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일은 아니라지만, 눈을 돌리면 입력되는 정보가 너무 많다.
포화상태다. 부글부글 쌓이다가 전산처리가 에러날것 같아;;;.

연예인 모씨가 왜 아이라인을 그렸는지, 안그렸는지
누구의 뒷태가 숨이 막히는지 안막히는지 
남이 땅을 사든 말든 땅이 알짜배기건 말건
나랑 다 상관 없잖아!!!!!!

여튼 정보가 과잉을 넘어선 포화상태다.
쓰잘데기 없는 글자들은 그림으로 받아들이고 흘려야 하는데,
또 나는 그걸 주저리주저리 읽고 있고...

여튼 요즘들어
문자말고 다른 정보가 가득한 곳으로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단 생각이 든다.
굳이 글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읽고 느끼고 오감으로 느낄수 있는 정보들은 얼마나 많은가.
근데 그 모든걸 왜 꼭 사람의 언어로 걸러내고, 문자로 남겨야 한단 말인가.
여튼 잠시 떠나고 싶다.
그럼 대체 어디가 좋을까 깊게 고민 중.




퇴근즈음한 시각 서눈물한테 전화가 왔다.

자기 먼길왔다고. (우리들의 위치기준은 언제나 동네임;;;) 대치라고. 우리 회사에서 4정거장 전 정류장에서 버스탄다고. 그녀를 정류장에서 낚아 채서 저녁을 먹었다. 속이 느끼해서 파스타랑 수제버거는 별로라던 그녀는 한개에 만원짜리 샌드위치를 어찌나 잘먹던지.  그 미각의 섬세한 차이를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나도 잘먹었다.
나는 언제 다시 백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직 그녀에게 취직턱을 내지 못했으니 당당하게 (카드를) 냈다.
한시간반 가량. 상념에 가득차 내걱정 남걱정 세상걱정으로 돌고 돌던 퇴근길을 친구랑 같이 가니 왜 이리 신나고 웃기는지. 이래서 중고딩시절 등하교 길은 중요한가보다.
내친김에 맥주한잔 더 콜?? 그래 콜! 의기투합하여 그녀의 (신혼: 제공해준 이가 그녀의 오빠이므로 부제를 달겠다.)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몇명 더 부를까 해서 수영가 있는 김도도(에게 연락하면 당연히 주기자에게 연락이 닿는다)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받더라. 아직 수영중인가 싶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주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던 김도도와 주기자. 물어보니까 둘은 전화온줄도, 우리둘이 같이 서눈물네서 맥주마실것도 모른채로, 그냥 만나서 수다나 떨까 싶어서 전화를 했다네. 텔레파시도 이런 텔레파시가 없지. 남자라면 이게 인연이다 이게 운명이다 이게 사랑이다 되뇌일만큼의 재밌는 사건. 텔레파시가 딱 들어맞은 넷은 좁디좁은 동네에서 뭐가 좋다고 껄껄껄 한바탕을 웃었다. 

"아사히 사도 될까?"
"야, 우리가 드라마 <느낌>에 나오는 애들처럼 스포츠카를 몰아, 차가 있는 남자가 있어? 아사히라도 마시자." 
"이걸 사치라고 부르진 말자. 서른에 비참하다"
"그래 '룩'이 중요한데 말이지!"

졸라 예쁘고 예쁘고 예쁘고 미친듯이 예쁘고 지치듯이 예쁜 수애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러 가는 길이 었기 때문에 룩을 좀 중시해주기로 하면서 아사히를 샀다. 맥주를 마시며 김래원을 욕하고, 이미숙의 (세월을 거스르는) 미모를 찬양하고, 향기역할로 나온는 밥통같은 기집애에 안타가워하고 수애언니가 서른살 82년생 개띠로 나오는 것에 비분강개하며... 함께 티비를 봤다.

사소한 고민을 풀어놓고, 작은 욕에 공감해주며, 남걱정을 함께 하면
아무리 크던것도 줄어든다.

이 소소한것들이 뭐 대단할까 싶지만 막상 갖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그걸 잘 알고 있지. 따뜻한 집. 아프지 않고 평안한 가족. 인생에 나눌것이 참 많은 친구들.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나는 참 가진 것이 많구나.
스스로 뿌듯하고 참 다행이고 암, 행복하고 말고!




역시

카테고리 없음 2011. 11. 7. 12:24

직업상의 일이 잘돼야, 다른 고민도 할 여력이 있나보다.
딱 일주일만 푸욱 쉴 수 있었음 좋겠다고 기도하는 중이다. 

주말은 결혼식 러쉬에다가
쉬어도 일걱정으로 맘편히 못쉬는 현실.
갑자기 들이닥친 야근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날도 있고.

여의도에서 수년간을 근무했을 땐 죄다 데모가 광화문에서 있었다. 
직장 위치를 바꾸고 나니
이제사 여의도에서 주구장창 데모가 터지는건 무슨일이냐고!! ㅜㅅㅜ
자주 나가고 싶은데 심신이 너무 피로하야 몇번 못나갔다...




나약해진 인간이 덧댈 곳은 정녕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는 극단의 절대적 존재인가;;;
...는 너무 거창하고 완전 우울한 나날에서 좀 우울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1년사주 보는 데서 봤더니 10월 8일부터 11월 6일까지 올해 최악의 운세라고 한다.
3분의 2 가량 지나갔으니가, 힘내서 버텨보겠다.
나아진다고 하니 버텨야지 무슨 수가 또 있겠나.

색깔테스트가 유행인거 같길래 나도 해봤다.
공리주의자 이상주의자 뭐 허울 좋은 소리로 들릴수도 있는데, 스스로는 흡족한 말이다. 
맨 마지막 문장이 디게 인상적이었다.

"직장에서는 책임감이 강하여,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입신양명이 중요하니 쉼없이 노력하고, 절제있는 생활을 한다. 배우자를 잘 만나고 배우자 덕을 많이 본다."

배우자 덕을 많이 본다...
배우자 덕을 많이 본다.......
배우자 덕을 많이본다.........

원인이 있는데 어떤 성질을 만났고 그래서 결과가 있다. 
수많은 역사철학서들이 시시콜콜 떠드는 말이 대게는 다 그렇다.
배경이 있고 사건이 끼어들고 그게 융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러니까 구성에서 중요한 점은 초반에 배경을 설명하는 일이겠지.
그래야 전개의 과정이 이해가가고 개연성이 있으니까.

오늘 같은 날 배경의 시점은 무당소속의 광풍이 돌고 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지하는 후보자'가 아닌, '대안'후보를 찍었다. 그리고 일단 투표를 했고, 결과를 기다린다.

배우자 덕을 많이 본다는 운세를 타고 났는데
일단 그걸 가로막는 성질의 '내'가 있다.
오늘따라 사뭇 결과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꼭 그런 느낌이었다.
투우하는 검은 소가 벽이고 철문이고 무시하고 아무대나 막 들이받는 느낌. 
살아 날뛰는, 퍼덕이는, 요동치는,
나. 시방 지금 위험한 짐승이여~의 느낌. 

