다고 밥먹겠다고 캠핑장으로 전력질주하는 우리 차량..;;
출발은 거의 꼴찌.
쉬러갈 땐 1등.

 

그냥 다른 차들을 쫒아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남들 안가는 길로만 다닌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길은 동물 많은 길이 아니라 캠핑장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는지

가다보면 꼴찌였던 우리 차량은 남보다 앞섰다..;;)

무전기가 없던 우리 차는 핸드폰 통화를 통해 첫날 간신히 사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날 저녁밥을 먹으면서 비교한 결과
그날 대다수의 차량은 치타 한마리를 가까이서 봤고
사자를 두번봤으며 표범을 봤다고 한다.
사파리 차량이 열다섯대 넘게 서 있었는데 너희차는 왜 못봤느냐는 말에 
차마 사자나 표범 대신 밥먹으러 1등으로 출발중이었거나
침묵으로 아프리카 풍경을 감상했다 말은 할 수 없었다...
 
둘째날엔 우리팀의 점심시간은 무려 두시간반이었다.
프랑스 요리를 먹는것도 아닌데. ㅠㅠ 
세렝게티 입장료를 치르러 가서는 카드로 입장료를 지불해야하는 이지도르는 진작 돌아왔는데 입장료를 낸 가이드가 두시간 가까이 실종됐다. 거기다 그렇게 긴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세렝게티 입장할 때 요리사 입장료를 내지 않은걸 걸리는 바람에 (아마도 요리사 입장료는 띵길 생각이었던듯) 가이드가 요리사의 티켓을 사러 다시 나갔다. 여기서 20분을 더 소비 ㅠㅠㅠㅠㅠㅠㅠㅠ

 

캠핑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밥을 먹으러 가서 대화를 할 때마다 다른 차량과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기 시작했다. 운전 도중 들은 설명도 (우린 들은게 거의 없으므로) 너무 다르고..;;

게다가 내가 비지떡을 샀으니까란 체념도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600달러 미만으로 주고온 애들의 차에도 무전기 송수신기는 구비돼 있었다.

560달러 주고 온 애도 표범을 두번 식사중인 사자를 봤다고 한다.

우리팀은 슬슬 불만에 찼고, 궁금한걸 못참는 나는 가장 적극적으로 다른 차들이 오늘 뭐 했는질 물었다. 정보를 캘 수록 우리 일정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우리 팀의 문제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무전기랑 라디오가 없어
-그게 진짜야? 아니 어떻게 세렝게티 투어 차량이 그러지? 그런차가 있어?
-우린 매일 꼴찌로 출발하고 일등으로 숙소에 돌아와
-그래 쉬러 와보면 넌 항상 있더라.
-사파리 때 우리 차 너무 느려
-어. 나 오늘 니네 차 기어가는거 봤다.

 

이 모든 빡침의 상황을 종합해서 불만을 쌓아가며 다른팀 팀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팀 프랑스 이지도르가 나에게 물었다.
신 무슨 일이니?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이야기해주기 시작.

그런데 갑자기 가이드가 나타나더니 나를 끌고간다.
 
대체 너는 뭐가 불만이냐고 소리  지른다.
-동물을 보는 건 운에 따른거다. 이건 게임드라이브다.

나도 지지 않았다.
-운이라고 하기엔 이 투어 회사가 운을 잡기 위해서 준비한게 아무것도 없다.

가이드는 버럭 화를 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사자를 두번 봤는지 확인하란다.

-그걸 말하는게 아니다. 기본적이 노력을 안한다는 거다. 우린 매일 아무도 없는 캠핑사이트에 일등으로 도착하잖아.
라는 내 말에


-그건 얘네들이 5일짜리 사파리 투어를 왔기 때문이야. 라는 되도 않는 거짓말...;;

 

여기 죄다 3박4일짜리 투어거든요?

식당 사람들 죄 쳐다 보는데 막판엔 서로 소리지르면서 대화 결렬
대체 뭘 원해서 날 여기까지 끌고 왔냐고 물으니까
팀원들한테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하지 말래...;;;
나는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조금 본게 맞구나. 와
더불어 이 가이드는 내일 받을 팁을 신경 쓰는 구나..;;;

 

그리고 넷째날.
가이드와 요리사에게 팁을 줘야하는 넷째날은
정말 토틀리 디피컬트 완전달라진 사파리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변화가 팁 주는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하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여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지난 2박3일간 무전기 댓니 동물 위치 파악을 위해 꼴랑 핸드폰 전화 세통 한게 전부였는데
마지막날은 수도 없이 통화 시전.
동물 보면 설명도 엄청 길게 시작.

당한 일이 너무 분해서 팁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하긴 했는데 임금이 너무 적은 나라인데다가 이 사람들은 거의 팁에 의존해서 산다고 하는데, 내가 팁을 안주면 임금 체불이잖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그렇게 노동착취를 한다는 아프리카 땅에서 안그래도 '치나치나(중국인중국인)'로 불리는 마당에 가난한 노동자 등쳐먹는 자본가진 외국인은 되지 않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20달러를 냈다.

그래. 3박4일 시간을 보내며 치룬 노동의 대가는 필요하니까 ㅠㅠㅠㅠㅠ


회사명은 그린호라이즌 Green Horizon
가이드 이름은 애덤.
트립어드바이저에 평을 남기려고 했는데 등록이 안돼 있다.
혹시나 가신다면 기억해두셨다가 무전기 수신기 여부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길...;;;
설마 무전기 수신기가 없을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운데다가
에이전시에 물으면 없어도 있다고 대답하기 때문에
아예 저 회사를 선택하지 않는게 낫다고 본다. 


여튼 그리하여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을 깎고 또 깎고 실랑이를 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야'만' 하고
말로 물어보면 안되고 눈으로 확인하고
확인하고 난 다음 당일에 다시 확인하고....

현지인들의 '노 프러블럼, 에브리씽 오케이'란 말은
사람을 얼마나 불안에 빠지게 하는가 ㅠㅠ
'하쿠나 마타타(걱정마)' 란 인사는 얼마나 걱정에 휩싸이게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사람을 피로하게 만든다.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지만
그러기 위해 들이는 수고가 너무 많다.

더불어, 이번 생엔 이보다 더 하다는 인도엔 가지 않는 걸로..;;;

 

추신: 이번 투어에서 만난 광저우 출신 중국인 아저씨를 통해 중국인의 저력(지독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투어를 500달러에 왔다고 하는데 국립공원 입장료를 생각한다면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금액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분명 900달러부터 불렀을거 같은데 어떻게 500을 만들었지?
자기는 200생각한다고 했나?!?!!?!?!?

 



엊그제는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다이빙을 했다.
내가 온 뒤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람이 드세더니,
생리가 끝나서 다이빙을 하려고 했던 날부터 삼일가까이
다이빙 보트가 뜨질 않았다.

 

첫번째 펀다이빙을 하러 갈때까진 좋았는데
다이빙을 하고 나오니
몸을 조이는 다이빙 수트가 갑갑하게 느껴졌고
배는 흔들리고 파도는 치고... 확실히 멀미가 오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멀미가 하도 심하길래
두번째 다이빙은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입수 하고 난 다음엔 별 문제 없었다.
다행히 다이빙 끝나고 돌아오는 거리도 짧아서

그 뒤로는 멀미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

 

다만 집에 와서 심각한 근육통이 생겼고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심지어 어제는 해변에 나갔다가
거의 쇼크 상태로 말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서 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서 쓰러지면 말그대로 객사다. 란 생각으로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이빙 사무실까지 걸어(거의 기어)갔다.

간신히 도착해서 나 헤드에이크도 있고 스토믹에이크도 있고 머슬도 아파.
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수분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루 3리터의 물을 마셔주라고..;;;;

그래 생각해 보니 지난주 주말부터 물마시는 양을 많이 줄이긴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잠수병, 감압병은 아닌거 같았지만
가끔씩 머리가 찌르는 듯 아파서
어제 하루는 내리 쉬기로 하고 돌아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고
온몸에 느껴지는 근육통이랑 두통을 느끼며 다시 드러눕고.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건 좋으나
이틀만 지나도 내방 하얀 모기장이 쌔까맣게 변할 정도로
모래바람이 부는건 문제다.

 

몸도 좋지 않은데 물한병에 3000실링
(그렇다 동네 슈퍼에서는 1000실링이다.)
이나 받아 먹는 바람에
말도 안되게 바가지를 씌우는 옆 하우스 매점 주인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못하고 한국말로 중얼중얼 욕을 했다.

말이 안되는 걸 아는데,
그걸 일일이 따진다고 봐줄것 같지도 않고
그냥 피부색 다른 내가 봉이지 싶어서
상한 기분을 안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소가 울고 닭이 울고
아이들이 5미터는 넘음직한 야자나무에 매달려 열매를 따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삐끼가 건네는 잠보 하와유 란 인사를
하루에 백번씩은 듣는 동네.

이곳에 있으니까 모든게 아득하게 느껴진다.