운 좋게 <워리어>시사회에 당첨됐다. 
시사회 신청은 처음해보는 건데, 바로 당첨이길래. 아무나 되나보다 싶었는데 막상 그게 아니었나봐. 주위에서 용케 당첨됐다며 축하해주네;;;
뭐 상관 없다. 톰하디 빠순이인 나로선, 애초 극장서 다섯번 볼 생각이었다. 이제 네 번만 더 극장가서 보면 되겠다 싶다. 

영화 참 잘뽑혔다.
초반부는 조금 퍽퍽하긴 했지만, 나름 몰입할만 했고. 자잘한 장치들이 마지막에 감동을 불려주고 터뜨려주는 역할을 잘하는 것 같다. 가족애를 다루기 때문에 내용이 약간 빤한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특히 군더더기 없는 장치가 퍽 마음에 들었다. 특히 옛날 가정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과거 회상씬이 없었는데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간결미가 넘치는 영화다.
마지막 마무리야 가족애를 표방한다니까 훈훈할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우리 오빠는 말예요.....
우리 우리 오빠는 말이죠...

아 놔 톰하디 빠순이 평생할꺼야.
평생 부르짖을(이름에 추가해둘)꺼야.
이제 톰하디 빠순인거 부크러워도 않을거야.

뭐 이렇게 인간이 (또라이) 연기를 잘할 수가 있는건가요?!?!?!
특별히 얼굴 밖으로 꺼내놓은 감정이 분노 또는 분노를 누르는 절제 두가지 밖에 없는데도,
우리 오빠 연기 잘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잘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영화 중간 중간, 슬펐다.
아무래도 지난주에 <리얼스틸>을 본탓이겠지. 로봇 보고 자기처럼 싸우라고 레프트 라이트 잽을 휙휙 휘두르는 휴잭맨은 팔을 한번 뻗으면 끝이 없었다. 
근데 우리 오빠... 안그래도 180(이 안될거라 예상하는) 단신의 우리 오빠는 팔이 짤바아~ 너무 짧아~ 게다가 <브론슨>찍는다고 불리고, 인셉션 찍는다고 빼고, <워리어> 찍는다고 불리고, <디스민워>찍는다고 빼고, 불리고 빼기를 반복한 결과 숭모근이랑 팔근육이 상체가 너무 발달해버렸다. 그니까 그런 느낌. 뭔가 더 뻗을것만 같은게 있는데 이미 다 뻗어버린것 같은거지. 

그래도!! 
정말 왜 우리 오빠한테 성난황소 운운하고 말론브란도의 현신 운운했는지 제대로 깨달았음.ㅜ_ㅜ 이렇게 우리오빠가 (또라이) 연기를 (또 다시) 잘했는데, 왜 왜 왜 미시간에선 흥행을 못했니이이이 ;ㅁ; 

백현진 <무릎베개> 같은 노랠 듣다가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이정도로 미친사람이 사랑을 퍼부어 준다면, 아무리 개망나니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평범한 인간들이 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10이라면 백현진 같은 목소리는 30이나 40의 광활하고 방대한 어마어마한 사랑을 퍼부어 줄 거 같으니까.
그 절대성으로. 그 희소성만으로도. 그 사랑은 분명 목숨을 걸만큼 값어치 있는거니까.  

그니까 <워리어>에서 톰하디가 연기한 토미가 딱 그짝이었다. 저렇게 미쳐 날뛰는 사람이니까 비교가 불가능하다. 다 쏟아 놓으니까 절대적이 돼버린다. 존재자체가 유일해지고 희귀해지고 그래서 매력적이고.

여튼 11월 3일 개봉일이 너무 멀다.
벌써부터 다시 보고 싶다 ㅠ_ㅠ
벌개진 눈이 미쳐 날뛰다가도 언뜻언뜻 스치는 외로움이 자꾸 아른거리네.
고독을 씹고 또 씹고 질겅이는 우리 오빠 멋있쪄... 진짜 멋있쪄.... :Q.....






어떻게 나왔느냐를 물으면 대답을 통해 어떤 곳에서 일했는지가 드러난다.
나와 같은 직군에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만뒀다"고 말하지 않는다.
"탈출했다"고 말한다.



따져보면 우리 엄마는 상위 1%로 안에 들거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로 말이지.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하라 닥달한번 안해, 뭐해라 이거해라 지시한적 없다.
만화가 하겠다고 깝죽대면서 2년을 놀았는데 언제 취직할래 한번을 안묻고,
아빠의 타박에 우리딸 나중에 유명해지면 신세나 지지말라고 나서서 내 방패가 돼줬음.
지금도 시집가라 말 한번 한적이 없다.

모자람 없이 자랐고, 그건 풍족했단 증거고,
그게 다 엄마의 희생아래서 치러진 것들이란걸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난 좋은 딸은 안되는거 같아서.
오늘도 곰곰히 생각하다 눈물이 울컥.



잊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그냥 한귀로 흘러버린지 오래였다.
다시 주섬주섬 이말을 주워올 날이 올줄 몰랐지. 정녕 몰랐지. 

지난 6월에 찾아갔던 점쟁이의 말.

"너 거기 무지 가고 싶지? 너무 가고 싶잖아.. 그치? 근데 큰데라고 다 좋은건 아니야. 그런데 가면 또 그런데로 모셔야할 사람이 너무 많아. 니 맘대로 못해. 속 끓어. 그니까 작은데 있더라도 너무 속상해 하지말고 거기 간다고 마냥 좋아해도 말고"

사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인데, 지금 상황과 딱 떨어맞으니까 다시 떠오른거겠지.

여튼 그 말과 같은 상황을 살고 있다.
이것이 나의 요즘 근황 "끗!"













얼마전 정말 사랑스러운 꽃병을 선물받았다.
우유통 모양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게 어떤색 꽃을 꽂아 놓아도 간지 작렬! 두어번 꽃사다가 꽂아 놓고 만날 헤헤거리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놔둬도 좋을 것을 '굳이 꺾어다' 집안에 들여놓는 잔인함. 사실 꽃의 입장에선 일생이 끝나버리는거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 곁에 두겠다는 소유욕 등등.
그 뒤로 꽃을 살때마다 매번 망설여 졌고 꽃병은 한동안 빈병으로 놓여 있었다.
며칠전 친구랑 꽃가게 앞을 지나치다가 그동안의 이야길 했다. 자꾸 망설여져서 꽃을 살수가 없다고.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언니, 그냥 고기나 끊어."

그말이 정답!





참 모르겠다.
이력서 쓰고, 스팩 뻔지르르하게 써서 팩트 불리고 해당기업에 구미에 맞는 자소서 쓰는건 어렵지 않다. 대충 몇번 해보니가 감이와~ 실제로 그렇게 취업도 됐고, 취업도 시켜봤고 말야. 근데 대체 연애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푸념을 친구한테 했더니 요즘 세상은 연애보다 취업이 더 어려우니 노력해보란다.  
이말을 해준 친구는 남편이 있는 '가진자, 유산자, 부르주아' 인데 '자본가'의 과연 믿을수 있을 것인가?!?!? (본래 있는자가 '노력해봐 니 정성이 부족한거야' 라고 말하는것만큼 쉽고 모순적인 일이 없거니와) -_-;;;





이대 후문 어느 커피숍에서 쿠키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커다란 유리병을 봤다.  비싸서 차마 과자 맛은 못봤는데, 내가 탐나는건 그 '병'이 주는 따땃한 느낌이었다. 필시 백발이 성성한채 콧등에 흘러내리는 안경을 쓰고 남는시간 흔들의자에서 뜨개질을 취미로 하는 눈 파란 할머니가 가끔씩 놀러오는 손주들을 위해 한아름 과자를 구웠다 저장해 두었을것 같은 유리병. 그리고 조르고 조르면 마지 못해서 손주 손바닥에 하나씩 올려주주었을것 같은 유리병! ㅠㅅㅠ
그 물건을 갖는다해서, 그 기억을 소유하게 되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탐난다. 아아 정녕, 인간은 소유하려고 사는 존재인가봐. 선물받지 못할거라면 선물이라도 좀 해보고 싶다.
동네파 마니또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 리본으로 이것저것 포장하고 싶다. 진정!




돌규가 카메라를 샀다.
지난주에 섭이네 가서 컴퓨터 설치를 맡기고 빈둥빈둥 대면서 퍼즐을 맞췄는데, 그때 기막힌 타이밍에 우리 둘을 찍어줬다.
오. 완죤.... 나 사진작가가 찍었는 줄 알았어!
껄껄대며 장군감마냥 웃는 나랑 남탓하고 있는 섭맨의 얍삽한 손가락하며 퍼즐 늘어져 있는 한적한 섭맨네 거실하며 분위기가 완젼! ㅜㅜ 내가 머물던 섭이네집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놈의 카메라가 또 왜곡미화포샵질을 끝장나게 해주네. ㅠ ㅠ b
돌규의 수중 안에 5D마크2가 있는 한 친하게 지내야겠다. 낙엽이 물들고 잎이 떨어지고 한적한 한강 눈이오는날 쉬지 않고 돌규를 불러내서 좀 찍어보라고 해야겠다.
이런 칭구라 미아내.... ㅋㅋㅋㅋㅋㅋ





오래간만에 옛애인(?) J를 만났다.
처음으로 일했던 프로그램팀. 나는 막내작가였고 그'녀'는 조연출이었다. 세상이 나(혹은 우리) 빼놓고 모두 행복하던 시절. 일이 주는 무게에 눌려 기댈곳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여의도 밤하늘을 함께하며, 서로의 무거운 짐을 기댔던 나의 옛애인 J~. 
그덕에 우리는 사귄다는 소문마저 회사내에 파다해었더랬지;;; (나 남자 좋아해요. 나 진짜 남자좋아하거든요?!?!? 백번말해봤자 모두의 의구심만 짙어졌었음..) 

여튼 그 밤하늘을 보면서 우리는 좋은 작가가 좋은 피디가 되기로 헤아릴 수 없는 다짐을 흘렸었다. 성실한걸 빼면 내세울 것 없는 나에 비해 J의 능력은 정말로 대단했다. 예체능계 아이들이라면 모두 목을 메고 몇수를 하는 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그해 대통령상까지 거머쥐고. 아아 남들 몇년씩 공부하는 본사 자리도 떡떡 붙곤 했었지. (빡센 외주 조연출 일정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덕택에 떨어지고 말았지만.) 여튼 그녀를 다시 본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가슴이 떨렸다.

여의도를 떠나 선택한 장소는 강남. 그녀는 예전보다 화사해졌고, '을의 을(외주인력)'이 아닌 '갑의을(정규직)'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근데 그런 그녀가 너무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해서 가슴에 스크라치가 났다.

-씅 나, 요즘 일에 대한 열정이 이제 눈꼽만치도 없어. 근데 욕심도 없어. 여기서 20년 채우면 연금나오거든.
-씅도 그냥 살빼서 시집이나 가.

한남대교를 건너오는데 입이 썼던건, 마음 가득 씁쓸함의 맛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한텐 '내 일(직업이 아니라 하더라도)'이나 '내 이름'이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자아의 만족'이 무엇보다 중요할것 같은데. J마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니 나름 단단하게 세워둔 확신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사는건, 사실 '특별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평범할 자신이 없어서가?'인가.

올해 이 물음에 답을 내고자 부산을 다녀오고 남미를 다녀왔건만,
또다시 의문이 다시 새어나온다.
아아. 이러지마아... o<-<;;;;







난누군가또여긴어딘가
십수년전 듀스 노래 가사를 입에 담은 건 아침에 눈떴을 때였다. 
깨질것 같은 머리와 비어 있음에도 매식거리는 위장. 술에 쩔여져 노곤노곤해진 몸을 다독일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제 신촌길바닥에 버려두고 온 기억의 조각을 다시 찾을 필요성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위험수위까지 넘어간 것이 한두번은 아니나,
총 4차까지 달렸던 긴 여정 속에서 절반가까운 시간이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니까 1차 때도 나름 천천히 선방하면서 달렸고 2차 다모토리에서 이문세 노래 따라 부를 때까진 좋았는데 말이지.... 3차 횟집에서부턴 정말 기억나는 장면이 몇개 안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핸드폰을 열었다.

망했따.
고등학교 때 동창이었던 애들한테 전화돌렸던 흔적이 핸드폰 통화목록 언저리에 흩뿌려져 있었다. 가정이 있건 없건 애가 딸렸건 말건 새벽 1시에 이리저리 전화해서 나와라 왜못나오냐 주정주접을 떨었음이 분명한 기록들;;;;

페이스북을 열었다.
새벽 2시반에 글을 올렸다. 집에 좀 보내달란 글이다. 대체 술에 취해서 이런글은 왜 쓴걸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정말 졸려서 미칠것 같았는데, 애들이 자꾸 집에 못가게 했던게 장면이 언뜻 스친다.

핸드폰 케이스를 봤다. 오병강의 명함이 왜... 들어있지? 오병강은 어제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한참생각했다. 새벽 4시반에 신촌에 등장해 내 택시를 잡아줬던 흐릿한 그림자. 단신의 키로 추정하건데, 오병강맞는거 같은데... 더불어 내가 오래간만이라며 얼싸 안고 신촌바닥에서 소리소리를 질렀던게 기억났다.