 

특히 말타링구아 기숙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몰타 최고의 버거집을 발견했다며 케빈을 따라 저녁 먹으러 나갔던 길이라든가,
안토니아의 권유로 난생 처음 살사를 배우러 후에고로 가던 밤.
5리터 물이 남았나 안남았나를 확인하며
엘리사랑 장을 보러 지나갔던 지름길이나
우리집에 놀러오며 주전부리를 사오던 수카이나...
이탈리아 요리를 해주던 쏘냐와 사브리나...

 

사람들로 기억되는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이 그립지 사람을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아마도 몇번의 여행으로 굳은 살이 박힌 체념때문이겠지.
사람은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서른다섯 먹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몰타에 있을 때는 예감할 수 있었는데,

몰타를 그리워하게 될 걸 말이다.

11일이나 무념무상. 인도양을 바라보고 넋 놓고 지내는

이곳을 다시 그리워 하게 될까?

아직 확신하진 못하겠다.

 

-2016년 1월 27일의 일기

 

 

 

 

 

 

 

 

 

 

 



능귀의 일과

말라리아 약 부작용으로 아침 다섯시 여섯시쯤 눈이 떠진다.

깜깜할 때 밖에 나가는 건 부담스러워서 동이 틀 때까지 침대에서 기다린다.

 

동이 트고 난 뒤, 성큼 멀어진 바다를 향해 옷을 대충 차려 입고 아침 산책을 나간다.
이 시간이 유일하게 삐끼가 없는 해변이다.

드디어 나는 고요하게 아침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산책 후에는 잠시 방안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간다.


내가 묻는 게스트하우스(마그하리비 하우스)는 아침이 정말 끝내주게 잘나오는데,
빵이나 난은 그저 그렇지만 정말 한접시 가득 열대과일이 담아져서 나온다.
과일을 먹고 있노라면 동네 닭들 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길 잃은 닭들은 가끔 우리 게스트 하우스까지 몸소 친히 방문하셔서
아침 인사를 건네곤 한다.
여튼 과일만 먹어도 배가 꽉차서,
바나나는 저녁에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남겨뒀다 들고 들어온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엔 잠시갖는 휴식시간....
친구가 보내준 소설 파일을 읽거나,
가져온 몇 권 안되는 책을 다시 반복해서 읽거나
중간중간 아침에는 연결상태가 늘 불안정한 숙소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시도해 본다.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 능귀비치로 걸어나간다.
숙소가 싼 가격인 대신 능귀비치까지는 거리가 있는데
해변을 따라걸으면 20분에서 40분.
불편하단 생각은 안든다.
이마저도 걷지 않았다면
과연 난 뭘 하며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두시에서 세시 사이엔 늦은 점심을 먹는다.
대단한 요리를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스럽다.
해산물 피자, 해산물 샐러드 해산물 스파게티..
그리고 가끔 치킨이나 소고기 요리를 주문할 때도 있다.
 
배를 채운 뒤엔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이번주의 능귀 비치는 파도가 센 편이라서
멀리가지 수영하는건 힘들고 날아오는 파도에 몸을 싣고
둥실 둥실 떠내려 가다 다시 해변으로 걸어가는 일의 반복이다.
몸을 말리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다시 20분에서 40분 해변을 따라 걸어 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소금기를 씻어내고 빨래를 말리고
가져온 영화를 켠다.

 

능귀는 안전한 편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게 좋겠단 충고를 들었다.

저녁엔 잠시 나가서 밤바다가 저만치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곳에서 하늘에 닿을듯 거대하게 자란 야자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비슷하단 걸 알게 됐다.

 

컴퓨터에 다운받아온 드라마들을 쏠쏠하게 보고 있다.
오피스는 시즌 2까지 밖에 받아오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고,
프렌즈는 언제 다시봐도 명작이다.
마지막 시즌 마지막 두 편은 여기 있을 때 끝내 보지 않으려고 한다.

몰타에서부터 트럭킹.

이제 나는 헤어지는 것에 이력이 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나무 위키에서 이것저것 항목을 찾아보고 있다.
사자, 코끼리, 얼룩말, 하이에나, 돌고래, 범고래 ...
동물에 관한 정보는 알면 알 수록 놀라운 일 투성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아프리카 현대사도 뒤져보고 있는데
암담한 현실에 자꾸 눈을 감아버리고 싶어진다.

트럭투어나 몰타에서 있었던 일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일상이 비현실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일들은 더더욱 비현실로 느껴진다.

 

밤이 되면 기도를 시작한다.

며칠전부터 나에겐 정말 커다란 기도 제목이 생겼는데

나의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이 영영 가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튼 이곳에서의 11일.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기도하는 마음만 가지고 살아가기로 한다.


지옥의 보트

 

보트를 타고 나가서 스노우클링을 하고 돌아오는데 단돈 20달러.
점심도 준단다.