두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짜내며 고뇌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어제 3차까지 함께한 그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맥주로 달렸던 그녀는 제법 멀쩡한 편에 속했는데, 어제 다들 취기가 말못할 정도였단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한 녀석이 울기까지 했다는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난다;; 정말 안난다. 그정도 자극적인 장면이면 기억이 나야 정상 아닙니까요?!?!!?!? 흑흑 어디갔니 기억아! 어디로 도망가서 제자리를 못찾니!!
그리고 충격적인 증언이 또 하나 나왔는데;;;
술자리에 있던 두 놈이 과거 추억에 대해서 아웅다웅했단다. 그건 예전 우리반이었다가 이전퇴학다녔던 A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참을 아웅다웅하는데 내가 벌떡 일어나서 판결을 내려주겠다며 A의 친구 B에게! 새벽 1시 40분에 당당하게 전화를 걸었다는 거다;; 새벽 1시 40분에 가정있는 남자한테 전화해서 A의 연락처를 따내는 퀄리티....
아 인셉션같은 기술을 배울수만 있다면 B의꿈속에 들어가서 전화통화했던 내용을 싹다 지워버리고 싶따아. 아아. 왜그랬니 대체 왜 그랬니!!! ㅠㅠ

낮에 몇몇 놈들에게 전화가 왔다.
덕분에 스스로찾아내지 못했던 기억의 조각을 몇개 더 건졌다.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을 어제 몇시간동안 지껄였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때 놈들 너무 소중하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우리 고등학교 최고였다느니, 니들과의 추억이 너무 값어치 있다느니...
수십만원을 쥐어준다해도 내뱉기 힘든말을 단돈 2500원짜리 소주마시면서 무슨깡으로 잘도 내뱉은거니...? 너무 졸린데 애들이 집에 안보내줘서 막 벤치에서 졸고 그랬던거 기억나는데 아아! 죽고 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통 고등학교 때 거국적으로 모이는 모임은 추석 설에 있는데,
다음번엔 주최하지 않을 예정이다.
뭐 어차피 내가 연락 안돌리면 술자리가 아예 안생기니까....
애들 연락돌리고 시간맞춰나가는게 은근 귀찮았는데 이럴땐 장점이군.

최근들어 필름 끊길때까지 마시는 술자리가 계속되고 있는데,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니 앞으론 그냥 술을 안마시는게 최고의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왜그랬니왜그랬어왜그랬었니... 아아...






불러줄 곡을 정했다.

Nazareth가 부릅니다. Love hurts....

Love hurts, love scars
Love wounds and mars any heart
Not tough or strong enough to take
a lot of pain take a lot of pain
Love is like a cloud that holds a lot of rain
Love hurts ooh, love hurts    

I'm young I know but even so I know a thing or two
I've learned from you
I've really learned a lot really learned a lot
Love is like a flame is burns you when it's hot
Love hurts ooh, love hurts

Some fools think of happiness
blissfulness, togetherness
Some fools fool themselves I guess
but they're not fooling me
I know it isn't true I know it isn't true
Love is just a lie made to make you blue
Love hurts love hurts love hurts Ooh love hurts





사랑은 고통을 주고, 사랑은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아픔을 주고, 마음을 허물어버리며,
불꽃같이 뜨겁게 타오른다해도 
결국엔 데이고 마는,
사랑의 (참되고도 오래된) 진리를
결혼식장 다시 한번 되새겨보라며 나의 썰을 설파해 보겠쒀...



치부는 차라리 덜 가까운 사람에게 내보이기 쉬운것인가보다.

어제 몇년만에 한 친구를 만났는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술에 취해서 이말저말 마구 지껄였는데,
우습게도 서로의 공통점이 너무 많은거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토해내지 못했던 비참한 인생의 한 꼭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찌릿찌릿한 서러운 비참한 경험.
자존심 세우겠답시고 '괜찮아, 그렇죠, 다 알아요, 그런거죠 뭐...' 
거짓말로 반창고를 붙이고 상처를 가리고 없는척했는데 
허허실실대는 사이 상처가 곪았다.
악취가 풍기고 살이 썩는데, 차마 아프단 소리를 하나 못했다.

근데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사실'이 돼버리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겁이나서.

나 빼놓고 다 이상해!
다 잘못됐어!
다들 그렇게 살면 안돼!
나한테 진짜 그러면 안돼!
나 나름 착하게 살았거든? 니들 벌받을거야! 알아? 벌받을거라고오!!

술을 쳐마시다 말고 혀가 썩도록 단 커피우유를 쪽쪽 빨면서
바뀌라바뀌라 그렇게 외치는데도 꿈쩍 않는 세상을 향해 욕을욕을하고
비분강개하고 열을 뻗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 어찌나 후련하던지.
그 후련한 감정이 박하향처럼 알싸하니 쓰리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무지 시원해서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



"사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12년이나 공부하잖아.
그러니까 수십년을 같이 살 짝을 만나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해. 
그걸 창피해 해선 안돼."
친구의 말이었다.

그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그 방면에선 단 한번도 노력을 기울인 적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에야 일찌감치 대입을 포기한 학생 쯤 되는데다,
굳이 진학을 한다해도 대다수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의 성격과 꽤 다르겠지만 말이다.  
여튼, 노력을 기울인 적 없었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걸 꼭 굳이 미래의 배우자를 찾을 남녀관계에 국한 할 것이 아니라,
내 인생 전반에 확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요즘들어 만나는 사람만 만난단 생각이 들었다.
적응의 시간도 필요치 않고 서로 생각의 조율과정도 생략가능하다. 
익숙해서 편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과정은 언제나 쉬웠다. 

새로운 만남을 앞두면 언제나 막막했다.
한동안 있게 될 조율의 과정과 적응의 시간  
그게 불편하고 힘들고 굳에 그럴 필요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꾸만 성큼성큼 뒷걸음질 쳤다.
조율과 적응의 과정만 좀 거치면 
앞으로 있게 될 '빅 재미.'를 단지 귀찮단 이유로 놓쳤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주저주저해서야 평균수명 백세를 앞둔 인생이 즐거울 수 있겠나!
여튼 좀 더 노력해보기로 결심했다. 
 


+) 토요일엔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곤 집에서 할머니 제사가 있었다.
난 스스로 내 선택을 존중한다. 심지어 그 선택은 우리 엄마도 지지해준다.
근데 자꾸 친척들이 모자란애 취급하는가. 불편해서 슬그머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가 차더라도, 나이에 상관 없는 사랑을 '친지'들에게 받고 싶다.  




이 바닥 사람들 중엔 싸이 메인에 자신의 프로그램 이름을 띄워놓는 사람이 있다.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내 전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게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는 일이 내 자신의 전부가 되나. 앞으로도 그 철학이 바뀔것 같지는 않다. 근데 뒤집어 말하면 그건 단 한번도 내가 내 전부를 바쳐서 일하지 않았단 소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내 싸이 메인에 올라갈까? 
아마 아닐걸.   

금요일엔 술을 마셨다.
전에 다니던 회사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새벽 5시까지 달렸다. 아~ 내가 존경하는 우리 왕선배님이 나와주셨어. 흑흑. 생각해 보면, 내가 일하던 첫프로그램 그만두던날 술을 사줬던것도 우리 왕선배님이셨고, 입봉할 곳 없어서 K본부에서 쭈구리가 돼 가던 시절 날 건져서 입봉시켜준것도 우리 왕선배님이셨고. 개떡같은 원고 몇번이나 봐준것도 우리 왕선배님. 흑흑. 신세지고 고맙고 죄송한거 투성인데 이번에도 또 술까지 사주셨어. 엉엉 ㅜㅁㅜ 난 우리 왕선배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이돌 피디님도 그렇고 만날때마다 '저런 사람이 되야겠다'고 언제나 마음 먹는다. 
근데 난 조급하고 성질머리가 나쁘잖아... 아마 난 안될꺼야...

토요일엔 술병이 났다.
여꼴통들 만나서 대낮부터 기름진 음식으로 위장칠하고 얼음장같은 생맥 좀 들이키는데 갑자기 숨이 턱하니 막히고 입술이 파래졌다. 화장실로 달려가서 구토를 동반한 심호흡 좀 해주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이 문을 열고 날 꺼내줄 사람이 없다는 일념하나로 버텼다. 헉헉. 하지만 술병은 좀처럼 달래지지 않고... 결국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홍대서 택시타고 집에왔다. 여꼴통들 미안. 나 땜에 작파해서.... 다음부턴 작작마실께. 
여튼 과음한 다음날 낮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녜녜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이제 전 서른이죠. 이제 알았습니다. 다음부턴 안그럴께요.

월요일엔 재수가 없었다.
아이템 회의가 화요일로 미뤄졌다. 아이템이라도 더 찾아볼까 하는 마음에 마포도서관을 찾았는데 휴관일이었다. 원고 쓸 게 좀 있어서 곰다방을 찾았는데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데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서영까페로 발길을 돌리는데 소나기가 세차게 세차게 아주 세차게 내렸다. 내리는 온비 다맞고 서영까페 도착. 젖은 운동화도 벗지 않고 꿋꿋히 원고 쓰고 있는데 한시간만에 전화가 왔다. 집에서-. 와서 설거지 좀 하라고. 아아 정녕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날이었다.

방송이 한달 밀렸다.
조금 널널해 질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느낌. 이게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센스로 칠해줘야하는 작업인거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이 와중에 저번 프로그램해서 책까지 나온게 반응이 좋아서 두번째 편이 나오게 됐다. 일하고 있는 것도 빡빡하니 괴로운데 책원고까지 병행하는 중이다. 어제는 회사에 남아서 책원고를 썼다. 열시 반에 버스를 타고 돌아와 원고 수정을 마저봤다.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다시 원고 수정했다. 그리고 다시 자료찾으러 국회도서관으로.... 여의도랑 나는 끊지 못할 인연인거 같다.  

나도 꼰대가 다됐다.
<최종병기 활>을 보는데 그렇게 거슬리는게 많을 수가 없었다. 반드시 도망가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매달려서 거사를 그르치게 만드는 민폐덩어리 여주인공이나, 조선남자들이 뭐해준게 있다고 저놈에 또 정절드립;;;; 뭐 이런 반(反)남성적인 시각말고도 그냥 그런게 세세하게 눈에 밟히더라.
박해일이 귀마개라니 어서 귀마개야 정3품 당상관 이상만 쓸 수 있는 귀마개를 어따써!!!
같은 옹졸하고 치졸한 역사적 고증에 딴지 걸고픈 마음?
옛날 학부시절에 사학과전공자 여섯이서 동시에 <스캔들>보러간 날이 생각났다. 영화 보고 밥먹는데 그때부터 서로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들이 총동원. '저게 말이 돼'라며 아는 역사적 지식 가지고 영화 까는 자리로 변질... 그때부터 그랬나보다. 팩트만 가지고 옹졸하게 쪼물락쪼물락. 그때 상상력을 키워놓지 못해 지금 내가 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가?!?!!?!? ㅜㅁㅜ


설렜다.
사무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책상위에 붙어 있는 글귀를 봤을 때. 

"발명은 그때까지 따로 떨어져 있던 아이디어의 결합"
"서로 떨어져 있어서 아무도 짝지을 생각을 해보지 않는 조직들을
건방진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연습을 한다."
"논리적인 방법은 난간처럼 우리를 떨어지지 않게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않는다."

마지막날까지 설레고 싶다.
과연? 



친구가 그랬다. 사랑은 그 사람이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는거라고.
그말에 대입해 보면 나 아직, 톰하디에 폴인럽중임. 파하하.
올 말부터, 팅커테일러솔져, 워리어, 디스민더워, 다크나이트라이즈 까지 줄줄인데
너무 뜰까봐 걱정. 안뜰까봐도 걱정.  
근데 내 예감에 이런식의 영화 백편출연해도, 여자팬은 안생길거 같은 예감;;;;

나보다 수어살 많은데, 우쮸쮸쮸 해주고 싶다.


어제는 퇴근길에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서로가 서로의 번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가 신기할 정도의 사이여서
통화를 하면서도 무지 신기해했다.
버스 창밖을 보면서 소소하게 한시간가량 수다를 떠는데
창밖 풍경 속에 수다가 스며드는 느낌이라 그게 참 좋았다.

너 그때 그랬잖아, 대체 왜 그랬어. 
난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이래.

때때로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평가해본다.
커다랗게 다가왔던 관계들이 소소하게 변질되고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관계들이 끊어져도 아쉬움 하나 없는 것이 놀랍다.

남산터널을 지나고, 한강다리를 건너고, 금화터널을 지나고 그 사이 전화가 끊기기도 하고
서로 전화 하느라 통화중이 되기도 하고 다시 목소리를 듣고
그러다 시야에 고등학교가 보였다. 
전화를 끊고 연대정문을 지날 때즈음 창밖을 내다봤다.  
이게 집착인지 변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화 속 잠시잠깐 등장했던 그 애가 무척 보고 싶었고
그냥 보고 싶은게 아니라 '무척' 보고 싶어서
그게 티날까봐 너무 겁나서 차마 자세히 묻지 못했다.
(나 아직도, 순정적인 여잔가봐 파하하.)
 


행복할 시간

20세기 소녀 2011. 8. 16. 15:40

두 달 여의 시간 동안 낯선 땅을 걷고, 보고, 듣고, 받아들이면서 느낀 건 단 하나였다.
('배웠다'는 표현이 인위성을 포함하거나, 이해를 동반한 수긍에 또다른 표현이니까, 
'배웠다'라는 단어 대신 소화하고 온몸에 체화해서 완벽하게 내것으로 남은 '느꼈다' 란 표현을 쓰고 싶다.) 

몇개월간을 내가 체험한 남미를 압축한 한 단어.

No mañana
오늘을 저당잡혀, 내일을 꿈꾸지 말것.
오늘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할 수 있음을 믿을 것.

그렇게 내 맘에 새겨진 단어가 용기를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넌 어디서 일하고 싶니?"
"니가 말하고 싶은건 뭐니?" 