비비큐 라고 하지만 나는 잔지바르에서의 비비큐는 생선이란걸 알고 있찌

 

여튼 숙소도 마음에 들었겠다, 

(마그하리비 하우스 Magharibi House인데

북킹닷컴에서 2박 예약하고 넘어와서

나 오래 있을거다 하루에 5만실링으로 해달라고 요구 해서

10박에 50만 실링으로 쇼부 봤다.

나는 주인 아저씨가 워낙 친철하고 새로 지은 하우스도

바로 해변 앞에 있는데다가 해변이 보이는 방으로 잡아줬기 때문에

더 깎을 생각은 안했다.

이정도 방이면 25달러는 넘겨야 하지 않나 생각했음.)

여튼 앞으로 11일을 능귀에서 보내기로 마음 먹은터라
생리가 끝나자마자 스노쿨을 신청했다.

그 보트에서 어떤 일을 만날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채...


한국 블로그나 소감 후기 같은거 읽어보니까 멀미로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간 보트 안에서도
토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내가 바보였다.
물론 배멀미 비행기멀미 차멀미 따위 하지 않는 나니까.

설마 무슨일 있겠어? 란 생각이 전부였다.


물론! 나는 괜찮았다.

근데 보트를 타고 두시간 넘게 달리는 와중에
멀미를 하지 않은 건 보트 승선 인원 스물한명 중에
세 명(나 포함)이 유일...

 

잘게 부서지는 포말 잔 파도 거대한 파도 집채만한 파도 사이를 다니는
보트는 그야말로 놀이동산 후름라이드가 따로 없었는데
문제는 멀미가 아니었다.

 

더럽다는게 가장 큰 문제...;;;; ㅠㅠㅠㅠ

돌아가면서 자판기 버튼 누르면 음료수나 과자가 나오는 것 처럼
누군가 이번엔 너다. 니가 토할 차례야! 라고 스위치 누른 듯

돌아가면서 배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고
토하기 시작...;;;

애기 둘과 함께 온 젊은 부부도 있었는데
갓난 애기가 토하고 난 다음, 애기 아빠가 토하기 시작...
갓난 애기의 누나로 보이는 누나도 토하기 시작..;;;

좀 있다가 엄마도 토하기 시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나는 지붕에 호기롭게 앉아 있다가
토하기를 시작한 20대 젊은 청년의 토사물이
공중에 분사되는 장면까지 보고 말았다.
몇 방울은 내 가방에 묻기까지....;;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푸른 바다 사이로 돌고래도 봤으나,
그 돌고래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보트에서 내가 유일..;;;
다들 토하고 정신줄 놓느라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튼 나는 더러운거 빼고 무사했으나,
열 여덟명 중엔 스노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속출...;;;

문제는 두시간 스노클을 즐기고 난 다음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는데 있었다.

그 분들에겐 이 무슨 여섯시간짜리 생지옥이란 말인가...;;;

 

거기다 보트는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게 하는 했다.
중간 중간 갑판을 열더니 배에 찬 물을 사람이 손으로 퍼서 날라..;;;;
야... 이 보트 물이 새는거 아니니?
라고 물었지만 괜찮대..;;
죽고 난 다음엔 괜찮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보트타는 내내 나는 해안까지 수영해서 갈 수 있는거리인가
아닌가를 계속 가늠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여튼 아프리카 여행 근 40일째.
비싼 리조트 비치가 즐비한 잔지바르 능귀 해변에 있지만
나는 여전히 더럽고 못생겼다.   

 

 

 

 

 

식사를 공유해야하는 그 분들*에 관하여


탄자니아에서 대단한 식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능귀에는 현지인 로컬식당이 전혀 보이지 않고 ㅠㅠㅠ
(아마 내가 해변에 있기 때문인듯)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리조트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원에서 이만원 사이면 그래도 한끼 식사를 해치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이 식사를 그분들과 공유해야한다는 점이다.

아침 호스텔에서 한가득 차려진 과일이 날라져 오면
그분들이 나타난다!!!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먹고 난 뒤에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과일을 공유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문제는 이것들이 과일에 달라붙어 먹다가

과일 위에 달라붙어 날아가지 못한다는데 있다.

 

식당에서 망고주스를 시켰을 때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파리떼를 내쫒는걸 게을리 하면
어느새 망고주스에 빠져서 파닥대는 파리를 만날 수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져내는 일도 쉽지 않고

건져 낸 다음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다 마시고 난 다음에 빠져 죽든 헤엄을 치든 해수욕을 하든

상관 없지만 제발 몇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빠지진 않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