묻고 또 물어서 마침내 대답을 하나 찾았다.
민망함과 송구함을 무릅쓰고 작가를 뽑지도 않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이력서와 구성안이 마음에는 들지만, 언제 자리가 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을 기다린 다음, 적정선에서 새직장을 얻었다.
새로운 장르였고, 내 연차에 배울 점도 있었다. 
그렇게 한달을 일했는데, 연락이 왔다.

여튼 그래서 지금은 온전히 행복할 시간.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을 짜릿한 순간이다.






그러니까 그게 정확하게 13일 전 지난주 월요일의 일이었다. 월요병에 골골대며 평소와 같이 출근하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다. 예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있던 선배였는데, 뜬금없이 K본부 '****들'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거였다. 거기 있는 작가들이 물론 나보다 연차가 모두 높긴 한데, 메인으로 있는 작가님이 널 이뻐라 하셨던 분이니까 문제 없을거라고. 
그니까 정확하게 K본부 '****들'이라 함은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교양프로그램 중에서 두번째로 가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묻고 따지고 잴것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지금 당장 이력서 메일 넣겠노라고 진짜 하고 싶다고 소리지르듯이 외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둥둥 뜬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근데 그날 오후였다. 또 전화가 왔다. 내가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로 일하고 싶어서, 작가를 안뽑는데도 불구하고 민망과 송구함을 불구하고 이력서를 넣었던 그곳에서.... 이력도 마음에 들고, 전에 보냈던 구성안도 마음에 들었으니 따로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될것 같단다.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출근해줬으면 좋겠단 소리를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하루 동안 가장 일하고 싶었던 프로그램과, 두번째로 일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연락이 오는 일이 발생...하다니. 대타 후임이 정해졌건, 정해지지 않았건 이미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었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수요일날 제작팀을 만났다. 만족스런 미팅이었고, 이대로 천년만년 그팀의 지박령이 되겠노라 결심했다.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설레고 떨리는 상황에서 생방을 맞이했고, 그날 20분짜리 원고 중 11분을 리허설 50분 전에 받는 기염을 토했다;;; 테잎을 내릴 수 있느니 없느니 난리도 아닌 상황에서 간신히 방송을 마쳤다. 무사했다는 것 단 하나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었던 다급한 순간이기에 스스로도 대 만족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약간에 우려가 있었던 장면이 그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다양한 욕설이 올라왔다. 제정신이냐를 묻는 글은 안부에 지나지 않을 만큼 격앙된 글들이 올라왔다. 내가 욕먹는 건 견딜 수 있었는데, 출연자가 욕먹는 건 정말 괴로웠다. 출연자를 욕먹이는 피디 작가만큼 바보 같은 사람이 없다고 그 옛날 다큐멘터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배웠던 말들을 떠올릴 때면 더욱 가슴이 싸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일은 더 커졌다. 우리 출연자를 RT가 돌았고, 기사화 되기 시작했고, 방송을 보지 못한사람들까지도 기사만 보고 출연자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가장 고통스러웠던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였다. 변명 같지만, 내가 책임 질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단 하나도 없더라.  
 
그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일주일이 시작됐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이토록이나 짜릿한 순간이 찾아올까 싶을 만큼 행복한 일을 만났는데, 내 인생에서 이정도로 비난받고 욕먹을 순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할만큼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일요일엔 S본부로 출근해서 사과문을 올렸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듯 싶었다.
근데 그 다음날 내 대타로 오기로 한 작가가 안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후임이 없다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또 다른 서브의 도움으로 간신히 땜빵을 구했다. 하지만 지금 일했던 팀에서 욕을 먹어야 했다. 사실 욕이라도 먹으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하더라.
그렇게 수요일부터 출근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짜릿할 만큼 행복한 순간인데 행복할 새가 없었고, 죽고 싶도록 좌절해야할 타이밍인데 그걸 견딜디고 버티게 해줄 위로가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너무 들뜨지말라고, 준 불행인지 너무 불행해서 좌절하지 말라고 준 행복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제서야 토로할 수 있는건 그 행복과 불행의 감정이 모두 소모 됐기 때문인듯.
여튼 이번 일로 깨우친 인생의 진리라면..
두드리면 열릴 때도 있습디다! 참말 입디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쁜일이 일어났다
이게 정녕 나에게 일어난 일이 맞는가 뺨을 꼬집어도 보고,
그일만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보고 싶다.

그러나 그 다음날.
모든 기쁨을 뒤덮을 만한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내가 잘못했어요.
사죄한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잘못했습니다.



의로운 죽음

20세기 소녀 2011. 7. 29. 16:44

지난 주 주말은, 근 2주만에 맞이하는 휴일이었다. 
밴드오브브라더스가 하더라. 이거 톰하디가 (스쳐가듯) 출현(출연이라고 말할 분량이 절대 아니라고 했다;;)한다는 그 영화 아냐? 딱히 볼 TV 프로그램이 없기도 톰하디 나오면 톰하디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계속 틀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확인한건 프렌즈 '로스'의 얼굴 뿐 흑흑 ㅜㅜ)

전쟁영화를 보기 싫은 이유야 많고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죽음'때문이겠지.
채 말라서 곱씹어 보기도 전에 계속 범벅되고 덧칠해져 끝없이 쌓여가는 무시무시한 폭력.
 그게 진저리가 나고, 그 폭력에 무뎌지는 것 조차 불쾌하다.

간만에 놀러온 주기자랑 오리고기 구워먹으면서 계속 TV 응시하다가 결국 채널을 돌렸다.
하나하나 안타까워하고 통탄해야할 죽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 더이상 소화가 안되더라. 

여튼 그러다가 돌린 채널에서는 '무사 백동수'가 하고 있었다.
무덤가에서 주인공의 아역쯤 되는 아이가 엉엉 울고 있었다. 아이의 옆에 선 어른이 짐짓 무게를 잡고 한마디를 던진다.

"울지 마라. 의로운 죽음이었다."

목놓아 울던 아이는 어른을 향해 볼멘 목소리를 던진다.

"세상에 의로운 죽음이 어딨습니까? 이건 개죽음입니다."

문득 인류 역사상 있었던 셀수없었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 서럽고 참혹한 현장이 안타깝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저 대사만큼 꼭 들어맞는게 또 어딨나 싶다. 




출근한지는 오늘로서 9일째다. 아니 오늘은 출근을 안하고 회사에서 밤을 샜으니 하루를 빼야겠다. 여튼 목표하던 취직을 했다. 목표한 월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저번보단 올려받았다. 주5일을 지킬 수 있는건 아니지만, 예상보단 유연하게 쉬는 날이 있고. 커다란 팀에서 일하는 걸 꿈꿨으나, 사람들 관계가 끈끈하단 장점이 있고, 생각보다 연차 어린 피디와 일을 하게 됐지만, 그만큼의 적극성 하나가지고 날 감동시켰다. 
뭐 장점과 단점이 뒤엉켜 있고 그게 중심을 잘 맞추고 있어서 이렇다 저렇다 평을 내리기 애매한 딱 어중간한 상황.

백수 생활에 진절머리를 낼 무렵 취직이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출근해서 아이템 찾는게 재밌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을 고갈시키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난 다음에 집에와서 딴짓을 할 때의 기쁨이 배가 됐다. 내내 딴짓만 할때의 미비하던 재미가 잘시간 재가면서 스릴넘치게 채우면 곱절로 다가온다.

여튼 아직까지는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일했던 첫번째 팀이 너무 혹독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래간만에 밤을 샜다. 사실, 방송작가 치고 드물게 원고를 쓰면서도 밤을 샜던 적이 없었으니까 생소한 경험이다.

견딜만하다. 견딜만 하지 못한게 아닌게 어딘가. 아직은 견딜만하다.


20세기 소녀 2011. 7. 16. 23:55

정말 그지 같은 어떤 제작사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길 들었다.
팀장급인 사람들에게 이자식아저자식아 욕설을 입에 담을 정도라고 하니,
그 밑 사람들에겐 어떤 취급을 할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같은 직군에 있기에 더욱더 분노하고 치를 떨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붙어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조금 더 받는 페이가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차마 비웃진 못했다.

아이의 학원비를 위해서,
몇달 후에 태어날 아기의 의료비를 위해서,
혹은 방값을 위해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값을 위해서.

삶은 순간 순간이 치열한 투쟁이고 장렬한 전장이다.
고귀하고 숭고한 대의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치졸하고 졸렬하고 치열한 싸움이 난무하는 전장. 
하지만 결코 조롱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진리.
뭐 그런게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저임금으로 연일 말이 많다. 나도 많다. 욕설이 주를 이뤄서 그렇지 많긴 많다.

일단 내가 쓰고 싶은건 그 애기가 아니다. 그지같은 최저임금 이야긴 집어치고, 최저임금 얘기가 나오니까 문득 그게 생각나네. 나 일했던 첫번째 팀. 일한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나왔던 처참하고 잔인하고 혹독했던 결과. 

그런 직장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고요 대신 책임만 지면 돼요." 그말인 즉슨 "출퇴근 시간은 없어요 당신은 능력이 없잖아요." 란 말의 또다른 표현. 
내가 막내 로 일했던 작업환경이 어땠냐면, 아침 9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아이템을 찾고 밤 11시 30분에 퇴근을 했다. 내가 근무한 기간은 9개월. 그리고 쉰 날짜를 모두 세어보니 9일. 그 9일 중엔 아이템이 잘풀려서 쉬었던 구정연휴 2박3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주말엔 쉬는줄 아는데, 아니거든요. 주말에도 출근했거든요. (물론 9시 반은 아니고 한 10시 반쯤 출근했다.) 내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일요일 저녁이었다. 우리가 그날 좀 아이템이 풀릴 기미가 보여서, 밤 9시에 퇴근을 하게 된거다. 오늘 일찍끝났다고, 우리 오늘 일찍 끝났다고 '씬'이나서, 너무너무 '씬'이나서 여의도바닥을 뛰어다니던게 생각난다. 
문득 한 막내가 말을 던졌다.

"근데 일반회사에선 평일에 9시에 끝나도 야근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2시간 일찍 끝난 자유의 기쁨을 순식간에 거둬갔다. 

여튼 그런 직장에서 일하던 우리는 시간이 많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많았다. 그러기에 한번 우리가 받는 월급을 시간으로 나눠봤다. 얼마나 시간이 많았으면 (물론 쉬는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9개월날짜 모두더하기 쉬었던 날짜 9일 곱하기 14시간만 하면 됐다.) 그때 나왔던 돈이 2700원이었나 2900원이었나. 그 당시에도 최저임금이 간신히 4000원을 넘을 때였는데 여튼 그정도 됐다. 그니까 최저임금도 못되는 직장에서 노동을 팔아가며 일했단 이야길 하고 싶은거다.

최저임금 그지같다, 말도 안된다.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다.
더불어 난 내 직군에 대해서 떠올린다. 꿈을 담보로 저당잡힌 인생들. 단하나의 목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터. 근데 사실 이런 직군에서 주5일을 보장한다는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란 이야기도 난감한 일이다. 근데 그 모든 혹독함이 '프로가 되기 위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란 단서를 달면 유일무의해진다.

언젠가 나도 "야 난 이러이러해서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일했거든? 니네가 고생하는거 약과도 아니거든?" 하는 꼰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근데 되지 않기 위해서 토해 본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남의 꿈을 담보로 착취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내가 일개 아무것도 아닌 무명씨니까 참고 입김 센 사람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지금 단계에선 정녕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누가 누굴 걱정해 내 팔자나 고민해야할 때인가. 

고민이 많다.
이놈의 그지같은 세상!
'내일'이란 허울좋은 말로 '오늘'을 그만 좀 괴롭혀라.
근데 일단 내가 그런 프로그램에 왔잖아? 진짜 하기 싫은데,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 배운답시고 완전 빡세고 힘들고 1회성 밖에 되지 않을 프로그램에 왔잖아?

난 틀렸어.
아마 이번 생에는 안될꺼야.







요즘의 나는 불안함과 슬픔을 구분할 줄 모르는 바보가 돼버린거 같다. 막 우울하고 왈칵 눈물이 나올거 같고 왜그럴까를 곰곰히 따져보면, 불안해 하는 마음이 거의 전부인듯 그니까 오래간만에 출근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마음이 원인?
누가 들으면 백수생활과 이별하는 것에 대한 슬픔 아니겠냐고 묻겠지만, 나 백수생활 지겨워했어요. 여백이 텅텅 빈거 못참아서 힘들고 버겁고 그랬음. 드라마 영화 다보고 나니까 미쳐버릴거 같다고 백번도 더 되뇌였었음.
여튼 요즘 나는 불안하면 분노하기 보다는 슬퍼하고 우울해하는거 같다. 나 왜 이럼?

(다음 프로그램은 반드시) 고르고 골라서 오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쳤지만, 선배언니가 가지 말라는 곳으로 와버리고 말았다. 그런것만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이좁은 바닥에서 남에게 폐끼치고 욕먹느니 길게 보고 눈딱 감고 3-4개월 버티겠음. 그럼 5-6개월째가 오겠지. 그리고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 기회도 오겠지. 메이비디스타임~

정말 반년만에 노트북 네이트온을 켰더니, 반가운 방송국 친구가 있어서 대화를 걸었다. 근데 대화하다 보니까, 또 다시 쓰는 이모티 콘이 /담배 /자살/ 같은 이모티콘이라 좌절. 아아 여의도가 내게는 제자리이긴 한가보다. 

정말 잔고가 보인다는게 어떤건지 알거 같아서 최근엔 돈 아끼느라 커피도 못사먹고 
친구가 부르면 왠만하면 안나가고 그랬었다.  
일단 재 취업을 했으니까, 더치커피도 사마시고 본격적인 여름을 즐길 차례다.
그만 슬퍼하고 불안해도 말고 몰입으로 순식간에 휘리릭 지나가는 여름이 돼으면 좋겠다.

그래서 9월달 아니면 11월에 개봉될지 모르는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 보면서 강렬하고 뜨거웠던 2011년의 여름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크하하.




*점을 봤다.
요즘들어 점의 영험함을 믿어는 중이다. 파하하. 며칠전에 점집을 찾았다. 솔직히 가격이 저렴했다는 큰 장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리가 꽤 멀고 찾아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친구의 친구. 내비로 찍고 친히 자동차로 모셔주기까지 하겠다고 하기에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나 신점은 태어나서 두번째 보는건데, 첫번째는 너무 맞는게 없고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셔서 돈이 아까웠다. 근데 이번엔 진짜 용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내가 해왔던 지난 몇개월간의 이야기를 술술 푸시더라. 그 이야기 간략하게 하고 난 다음에 가족 이야기하는데. 와! 다. 맞.춰. 완전 용해. 그날 내가 보살님과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가 전부였던듯. 과거에 대해선 정말 날카로울 정도로 딱딱 맞추시네;;; 근데 곰곰히 되짚어 보면, 미래에 대해선 확실하고 자세하게 나온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온 것 처럼 나중에도 무탈하게 살거라고 했고 가족들도 다 별고 없이 행복할거라고 하니까. 일단은 꼭 믿어 보기로 했다. 


*서른살 생일
맹렬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서른살 생일날은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서 혼자 하는 셀프 데이트를 즐길 작정이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 할인받고 조조로 영화보고 두번째 영화는 마망이 준 영화티켓으로 영화 보고. 눅눅하고 흐린날이었는데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쳐 올 땐 왜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겠다. 상쾌하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선 남미 여행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혼자 골똘히 고민도 해보고.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으로 보냈다.
저녁즈음엔 심심해지기도 했는데, 급작스럽게 만두랑 도도가 찾아와서 쟁가하면서 수다 떨었다. 과자 그만 집어 먹어야하는데 오늘도 난 결심을 실천하지 못했쒀....


*술을 먹으면 시간이 빨리간다.
어제는 여꼴통들을 만나서 면세점에서 고이 모셔온 발렌타인을 깠다. 치킨 시키고 샐러드 만들고 연어말이 만들고. 게다가 수다떨게 백만가지니까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 저녁 8시에도 해가 지지 않아 칼퇴할 때 눈치보이는 한여름에 오후 5시부터 모여서 술을 까려니 얼마나 신이 나던지.
제대로 얼근하게 취했었던지 새벽 3시쯤에 눈이 떠졌다. 근데 기억나는게 몇개 없네;;; 술을 마시니 시간이 한 세배속으로 지나는 기분이었던듯. 우리 꽤 깊은 대화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던거 같은데 우리가 함께했던 그 기억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술에 취해 필름 끊겼는데 갑자기 다음날부터 친구가 쌩까더라. 뭐 이런 일이 없었으니 된걸로 치겠다. .



며칠 남지 않았다.
생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입으로 말하고 다니지만,
막상 평소와 다를바 없이 보내고 싶지는 않다.

자잘한 축하나 선물 생일메세지 같은걸 바라는건 진짜 아님. 절대아님.   
그냥 내가 내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맹렬히 고민해봐야지.




<친절한 금자씨>에서 내가 증말증말증말증말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그 빵집 소년과 자고 난 다음 금자씨가 담배 한 모금 맛깔나게 빨면서 내뱉는 말.

"나는 괜찮았는데, 너는 어땠어?"

이게 성역할만 바뀌었다면 클리셰오브더클리셰 겠지만,
내뱉는게 금자씨였고 당한게(?) 소년이었기에 더욱더 빛나는 명장면이다. 

히어로물의 재미 한번 알아보겠다고
팔자에 없는 <토르>를 봤다. 너무 구려서 치유하려고 작년 여름에 봤던 <다크나이트>를 다시 꺼내봤다. 그러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개봉한다기에 <엑스맨> 전편을 훑었고, 최근에는 <닥터후>에 도전 중이다.

근데 보는 매체마다 남녀성에 대한 틀에박힌 시선이 반복돼서 불편하다.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런 장면이 좀 있었고, <엑스맨>에서는 유독 <엑스맨3>랑 <울버린>을 손에 꼽고. 토르는.... 긴말 않겠다.
대체 무슨이유로 세상에 여자 독.떠.는 없는가!
안젤리나 졸리 같은 언니가 독떠가 나와서 위기에 빠진 나 좀 구해주고 시공간여행 좀 시켜주는건 왜 실현될 수 없는 꿈인가?
 
내가 손에 꼽는 영화 속 가장 짜증나는 장면은
남주가 사랑하는 여자가 남주의 품에서 죽어가는 장면.
여자 인생의 전부는 '사랑'이다. 라고 묘사되는게 아주 짜증나 못살겠다.
남주는 여주가 죽어도 자기 인생 목표를 향해 꿋꿋이 잘만 살아가더만. 

보고싶다!
비록 남주가 자신의 품에서 숨을 거두더라도
홀로 올곧이 제 갈길을 걸어가는 삶의 정도(正道)를 걷는 여주가.
과거의 남자 따우 '그런 기억이 있었지'라며 씁쓸하게 되새기면서 새 남자 찾는 멋진 언니가.



*사족
금자씨와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천녀유혼>.
이쁘고 청순하고 아름답기까지한 여주 언니 뒤로 숨는 왕귀여운 남주의 묘미.



 

세상 남주들도 좀 당하고 사는 그날이 보고 싶다!





쏟아지는 별.
바람과 호수.
고개를 들지 않아도 구름과 눈을 마주할 수 있는 호수에서 맞이하는 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정작 이날 일기에 남은 건 몇개의 단어가 전부였다. 





예전엔 백수가 되면 하고 싶은게 참 많았는데, 백수 생활이 두달 넘게 길어지다 보니 무료하기 짝이 없다. 하나둘 사고 싶은 물건도 늘어나고 통장잔고도 슬슬 걱정돼고. 가장 큰 점은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중 하나를 해치워버렸다는게 크겠지.

다음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역시 마감이란게 없다.
그냥 무작정 덤벼보고 도전해보는건데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희미하기만 해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질 모르겠다.

여튼 내일부터는 바짝 정신을 좀 차려봐야지.
여백의 미를 그토록 외쳐왔지만, 버릇은 개 못준다고 
잔뜩 조이고 또 조인채로 살았던 삶을 도무지 버릴 수가 없다. 

결심) 이번주 내로 일을 저지르고,
그리고 종로의 기적을 한번 봐주고
영상자료원에 가서 영화도 한번 봐야겠다.
구성작가*의회도 들락날락거리면서 일자리도 슬슬 찾아봐야겠음.